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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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노스탤지어의 마술사’ 온다 리쿠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선보인 소설 <커피 괴담>은 단순한 공포 소설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책은 교토와 고베 등 일본 곳곳의 오래된 카페를 배경으로, 레코드 프로듀서 쓰카자키 다몬과 그의 친구들이 나누는 괴담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연을 탐구한다. 특히 작가는 다몬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의 난제를 비현실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놀라운 서사적 역량을 발휘한다.


1. 파편화된 괴담을 관통하는 하나의 시선

이 소설은 네 명의 중년 남성이 카페를 옮겨 다닐 때마다 돌아가며 괴담을 들려주는 구조를 취한다. 각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신분과 환경에서 발생한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며, 때로는 그 연결고리가 느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파편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로 만드는 것은 주인공 쓰카자키 다몬의 존재감이다.

독자는 다몬의 예민한 감각에 이입하며 긴장감을 키워간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구설하는 괴담들이 다몬이라는 필터를 거치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대단원의 줄거리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이는 소설이 쓰이는 과정을 독자가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2. 논리를 압도하는 직관: 구로다의 고민과 다몬의 해석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현직 검사인 구로다가 마주한 현실적인 사건의 벽을 다몬이 허무는 방식이다. 구로다는 법과 증거라는 엄격한 논리의 세계에서 해결되지 않는 사건을 들고 카페에 나타난다. 이때 다몬은 탐정처럼 증거를 수집하는 대신, 자신의 ‘기이한 꿈’이나 ‘직관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작가는 이 과정을 매우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딱딱한 법적 고뇌가 다몬의 몽환적인 이야기와 맞물리는 순간,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마법처럼 풀려나온다. 이는 온다 리쿠가 인간의 무의식이 현실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원죄와 원한을 ‘괴담’이라는 형식을 빌려 치유하고 해소하는 다몬의 모습은 가히 ‘무의식의 탐정’이라 불릴 만하다.


3. 본문 속의 서늘한 통찰

소설 속 인물들의 대사는 우리가 왜 이토록 기묘한 이야기에 매료되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괴담을 하고 있을 때의 독특한 친밀감이 좋아.

‘무섭다’는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일체감이 있잖아.

비즈니스를 뺀 일체감. 괴담만큼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화제는 없어.”

괴담을 통해 삶의 박동을 느낀다는 역설적인 고백은, 이 소설이 지향하는 ‘서정적 공포’의 본질을 꿰뚫는다. 또한,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묘한 위질감은 다몬의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무엇인가가 일어나려 할 때의 느낌,

공기 속에 섞여 있는 그 낯선 기운이 카페의 정적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4. 일상의 공포를 예술로 승화시킨 30년의 내공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은 이 소설의 공포를 더욱 묵직하게 만든다. 작가 자신이 겪었거나 전해 들은 일상의 틈새를 다몬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면서, 독자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서늘한 잔상을 안게 된다. 온다 리쿠는 스스로를 ‘호러 체질’이라 명명하며, 한낮의 평온한 카페를 순식간에 기이한 긴장감이 감도는 무대로 뒤바꿔 놓는다.


<커피 괴담>은 단순한 스릴을 넘어, 이야기가 어떻게 현실을 구원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다몬의 기이한 생각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독자 또한 현실의 매듭이 풀리는 쾌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서늘한 긴장감과 지적인 추리를 동시에 즐기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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