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누보 Art & Ideas 9
스티븐 에스크릿 지음, 정무정 옮김 / 한길아트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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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치장한 여인과 여인을 감싼 곡선으로 처리된 아름다운 머릿결. 알폰소 무하(혹은 알폰소 뮈샤)의 대표적인 스타일입니다. 그의 유명한 포스터들을 접하면서 아르누보라는 양식을 알게 됐습니다. 아니, 양식이라기 보다는 1800년대의 세기말을 마감하는 하나의 미술 운동이었죠. 1890년대부터 1910년에 가장 화려하게 꽃피었던 아르누보는 그 화려함만큼이나 짧은 역사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과연 아르누보가 그렇게 단명해버린 것일까요? 적어도 이 책을 보면 아르누보의 역사가 그렇게 짧지도, 분야가 한정되어 있지도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건축, 순수회화, 공예 등의 미술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었고, 그 영향이 1910년 이후에도 미쳤음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업화 시대에 아르누보가 어떤 방식으로 산업화에 적응, 실패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단순히 미술 운동으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흐름으로서의 아르누보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프랑스에만 한정되었다고 생각했던 아르누보가 생각보다 많은 국가들(핀란드, 러시아, 벨기에, 영국, 미국 등)에 각각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아르누보의 엘리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성격과 국제적이면서도 민족주의적인 성격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그 복잡다단한 성격을 이해하기도 쉬웠구요. 컬러 도판도 풍부하고(여전히 도판과 설명이 따로 놀긴 합니다만...) 이 시리즈를 몇권 읽다보니 편집에도 적응이 돼서 읽기도 괜찮았구요, 번역도 괜찮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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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알고 마시면 두 배로 즐겁다
김준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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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내에 나와 있는 와인 입문 서적들이 좀 오래된 책들이 많네요. 이 책도 97년도에 나왔지만 와인에 관한 정보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성격이 아니니 만큼 지금 읽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저자는 국내 최초의 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주앙 개발에 참여했던 분이고, 그 이후 와인에 대해 차근 차근 쌓아온 지식을 어렵지 않게 책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초보자인 제가 읽기에 어렵지 않았구요. 와인에 대한 도판도 많아서 다양한 종류의 와인병들을 그림으로 접할 수가 있습니다. 초반에는 와인의 간단한 역사와 포도 품종 등을 소개하고 있고, 각 나라별 와인에 대해 소개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더군요. 초보자가 보기엔 생소한 이름들이 거의 나열식으로 등장해서 좀 지루한 감이 있어서 이 부분이 좀 아쉽더군요. 와인 선택할 때 많이 알아두면 좋은 부분이긴 하지만 와인 선택의 비중이 적은 나라를 좀 줄이고, 각 와인을 선택할 때 고려할 사항이나 와인에 곁들이면 좋을 음식들에 좀 더 비중이 있었으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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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기행 한길 헤르메스 2
앤드루 그레이엄 딕슨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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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브루넬레스키, 도나텔로....이름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르네상스는 이 천재들의 세기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천재들의 작품활동 뿐 아니라 이 시대에 어떻게 이토록 많은 천재들이 나타날 수 있었던가를 당시 사회에 비추어 조명해보고 있습니다. 정치적, 종교적으로 격변의 시기였던 르네상스는 중세 종교화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성스럽게만 그리던 예수와 성모마리아를 수난과 고통에 초점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인간적인 르네상스의 미술이 태동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현상 뿐 아니라 이에 맞물려서 르네상스의 유명한 천재들의 작품의 도판과 함께 비교적 깊이 있는 설명을 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관심 분야가 많았고, 완벽한 미술가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던 다빈치의 이야기는 이 박식한 천재의 고뇌를 엿보는 것 같아서 가슴 아프기도 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을 이만큼 잘 정리한 책이 없을 것 같네요. 도판이 조금 더 많았다면 더 좋았을테지만요. 초반에 번역이 약간 어색하긴 했는데, 뒤로 갈수록 나아집니다. 김석희씨의 번역은 좀 들쭉날쭉하네요. 전적으로 출판사 역량에 달린건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로마인이야기에선 꽤 좋았고, 이 책은 보통이고, 최근 봤던 다른 책에선 별로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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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한길로로로 51
하인리히 코흐 지음, 안규철 옮김 / 한길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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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르네상스의 천재 중의 천재. 그가 바로 미켈란젤로입니다. 대리석으로 만든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금방 살아 움직일 듯한 그의 작품을 보면서 항상 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습니다. 구질구질한 일상과는 멀리 떨어진, 번뜩이는 영감과 광기에 사로잡힌 범상치 않은 사람일거라구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천재"로서의 미켈란젤로보다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미켈란젤로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돈 걱정을 하고, 가족 걱정에 속상해 하고, 급변하는 피렌체의 정치상황을 살펴야하고, 교황들의 변덕스러움을 감당해야 했던 보통 사람과 다를 것이 없었던, 천재적이지만 소박했던 한 수공업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가족과 금전적인 문제로 근심어린 미켈란젤로의 편지들은 이 천재적인 거장을 좀 더 인간적으로, 친밀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그에 대해 전해져오는 나쁜 소문들도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가끔 지나치게 변호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왜곡되었던 그의 모습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습니다. 다만 도판이 흑백이고, 아주 재미있게 읽히기는 않는다는게 단점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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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Art & Ideas 5
제임스 H. 루빈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아트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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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는 오늘날 대중에게 가장 친숙하고 사랑받는 유파일겁니다. 하지만 인상주의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비난과 조롱을 받았죠. 어느 분야에서나 새로운 시도는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이 책은 인상주의라는 제목에 걸맞게 인상주의의 발생에서부터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후기의 화풍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인 모네, 마네, 피사로, 시슬레, 르누와르, 드가 뿐 아니라 신인상주의 그룹을 이끈 쇠라,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류되는 세잔과 고갱등의 작품과 화풍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유기적인 상호작용까지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책 내용이 비교적 알차고, 화가 개인의 성향이나 같은 인상파지만 서로 다른 화풍을 추구했던 화가들 개개인의 차이점, 인상파였던 피사로가 오히려 후기 인상파에 영향을 받았던 점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편집을 왜 이런 식으로 했는지는 이해가 안가는군요. 이 시리즈가 모두 이런식의 편집 방식을 썼던데, 글씨체도 가독성이 떨어지고, 줄 사이 간격도 너무 넓고,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건 도판과 도판에 대한 설명이 너무 따로 논다는 점입니다. 도판과 설명이 같은 장에 나오면 좋을텐데, 같은 장에 나오는 곳이 거의 없네요. 김석희씨의 번역도 로마인이야기 때와는 달리 어색한 점이 많은 점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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