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1년, 비로소 '엄마' 이야기를 꺼낸 김주영 작가를 집무실에서 만났습니다. 김주영 작가의 열정적인 목소리를 공개합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잘 가요 엄마 (2012.5)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다시 장편소설로 뵙게 되었습니다. <잘 가요 엄마> 출간 후 근황이 궁금합니다.

 

제가 많은 책을 냈는데요, 한 권짜리 소설도 대여섯 권 되고, 다섯 권 넘는 것도 대여섯 가지 되고.. 그런데, <잘 가요 엄마> 내고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요. 책을 사봤다는 사람도 상당히 많이 있고, 문단에 있는 동료들도 이메일로 감상을 얘기하고 해서 상당히 들떠있는 형편이에요. 이 소설을 내가 한 일년 반쯤 걸려서 썼어요. 다섯 번 내지 여섯 번을 고쳐 썼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이 소설 쓰기 위해 보냈고요. 책이 나온 후엔 방송국이니 여기저기들 불려 다니고 하느라고…… 굉장히 바쁘고, 다른 걸 생각할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치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는 게 고맙죠.

평소엔…… 때때로 시간 봐서 운동하고, 많이 걷습니다. 여기서(: 인터뷰는 장충동에 위치한 김주영 작가 집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출발해가지고 청계천을 갔다 오거든요. 요즘 하고 있는 일이 대부분 그래요.

 

 

 

 

나의 십대는 그렇게 야금야금 메마르기 시작했다

 

오래 삭혀온 문장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기림의 시 <>의 문장(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이 이야기를 처음 쓰기로 마음 먹었던 때의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은 짐작하겠지만 제가 어머니와 같이 지낸 소년 시절의 생활은…… 뭐랄까…… 솔직하게 얘기하면 누더기 같은 인생이었어요. 소풍 가는 날도 운동회 같은 날 도시락을 싸주지 못할 정도로 어머니가 굉장히 가난했고, 또 품팔이로 몇 식구를 외삼촌 식구를 또 나를 먹여 살리느라 고생하셨고, 그리고 울타리 없는 집에 살면서 집안의 애옥살이 같은 것이 여과 없이 노출이 되는 그런 수치스러운 생활을 했고요. 그러다 일본에 징용 갔다가 돌아온 사람과 뭐 혼례 같은 것도 치르지 않고 같이 살았고, 나이가 늙어서도 아들에게 가까이 가는 것이 두려워서 될 수 있는 한 저하고 연락을 끊고 살았고요. 남들이 들으면 정말 그랬을까의심할 정도로,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정분 같은 게 돈독하지 못했죠. 이게 어머니와 나 사이에 하나의 응어리로 남아 있었는데요.

 

어머니만 그런 게 아니고, 저도 자라면서 그런 어머니하고는 간격을 두고, 사이를 두고, 거리를 두고 살았죠. 왜냐하면 제가 살았던 고장이 안동문화권에 있는 조그마한 고장인데요, 거기서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품팔이를 하는 여자, 가난을 안고 살았던 여자, 아버지가 없는 아들을 데리고 사는 여자, 그러면서 또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은 여자는 거의 사람 취급을 안 할 정돕니다. 저도 어머니를 멀리하고, 어머니도 아들의 장래에 흠집을 낼까 멀리했어요. 서울에 올라와서 몇 십 년을 사는 동안 단 한번 단 하루…… 오셨을 정도로요. 그 동안 살아오면서, 야금야금 내 인생이 메말라갔다는 식으로, 때로는 어머니가 없으면 못살 것 같은 그런 절절한 심정으로 같이 살았고 때로는 너무 그리웠고, 때로는 미치고 싶도록 원망했고 저주했고, 또 때로는 너무나 덤덤했고, 어머니 자체가 싫었고. 이런 아주 우여곡절이 많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았죠.

제 나이가 칠십이 넘고,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게 되면서 아, 내가 정말 위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은 좋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물론 픽션과 논픽션이 교차되고, 소설 속 이야기가 전부 사실은 아니지만, 어머니에게, 내게 있던 어머니 상을 써보자는 데서 이 소설을 착수하게 됐죠.

 

 

 

소설 속 의 어린 시절이 무척 구체적이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개인적인 얘기로 읽히는 작품인데요, 작가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합니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억을 더듬어서 말하자면, 소풍 가는 날 도시락이 없어서, 이웃집에 가서 그릇을 빌려다가 도시락을 싸서 갔었어요. 그런데 그걸 축구공처럼 차고, 모래 바닥에 처박아두고 그랬어요. 감자 고구마니까, 그걸 물에 씻어서 먹는데, 창피스러워서 바위 뒤에 숨어서 먹었던 그런 기억…… 술지게미 같은 것을 먹고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술 먹고 왔다고 벌 주고 그런 기억이 있어요. 그 다음에 새 아버지가 들어오죠. 집에, 생전 처음 보는 엷은 화장을 한 어머니의 얼굴에 느꼈던 배신감, 거부감. 엄마를 피해 항아리 속에서 잤던 기억. 어머니가 나를 찾아주기를 바랐지만, 결국 오지 않았던 기억. 본래 제가 어머니와 같이 잤었는데, 새 아버지가 와서 같이 잘 수 없게 되고, 건넌방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는데 어머니가 나를 끌어안고 보듬어 안고 잤던 기억…… 이런 여러 가지들이 있죠.

 

전부 다 내가 겪었던 겁니다. 어머니와 나와의 관계에서 반복되었던 배신감 같은 것, 어머니를 너무너무 그리워했던 정황…… 소설에는 안 나왔지만 늘 끼니를 굶어서, 운동회 날 어머니가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어요. 뛰지 마라. 엎어지면 배가 고파 못 일어난다. 운동회는 뛰어야 되잖아요. 그런 기억. 이런 게.. 실제 있었던 일들이죠.

 

 

 

열등감이라는 키워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중 인물이 느끼는 열등감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역시 인상적이었고요.

 

 

열등감이 어디서 오느냐, 제 경우엔 가난이에요. 요새 젊은 사람들은 가난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얘기 안 하지만, 겪었던 나로서는 일생 동안 지워지지 않는 게 가난의 흔적이에요. 지금 내가 먹고 살게 되었어요. 만약 집에 사람을 초대하지요. 그 사람한테 네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물어보지 않아요. 잡채든 만둣국이든 전이든,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상다리 부러지게…… 쟁반에 포개놓아야 직성이 풀려요. 그게 내가 겪었던 가난에서 온 거겠죠. 내가 굉장히 우산이 많습니다. 비가 오는 날 우산 없이 학교를 다녔었어요. 지금도 어딜 길거릴 가다 우산 좋은 게 있지요, 필요 없는데 삽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내게 이런 가방이 없었어요. 가방 다 들고 다녔거든요. 난 무명으로 만든 책보자기에 들고 다녔어요. 그래서 좋은 가방 있으면 무조건 삽니다. 그게 다 어디서 오느냐, 어릴 때 책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 우산을 쓰지 못하고 다녔던 보상심리, 먹지 못하고 자랐던 보상심리. 이게 요즘 그런 식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그만치 가난의 흔적이라는 게 일생 동안 내게 남아있어요. 꼭 흔적만 남아있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일들이 내 인격 형성에 영향을 주는 거죠.

 

청년 시절 사십 대까지 여자를 미워했습니다. 덮어놓고 아무 이유 없이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어머니 때문에. 어머니가 할 수 없이 새 아버지를 맞아들였지만, 나는 하는 수 없이 견디다 못해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어머니를 저주하는 거죠. 어머니를 저주하는 게 여자를 싫어하는 방향으로 틀어진 거죠. 어릴 때 겪었던 모든 것은 그 사람 인격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게 내가 표본이에요. 알고 지내는 교수 한 분이 오늘 소설을 읽고 이메일을 보냈어요. 자기는 손에 흙을 묻히고 살지 말아라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자랐다, 유복하게 자랐다. 이런 문구가 있더라고요. 그분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의,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요. 남을 헐뜯는다든지, 남의 공과를 가로챈다든지 이런 게 없어요.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서울이란 도시에 친척이란 없어요. 내 혼자 떨어져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죠. 상당히 위태로운 사람입니다. 늘 생각합니다. 침착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남을 헐뜯지 않고, 험담하지 말고, 아주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모범시민으로서의 생각을 유지해야 된다. 그렇게 내 스스로를 가다듬지요. 나 같은 사람들이 굉장히 돌격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비틀어져 있고, 세상을 보는 시간이 사시적이고, 한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편안하게, 관대하게, 세상을 바라보려고 늘 마음을 가다듬죠.

 

 

 

귀신 얘기를 하는 애숙이 누나를 두고 천성적인 이야기꾼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전작 <빈집>에서도 내 안의 더부룩한 것들이 이야기를 하게 한다고 하셨는데요, 이 소설을 읽으며 김주영 작가가 지닌 이야기의 원형을 읽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소설가들 대부분이 말입니다. 모두들 가슴속에 이야기 한 자리씩은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처럼 어릴 때 혹독한 가난을 겪었다든지, 이념의 문제에 몰입해서 거기에 빠져들었다든지. 빠져들어서 자기 자신을 망치고 인생을 망치는, 그런 일을 겪었다든지. 혹은 부잣집 아들이었지만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행패 같은 것에 상당히 저항을 가지고 있고, 그 불합리한 측면을 일찌감치 느껴서 이탈한다든지, 그런 이야기를 다 갖고 있습니다. 소위…… 한 시대의 이단아들이라고 볼 수 있지요. 시대에서 한발 물러서서 자기가 사는 시대를 바라보는,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죠. 그게 바로 이야기의 원천이라고 생각됩니다.

 

애숙이 누나도 원래는 원래는 어머니의 딸인데 어머니가 애 둘을 기르기가 뭣하니까 외삼촌한테 맡기죠. 외삼촌한테 맡기면서 니는 외삼촌 딸이다이렇게 되죠. 그걸 애숙이는 알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운명적인 거죠. 거기서부터 저 엄마가 내 엄만데 나는 왜 엄마란 소리를 못하고, 숙모에게 엄마라고 하고, 삼촌에게 아버지라 그래야 하느냐. 주인공과 방학마다 만나면 너네 엄마 어떻게 지내고 있냐 자꾸 묻게 되죠. 이런 것이 하나의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겁니다. 이야기의 바탕을 실지로 체험하게 되는 거고, 그러면서 애숙이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꾼이 되는 거죠. 정상적으로 자라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얘기를 할 줄 모릅니다. (그런 삶은) 얘기의 원천이 아닙니다. 얘기의 그릇이 없죠. 너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요. 소설가가 가난한, 소외된, 변두리에 사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그 사람들에게 얘기가 많기 때문이에요.

 

 

 

한 이불 속에서 어머니의 가슴 속에 손을 넣고 잠들 수 없게 되면서 나는 일찌감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었다

 

아들이 쓴 엄마 이야기라 그럴까요. 엄마가 여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울타리 없는 집에서, 그 집서 사는 사람 어머니와 나뿐입니다. 방이 두 개 있었지만, 가난하니까 겨울에 방 하나에 군불을 때기 어렵죠. 산에 가서 나무를 할 수 없고, 나무를 사야 하니까요. 그런 방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같이 자지요. 될 수 있는 대로 체온을 유지하려면 어머니가 나를 안고 잘 수밖에 없습니다. 새 아버지가 들어오면서부터 그 평온하고 안온했던 잠자리가 나로부터 떠나버린 거죠. 어머니 옆엔 새 아버지가 있어야 되니까요. 옛날 습관대로 자다 보면 제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아요. 새 아버지가 잠든 나를 건넌 방으로 데려가는 거예요. 그걸 깨닫고 울죠. 다시 건너와서 낯선 사람에게 앙탈을 할 수도 없는 거고. 한대 얻어맞을 수도 있는 거고 말이죠. 누워서 울지요. 울다가 잠이 들어요. 근데 새벽에 보니까, 자고 보니 너무너무 따뜻한 거예요. 엄마가 나를 안고 팔베개를 해 갖고 주무시는 거예요. 그런 기억은 정말 안 잊혀질 거예요. 그런 식으로 내가 어머니에게서 격리되기 시작하면서 내 어린 시절의.. 너무나…… 바람 부는 들녘 한 가운데 혼자선 것 같은 그런 외로움을 겪게 되지요. 정신 상태가 황폐해져 가는, 그런 외로움이요. 정상적인 집안에서 태어난 애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하죠. 황폐해진다든지, 건조해진다든지……

 

 

 

객지생활과 거짓말은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나는 알아채고 말았다. 거짓말이 아니면 나는 어느 누구의 주목도 받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객지생활이 필연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했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이 느끼는 객지그리고 그 객지에서 작가님을 살게 한 거짓말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일찍이 어머니로부터 떠나와서 객지생활을 지금까지 하고 있지요. 객지에서 공부하고. 그때 나이롱 학생이었어요. 객지 떠돌면서 살다 보면 문득 어떤 사람이 묻습니다. 너 누구냐. 그 다음에, 객지 떠돌아다니니까 주머니에 돈이 없지요. 뭘 먹어야 하는데…… 먹는 일, 옷을 사 입는 일, 거처하는 일…… 공부하지 않으면서도 공부하는 척 하는 일, 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일.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으면서 아는 척 하는 일. 이게 모두 거짓말로서 커버가 되는 거예요. 임시 회피가 가능한 거죠. 하나의 허상이 만들어지는 거죠. 그 허상에 대해 이건 허상이다라고 양심적으로 얘기를 해버리면, 이 객지생활을 해나가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자꾸 거짓말하게 되는 거예요. 만약 어떤 여자가 굉장히 좋다 결혼하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 했을 적에, 이 여자가 내게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대학교 다녔냐, 방이라고 얻을 돈 있냐. 이 남자는 얘기합니다. 나는 근사한 대학 나왔어, 사법고시 준비하고 있어, 나 지금 예금이 삼억이나 있어, 이런 거짓말 한단 말이에요. 거짓말을 함으로써 가까이 갈 수 있고 정복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거짓말을 나 역시 하고 다녔던 거죠. 그러나 거짓말로 임시로 불편한 것은 피할 수 있지만, 내 정신 상태가 좀먹어 들어간다는 건 모르죠. 나 거짓말 많이 했죠. 왜냐하면, 이 세상의 어느 것도 내게 협조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상황도. 돈 없고 가난하고, 형편없는 학교 다니다 말았고, 손을 뻗어도 상류 사회엔 범접할 이가 없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살아남으려면 거짓말 해야 했었죠. 그 거짓말에 대해서…… 이 소설을 통해서 참회한 거죠.

 

이 소설에 어머니와 나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런 이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언급을 해놨습니다. 무허가 화장장에서 시신을 태우잖아요. 기다리던 사람이 시끄러우니까 뒤에 채석장으로 가지요. 사실은 채석장이 허가가 난 곳이고, 화장장은 무허갑니다. 무허가인 화장장 직원이 와서 시끄럽다고 항의한다 이거야. 이렇게 부조리한 사회예요. 그리고 이…… 가족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고 봐요. 아내가 여행을 갔는데 어디 갔는지 모르고, 연락도 안 하고, 아이들이 다 컸는데 한 달에 한두 번 연락할 정도. 이게 우리가 말하고 있는 소위 가족이라는 거다. 얘기한 거도 있고요. 상당히 사회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인물들이 어딘가 결핍되어 있다는 생각도 소설을 읽으며 했습니다.

 

 

결핍......이죠. 어머니하고 교류를 안 하고 사니까요. 어머니에게 아들로서 해준 최소한의 지원…… 그걸로 불효를 땜질하려는 심정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셔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거예요. 울음이 나오지 않고 자기 일상이 그대로 가지 않습니까? 심지어 내가 가기 전에 어머니가 화장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죠. 어머니와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자기 삶 자체도 가족에 대한 개념이 안 잡혀있었던 거죠. 부인에게도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 당연히 연락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혼자 가면서 어머니 시신을 안 봤음 좋겠다고 생각하죠. 구질구질하니까. 화장하기 전에 시신을 보게 되면서 드디어 어머니에 대한 가치를 점점 하나 하나 조금씩 느껴가는 거죠. 어머니의 앙상한 가슴 갈비뼈 이에 붙어있는 건포도 같은 젖꼭지. 내가 밥으로 먹었고, 그 가슴에 얼굴 파묻고 울었고, 웃었고, 그 가슴에 손을 얹고 잤던…… 젖가슴으로서가 아니고 영혼을 내가 이어받은 거예요. 그걸 어머니 시신에서 비로소 내가 느꼈다는 거죠. 그래서 참회라는 얘기가 나온 겁니다. 시신하고 염하는 모습을 보면서요.

 

 

 

가족들에 대한 일들은 한동안 생각조차 하기 싫었어. 그뿐이겠어. 당장 살아남는 것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똥이어서, 지나온 일 따위 돌아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어

 

인터뷰 진행중인 서재에도 책이 굉장히 많네요. 김주영 작가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합니다.

 

 

주로 조선시대의 야삽니다. 고 다음에.. 조선 후기 산업사. 침실의 사회사라든지. 엉덩이의 재발견이라든지 유혹의 역사라든지 똥오줌의 역사라든지, 이런 책들이요. 야사에 속하죠. 정사가 아니죠. 많이 보고 있고. 객주라는 소설 열 권째를 쓰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한번 봤던 조선 후기 상업사를 다시 꺼내서 읽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을 권하고 싶어요. 정말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포로수용손데 말입니다. 독일군이 패하고 러시아군이 진군해옵니다. 수용소에 갇혀있는 많은 사람들이.. 독일군이 다 물러나고서도 자유로워져도 그대로 있어요. 왜 그대로 있냐. 그 수용소 생활에 젖어있기 때문에 수용소 바깥 생활이 두렵기 시작한 거예요 아 그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우리 인간이 처해있는 벽은 나약함도 아니고, 무슨 신이 없다고 해서 절망도 아니고요, 습관의 노예가 되는 것이 우리에겐 가장 두려운 점이라는 얘기를 이 책이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과연 인간인가. 줄 쳐가면서 읽었어요. 이밖에 <고선지 평전>이라든지 <습관의 역사>같은 책도 좋은 책이고요.

 

 

   

 

 

 

 

 

 

 

 

 

 

 

 

 

 

 

 

 

 

 

 

 

 

 

 

 

 

여행에서 경험한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가장 최근 경험한 여행지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지금 내 사무실에도 항상 여행 떠날 채비가 되어 있어요. 여행도 글 쓰는데 도움을 많이 주지요. 나는 낯선 사람이 두렵지 않아요. 하도 여행을 다녀서, 팔십살 먹은 노인도 두렵지 않고, 대통령도 두렵지 않습니다. 난 영어 못해요. 근데 영어 하는 사람 만나도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만약 서로 못 알아들어요, 그럼 헤어지는 거예요. 그런 배짱이 있지요. 가장 최근에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세 군데를 갔다 왔죠. 20일 정도, 메콩강 중심으로 한 나라들을 보고 왔어요. 그 근방에 4500만의 인구가 살고 있어요 4600키롭니다. 저 중국의 티베트에서부터 시작해가지고. 남중국으로 흘러 들죠. 정책방송이라는 데서 그 여행은 칠월 달에 방영이 될 겁니다. ( : 7 5~8, 길 위의 작가 김주영, 메콩강을 가다라는 제목으로 방영될 예정입니다.)

 

 

 

김주영 작가에게 있어 계속해서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게 하는 원천은 어느 지점일까요, 더불어 다음에 들려주실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우선 객주 10권을 쓴다는 거고요. 배우도 그렇고, 정치하는 사람도 그렇고, 음악하는 사람도 그렇겠지만 글을 쓴다는 게 내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내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일이에요. 내 스스로를 다스린다는 거.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없을 때, 그건 치욕이에요. 어딘가 끌려가면서 사는 거거든요. 주체는 도깨비지 내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런 식으로 살지 않고, 내 스스로 내 자신을 통제할 수 있으며, 내 스스로를 내가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글 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니까요. 내가 나를 통제하고, 나를 다스릴 수 있는 길을 찾는다는 신념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술을 잘 먹거든요. 술값을 벌자면 글을 쓸 수밖에 없지요. 내가 술값을 쑥쑥 잘 내요. 요샌. 카드가 있으니까요. (웃음) 그걸 벌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겠지요. 여행가기 위해, 여행비를 벌기 위해 글을 쓰고요, 내 스스로를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에 글을 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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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1동 2012-11-07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주영작가님의,글을 읽어 보고 싶어져요..왜냐면, 너무나 진실되여, 사실이 아닐지라도 다 읽고 싶어요...지금세대는 이런, 예전 고생를 모르잖아요..그래서 책을 남겨, 아들이 보아주엇으면 하는 바람입니디...

장영길 2012-11-09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달 그날에 섬진강의 시인의 어머니와 김주영씨의 어머니를 함께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칠십이 넘어서도 어머니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찡하게 울게 만들었 답니다.
김주영씨 속이 후련 하시겠습니다. 잘읽고 공감하는 데가 있었습니다 .
우리들 세대에 흔히 있든 여러 여건의 이야기였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