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물레 환상문학전집 33
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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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사님 책 중에서도 무척 좋아하는 The Lathe of Heaven 이 번역되었네요. 어떤 제목으로 번역하면 좋을지 잠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저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요 :) 원서를 읽을 때 마다 고유명사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궁금한데 책을 받을 날이 기대됩니다. 

감상은 예전에 원서를 읽고 적은 감상에서 CCCV!  

   
  George Orr는 가끔 어떤 꿈을 꾼다. 다른 꿈보다 훨씬 생생한 그 꿈을 꾼 날이면, 자신의 꿈이 현실로 바뀐 것을 알게된 George는 꿈을 꾸는 것을 두려워한다. 꿈을 꾸지 않기 위해 약에도 손을 댔다 구급차에 실려가게 된 George는 강제적으로 상담을 받게 된다. 그의 상담의사인 William Haber는Geroge가 꾼 꿈을 사용해 세상을 좀 더 나은 쪽으로 바꾸려고 시도하지만, 원하는대로만 꿀 수 있다면 그게 꿈이겠어.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지배를 강하게 받는 George의 꿈은 Haber가  원하는 것과는 자꾸 다르게 현실을 바꿔버린다.  
   

줄거리만 보면 마치 Haber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글 안에서 Haber는 주인공인 George보다 훨씬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읽은 뒤에 르귄여사의 인터뷰를 잠깐 봤는데, 그녀역시 꿈에 관한 것만 제외하면 George는 무척 평범한 사람이라고 얘기하더군요. 평범한 George에 반해 Haber는 자신감 넘치고(덕분에 좀 시끄럽긴 하더군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또 밀고 나갈 추진력도 있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게다가 그는 악인이라기보다는 선인에 가까워요. George의 꿈을 사용할 줄 알면서도 그는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서가 아닌, 인구문제, 환경문제, 전쟁문제등이 해결되기를 바라며 George가 꿈을 꾸도록 유도합니다. 그렇게 Haber가 바꾸어가는 세상도, Geroge의 무의식이 조금씩 뒤틀리게 바꾸어놓긴 했으나 어떤 의미에선 유토피아라고 해도 될 세상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은 쬐끔 삐꾸지만 행복한 유토피아를 꿈꾼 것으로 끝나면 르귄 여사님이 아니죠. 언젠가 그랬잖아요.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은 사람의 수많큼 다양해서, 모든 이가 만족하며 사는 이상향이란 절대 존재할 수 없다고. 어떤 이에겐 환경 문제, 인구 문제, 전쟁 문제도 사라진 천국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을 보여주며 George는 말합니다. 모든 것이 멈춘 이곳이 정말 천국이냐고.

어쩌다보니 음침한 소설처럼 적어놨는데, 르귄 여사님 글답게 조용하고 나지막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요. Haber가 말하는 것을 George의 무의식이 멋대로 바꾸어 내는 과정을 읽는 것도, 꿈때문에 괴로워하는 George와 지나치게 낙관적인 Haber의 대화를 옅듣는 것도 즐거웠으니, 르귄 여사님 오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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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창 노블우드 클럽 6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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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임스 캐플런 앤스웰은 결혼 승낙을 위하여 예비장인의 집을 방문한다. 긴장때문인지 집의 묘한 분위기를 느끼며 장인이 권한 위스키를 마신 그는 정신을 잃고, 깨어나니 밀실 안에 장인의 시체와 남겨져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떻게 봐도 자신이 범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는 법정에 서게 되고, 과연 그가 누명을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인지 하나씩 사건을 짚어가는 법정 스릴러.
분위기가 조금 다르긴 했지만, 읽는 내도록 드라마 Boston Regal이 생각났다. 딕슨 카의 소설은 세 번째인데, 읽으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소설가가 한 명의 탐정을 찍어놓고 주인공으로 쓰는 것에 반해, 내가 읽은 세 권의 소설은 모두 다른 사람이 썼다고해도 믿을 만큼 너무 다른 분야를 다루고 있었다. 모두 재미있었다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

굳이 따지자면 피고의 변호사인 메리베일이 탐정역이고 그의 추리도 재미있었지만 다양한 증거물과 증인을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더 흥미진진했다. 읽는 독자는 앤스웰이 누명을 썼다고 알고 읽고 있었지만, 실제 책 안의 등장 인물은 어떻게 봐도 앤스웰이 범인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법정안에 있던 사람은 얼마나 놀랐을까! 등을 상상해보기도 했고. 시간이 좀 나면 무려 타임 슬립(!)을 하며 추리를 한다는 벨벳의 악마도 읽어봐야지.

+ 사실은 앤스웰이 누명을 쓴 척 글을 써놓고, 사실은 진짜 그가 범인이었다 - 라고 쓴게 아닌지 거의 마지막까지 의심했었다.
+ 유다의 spear 가 아니라 유다의 window 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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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인의 귀향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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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목성 탐사를 위한 우주선에 행맨(Hangman)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이 탑승한다. 그런에 이 행맨은 하라는 목성 탐사는 하지 않고, 천왕성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미친건지, 고장난건지 도통 파악할 수 없었던 행맨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질 무렵 사라진 행맨의 우주선이 지구에 도착했고, 그 안에 행맨은 없었다. 때맞춰 행맨을 가르친 네 명의 조작자중 한 명이 살해당하고, '나'는 행맨에게 살해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조작자에게서부터 행맨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받아 행맨을 찾기 시작한다.
는 내용.

젤라즈니 아저씨의 글은 읽고있으면 미묘하게 불편해서 <신들의 사회>를 끝으로 더이상 읽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는데, 갑자기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있던 글 한 편을 읽고 받았던 좋은 느낌이 떠올라서 읽기 시작했다. 다행이 전에 읽었던 장편과는 달리 불편한 부분은 거의 없었고, 무척 가뿐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과학적 상식이 부족해서인지 글에서 묘사하는 세세한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도 꽤 많지만, 그런 부분은 조금씩만 뛰어넘고 읽어도 글이 전달하려는 큰 줄기는 놓치지 않은 것 같다. 뭐, 놓쳤으면 어쩔 수 없고. 중간쯤부터 대충 끝을 예상할 수 있었고, 예상한 그대로 글은 끝맺었지만 행맨이 돌아온 이유는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잘 쓴 스릴러로 끝날 뻔 했던 글이, 행맨이 그들의 부모에게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 때문에 오랜시간 기억에 남을터이니, 더이상 손대지 않기로 했던 마음을 접고 읽기 시작하길 잘 한 것 같다 :)


(이번에 특히 긴 꼬리말)

+ 원제는 Home is the Hangman 표지에 원제가 있긴한데, 미묘하게 잘려있어서 호기심을 심하게 자극하더라. 그런데 진짜 저게 원젠가? 나보고 해석하라면 못 했을 제목인걸.
+ 젤라즈니 아저씨 글 구성을 정말 멋있게 하시는 듯. <신들의 사회>도 읽으면서 적어도 구성은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중, 단편에서 그 위력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덕분에 내 사전에서 최초로 장편보다 중편이 더 좋은 작가로 이름을 올리셨다.
+ 가끔 읽다가 탁탁 걸리는 문장이 몇 개 있었다. 원전이 그런건지, 요즘 번역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설마 번역하면서 퇴고를 평소보다 덜 하셨는지. 
+ 책 값이 그다지 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읽은 뒤에는 이 가격으로도 좋으니 참 시장 좁기로 유명한 ㅠㅠ SF 중, 단편을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르귄 아줌마 중편이라던가, 르귄 아줌마 중편이라던가, 이수현님이 번역한 르귄 여사님 중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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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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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포함해서 네 권,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읽었다. 네 권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중력 삐에로>를 가장 좋아하지만 <골든 슬럼버>쪽이 훨씬 인기가 좋았을 것 같다. 어처구니없이 살인범으로 몰려 정신없이 도망다녀야하는 아오야마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이 글은, 정신없는 속도로 지나가는 그의 묘사에 발맞춰 빠르게 진행된다. <중력 삐에로>에서도 쏟아져나오던 그의 소소한 감상과 지식들은 아오야마의 발자취와 더불어 <골든 슬럼버>에서는 좀 더 정리되어 순서대로 흩어져나오는데, 그 하나하나의 작은 이야기들에 담겨있는 인물의 생각과 대화를 나는 참 좋아한다.

우울한 사라마구 아저씨는 이야기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책에 따옴표를 하나도 적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사카 코타로의 글은 친한 누군가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는 기분으로 문장이 읽을 수 있다. A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B가 떠올라서 '예전엔 이런 일도 있었지' 라고 말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 진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하는 등 서로를 잘 알고 있기에 이리저리 튀어도 끊임없이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앞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실제 글도 좀 그렇고.

나처럼 정신없는 이사카 코타로를 좋아하는 분이나, 음모론을 좋아하는 분, 혹은 속도감 있는 스릴러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덤으로 s모님처럼 루돌프 코에 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도 :)

+ 사건이 일어나기 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건 당시와 직전에 일어났던 일을 보여주는데 각 차례를 표시한 목차부분을 무척 재미있게 만들어놓았으니 읽지 않으실 분이라도 서점에서 한 번 들춰보시길.
+ 목차는 재미있게 만들어놓고 표지는 왜저래;;; 라고 생각했는데, 표지 모델 혹시 글 쓴 본인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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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 2009 세계 천문의 해 기념 작품집
배명훈 외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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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웹에 올라온 소백산 천문대 모임의 후기를 재미있게 읽어서 단편집이 나온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글마다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모든 글에 별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막연하나마 큰 하나의 줄기를 갖고 있으니 읽기 편했다. 지금까지 한국 SF를 읽으면서 느낀건데, 개인적으로 그런 글을 좋아해서 찾아 읽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이번 단편집도 그렇고 같은 재앙을 말하면서도 번역소설보다 한국소설이 좀 더 따뜻한 것 같다.

일곱편의 단편중 김보영, 배명훈, 정소연님의 글은 참 좋았고, 박성환님의 글은 그럭저럭.. 김창규님과 유광수님의 글은 애매했다. 고드 셀라님의 보살들은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냥 넘겼다. 자세한 감상은 아래에..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 김보영

진 짜 오랜만에 읽는 김보님의 새로운 단편. 평범하지 않은 병을 앓는 어떤 이가 동생에게 쓴 편지이다. 아주 약간 시점이 바꾸는 것만으로 멋진 글을 만들어내는 것이 김보영님 글의 매력인 것 같다. 좀 다르지만 읽은 후에 아시모프의 <전설의 밤>이 떠올랐는데, 이 글을 먼저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웹에 올라왔던 후기도 좋아하기에 책에 함께 넣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유랑악단 - 김창규
여러가지 개념은 참 많이 집어넣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과학, 사회, 문화등 여러면에서 다양한 개념과 문제는 끌어왔는데 그 중 하나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어영부영 헤메다 멈춘 것 같다. 짧지 않은 글의 반 이상이 배경과 개념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다가 그냥 끝나버렸으니 마음을 움직일 틈도 없을 수 밖에.

백만 광년의 고독 - 박성환
챕 터 12까지는 참 좋았는데, 그 뒤로는 그저 그랬다. 우주에 홀로 남겨진 한 사람의 마음은 상상의 범위 안에 있었지만, 백만 광년을 참아낸 인공지능의 마음은 그 밖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챕터명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실 어떤 기준으로 매긴건지 모르겠네... 비인간적인 생존보다는 인간적인 죽음을 택한 그들의 선택도 나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기지엔 인도적인 비관론자만 남아있었나 봐.

방해하지 마세요 - 배명훈
연작 소설 타워에 넣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아무런 전파도 없는 무인도에 홀로 남아 하염없이 바다와 하늘만 바라보다 사그라드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었어도 한 번쯤이라도 핸드폰 없이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었을 것 같다. <타워>에서도 느꼈는데 이 분은 손에 잡히는 거리에 있는 소재로 유쾌한 글을 쓰는데는 남다른 능력을 갖고 계신 듯!

마지막 천사의 메시지 - 유광수
이런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9장까지는 흙 파먹으며 사는 이들의 애환을 그린 SF였다가 0장으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어버렸다. 모든 소설이 진지할 필요도 없고, 반전이 있는 소설도 참 좋아하지만 좀 너무 많이 나가신 듯. 처음부터 계획하고 쓰셨겠지만, 읽는 입장에선 수습이 안 되어 얼버무린 느낌도 든다.

입적 - 정소연
정소연님이 옮긴 글중에 좋아하는 글이 많아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옮기셨던 따뜻한 글만큼이나 단편도 참 따뜻하다. 주말내도록 입양아가 나오는 드라마를 봐서 그런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보살들 - 고드 셀라
너무 긴장을 풀고 읽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번역소설이기 때문인지, 어쩌면 알 듯 말 듯한 단어가 많이 나와서인지 이 글이 일곱 편의 단편중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실 이해하고 있다고 하기도 좀 그런 듯). 더이상 할 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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