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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에 꽂혔다. 그의 책을 모조리 사들이고 며칠간 은둔하며 읽고 있다.

'불안' , '우리는 사랑일까'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여행의 기술'

올해의 발견 군내버전이 박민규였다면 해외버전은 알랭이다. 새로운 문체를 맞딱드리는 일은 갓 인쇄해 나온 책 냄새와 더불어 매우 알싸하다.

아주 사소한 현상이나 감정도 철학적인 논리력으로 분석해 보면 매우 새로운 시점이 된다. 세상엔 천재들이 너무 많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체력을 강화하고, 필라테스로 마음을 정화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고, 가벼이 먹고, 산과 들을 다니며 좋은 것들과 호흡하며, 내 마음속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기울이고 그들을 상상하며, 열정을 다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마음과 생각과 온기를 같이 나눌 사람 하나만 있으면....

그러면 나는 행복하겠다. 이보다 더 바란다면 나는 불행하다.

역시, 행복은 거창한게 아니라 바로 내 옆에서 언제나 나를 보고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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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레'에서 2003년 새로 출간한 '오 헨리 단편선'은 편집 깔끔, 디자인 무난, 교정 정확, 폰트 적당, 한마디로 다 좋다. 번역은? 원본을 못 읽어봐서 모르겠다. -_- 조금씩 어색한 구절이 눈에 띄긴 하지만 19세기에 씌여진 소설들이니 당시의 시대상과 작가의 심중을 정확히 포착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중, 가장 빛나는 것은 30편의 스토리들. 어찌 19세기에 살았던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들이 200년의 간극을 넘어 아시아의 어느 쬐그만 나라의 이름 모를 처자의 가슴까지 이리 친단 말인가!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질문이다. 인간들끼리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는 갈등, 그들을 에워싼 공기, 심정의 교류, 서로의 에너지... 이런 것들은 영원한 모양이다.

인간은 숨길 수 있는 표정과 깊은 심중이 있어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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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9

난, 설마 영주가 죽었을라구... 동구의 예쁜 동생 영주가 죽었을라고, 오빠보다 먼저 글을 깨우쳤지만 동구가 예뻐하기만 한 동생 영주가... 나는 이러고만 있었다. 그런데 영주가 죽었다.

이처럼 가혹할까? 동구에게 왜 그렇게 일찍 죽음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물론, 이건 지금 생각이다. 그 부분을 읽을 때 어찌나 심란했는지 최근 몇 달 동안 읽은 책 중 이렇게 심란했던 장면이 있었던가...

영주가 죽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의 상황도, 그러니까 박정희가 죽었지만 다시 군부가 정권을 잡은 상황에 대한 생각도 그 순간은 잠시 멈췄었다.

영주의 죽음은 무엇이었을까? 겨우 4살 짜리 아이의 죽음은... 그것도 나무에 매달린 감을 따려다 오빠의 목에서 떨어진 영주의 죽음은...

동구는 아름다운 정원, 자기네 정원도 아닌 동네 어느 집의 정원에게 작별을 고하고 영주의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건 소년 시절과의 작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른이 됐어도 어쩌면 영주에게는 인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덧. 발행일을 보니 2002년 7월이다. 월드컵 4강의 달콤함에 젖어 있을 때 세상에 나왔지만 소리없이 강해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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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7.

오랜만에 '좋다...'라는 느낌을 받은 소설이다.  소설가 심윤경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전작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두 사람 (한 명은 나를 모르는 이, 한 명은 나를 아는 이)의 추천 비슷한 것 때문에 읽었은데 그동안 내가 쿨하지 않은 소설을 은근히 기다렸나보다.

서자에게 서자 의식(컴플렉스?)이 없다는 것은 거짓이다. 막말로 첩의 자식인데 그리고 그 첩의 자식이라고 주위에서 끊임없이 각인을 시키는데 무감각해 질수는 없을 것이다.

<달의 제단>은 나쁜 피에 관한 소설이다. 순수 혈통에 맹종과 종가의식으로 철철 넘치는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이지만 나쁜 피를 갖고 태어난 화자와의 대결도 흥미로웠고, 그 집안의 식모의 딸이면서 '병신'으로 그려지는 '정실'에 대한 화자의 감정 변화도 잘 그려졌다.

뿌리도 없는 계집 정실이가 손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았을 때 '더러운 씨앗'이라는 말을 내뱉고야 마는 할아버지. 충분히 그런 반응이 짐작은 되었지만 당사자인 젊은 커플의 절절한 절망은 제삼자인 나까지도 흥분하게 했다.

'짧게 머물다 가는 인생, 쿨하게 아니라 뜨겁게'라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그 다짐이 다음 소설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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