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에서 2003년 새로 출간한 '오 헨리 단편선'은 편집 깔끔, 디자인 무난, 교정 정확, 폰트 적당, 한마디로 다 좋다. 번역은? 원본을 못 읽어봐서 모르겠다. -_- 조금씩 어색한 구절이 눈에 띄긴 하지만 19세기에 씌여진 소설들이니 당시의 시대상과 작가의 심중을 정확히 포착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중, 가장 빛나는 것은 30편의 스토리들. 어찌 19세기에 살았던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들이 200년의 간극을 넘어 아시아의 어느 쬐그만 나라의 이름 모를 처자의 가슴까지 이리 친단 말인가!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질문이다. 인간들끼리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는 갈등, 그들을 에워싼 공기, 심정의 교류, 서로의 에너지... 이런 것들은 영원한 모양이다.
인간은 숨길 수 있는 표정과 깊은 심중이 있어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