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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의 소년
카를 올스베르크 지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모스그린의 소설 〈무한대의 소년〉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랑의 윤리를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다. 겉으로는 과학기술과 인간 의식의 결합을 다룬 SF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은 죽음과 영생, 사랑과 집착, 믿음과 오해가 교차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주인공 마누엘과 그의 친누이 율리아의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사건을 이어가는 형태의 소설이다.
주인공 마누엘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몸이 서서히 움직이지 않게 되면서도 그는 자신이 사라진 후에도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 순수한 열망은 곧 ‘영혼의 정보화’, 즉 인간의 정신을 디지털로 전환해 영생을 가능케 한다는 실험과 맞닿게 돤다.
율리아는 동생의 병에 대해 어떻게 하면 동생의 고통을 줄여줄수 있을지를늘 고민하면서 그 방법에 대해 서로다른 견해를 가진 부모간의 의견차를 줄이고 서로의 이해의 폭을 좁혀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한 때 이교도들에세 납치된 동생을 구출해 내는 트리거를 찾아 사건의ㅡ 대전환의 계기를 만든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영혼이 데이터로 옮겨져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사랑의 연장이자 아들의 구원이라 생각한다. 반면 어머니는 영혼은 결코 복제되거나 저장될 수 없는 인간만의 신성한 영역이라고 믿으며 간절히 기도한다. 두 사람은 모두 마누엘의 행복을 바랐지만, 그를 바라보는 믿음의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배닝야스퍼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간욕망을 가상공간에서의 구현을 통해 막대한 부를 만들어낸 사업가이다. 마누엘을 이용해 사기성 '영혼의 영생'이라는 사업을 추진하지만 결국은 이루지 못하고 다른 사업으로 여전히 자본증식에 성공해 가는 이 시대의 거부이다.
과학이 생명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존재 이유를 보존할 수는 없다는 것. 마누엘을 실험 대상으로 삼으려는 사기꾼 집단의 논리를 알게 된 뇌신경학자 베렘붐은 자신의 의학기술로 한 인간의 귀중한 생명이 헛되이 희생될 것임을 알리고 마지막으로 정의의 편에 서서 야스퍼스의 사기극 전말을 폭로하는 단초가 된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 결코 단순한 정보의 총합이 아님을 밝히며, 그들의 음모를 미수에 그치게 한다.
〈무한대의 소년〉은 기술이 인간의 생명과 영혼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가를 묻는 동시에, 진정한 인간성은 어디에 있는가를 성찰하게 한다. 죽음과 소멸의 공포 앞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마음은 얼마나 위대한가. 그리고 그 마음이 때로는 얼마나 위험할 수도 있는가.
이 소설은 독자에게 ‘무한대’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결코 기술로 도달할 수 있는 영생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기억의 지속성이다. 작가는 과학과 윤리의 경계에서, 결국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연민과 책임감이라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한다.
〈무한대의 소년〉은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실은 지금의 우리를 비춘다.
죽음을 두려워하며 영생을 꿈꾸는 시대에, 작가는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영원히 남기고 싶은가 — 데이터인가, 사랑인가.”
이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을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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