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때 어떤 단체에서 집단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단체에서는 먼가 기념일이 되면 저한테 카드를 만들라고 했었지요. 남이 머 시키면 하던 일도 갑자기 하기 싫어지던 때라 전 카드 만드는 것이 무지무지 싫었습니다만, 그 단체의 성격상 싫다고 말하기도 어려웠지요.  

제가 만든 카드에선 동양미가 느껴진대나 어쨌대나... 게다가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그쪽 나라 사람들 표현이지요...수공예품에 대한 찬사의 일종~) 세상에 하나 뿐이래나 어쨋대나... 암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축하, 위로, 감사 등등 각종 카드의 용도가 소용되는 상황에서(그쪽 나라 사람들의 카드 사용처와 사용시기는 무궁무진합니다) 단체의 장에게 보내질 카드나 중요한 사람에게 보내질 카드는 제가 만들었었습니다.  

근데, 날이 날인지라 그 단체를 떠나면서 느꼈던 감정들보다는 성탄절의 조용한 전야미사가 떠오르는군요.

2.   

카드 알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모집한거 아니구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어머니께서 담임을 하시는 반 아이들에게 보낼 카드를 만들고 약간의 용돈을 받았었지요.  어느 핸가 (아마 대학교 1학년쯤?) 엄마가 아이들에게 보낼 카드를 사러가신다는데, 그냥 제가 만든 카드를 주고 싶더라구요. 아이들에게 선생님 친필이 담긴 카드도 좋겠지만, 직접 만든 카드에 적어주면 더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그 당시 한반 학생수가 50명쯤 되었던거 같아요... 엄마한테 일년내내 반 아이들 얘기를 들었던지라(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집에 오시면 계속 하셨거든요) 카드를 만들 때 쯤엔 대략 아이들의 특성을 알 수 있을 거 같드라구요. 그래서 제가 느낀 걸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맞겠다 생각되는 모두 다른 카드를 만들었어요. 예술적인 카드는 아니지만서두 하나하나 만들 때 그 카드를 받을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듬뿍 담아서 만들었었죠. 큰 상에다 카드 용지 늘어놓구 하나하나 색다른 맛이 나도록 만들다 보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곤 했었는데... 어쩌다 시작한 게 재료비 조로 받은 게 재료보다 많아서 용돈이 되고, 그렇게 해서 카드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죠. 지금은 그렇게 들일 시간도, 정열도 없다는 생각이 마음을 허하게 하네요.  

3.  

해마다 카드를 그래도 몇 장은 "사서라도" 보냈었는데, 올해는 어제 엄마 카드 받고서야 맞다 카드를 아직 한 장도 보내지 않았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울 엄니 섭섭해 하시겠단 생각도 들고 올해는 오랫만에 성탄 카드 겸 편지를 써야지 했던 분들 얼굴도 떠오르고... 근데도 선뜻 카드 쓸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쩝....  

4.  

제가 만든 건 아니구 찍은 사진입니다. 카드 대신해서 서재 방문해주신 분들께 드리는 성탄 인사요.  



이번 성탄엔 제 마음에 어떤 아기가 태어날지 궁금해하면서 보낼거 같네요. ^^

5.  

먼 댓글이 안되어서리.... 제가 읽은 페퍼의 링크만 걸어놓습니다.  혹시 궁금해 하실 분들이 있을 거 같아서요... 근데 아래 페퍼 읽으면서 들었던 오만가지 생각 중에서 가장 제 맘에 진하게 떠오른 건 아무래도 이 페어에는 쓸 수가 없네요...

http://blog.aladin.co.kr/718415105/247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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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도 성탄 카드 한 장쯤은...
    from 놀이터 2008-12-24 16:56 
    성탄 카드 한 장 쯤은 분명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생각을 하게 됐지? 라고 묻는다면... 믿는 구석이 있다,라 할 밖에.  - 그 구석이 정말 구석이 되어버려...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어가는 즈음... 내 손엔 암것두 없네.    아니, 뭐... 그렇다고 불평하면 안되지.  나는 준 것도 하나 없는데,   구유선물도 받았고, 멋진 큐빅이 박힌
 
 
마노아 2008-12-2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성어린 카드들은 사진으로 안 남아 있나요? 이미 보낸 그 카드의 이미지라도 남아 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에요. 물론 해적님 마음 속엔 여전히 떠오르겠지만요.
해적님 메리 크리스마스~

해적오리 2008-12-24 17:00   좋아요 0 | URL
음... 제 마음속에도 떠오르진 않습니다. 그래도 그냥 그때 카드 만들면서 느꼈던 뿌듯함은 아련히 느껴지는군요. 그러고보니 그 아이들도 저에게 참 좋은 시간을 가지도록 해준거네요. 갑자기 고맙단 생각이 들어요.
마노아님... 메리 크리스마스요~

물만두 2008-12-2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 메리 크리스마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보내.

해적오리 2008-12-24 17:00   좋아요 0 | URL
웅웅... 언냐도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 밤엔 집에서 동화책이나 읽을까 하고 있어요. ^^

무스탕 2008-12-2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카드를 받은 아이들은 두 명의 선생님(담임선생님 + 해적님 ^^)의 사랑으로 1년을 살았네요.
그 아이들은 나중에라도 자기들끼리 혹은 주변인에게 자랑할거에요. '나 몇학년때 선생님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들어 주셨어!' 하면서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해적오리 2008-12-24 17:0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댓글에도 썻지만 아이들로 하여금 제가 좋은 추억을 가지게 되었네요. 그 아이들에게도 그런 추억으로 남아있다면 감사할 일이지요.
무스탕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

토트 2008-12-2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메리크리스마스!!
아.. 넘 오랜만이라 댓글다는 것도 쑥스러워요. ^^;;

2008-12-24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9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9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8-12-2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이 식은겨...이젠 엽서도 한장 안보내주고..흥.!
(암튼 메리 크리스마스 해적님아~~)

해적오리 2008-12-24 23:27   좋아요 0 | URL
옴마나~
삼실 이사해놓구 주소도 안 갈켜 주셔놓구선 애꿎은 해적을 잡고 계시는군욧!!!
해적이 오대양을 다닌다해도 메피님 옮긴 삼실 주소까지 알아낼 재주는 아직 없거든요~ 메렁
그니까 주소 알려주시라구요...

2008-12-29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9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