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걷다 - 2009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 Nobless Club 11
김정률 외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런저런 이유로 저는 단편집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 분위기에 적응될 것 같으면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어딘가 설명이 부족한 듯한 그 느낌이 그닥 반갑지 않아요. '경계소설'이라는 큰 틀 하나만으로 모은 글이어서 뭐라 특징짓기 참 애매한 단편집이 되었지만, 뭐,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소라면 절대 읽어보지 않을 글을 읽을 기회도 되었구요.

개인적으로는 윤현승님의 <인카운터>, 이재일님의 <삼휘도三諱刀에 관한 열두 가지 이야기>, 진산님의 <시인 시리즈;;>가 가장 좋았어요 :) 자세한 감상은 아래에~

이계의 구원자 - 김정률 090226
요 즘 한참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며 동생과 함께 'BAU팀이 덱스터를 잡을 수 있을까?'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놀기도 한다. 드래건(절대 용이 아님)도 나오고, 마족도 나오고, 무림 고수도 나오는데 마교고. 그런데 그 마교 교도는 의리있고. 웹 소설이 유행하면서 밀려나오는 글의 양에 종이, 시간, 쏟은 마음이 아깝지 않을 글을 찾는 일은 점점더 어려워지고만 있지만, 그렇게 열린 공간이 아니라면 이처럼 온갖 이탈을 모아놓은 글이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던 한국 판타지를 쭈욱 읽었고, 또 좋아하는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구도 - 문영 090227
한 문장, 한 문장 무척 정성들여 쓰셨다....는건 알겠는데, 제목부터 무슨 의미인지 영 알 수가 없어서 살짝 YES2버 한테 물어봤더니 사기의 자객열전을 토대로 해서 만든 이야기라고 한다. 고사의 줄거리만 살짝 훑어보았는데, 미리 알고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쉬운 생각이 든다 (제목은 무슨 뜻으로 쓴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ㅡㅜ).

꽃배마지 - 민소영 090227
제목이 무슨 의민지 모르겠다 2 lllorz 전래동화나 설화의 한 부분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인카운터 Have A Nice Encounter- 윤현승 090227
가 끔 어떤 사람은 몇 년 전에 만났으면 할 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 때가 아닌 지금쯤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녀의 말처럼 엄청난 확률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어떤 사람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으면 만나지 않은 것.

삼휘도三諱刀에 관한 열두 가지 이야기 - 이재일 090302
재 미있었다. 제목 그대로 삼휘도라는 사람에 얽힌 이야기인데, 주인공을 곧이곧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 중심으로 나아가는 서술방식도 재미있었고, 덕분에 열두개나 되는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도 재미있었다. 무협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기회가 되면 한 번 찾아봐야겠다.

11월 밤의 이야기 - 전민희 090302
액자 속의 이야기는 그냥 짧은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는데, 액자 밖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11월 밤을 기다리고, 이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그린 문장이 무엇보다 좋았다.

월아月兒 이야기 - 조진행 090302
말 그대로 개꿈(..)꾼 이야기. 짧은 분량에 딱 거기 담을 수 있을만큼의 이야기와 반전이 담겨있다.

느미에르의 새벽 - 좌백 090303
좌 백님 글 진짜 잘 쓰시는구나..  시작부분에 나오는 '자유도가 너무 높아서 오히려 쓰기 힘들다'라는 SF쓰기에 관한 짧은 한 마디가 무척 와닿았다. 마지막에 너무 거창해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좌백님 무협은 때려치우시고(야) SF로 전향하셔도 좋아할 분이 꽤 많을 것 같다.

두 왕자와 시인 이야기, 그릇과 시인 이야기 - 진산 090303
예전에 판타스틱에서 읽었던 두 이야기. 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투덜거리듯 이야기를 조르는 모습을 보며 슬그머니 웃었다. 진산님 무협은 때려치우시고(야;;) 판타지로 전향하셔도 좋아할 분이 꽤 많을 것 같다.

앵무새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다 - 하지은 090303
꿈을 꾸고, 인생을 즐기며 살자 - 라는 메세지이긴한데, 읽으면서 '헉!?!? 백수되는거야?!?! ㅠㅠㅠㅠㅠ'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먼저 치고 지나갔다. 아~ 청년실업 ?%의 무서운 시대! (...)

거름 구덩이 - 한상운 090303
무협의 탈을 쓴 공포(?)혹은 좀비(?)소설. 정작 좀비보다 언젠가 그곳으로 가겠다는 욕심어린 주인공의 한 마디가 훨씬 소름끼쳤다.

마그니안 - 홍성화 090304
끌 어당긴다는 의미에서 마그네틱 -> 마그니안으로 변형했다는 저주받은 이름. ......내용은 다 떠나서;;; 자성을 '끌어당긴다'라는 의미로 쓰는게 영 이상하지 않아?!?!? 라는 생각을 내내 하며 책을 읽어버렸다 ㅠ_ㅠ (<-직업병) 이런저런 의미로 무척 고전적인 판타지 소설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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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2010-03-1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좌백님은 교보 북로그에서 새 소설 연재를 시작하셨더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교보 북로그 배너가 아직 안 달려서 좌백님 소설 링크를 제 블로그에 걸어놨으니 한번 와 주세요.:)

Lagoon 2010-03-18 11: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