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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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추리 소설을 읽으며 새벽 4시에 완독하고도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는 경험은 흔치 않다. 황세연 작가의 대표작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2025년 개정판)는 바로 그런 마력을 지닌 작품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충청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한국적 정서와 미스터리 장르가 결합했을 때 얼마나 폭발적인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1. 인물의 숲을 지나 몰입의 정점으로

소설의 초반부는 독자에게 약간의 인내를 요구한다. 칠갑산 아래 여섯 가구뿐인 작은 마을 '장자울'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각자의 특징이 촘촘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각 인물의 특징을 메모하고 대조해가며 익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반부에 접어들어 인물 지도가 머릿속에 정립되는 순간 소설은 무서운 속도로 읽히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저자의 의도가 서서히 드러나며 집중력은 최고조에 달한다. 새벽 조깅 후의 피로감조차 잊게 할 만큼 이야기는 흡인력이 강하다. 논리적인 추리가 들어맞았을 때의 쾌감과 더불어,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느껴지는 개운한 여운은 독자를 쉬이 잠들지 못하게 한다.


2. '범죄 없는 마을'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소동극

이야기는 주인공 팔희가 이웃집 남자를 도둑으로 착각해 실수로 죽이면서 시작된다. '범죄 없는 마을' 타이틀을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은 엉뚱하게도 시체 은폐라는 집단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내가 죽였고,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 불태운 시체가 다음 날 장례식장 안치소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이 기막힌 설정은 시종일관 유머러스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전개된다. CCTV도 없고 비만 오면 고립되는 아날로그 시대의 시골 마을은 그 자체로 거대한 밀실이 된다. 작가는 실패자, 살인, 위선 같은 무거운 소재들을 한국 특유의 해학으로 버무려내며, "귀신 곡할 반전"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전개를 보여준다.


3. 직감과 육감으로 만나는 정화의 시간

이 소설을 완독한 후 느끼는 '맑은 정신'은 일종의 명상적 경험과 닮아 있다. 마치 점심 식사 후 모든 연결을 차단하고 오감을 넘어 육감까지 동원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산책 시간처럼, 이 책은 독자의 정신을 정화시킨다. 복잡하게 꼬여 있던 복선들이 후반부에 이르러 단계별로 수습될 때, 독자는 피부를 스치는 바람결까지 구분해내는 섬세한 집중의 상태, 즉 '무념무상'의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초반에 심어둔 소소한 단서들이 마지막에 이르러 거대한 울림과 해원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한국 추리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을 보여준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재미를 넘어, 그 시대와 인물들이 가진 아픔을 어루만지는 훈훈한 감동까지 담아냈다.


결론: 가장 한국적인, 그래서 가장 완벽한 미스터리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는 왜 이 작품이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과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휩쓸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촘촘한 복선, 유머러스한 대사, 그리고 예측 불허의 반전은 추리 소설이 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갖추고 있다.

피곤한 일상 속에서도 정신을 또렷하게 깨워줄 강렬한 서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을 덮고 난 뒤 맞이하는 점심 산책길의 공기가 이전보다 훨씬 투명하고 깔끔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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