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Watchmen 1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시공사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결론은 만화책인)그래픽노블 시리즈 첫 번째 왓치맨입니다.

냉전이(거의?) 끝난 20세기. 은퇴한 슈퍼 히어로중 하나인 '코미디언'이 변사체로 발견된다. 역시 슈퍼 히어로중 하나인 '로어샤크'는 누군가가 슈퍼 히어로만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른다고 의심하기 시작하고, 경고와 조사를 겸해 예전 동료를 하나씩 찾아간다.
슈퍼 히어로들이 대량 등장하고(맨시리즈를 좋아하는 L군), 휴고상의 이름에도 조금 혹했고, 무엇보다 유일하게 읽었던 그래픽 노블인 꿈아저씨 시리즈를 무척 좋아해서 무턱대고 사서 읽었는데, 사부의 말따라 우울하고, 우울하고, 무척 우울한 ㅠㅠ 책이었습니다.

'슈퍼 히어로' 라는 것은 미국의 고유한 특성이라 생각됩니다. 언젠가 후배 하나와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등은 왜 미국에서만 있을까? 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역사가 짧아서 어떤 일이 있을 때 딱히 갖다붙일 위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전국적으로 사용 가능한 엄마친구아들이 없다는 것)이 제 주장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깊히 생각하지 않고 꺼낸 한 마디였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물이 특출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절대악을 상정하고 그에 대항하는 이야기라면, 왓치맨은 그 전형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있습니다. 왓치맨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악당이 사라진 세계에서 히어로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입니다. 그렇게에 아무도 꺼내지 않았던 '그들은 어째서 웃긴 쫄바지에 가면을 쓰고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는가'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눈에 보이는 정확한 목표가 있을 때, 사람은, 사람이 모인 집단은 목표를 향하여 똑바로 나아갑니다. 물론 그 안에는 '우리가 과연 바른 길로 나아가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뚜렷한 목표와 그에 반하는 세력 앞에서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왓치맨은 슈퍼 히어로라는 가면 속에 숨어있던 인간을 끄집어냄으로써, 귀를 닫고 무시하던 이야기를 눈 앞에 펼쳐 놓습니다.

그렇게 숨겨놓았던 이야기, 꺼내고 싶지 않던 이야기를 꺼내놓다보니 읽는 내내 무척 우울했습니다. 한 술 더 떠서 그림도 어둡고, 배경도 어둡고, 사람들도 어둡고...... 그래도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밝고 경쾌한 즐거움이 아니었고, 예상하고 있던 즐거움과는 달랐지만, 슈퍼 히어로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현실을 멋지게 녹여낸 것도 좋았고, 그들의 다양한 과거와 경험을 그림과 글을 멋지게 섞어낸 것도 좋았고, 그 차가운 시대의 분위기를 강렬한 색에 담아낸 것도 좋았어요.

덧. 내용과는 관계없는 아쉬운 점
왓치맨의 사각형사각형사각형 톤은 조금 심심했다.
신명조체에 OTL 을 외쳤음. 차라리 굴림체를 쓰지 ㅠㅠ
신문지 종이가 좀 안타까웠다. 매끈한 종이에서 반짝이던 원색이 조금 옅어진 것 같아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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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ie 2008-07-2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군 라뷰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