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재생농업 - 농산업과 농촌의 혁신 로드 대한민국 리셋 1
박석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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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관행의 벽을 넘어, ESG와 생태 서비스로 재설계하는 농업의 미래


대한민국 농업 정책은 오랫동안 '생산성 증대'와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관행농의 틀에 갇혀 있었다. 비료와 농약의 투입을 통해 단기적 수확량을 올리는 방식은 배고픈 시절의 정답이었을지 모르나, 탄소 중립과 지속 가능성이 생존의 직결된 문제가 된 지금, 이러한 정책 기조는 명백히 시대착오적이다. 박석희 저자의 <지속가능 재생농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농정의 부조화를 지적하며, 농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확장을 요구한다.


1. 생산 중심에서 '농산업 생태계' 전체로의 확장

책의 핵심은 농업의 범주를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행위'에 가두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농산물 생산이라는 중심축을 기준으로, 종자·비료·기계 등 전방 산업과 가공·유통·소비·폐기물 처리 등 후방 산업까지를 아우르는 '농산업 전체'의 변화를 역설한다. 이제 농업 정책은 단순히 농민의 소득 보전을 넘어, 전후방 산업 전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 포괄적인 플랫폼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2. 농업의 본질적 가치, '농업생태서비스'의 회복

정책 입안자들이 가장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은 '농업생태서비스'라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다.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다. 토양의 탄소 흡수력을 회복시키고, 수자원을 보호하며,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재생농업은 그 자체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거대한 사회적 서비스다. 저자는 이를 '공익적 가치'로 규정하며, 농민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정책적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는 보조금 성격의 지원이 아니라, 지구 환경을 지키는 '환경 파수꾼'에 대한 정당한 대가여야 한다.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려면 재생농업의 범주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요구 된다. 단순히 유기농법만 고집할 게 아니라 수직농업, 정밀농업,생태농업, 도시농업등 주체별로 행해지는 세부 농법들을 규정하고 평가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3. ESG 경영과 재생농업의 결합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이미 변했다. 기업들은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재생농업을 통해 생산된 원료를 찾고 있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ESG의 거대한 물결이다. 저자는 대한민국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토양을 살리는 재생농업을 통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이를 데이터화하여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행농에 머물러 있는 정책은 우리 농산물을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소외시키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결론: 정책 입안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와 제언

이 책은 농업이 더 이상 국가 경제의 부차적인 섹터가 아니라, 탄소 경제 시대의 '핵심 전략 산업'임을 증명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낡은 생산성 지표를 넘어 농산업 전체를 관통하는전후방 산업에 대해  '회복 탄력성'과 '생태적 가치'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

<지속가능 재생농업>은 농업인에게는 변화의 길잡이가, 정책 전문가들에게는 뼈아픈 자기반성과 새로운 설계도를 제공한다. 땅이 죽으면 농업도, 국가의 미래도 없다. 토양의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는 길임을 이 책은 절실하게 호소하고 있다.



#지속가능재생농업 #지식과감성 #박석희 #농업ESG #농업생태서비스 #탄소중립농업 #농정패러다임전환 #전후방산업연계 #기후위기대응 #토양회복력 #정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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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위한 시간
    박군자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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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박군자의 산문집 <누군가를 위한 시간>은 한 여성의 결혼 이후 삶을 따라가며, 가족과 일상, 그리고 자기 자신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온 긴 여정을 잔잔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산문집은 특별한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거나, 혹은 지나가고 있는 평범한 시간들을 차분한 시선으로 되돌아본다. 그 평범함 속에 이 책의 진짜 힘이 있다.


    저자는 두 아들의 성장과 함께 쉼 없이 흘러간 세월을 회고한다. 늘 ‘누군가를 위한 시간’ 속에서 살아왔다는 고백은 많은 독자에게 익숙한 울림을 준다. 가정과 일을 병행하며 자신을 뒤로 미뤄두는 삶은 결코 특별하지 않지만, 그것을 성실히 견뎌낸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은 그 시간들이 결국 사랑과 책임,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주었음을 담담히 말한다. 두 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따뜻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지금, 저자는 비로소 ‘나를 위한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이 성장해 분가한 뒤 남은 부부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이 시기에 부부는 더 이상 부모라는 역할에 가려지지 않고, 서로를 온전히 바라보고 보듬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책 속에서 그려지는 노년의 부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신뢰와 책임으로 단단히 묶여 있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기게 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오래된 가구들과의 이별이다. 저자에게 낡은 물건들은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주던 기억과 위로의 상징이다. 그것들과의 결별은 곧 추억과의 이별이자, 다음 삶을 향한 결단이다. 이별이 힘든 이유는 상실 자체보다도, 마음을 덮어주던 온기가 사라질까 두려워서라는 저자의 통찰은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두 아들의 육아와 성장 이야기는 이 책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다. 긴박했던 순간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피어났던 작은 행복들이 세심한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이는 저자가 육아 중 틈틈이 남겨두었던 기록 덕분이며, 그 기록은 시간이 지나 훌륭한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병원과 질병을 마주하는 노년의 일화들 역시 고통보다 수용과 감사의 태도를 보여주며, 삶을 대하는 긍정의 힘을 전한다.


    이 책은 “사는 대로 생각해온 삶”에서 “생각대로 살아가고 싶은 삶”으로 나아가려는 다짐의 기록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 그리고 겸허함이라는 삶의 태도를 통해,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를 건넨다. 빠르지 않게, 그러나 깊게 읽히는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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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넘어뜨린 나에게 - 차마 죽지 못해 써 내려간 인생 반성문
    고현정 지음 / 에픽스토리미디어퍼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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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절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찬란한 부활의 기록


    어떤 책은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한 인간이 벼랑 끝에서 써 내려간 절박한 ‘인생 반성문’이 되기도 한다. 고현정 작가의 <나를 넘어뜨린 나에게>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저자가 읽기와 쓰기라는 도구를 통해 스스로를 구원해낸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우화(羽化)의 기록이다. 이 책은 한때 우울과 자기불만족, 자격지심이라는 수렁에 빠져 자신을 송두리째 부정했던 한 인간이 어떻게 긍정의 에너지를 회복하고 새로운 삶의 파동을 만들어냈는지 그 비결을 담담히 자백한다.


    1. 나를 죽이고 싶어 했던 ‘나’와의 이별

    저자는 자신의 20대를 망가뜨린 술, 그리고 그로 인해 잃어버린 사랑과 돈, 사람들을 돌이켜보며 그것을 ‘삼재수’라 표현한다. 하지만 그 삼재수의 원인은 외부가 아닌 내면에 있었다. INTJ 성향의 저자는 겉치레와 사교에 능숙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고독을 비관적인 사고로 채웠다. “나는 왜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의 끝에서 저자가 발견한 진실은 서늘하다. 나를 죽이고 싶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그때의 나’였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 반성을 끝내고 더 나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라는 환상이 자신을 집어삼키려 할 때, 저자는 ‘오로지 현재만이 과거로부터 자유를 줄 묘약’임을 깨닫는다. 술잔 대신 펜을 든 저자는 이제 술보다 몸과 정신에 이로운 ‘읽기와 쓰기’를 통해 매일 죽지 않고 살아낼 이유를 찾는다.


    2. 가짜 글쓰기에서 진짜 글쓰기로: 번데기의 탈피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까지의 글쓰기가 ‘일로서 하는 글쓰기’였다고 고백한다. 타인의 기준에 맞춘 글이 아닌, 자신의 심의와 사사를 거쳐 스스로 컨펌하는 ‘진짜 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저자는 곤충이 번데기를 벗고 날아오르듯 놀라운 부활을 경험한다.


    위인들의 문장과 공명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수혈받은 저자의 내면 대화는, 읽는 이에게도 강력한 전환의 힘을 전달한다. “나는 비관적일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는 깨달음은 단순한 자기최면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본질적으로 재정의한 철학적 승리다. 이 과정은 장년기에 접어들며 상실감과 쇠약을 느끼는 많은 이들에게, 육체적 노쇠를 거부하기보다 차분히 내려놓고 여유를 찾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성숙인지를 일깨워준다.


    3. 비관의 종말, 그리고 살아내야 할 이유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가 전하는 노년의 미학은 특히 인상적이다. 죽음에 이르러 남겨질 소유물이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정리하고, 젊게 보이려는 아집을 버리며, 감사했던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삶. 이러한 ‘비워냄’의 미학은 역설적으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채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비관과 부정에서 완전히 벗어나 올바른 사고의 궤도에 진입했음을 수확이라 말한다. 이제 저자에게 이 책은 단순한 저작물이 아니라, 자신처럼 절망에 빠진 누군가가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쓰임’의 도구다.


    이 책의 진가는 나 자신의 절망을 닦아줄 투명한 거울이라는 점이다. 사회 초년기 우쭐했던 거만함과 실패라는 경험 없는 자만심에 술이 결탁하면서 수많은 좌절과 자기혐오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단지 술에서 벗어난 하나만으로도 삶의 방향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었던 점은 저자의 논지와 일치한다.

    <나를 넘어뜨린 나에게>는 인생의 겨울을 지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필독서다. 나를 넘어뜨린 주체가 나였다면, 나를 일으켜 세울 주체 또한 나 자신임을 이 책은 증명한다. 읽고 쓰면서 죽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는 이 책을 덮을 때쯤, 당신은 비로소 당신 자신과 화해하며 맑은 공기 속으로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고현정 #나를넘어뜨린나에게 #인생반성문 #INTJ #긍정에너지 #글쓰기의힘 #자기구원 #번데기의탈피 #장년의철학 #마음치유 #삶의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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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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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추리 소설을 읽으며 새벽 4시에 완독하고도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는 경험은 흔치 않다. 황세연 작가의 대표작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2025년 개정판)는 바로 그런 마력을 지닌 작품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충청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한국적 정서와 미스터리 장르가 결합했을 때 얼마나 폭발적인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1. 인물의 숲을 지나 몰입의 정점으로

      소설의 초반부는 독자에게 약간의 인내를 요구한다. 칠갑산 아래 여섯 가구뿐인 작은 마을 '장자울'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각자의 특징이 촘촘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각 인물의 특징을 메모하고 대조해가며 익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반부에 접어들어 인물 지도가 머릿속에 정립되는 순간 소설은 무서운 속도로 읽히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저자의 의도가 서서히 드러나며 집중력은 최고조에 달한다. 새벽 조깅 후의 피로감조차 잊게 할 만큼 이야기는 흡인력이 강하다. 논리적인 추리가 들어맞았을 때의 쾌감과 더불어,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느껴지는 개운한 여운은 독자를 쉬이 잠들지 못하게 한다.


      2. '범죄 없는 마을'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소동극

      이야기는 주인공 팔희가 이웃집 남자를 도둑으로 착각해 실수로 죽이면서 시작된다. '범죄 없는 마을' 타이틀을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은 엉뚱하게도 시체 은폐라는 집단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내가 죽였고,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 불태운 시체가 다음 날 장례식장 안치소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이 기막힌 설정은 시종일관 유머러스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전개된다. CCTV도 없고 비만 오면 고립되는 아날로그 시대의 시골 마을은 그 자체로 거대한 밀실이 된다. 작가는 실패자, 살인, 위선 같은 무거운 소재들을 한국 특유의 해학으로 버무려내며, "귀신 곡할 반전"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전개를 보여준다.


      3. 직감과 육감으로 만나는 정화의 시간

      이 소설을 완독한 후 느끼는 '맑은 정신'은 일종의 명상적 경험과 닮아 있다. 마치 점심 식사 후 모든 연결을 차단하고 오감을 넘어 육감까지 동원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산책 시간처럼, 이 책은 독자의 정신을 정화시킨다. 복잡하게 꼬여 있던 복선들이 후반부에 이르러 단계별로 수습될 때, 독자는 피부를 스치는 바람결까지 구분해내는 섬세한 집중의 상태, 즉 '무념무상'의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초반에 심어둔 소소한 단서들이 마지막에 이르러 거대한 울림과 해원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한국 추리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을 보여준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재미를 넘어, 그 시대와 인물들이 가진 아픔을 어루만지는 훈훈한 감동까지 담아냈다.


      결론: 가장 한국적인, 그래서 가장 완벽한 미스터리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는 왜 이 작품이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과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휩쓸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촘촘한 복선, 유머러스한 대사, 그리고 예측 불허의 반전은 추리 소설이 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갖추고 있다.

      피곤한 일상 속에서도 정신을 또렷하게 깨워줄 강렬한 서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을 덮고 난 뒤 맞이하는 점심 산책길의 공기가 이전보다 훨씬 투명하고 깔끔하게 느껴질 것이다.


      #북다 #황세연 #내가죽인남자가돌아왔다 #한국추리소설 #시골미스터리 #교보문고대상 #한국추리문학상대상 #북유럽카페 #여름소설추천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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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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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노스탤지어의 마술사’ 온다 리쿠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선보인 소설 <커피 괴담>은 단순한 공포 소설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책은 교토와 고베 등 일본 곳곳의 오래된 카페를 배경으로, 레코드 프로듀서 쓰카자키 다몬과 그의 친구들이 나누는 괴담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연을 탐구한다. 특히 작가는 다몬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의 난제를 비현실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놀라운 서사적 역량을 발휘한다.


      1. 파편화된 괴담을 관통하는 하나의 시선

      이 소설은 네 명의 중년 남성이 카페를 옮겨 다닐 때마다 돌아가며 괴담을 들려주는 구조를 취한다. 각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신분과 환경에서 발생한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며, 때로는 그 연결고리가 느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파편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로 만드는 것은 주인공 쓰카자키 다몬의 존재감이다.

      독자는 다몬의 예민한 감각에 이입하며 긴장감을 키워간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구설하는 괴담들이 다몬이라는 필터를 거치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대단원의 줄거리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이는 소설이 쓰이는 과정을 독자가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2. 논리를 압도하는 직관: 구로다의 고민과 다몬의 해석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현직 검사인 구로다가 마주한 현실적인 사건의 벽을 다몬이 허무는 방식이다. 구로다는 법과 증거라는 엄격한 논리의 세계에서 해결되지 않는 사건을 들고 카페에 나타난다. 이때 다몬은 탐정처럼 증거를 수집하는 대신, 자신의 ‘기이한 꿈’이나 ‘직관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작가는 이 과정을 매우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딱딱한 법적 고뇌가 다몬의 몽환적인 이야기와 맞물리는 순간,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마법처럼 풀려나온다. 이는 온다 리쿠가 인간의 무의식이 현실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원죄와 원한을 ‘괴담’이라는 형식을 빌려 치유하고 해소하는 다몬의 모습은 가히 ‘무의식의 탐정’이라 불릴 만하다.


      3. 본문 속의 서늘한 통찰

      소설 속 인물들의 대사는 우리가 왜 이토록 기묘한 이야기에 매료되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괴담을 하고 있을 때의 독특한 친밀감이 좋아.

      ‘무섭다’는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일체감이 있잖아.

      비즈니스를 뺀 일체감. 괴담만큼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화제는 없어.”

      괴담을 통해 삶의 박동을 느낀다는 역설적인 고백은, 이 소설이 지향하는 ‘서정적 공포’의 본질을 꿰뚫는다. 또한,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묘한 위질감은 다몬의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무엇인가가 일어나려 할 때의 느낌,

      공기 속에 섞여 있는 그 낯선 기운이 카페의 정적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4. 일상의 공포를 예술로 승화시킨 30년의 내공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은 이 소설의 공포를 더욱 묵직하게 만든다. 작가 자신이 겪었거나 전해 들은 일상의 틈새를 다몬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면서, 독자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서늘한 잔상을 안게 된다. 온다 리쿠는 스스로를 ‘호러 체질’이라 명명하며, 한낮의 평온한 카페를 순식간에 기이한 긴장감이 감도는 무대로 뒤바꿔 놓는다.


      <커피 괴담>은 단순한 스릴을 넘어, 이야기가 어떻게 현실을 구원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다몬의 기이한 생각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독자 또한 현실의 매듭이 풀리는 쾌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서늘한 긴장감과 지적인 추리를 동시에 즐기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한다.


      #커피괴담 #열림원 #온다리쿠 #다몬 #서정적공포 #일본소설추천 #나오키상작가 #추리소설 #심리적긴장감 #북유럽카페 #무의식의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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