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행복입니다
전남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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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전남주 시집<내 이름은 행복입니다>는 화려한 ‘행운’보다 잔잔하게 스며드는 ‘행복’에 주목한 작품집이다. 시집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번쩍이거나 과장되지 않는다. 대신 조용한 일상과 자연,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한 미세한 온기를 포착해 언어로 수채화처럼 번져 놓는다.


1부 내 이름은 행복입니다에서 시인은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이렇게 밝힌다.

“향기나는 것들은 우리를 머무르게 한다”로 시작하는 시 「향기나는 사람」에서, 커피향이나 편백숲의 피톤치드처럼 곁에 있을수록 더 맑아지는 사람, 타인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조용히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존재를 꿈꾼다. 욕망과 허영이라는 악취는 누구든 멀어지게 만들지만, 향기로운 사람은 오래도록 곁에 머무르게 한다는 메시지가 시인의 삶의 자세와도 닮아 있다.


3부 바람과 비에서는 시적 감성이 더욱 섬세하게 드러난다. 들판, 새싹, 바람, 빛 같은 자연의 작은 움직임을 찻물을 우려내듯 천천히 드러내며, 각 존재가 가진 생명의 떨림을 언어로 담아낸다. “새하얀 들판에 고개를 내미는 새싹”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풍경이며, 자연과 인간이 서로의 호흡을 나누는 순간을 따뜻하게 전한다. 이 부는 상처와 회복, 고요한 생명의 소리를 담아낸 자리이기도 하다.


4부 물비늘 같은 사람은 주변을 이루는 사람들—가족과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느끼는 평온함을 이야기한다. 그 소소한 관계들이 물 위의 비늘처럼 반짝이며 시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앞 부분인 2부 망설이다가에서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의 흐름이 더 솔직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부사를 통해, 감정이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흘러가는 상태임을 강조하며 시집을 쓰게 된 계기를 이야기 했다. 부사를 시의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바로 시의 일부분으로 흐르도록 표현 하였고 이를 통해 내면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행복이라는 감정도 결국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고 흘러가는 과정임을 시인은 시적 언어로 표현한다.


5부 거울 속 풍경은 보다 깊은 자아 성찰의 장이다. 시인은 언제나 자유인이었지만, 실제로는 일터와 가족, 세상의 역할 속에서 늘 얽매여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그러다 비로소 혼자가 되는 순간, 잊고 지냈던 ‘온전한 자유’가 살아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고백은 후회나 미련의 정서라기보다,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차분한 성찰에 가깝다.


시집 전체를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말하는 행복이 특별한 사건이나 성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자연과 사람들, 일상의 조각들 속에서 조금씩 밑으로 스며드는 감정이며, 때로는 스스로에게 시간을 내어주지 못했던 삶도 결국은 행복의 일부였음을 깨닫는 여정이다. 이 시집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하루를 조용히 되돌아보게 하고, 익숙한 풍경 속에서 다시 한 번 따뜻함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부드럽고 잔잔한 온기가 오래 남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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