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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 2009 세계 천문의 해 기념 작품집
배명훈 외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웹에 올라온 소백산 천문대 모임의 후기를 재미있게 읽어서 단편집이 나온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글마다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모든 글에 별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막연하나마 큰 하나의 줄기를 갖고 있으니 읽기 편했다. 지금까지 한국 SF를 읽으면서 느낀건데, 개인적으로 그런 글을 좋아해서 찾아 읽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이번 단편집도 그렇고 같은 재앙을 말하면서도 번역소설보다 한국소설이 좀 더 따뜻한 것 같다.
일곱편의 단편중 김보영, 배명훈, 정소연님의 글은 참 좋았고, 박성환님의 글은 그럭저럭.. 김창규님과 유광수님의 글은 애매했다. 고드 셀라님의 보살들은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냥 넘겼다. 자세한 감상은 아래에..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 김보영
진 짜 오랜만에 읽는 김보님의 새로운 단편. 평범하지 않은 병을 앓는 어떤 이가 동생에게 쓴 편지이다. 아주 약간 시점이 바꾸는 것만으로 멋진 글을 만들어내는 것이 김보영님 글의 매력인 것 같다. 좀 다르지만 읽은 후에 아시모프의 <전설의 밤>이 떠올랐는데, 이 글을 먼저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웹에 올라왔던 후기도 좋아하기에 책에 함께 넣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유랑악단 - 김창규
여러가지 개념은 참 많이 집어넣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과학, 사회, 문화등 여러면에서 다양한 개념과 문제는 끌어왔는데 그 중 하나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어영부영 헤메다 멈춘 것 같다. 짧지 않은 글의 반 이상이 배경과 개념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다가 그냥 끝나버렸으니 마음을 움직일 틈도 없을 수 밖에.
백만 광년의 고독 - 박성환
챕 터 12까지는 참 좋았는데, 그 뒤로는 그저 그랬다. 우주에 홀로 남겨진 한 사람의 마음은 상상의 범위 안에 있었지만, 백만 광년을 참아낸 인공지능의 마음은 그 밖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챕터명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실 어떤 기준으로 매긴건지 모르겠네... 비인간적인 생존보다는 인간적인 죽음을 택한 그들의 선택도 나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기지엔 인도적인 비관론자만 남아있었나 봐.
방해하지 마세요 - 배명훈
연작 소설 타워에 넣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아무런 전파도 없는 무인도에 홀로 남아 하염없이 바다와 하늘만 바라보다 사그라드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었어도 한 번쯤이라도 핸드폰 없이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었을 것 같다. <타워>에서도 느꼈는데 이 분은 손에 잡히는 거리에 있는 소재로 유쾌한 글을 쓰는데는 남다른 능력을 갖고 계신 듯!
마지막 천사의 메시지 - 유광수
이런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9장까지는 흙 파먹으며 사는 이들의 애환을 그린 SF였다가 0장으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어버렸다. 모든 소설이 진지할 필요도 없고, 반전이 있는 소설도 참 좋아하지만 좀 너무 많이 나가신 듯. 처음부터 계획하고 쓰셨겠지만, 읽는 입장에선 수습이 안 되어 얼버무린 느낌도 든다.
입적 - 정소연
정소연님이 옮긴 글중에 좋아하는 글이 많아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옮기셨던 따뜻한 글만큼이나 단편도 참 따뜻하다. 주말내도록 입양아가 나오는 드라마를 봐서 그런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보살들 - 고드 셀라
너무 긴장을 풀고 읽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번역소설이기 때문인지, 어쩌면 알 듯 말 듯한 단어가 많이 나와서인지 이 글이 일곱 편의 단편중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실 이해하고 있다고 하기도 좀 그런 듯). 더이상 할 말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