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기 전의 삶과 산을 오른 후의 삶은 다릅니다. 일주일에 두 세번 집 뒷산을 올라보니 알게 되더라구요.

제가 오르는 광덕산은 북한산이나 지리산에 비할 게 못되는 낮은 산이지만, 그 품만은 한결같이 넉넉합니다. 늘 묵묵히 홀로 자리하고 앉아 오가는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요

매번 올라가서 마음속 번민과 고뇌를 다 털어놓고 온갖 불평불만을 지껄여도. '그래그래', 하며 너그럽고 진지한 선배처럼, 연인처럼 귀를 열고 맘을 열어줍니다. 한참을 그럽니다...

그리고 내 몸이 힘들고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올라올 때 가득했던 마음 속 짐들을 풀어 옮긴 나는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섭니다.

이젠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휘파람까지 불며 경쾌하게 내려오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봅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가 거기에 있네요... 잘가라고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줍니다.

순간 코끝이 찡해옵니다. 그는 왜 무슨 이유로 나의 온갖 짐을 가져가며 웃는 얼굴로 배웅을 해주는 걸까요? 입장료 한 푼 안낸 내게 가벼워진 몸과 영혼을 다독여주며 다음에도 또 오라고 합니다.

미안해 죽겠어요. 고마워 죽겠어요... 그러면서도 매번 그를 찾아가는 내 무심한 뻔뻔함과 외로움이 싫습니다.그는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하나봐요. 무엇보다 그게 제일 미안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5-12-0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미안해하실 건 없습니다^^

아밀리 2005-12-0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 !

마태우스 2005-12-09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이 정도에 9.0을 주시다니....넘 후하신 거 아니어요?^^

아밀리 2005-12-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이자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