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미셸 파스투로 지음, 강주헌 옮김 / 이마고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공짜를 좋아한다. 공짜로 먹는 밥은 간이 덜 되었어도 맛있고 공짜로 먹는 술은 이를 악물고서도 먹을 자신이 있으며 공짜로 얻게 되는 책은 마리화나 없이도 충분히 황홀하다. 그런 내가 책 하나 더, 이벤트를 놓칠 리 있겠는가. 궁색한 살림에도 아랑곳 없이 몇 권을 저질렀다. 거기에 딸려 온 책이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다. 제목부터 스스로 코뚜레를 자청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 저자는 줄무늬 특유의 역사적 사실을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색과 무늬를 감지하는 방법과 같은 문제에 핵심을 두고 있다. 이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행사할 영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 중세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별나고 이상한 무늬의 전기를 다룬 매혹적인 책이다. 그 누가 위험한 의미가 내포된 이 줄무늬에 대해 이처럼 잘 알 수 있을까? (에스콰이어)

- 이 책의 저자는 연구와 조사를 통해 줄무늬의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밝히고 있다. 그는 줄무늬에 대한 많은 재미있는 의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혁명에 수평적 혹은 수직적 컬러가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어나 불어에서 ‘줄무늬’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리스트)

책의 뒷 표지에 실린 리뷰의 조각들이다. 의아하다. 도대체 난 이 리뷰를 쓴 작자들이 책을 제대로 통독이나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물론 저자가 142쪽 짜리 얄팍한 책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 장장 72권이나 되는 문헌을 참고했다는 사실에는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그래서 어쨌다는 말인가?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는 방대한 문헌에 실린 글들을 요령껏 짜깁기 해서 간추린 것에 불과하다(물론 그가 참고했다는 문헌들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주제에 감히 이런 단언을 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중세로부터 시작해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줄무늬의 사회적 용례만 다룰 뿐, 그것이 왜? 그 시대의 상징으로 출현한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부재한다. 그러니 간추린 자료의 나열이라 볼 수밖에).

내용 또한 단순하다. 중세에는 줄무늬가 악마, 창녀, 거지, 범법자, 환자 등 수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되었으나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아름다움이나 자유 등을 상징하는 것에 사용되면서 악의적 의미에서 조금씩 탈출을 시도했고, 그것이 근대에 이르러서는 힘과 멋, 품위, 역동성을 상징하며 장식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부단한 변화를 거쳤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방대한 문헌을 통독하는 동안 끊임없이 제기해 왔던 의문들을 독자에게 돌리고 있다. 독자에 저자 자신까지 포함시켜서 말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세간의 평을 읽으며 나의 ‘읽기’에 넌지시 의혹을 던진다.

- 저자는 여기에서 줄무늬의 확산 이유를 기막히게 해석해 준다. 마치 미스터리 소설의 끝부분에서 멋진 반전이 일어나 듯이 줄무늬에 대한 해석이 180도 달라진다. 중세시대부터의 해석을 단숨에 뒤집어버린다! 저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미리 말해버리면 독자에게 그런 재미를 빼앗는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더 이상 밝히지 않으려 한다. 직접 읽고 그 순간에 무릎을 쳐보라! ‘창의적 발상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책의 서두를 장식한 옮긴이(마크 트웨인의 ‘참혹한 슬픔’을 옮긴이)의 글이다. 무릎을 치게 된다니. 대체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이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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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물고기 2004-04-2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이딴 감상문을 누가 추천하는 것이야! -.-

하나무라만게츠 2004-04-24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로봇..

마녀물고기 2004-04-24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츠님 서재에 갔더니 아무 것도 없더만요. 역시 추천 로봇 답습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