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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16인의 설교를 말한다
유경재 외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04년 9월
평점 :
설교비평은 가능한가?
한국교회는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다'고 고백한다. 설교를 신성시하는 입장에서 설교비평은 신적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보인다. 그래서 설교비평은 고사하고 설교평가(분석)도 조심스러워 한다. 오히려 씨(설교)보다 땅(교인들의 마음상태)을 탓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인 동시에 인간의 말이다. 하나님은 설교자를 무선안테나로 조종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설교자의 전인격을 통해 말씀하신다. 설교 속에는 설교자의 세계관이 녹아있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기 이전에 설교자의 말이라는 주장에 수긍이 간다.(201쪽 재인용) 설교비평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설교비평은 어떻게 하나?
설교비평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생각하기에 내용을 비평해야 한다. 설교자는 청중이 공감하도록 설교를 시작하는가? 설교가 자연스럽고 명료하게 전개되는가? 설교의 중심사상이 드러나는가? 본문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가? 설교가 감동적으로 마치는가? 예화는 시의 적절한가? 등등... 전달과정도 비평해야 한다. 설교유형은 무엇인가? 본문의 문학형식에 맞는 형태인가? 설교가 청중과 교감을 이루는가? 언어사용은 정확한가? 비언어 사용은 설교에 도움을 주는가? 등등... 전통적인 설교학은 설교 내용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신 설교학은 설교의 형식과 전달에 초점을 맞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청중이 듣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16인의 설교비평은 어떤가?
그렇다면 기고자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설교를 비평했을까? 첫째, 설교학적으로 설교를 비평하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기고자 중에서 설교학 전공자는 1명뿐이다. 기고자들은 형식은 접어둔 채 내용을 문제삼았다. 전체적인 안목 없이 부분에 치중하였다. 지식의 부족에서 나온 결과다. 이승진 교수는 김서택 목사의 설교형태는 반귀납적 강해설교라고 규명하였다. 둘째, 입체적으로 설교를 비평하지 않았다. 다수의 기고자가 하나의 설교자를 총체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1명의 기고자가 2명의 설교자를 비평하였다. 당연히 내용의 깊이가 없었다. 꼭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 같았다. 한국교회사학연구원처럼 다 시각적 분석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셋째, 일평생의 설교를 비평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설교자들은 수십 년 동안 수십 권을 저술하였다. 기고자들은 몇 개월 동안 몇 권의 저술과 동영상을 보았다. 설교자들의 전형적인 설교형태와 설교신학이 담긴 저술과 동영상이 아니라 임의대로 취사선택하였다. 그걸 가지고 설교자의 설교를 논할 수 있을까? 그나마 심광섭 교수는 김홍도 목사의 설교신학이 담긴 설교집을 읽었다. 넷째, 인격적으로 설교를 비평하지 않았다. 기고자들은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설교자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설교자를 모독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특히 정용섭 박사는 설교자들의 저격수였다. 그에게 걸리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제 9 회 한국교회 설교가 연구에서 무결점 설교가로 호평을 받은 이종윤 목사를 어떻게 평가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종호 님은 전병욱 목사의 킬러였다. 그가 왜 전병욱 목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의아할 뿐이다. 젊은 우상을 폄훼하려는 진보 인사의 오만인지 차세대 리더를 올곧게 다듬으려는 크리스찬 언론인의 고언 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 나는 이 책을 읽고 설교자들의 설교분석도 멀었지만 기고자들의 설교비평도 멀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할 길에 돌 하나를 놓았다고 평가해 본다. 설교비평은 멀지만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