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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보따리
장 클로드 무를르바 글, 장 뤼크 베나제 그림, 신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2월
평점 :
우리 나라는 현대에 와서도 대부분 한문으로 이름을 짓는데, 한문으로 내포된 뜻을 생각하여 아이의 인생
에서 그러한 의미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바램에서입니다. 옛날 성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도 각각의
이름에 의미가 있어 좋은 의미가 담긴 이름은 그러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현대 이스
라엘에서는 어떻게 이름을 짓는지 모르겠지만요. ^^) 우리나라랑 같은 이치지요. 요새에는 이런 이름의 의미
부여 부분이 많이 퇴색되어 예쁜 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까지 한문으로 이름을 지을 때
한문의 뜻을 많이 살피고, 심하면 한문의 획 수까지 따져가며 이름을 짓는 것은 이름을 단지 한 사람을 지칭
하는 기능을 넘어서 한 사람의 일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의미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름 보따리"에 나오는 주인공 꼬마늑대에게는 이렇게 중요한 이름이 없었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언제나
부모님으로부터 이름이 불리워지며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데, 자신은 이름이 없어 소외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슬퍼하던 늑대에게 한 할아버지가 나타납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보따리안에
꼬마늑대에게 걸맞는 이름이 있다며 늑대에게 자신을 따를 것을 권유합니다. 늑대 외에도 많은 이름 없는
꼬마 동무들이 늑대의 뒤를 따르기 시작하고, 마침내 할아버지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보따리를
동물들에게 주며 마지막에 가장 멋진 이름이 있다는 말을 마치고 어디론가 가 버리셨습니다. 서로 가장 멋진
이름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동물이 보따리를 먼저 열기를 기다리던 동물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참다 못한 꼬마 곰이 보따리를 열면서 동물들은 보따리에게 앞다투어 이름을 꺼내가고, 모두들 자신이 갖게
된 이름에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장 멋진 이름을 갖기 위해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꼬마 늑대는
얼른 보따리를 보았는데, 세상에 남아있는 이름이 한 가지도 없었지요. 슬퍼하며 잠이 든 꼬마 늑대. 이 때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 꼬마 늑대에게 '이름주는 이'란 이름을 주고, 다른 이름없는 동물들에게 이름을
주는 일을 하도록 합니다. 그냥 예쁜 이름이 아니라 좋은 뜻을 가진 멋진 이름이 생긴 셈이지요!!!
이 책에 나오는 이름은 다른 동물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주요 수단임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존재하게 해 주는 자존감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잊기 쉬운 이름의 참된 의미인지도 모르
겠습니다. 하여튼 이러한 이유로 동물들은 자신의 이름이 없음을 슬퍼하고, 새 이름이 생긴데 대해 기뻐
합니다. 이 동화를 통해 자녀들에게 어른들이 자녀의 이름을 지으면서 고심하고 생각했던 것들과 자녀의
이름에 대한 참된 의미를 이야기해 주시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유아들은 그 과정에서 부모님이
나의 이름을 지으실 때 얼마나 많이 생각하시고, 내가 어떻게 자라나길 소망하시고, 무엇보다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게 될 것 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그 사람들도 그렇게
부모님과 가족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란 것을 깨닫고 남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유아가 좋아하는 물건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놀이를 해 보면 어떨까요? 이름에 대한 의미를
더욱 잘 알고, 물건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저는 동화구연수업에서 이 동화를 소개받았는데, 유치원에서 이 이야기를 토대로 대집단 극화놀이를 진행
하는 과정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밝히긴 좀 그렇네요. ^^;) 그 과정에서 유아들이
친구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는데, 그래서 이 놀이는 학기초에 하면 좋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유아교육쪽 선생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한 번 그쪽으로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독서놀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