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인의 귀향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 스포일러 주의

목성 탐사를 위한 우주선에 행맨(Hangman)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이 탑승한다. 그런에 이 행맨은 하라는 목성 탐사는 하지 않고, 천왕성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미친건지, 고장난건지 도통 파악할 수 없었던 행맨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질 무렵 사라진 행맨의 우주선이 지구에 도착했고, 그 안에 행맨은 없었다. 때맞춰 행맨을 가르친 네 명의 조작자중 한 명이 살해당하고, '나'는 행맨에게 살해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조작자에게서부터 행맨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받아 행맨을 찾기 시작한다.
는 내용.

젤라즈니 아저씨의 글은 읽고있으면 미묘하게 불편해서 <신들의 사회>를 끝으로 더이상 읽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는데, 갑자기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있던 글 한 편을 읽고 받았던 좋은 느낌이 떠올라서 읽기 시작했다. 다행이 전에 읽었던 장편과는 달리 불편한 부분은 거의 없었고, 무척 가뿐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과학적 상식이 부족해서인지 글에서 묘사하는 세세한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도 꽤 많지만, 그런 부분은 조금씩만 뛰어넘고 읽어도 글이 전달하려는 큰 줄기는 놓치지 않은 것 같다. 뭐, 놓쳤으면 어쩔 수 없고. 중간쯤부터 대충 끝을 예상할 수 있었고, 예상한 그대로 글은 끝맺었지만 행맨이 돌아온 이유는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잘 쓴 스릴러로 끝날 뻔 했던 글이, 행맨이 그들의 부모에게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 때문에 오랜시간 기억에 남을터이니, 더이상 손대지 않기로 했던 마음을 접고 읽기 시작하길 잘 한 것 같다 :)


(이번에 특히 긴 꼬리말)

+ 원제는 Home is the Hangman 표지에 원제가 있긴한데, 미묘하게 잘려있어서 호기심을 심하게 자극하더라. 그런데 진짜 저게 원젠가? 나보고 해석하라면 못 했을 제목인걸.
+ 젤라즈니 아저씨 글 구성을 정말 멋있게 하시는 듯. <신들의 사회>도 읽으면서 적어도 구성은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중, 단편에서 그 위력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덕분에 내 사전에서 최초로 장편보다 중편이 더 좋은 작가로 이름을 올리셨다.
+ 가끔 읽다가 탁탁 걸리는 문장이 몇 개 있었다. 원전이 그런건지, 요즘 번역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설마 번역하면서 퇴고를 평소보다 덜 하셨는지. 
+ 책 값이 그다지 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읽은 뒤에는 이 가격으로도 좋으니 참 시장 좁기로 유명한 ㅠㅠ SF 중, 단편을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르귄 아줌마 중편이라던가, 르귄 아줌마 중편이라던가, 이수현님이 번역한 르귄 여사님 중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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