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까지 환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은 못 되더라도
그런 사람 보면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은 되고 싶어.  
                            
- 다이어리 메모 중.

쿨한척,  세련된척 하는는 글쓰기에 거부감이 있어 소박하면서도 사람 냄새나는 그녀의 글이 오래 전 부터 좋았다. 

하지만 만나보니 그녀는 글보다 백만배 근사한 사람,  저절로 마음이 쏟아지는 그런 사람.

그래그래, 아밀리  '사람이 절망이지만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박노해의 옥중 고백을 하늘 아래 신뢰하길 잘했지? 

그나저나 심작가의 3번째 소설이 세상에 나올 때 까지 이 조급증의 하이 텐션을 어찌 낮추나..

그녀도 소설도 보고싶어 환장할텐데.. 나도 쿨하기보단 뜨거운 여자라서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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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1-28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보다 백만배 근사한 사람...얼마나 멋진가요.

아밀리 2005-11-3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글로 표현하기는 어려워요. : )

마태우스 2005-12-0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몇달만 기다려 주세요.
-심작가 만나고 심작가 된 듯...^^-

아밀리 2005-12-0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만 자꾸만 조급증을 부리고 싶지만, 기꺼이 기다릴께요!
팬이 치러야 하는 사랑의 댓가겠죠. : )
 

 

되도록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싶어. 천사가 되겠다는 건 아니고 인간에 대한 예의와 애정의 측면에서.  사람이 절망이지만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박노해의 옥중 고백을 하늘 아래 신뢰해서. 그런데, 그게 잘 안되는 캐릭터도 있는 것 같아.

타인에 대한 배려가 총체적으로 안되는 사람이거나, 지나치게 손익을 기점으로 관계를 맺는 그런 종류의 인격들. 난 소심해서 누굴 오래 싫어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그냥 무서워.

화가 나면 말을 막하는 사람은 나는 열받아서 칼을 휘두를테야, 피가 나든 손가락이 잘리든 니가 알아서 피해. 그런 사람 같아서 무섭고.  상대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자기 얘기만 주야장창 늘어놓는 사람을 보면 인격의 관계를 맺을 줄 모르는 자기중심의 유아기적 독백으로 보이는데, 아무도 배려할 수 없는 그 자기중심성이 무서워.  다른 행동들도 대개는 그렇거든. ' 나만 행복하면 되는거야. 인생은!' 이라는 얘기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도 무서워.

물론 인간은 누구가 이기적이야.  인간은 누구나 자기 사랑에 눈이 멀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지와 상식을 사용하지 않는 그런 속편한 선택들이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면 아주 열받네.  거 참.  그러니 관계가 쌓아지지 않지.

'젠가' 할 때 기분이야.  내가 가진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도리와 애정 중에 안되는 걸 하나씩 하나씩 빼 가며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을 느끼거든.  어떤 이들은 꿍짝이 안맞는 인류인거야 신경꺼라, 말해주던데.  노련한 선수들은 쑥쑥 잘도 빼는 젠가의 나무도막을 난 참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러다 결국엔 빼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구. 

그 사람이 그럴 수 밖에 없을 사연과 히스토리에 대해 어찌나 소설을 쓰며 이해하려고 하는지. 아밀리.

너무 소심한 건가?  자신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은 걸까?  똘레랑스 하는 아름다운 박애주의자가 되려운 빠다스러운 허영심일까?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라는 성경에 충실해서?....실은 다 맞는 거 같아.

몰라.  암튼, 사람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어야 좋은 사람인가봐.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이 들어야 마음을 주게 되나봐.

왜 갑자기 이런 얘기 하냐구?  에이 알면서~  사람 관찰하는 게 내 취미잖아.  생각나길래.

암튼, 난 어떤 특정한 에너지에 정말 약하게 반응한다는 걸 근간에 알게 돼.

관찰하는 건 타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겠지만.  오늘의 관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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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레'에서 2003년 새로 출간한 '오 헨리 단편선'은 편집 깔끔, 디자인 무난, 교정 정확, 폰트 적당, 한마디로 다 좋다. 번역은? 원본을 못 읽어봐서 모르겠다. -_- 조금씩 어색한 구절이 눈에 띄긴 하지만 19세기에 씌여진 소설들이니 당시의 시대상과 작가의 심중을 정확히 포착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중, 가장 빛나는 것은 30편의 스토리들. 어찌 19세기에 살았던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들이 200년의 간극을 넘어 아시아의 어느 쬐그만 나라의 이름 모를 처자의 가슴까지 이리 친단 말인가!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질문이다. 인간들끼리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는 갈등, 그들을 에워싼 공기, 심정의 교류, 서로의 에너지... 이런 것들은 영원한 모양이다.

인간은 숨길 수 있는 표정과 깊은 심중이 있어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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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주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천재감독이다. 그는 일상과 주변에 참말이지 따뜻한 관심을 가진 예민한 사람일 거라는 게 나의 추측이다.

한 때 허진호 감독이 그 언젠가 아픈 짝사랑의 기억이나, 이루어질 수 없는 저린 사랑의 찌꺼기나, 변하는 사랑에 대한 쓰린 마음을 지닌 그런 소심한 남자일 거라 혼자 생각하며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여러 번 보았었다.

아밀리에는 혼자 다섯 번인가를 본 영화다.

오드리 토토가 이쁘기도 하지만, 곡물 자루 속에 손 넣기와 무른 딸기에 손가락 넣어 빨아먹기, 목욕오래하고 나와 쭈글쭈글해진 손가락 혐오하기, 못된 사람 보면 응징해주고 싶어 안달나는 마음은 참말이지 감정이입이 1000% 되는 tip들인데다가, 오지랖은 넓되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는 너무나 둔감하고 자신없는 그녀를 보며 거 참 가슴시린 '거울'이구나..했단 말이지.

날카로움이 아니라 섬세한 감수성의 장 자크 주노가 만들어낸 영화속의 그녀는 그 언젠가 한번은 살아내고 싶은 그런 예쁜 여자란 말이다. 근데 난, 그러기엔 넘 터푸하구나.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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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9

난, 설마 영주가 죽었을라구... 동구의 예쁜 동생 영주가 죽었을라고, 오빠보다 먼저 글을 깨우쳤지만 동구가 예뻐하기만 한 동생 영주가... 나는 이러고만 있었다. 그런데 영주가 죽었다.

이처럼 가혹할까? 동구에게 왜 그렇게 일찍 죽음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물론, 이건 지금 생각이다. 그 부분을 읽을 때 어찌나 심란했는지 최근 몇 달 동안 읽은 책 중 이렇게 심란했던 장면이 있었던가...

영주가 죽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의 상황도, 그러니까 박정희가 죽었지만 다시 군부가 정권을 잡은 상황에 대한 생각도 그 순간은 잠시 멈췄었다.

영주의 죽음은 무엇이었을까? 겨우 4살 짜리 아이의 죽음은... 그것도 나무에 매달린 감을 따려다 오빠의 목에서 떨어진 영주의 죽음은...

동구는 아름다운 정원, 자기네 정원도 아닌 동네 어느 집의 정원에게 작별을 고하고 영주의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건 소년 시절과의 작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른이 됐어도 어쩌면 영주에게는 인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덧. 발행일을 보니 2002년 7월이다. 월드컵 4강의 달콤함에 젖어 있을 때 세상에 나왔지만 소리없이 강해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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