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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 프로젝트
린다 수 박 지음, 최인자 옮김, 오승민 그림 / 서울문화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패트릭과 내가 친구가 된 건 순전히 야채때문이었다.'
이 책의 첫 문장입니다. '야채'란 정확히 말해서 '김치'입니다. 재미한국인 2세 줄리아 송은 자신의 집에서 나는 김치냄새에 코를 막는 친구들 때문에 어느 틈엔가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패트릭은 줄리아의 말을 빌자면 'DNA 테스트를 받아봐야 할' 정도로 김치에 열광합니다. 그래서 패트릭은 줄리아네 집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절친한 친구가 됩니다. 심지어는 숙제를 같이하고 책가방을 두고 집에 갈 정도입니다. 다음날 아침 같이 학교에 가려면 또 책가방을 가지고 와야 할테니까요.
김치를 싫어하는 줄리아 송은 사실 한국인이라는 것을 썩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미국아이로 보여지기만을 원하죠. 그래서 패트릭이 ‘클럽’의 과제로 ‘누에고치기르기’를 제안했을 때 속으로는 정말 싫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기란 그 이유를 말해야 할까봐 더욱 싫었지요. 결국 열광하는 패트릭의 모습에 조금씩 동화되어 마침내는 누에의 알을 사고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뽕나무를 기르는 분을 알아내어 뽕나무 잎을 먹여 키우게 됩니다.
누에는 그들의 정성을 먹고, 애벌레가 되고 누에고치를 틉니다. 여기서 또 한번 위기가 찾아옵니다. 줄리아는 자신이 원하는 비단실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누에고치를 물에 삶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하게됩니다. 열심히 키운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죽여야한다는 사실에 지금까지 자신이 참아온 모든 과정을 후회하기조차 합니다.
하지만 이 위기도 주변사람들의 충고와 경험담등을 들으며 잘 이겨내고 비단실을 뽑아내어 자신이 원하던 누에의 성장과정 수놓기까지 마치게 됩니다.
이 책은 김치와 누에기르기로 상징되는 지극히 한국적인 것을 싫어하는 소녀가 친구와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과제를 해내게 되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긍정적인 자부심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에기르기가 한국적인 것이라고 말하기조차 무색해진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오히려 한국적인 것을 더 지켜내려 노력하고 자손들에게 물려주며 살아가는 해외동포들에게 부끄럽다는 생각마저도 들었습니다.
이 책의 작가인 린다 수 박의 어린 시절의 체험이 녹아들어있어서 인지 줄리아송과 패트릭과 동생 케니까지 모두가 실제의 인물처럼 생생하게 맟 바로 지금 옆집에 사는 아이들처럼 살아납니다. 그들의 시덥잖은 다툼과 사소한 그러나 그들에게는 세상전부일 고민들, 우정과 형제애 이 모든 것들이 정겹고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