서천 서역국으로 복 타러 가네 최하림 시인이 들려 주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17
최하림 지음, 서선미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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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타고난 사주팔자'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무슨 일이 풀리지 않으면 '에고~ 내 팔자야~' 하기도 하지요. 이 책은 이런 타고난 팔자에 대한 옛이야기 두편을 싣고 있습니다.

  <서천서역국으로 복타러 가네>는 타고난 복이 '나무 한짐'밖에 되지 않는 정도령의 '인생역전!'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열심히 나무 두짐을 해다놓아도 꼭 한짐만 남고 사라져버리는 일을 해괴하게 여긴 정도령은 그 비밀을 파헤치려다, 하늘나라에 있는 팔자를 소관하는 노인장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복이 딱 '나무 한짐'밖에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정도령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통사정을 합니다. 이에 딱히 여긴 노인장이 '서천서역국으로 가서 부처님께 복을 조금만 더 달라고 간곡히 빌어보게.'하는 말을 해줍니다.

  다음날 아침, 정도령은 떠납니다. 서천서역국을 향한 모험의 시작입니다. 모험길에 그는 다른 사람의 소원까지 부탁을 받게됩니다. 하나는 젊은 새댁의 소원으로 천생연분신랑감을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요, 또 하나는 신선이 되고 싶은 세 소년의 신선이 되는데 꼭 필요한 황금꽃이 향기가 나게 하는 비밀을 알아달라는 것이요, 마지막 하나는 용이 되게 해달라는 이무기의 소원입니다.

  드디어 서천서역국에 당도한 정도령은 점심을 드시는 부처님과 만나게 됩니다. 그 밥상이 어찌나 단촐하던지 '더 달라고 해봐야 줄 복도 없으시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도령의 물음에 부처님의 말씀은 이렇습니다:'여태까지도 살아오지 않았느냐! 그렇게 살면 되느니라. 이제 네 복을 알았으니 돌아가 예전처럼 열심히 살거라' 그렇지만 정도령이 받아온 세가지 부탁에 대한 답은 주셨습니다.

  젊은 새댁은 남편이 죽은 후 처음 만난 남자를 남편으로 삼으면 될 것이고, 신선이 되려는 소년들은 황금꽃을 세송이 만들려는 욕심을 버리고 두송이만 만들면 될 것이며, 이무기 또한 욕심이 많아 여의주 두개를 물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정도령은 자신의 복은 더 타내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이들에게 해답을 줍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젊은 새댁은 남편이 죽은 후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정도령이라는 것입니다. 신선이 되고자 하는 세 소년은 고마움의 표시로 남은 황금꽃 한송이를 정도령에게 주었고, 이무기도 남은 여의주 한 개를 정도령에게 주었답니다. 이만하면 인생역전 성공아닐까요?

  욕심을 버리면 오히려 원하는 바를 얻게 된다는 교훈을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 속에서 얻게 만드니, 옛 어른들은 역시 고단수입니다. ㅎㅎ  


  <주막집 여인의 쌀 삼백석>은 부모를 일찍 여윈데다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열살도 되기 전에 돌아가시게 되어 홀홀단신으로 구걸을 다니던 신세인 너무나 복이 없어서 '박복데기'라고 이름지어진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열여덟에 결혼한 남편마저 죽자, 역시 자신이 복이 없다고 생각한 박여인은 나루터주막에서 일하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동전을 조심씩 모읍니다. 그것들도 노자돈이 부족한 선비들에게 주어버리기도 하지요. 박복하다고 해서 '박복데기'였던 여인의 이름은 세월이 흐르면서 '박복덕'이라고 불리며, 복도많고 덕도 많은 사람이라 풀이됩니다.

  이렇듯 살고있는 박여인이야기에서 갑자기 새로 부임한 영암 원님이야기로 이야기가 훌쩍 뛰어갑니다. 영암원님은 부임 첫날 밤에 저승사자에게 잡혀가게 되지요. 이승에서 모은 재산이 있으면 풀려날 터인데, 자신의 곳간을 보니 겨우 짚단 한단입니다. 이승에서 덕을 베풀면 쌓인다는 저승의 곳간. 하는 수 없이 옆 곳간에서 쌀 백석을 빌려서 저승사자에게 주고 돌아옵니다.

  쌀 가마가 삼백석이 넘게 쌓여있던 옆 곳간은 바로 나루터 주막 박여인의 곳간이었답니다. 저승에서 돌아온 원님은 빌린 쌀의 세 배, 즉 삼백석을 여인에게 갚았답니다. 그리고 여인의 주막이 있는 나루터는 '덕진', 즉 덕이 있는 나루터라고 불리웠다 합니다.

  타고난 복이 없어도 이렇게 선행을 베풀어 덕을 쌓으면, 덕이 있는 사람이 되는 모양입니다. 

  책은 글자가 크고 내용도 쉬워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읽기가 가능합니다. 책 속의 그림은 한 폭의 조선풍속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여서 옛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데 안성맞춤입니다. 

 또한 작가가 시인이라서 일까요? 이야기가 아주 매끄럽게 술술 넘어가는 어투여서, 정말 할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듣는 듯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고 싶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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