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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끝났다 -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김수현 지음 / 오월의봄 / 2011년 7월
평점 :
월급이 당연스레 들어오고 직장 경력이 늘어나면서 요즘 내 주변인들과의 술자리 토크 주제는 투자 이야기로 모아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부동산 투자. 누가 대출을 얼마나 땡겼으며 그 대출을 상쇄시키기 위해 월세를 얼마나 줬고, 갭투자를 얼마나 잘했는지, 무용담을 나눈다. 부채가 많은 자산가(?)가 된 상대방을 부러워한다. 내 또래들이 보유현금이 늘어나면서 자본증식을 하기 위해 투자를 꾸준히 한다. 아무래도 월급에 미래를 맡기기엔, 부동산 투자로 얻는 게 비교불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듯 하다.
부동산 관련 책들 중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책 제목과 저자의 이력에 끌렸기 때문이다. 우선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 제목을 보면 부동산 시장 불패신화가 불가능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해 주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저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국정과제, 국민겨에, 사회정책) 요직을 거쳤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 현장 일선에서의 생생한 의견을 말해줄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의 두 기대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니 충족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식 자체를 건들지 못했다.
일단 무엇보다도 일반론적인 서술내용이 문제였다.부동산 시장의 공급이 제한적이라든지, 부동산 재화의 특수성부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도시계획, 세금문제, 금융 규제까지 신문에서나 볼법한 내용들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심지어 DTI나 LTV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나와있지 않다. 부동산 원리에 대한 이야기도 이 사람이 정말 부동산 관련 정책 실무자가 맞나? 하고 의삼할 정도로 너무나도 일반적이었다. 다만 중간에 나오는 칼럼란들은 자신이 정책실무자로서 경험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지만,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주택가격이 24%(연4.4%)오르고 특히 강남의 아파트는 64.2% 올랐던 당시 정책 담당자의 변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일반론적인 이야기들로만 가득했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하는 방법들도 항상 나오던 이야기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앗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과세 강화,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이것저것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리 신선한 이야기는 없었다.
세제 제도의 헛점, 금융규제의 불완정성, 선정성 있는 언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정책 등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짚기는 하지만 너무나도 일반적인 이야기들이라 몰입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책이지 아니었을까 싶다.
다만 이 책의 장점이라면 부동산을 투기로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주거권'의 입장에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입장 정도가 있겠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서 투기수단이 아니라 주거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나. 쓸데없는 곳에 돈이 흘러가는 일 따윈 없을테니. 저자는 책 말미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희망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도대체 무슨 희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이 책 제목을 '부동산은 미쳤다' 혹은 '부동산 시장은 엉망진창이다'라고 지었어야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P.S. 책에 대해 혹평은 했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칼럼란과 다른 나라의 주택시장 현황을 다룬 제3부정도는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