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권이 곧 나온다고 합니다.

란포는 사인을 할 때 <うつしよは夢、夜の夢こそまこと。1>  라는 문장을 함께 쓰곤 했다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한 문장이 에도가와 란포의 글의 특징을 보여준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 문장이 란포보다는 미야자와 겐지의 글과 더 맞는다고 생각해요.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은하철도의 밤>부터 <첼로켜는 고슈>, 무섭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주문 많은 요리점>까지 환상소설과 동화의 경계에 머무르며 꿈과 현실을 오간 그의 글이야말로 저 문장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 저 말을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줄곧 미야자와 겐지가 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저 문장의 주인을 찾는 것에서 에도가와 란포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저 문장으로 시작하는 곡도 있고, 저 문장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만화도 있어요.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란포의 영화도 들어보았을 테고, 20년대 일본 소설을 좋아하면, 혹은 일본의 그 다양한 추리 소설의 원류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문장이고 한 번쯤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을 사람이 에도가와 란포라고 생각합니다. 덤으로 그의 이름을 딴 10년째 유명세를 달리고 있는 꼬마도 한 명 있잖아요. 에도가와 코난.

몽환적인 느낌의 사인과는 다르게, 란포의 글은 막상 읽어보면 의외로 퍼즐풀이 방식의 추리소설이 많습니다. 은근 번역된 적 많은 <2전짜리 동전>도 처음 읽어서는 쉴새없이 암호를 풀어대는 주인공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라 저 사인을 쓴 사람과 동인인물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영화 소개와 동서에서 번역된 소설을 먼저 접했는데, 사실 사방에 권해주기 좀 난감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암호와 추리 뒤에 숨겨진 인간에 대한 시선이 괴팍하다는 수식어가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음침하거든요.

각설하고. 1권이 나온 뒤에 3권이 먼저 나오고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책이라, 내심 심의에 걸린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출판된다니 다행이네요. 단편보다는 장편을, 추리나 트릭보다는 그의 환상과 그로테스크가 섞인 기괴한 문장을 좋아하기에 2권이 나오길 참 오래 기다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도 하나 있어서, 더욱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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