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일기 - 박덕은 선생님의 아름다운 세상 그리기 좋은 그림동화 12
박덕은 지음, 차승자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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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돼지의 일기는 당연히 화자가 돼지입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꼬마돼지는 농가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기만 합니다.  그의 일기를 보며 꼬마돼지의 눈을 통해 우리는 풋풋하고 순수한 눈길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여물먹는 법을 배우고, 같은 식구인 노랑이(개)와 삼밭에 들어갈 모의도 하고, 논둑을 따라 나들이도 가고, 아기 돼지에겐 하루하루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처음 겪는 일이며 신기하기만 한 사건들입니다.  
  글을 읽으며 우리는 지은이가 농촌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농촌만의 따스하고 정감있는 이야기에 흠뻑 심취할 수 있습니다.
  비 온 뒤 무지개가 뜬 날 마당에 떨어진 미꾸라지를 먹으러 모여드는 닭들. 솔개가 암탉을 물어가고, 여자친구에게 참새풍선을 선물하고 싶어서 대나무평상을 비스듬히 세워 참새를 생포하는 주인집 아들 철수의 옛날식 놀이, 제비집을 노리는 구렁이와 구렁이를 집안의 수호신이라 여기고 해치기 싫어하는 동네사람들, 소풍갔다가 옻을 옮아온 철수. 욕심많게 새끼염소를 나꿔채가다가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고 쓰러지는 솔개, 닭장에 들어온 족제비. 닭서리를 하는 동네 개구쟁이들, 주인댁 큰아드님의 결혼식 때문에 엄마를 잃게되는 꼬마돼지.
   이 모든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지금은 벌써 우리의 농촌에서 사라진 풍경이라는 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농가에 구렁이가 나타나는 일도, 닭장에 족제비가 들어오는 일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닙니다.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이런 정겨운 풍경들이 어느새 옛이야기처럼 아득해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 자랐을 때는 정말 이야기 속의 풍경으로만 남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농촌에서 자라나 지금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저는 내내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이같은 시골정경을 하나도 모르는 우리아이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쉽고 정겨운 이야기들이 하나씩 펼쳐지면서 계절은 늘 그렇듯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집니다. 아기돼지의 일기는 가을 어느날 엄마가 떠난 날에서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새봄. 다시 봄을 맞으며 지난 겨울내내 외로움과 슬픔을 견뎌낸 아기돼지의 일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다시 새 봄에 대한 희망을 꿈꾸며 아기돼지는 의연하고도 힘찬 목소리로 우리에게 일기를 읽어줍니다.
 
덧붙이는 글:  책은 글자가 많은 편이라서 초등학교 1, 2학년이상부터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차승자님의 그림은 파스텔과 물감을 섞어가면서 그린 그림인데 그림이 부드럽고 정겨워서 글의 내용과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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