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한 시간
박군자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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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박군자의 산문집 <누군가를 위한 시간>은 한 여성의 결혼 이후 삶을 따라가며, 가족과 일상, 그리고 자기 자신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온 긴 여정을 잔잔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산문집은 특별한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거나, 혹은 지나가고 있는 평범한 시간들을 차분한 시선으로 되돌아본다. 그 평범함 속에 이 책의 진짜 힘이 있다.


저자는 두 아들의 성장과 함께 쉼 없이 흘러간 세월을 회고한다. 늘 ‘누군가를 위한 시간’ 속에서 살아왔다는 고백은 많은 독자에게 익숙한 울림을 준다. 가정과 일을 병행하며 자신을 뒤로 미뤄두는 삶은 결코 특별하지 않지만, 그것을 성실히 견뎌낸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은 그 시간들이 결국 사랑과 책임,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주었음을 담담히 말한다. 두 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따뜻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지금, 저자는 비로소 ‘나를 위한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이 성장해 분가한 뒤 남은 부부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이 시기에 부부는 더 이상 부모라는 역할에 가려지지 않고, 서로를 온전히 바라보고 보듬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책 속에서 그려지는 노년의 부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신뢰와 책임으로 단단히 묶여 있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기게 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오래된 가구들과의 이별이다. 저자에게 낡은 물건들은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주던 기억과 위로의 상징이다. 그것들과의 결별은 곧 추억과의 이별이자, 다음 삶을 향한 결단이다. 이별이 힘든 이유는 상실 자체보다도, 마음을 덮어주던 온기가 사라질까 두려워서라는 저자의 통찰은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두 아들의 육아와 성장 이야기는 이 책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다. 긴박했던 순간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피어났던 작은 행복들이 세심한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이는 저자가 육아 중 틈틈이 남겨두었던 기록 덕분이며, 그 기록은 시간이 지나 훌륭한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병원과 질병을 마주하는 노년의 일화들 역시 고통보다 수용과 감사의 태도를 보여주며, 삶을 대하는 긍정의 힘을 전한다.


이 책은 “사는 대로 생각해온 삶”에서 “생각대로 살아가고 싶은 삶”으로 나아가려는 다짐의 기록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 그리고 겸허함이라는 삶의 태도를 통해,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를 건넨다. 빠르지 않게, 그러나 깊게 읽히는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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