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9월 25일 11시 11분 Max Roach의 'Valse Hot' 이라는 째즈 곡을 듣고 있다. 

지금 이순간만큼은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몸도 가볍고, 내일도 늦게 까지 자도되고 

이런저런 걱정이 많지만 그 걱정들이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기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고 자려고 했지만 러닝 타임이 170분인 걸 확인하고,

"그래, 일찍 자는 게 낫지." 하고 이내 체념했고 째즈에 빠져들었다.


음악과 하나가 되면,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해진다. 


사랑이 무엇인가, 연애가 무엇인가, 결혼이 무엇인가, 승진이 무엇인가, 평가가 무엇인가, 

성공이 무엇인가, 예의는 무엇인가, 도덕이 무엇인가.


그 어떤 것도 이 순간을 방해할 수 없다.


마치 쇼생크 탈출의 <피가로의 결혼>을 들을 때 

그 감옥 안의 사람들의 정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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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다는 건 매우 귀찮은 일이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손님을 위해 잘 차려진 밥상을 내놓아야 하는 것? 같은 거다. 재료도 고민해서 미리 사다 놓아야 하고, 정성 들여 요리도 해야한다. 또한 요리 집기들도 가지런히 보기 좋게 진열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밥 먹은 후의 손님의 반응을 보면서 피드백을 받아서 다음 번에는 실수를 줄여야한다.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들은 '다짐 혹은 계획'들이 주를 이룬다. 아마도 하고자 하는 욕심들이 많아서 그럴거다. 계획들이 흔히 그렇지만 잘 지켜진 적은 없다. 앞으로는 무엇무엇을 해야 겠다는 다짐들을 좀 덜하는 방향 쪽으로 해야겠다.


그렇지만! 그래도 아쉬우니까 올해 해야 할 남은 일들에 대해서 써보기로 한다.


일단 꾸준히 할 일은!

1) 수영 

 - 접배평자 1분 15초를 위해서! 아침수영(월수금) + 한달에 10번 수영 채우기!

 ※ 생활스포츠 지도사 2급 수영따기 책 출간하기 에세이! 


2) 필라테스 1주일에 최소 1번

 - 다리 찢고, 복근 및 다리 근육 생기게 하기


3) 클라이밍 동호회 

 - 10.D까지 정복하기! 


4) 운동 

 - 턱걸이 + 팔굽혀펴기 + 스쿼트 + 데드리프트 + 복근


여기까지 말해놓고 보니 대부분 운동들이네 쩝... 일단 운동은 확실히 열심히 해야지!!


다음 공부로는

1) 중국어 

 - HSK 5급 따기...10월에! ㅠ_ㅠ 딸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앞으로 중국어만 듣고 다녀야지


2) 영어 

  - 12월에 OPIC IH 따기

  - 영어 리딩 잘하기 (번역하기)


3) 재경관리사 따기 + 내년에 CFA lv1 따기


다음 미래를 위한 일은

 1) 맥주 씨서론 따기

  2) 전기가오리+스피노자 열심히 나가기

  3) 신문 스터디 열심히 하기 (토요일날 쟁점 정리하기)

  4) 병준이와 어려운 책 읽기 열심히 하기

  5) 째즈 및 음악 공부 열심히 하기


+ 자기 관리하기 일 열심히 하기 방청소 잘하기 등등 할게 많지만!!! 

열심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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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끝났다 -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김수현 지음 / 오월의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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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이 당연스레 들어오고 직장 경력이 늘어나면서 요즘 내 주변인들과의 술자리 토크 주제는 투자 이야기로 모아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부동산 투자. 누가 대출을 얼마나 땡겼으며 그 대출을 상쇄시키기 위해 월세를 얼마나 줬고, 갭투자를 얼마나 잘했는지, 무용담을 나눈다. 부채가 많은 자산가(?)가 된 상대방을 부러워한다. 내 또래들이 보유현금이 늘어나면서 자본증식을 하기 위해 투자를 꾸준히 한다. 아무래도 월급에 미래를 맡기기엔, 부동산 투자로 얻는 게 비교불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듯 하다. 


 부동산 관련 책들 중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책 제목과 저자의 이력에 끌렸기 때문이다. 우선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 제목을 보면 부동산 시장 불패신화가 불가능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해 주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저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국정과제, 국민겨에, 사회정책) 요직을 거쳤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 현장 일선에서의 생생한 의견을 말해줄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의 두 기대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니 충족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식 자체를 건들지 못했다.


 일단 무엇보다도 일반론적인 서술내용이 문제였다.부동산 시장의 공급이 제한적이라든지, 부동산 재화의 특수성부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도시계획, 세금문제, 금융 규제까지 신문에서나 볼법한 내용들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심지어 DTI나 LTV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나와있지 않다. 부동산 원리에 대한 이야기도 이 사람이 정말 부동산 관련 정책 실무자가 맞나? 하고 의삼할 정도로 너무나도 일반적이었다. 다만 중간에 나오는 칼럼란들은 자신이 정책실무자로서 경험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지만,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주택가격이 24%(연4.4%)오르고 특히 강남의 아파트는 64.2% 올랐던 당시 정책 담당자의 변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일반론적인 이야기들로만 가득했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하는 방법들도 항상 나오던 이야기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앗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과세 강화,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이것저것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리 신선한 이야기는 없었다. 


 세제 제도의 헛점, 금융규제의 불완정성, 선정성 있는 언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정책 등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짚기는 하지만 너무나도 일반적인 이야기들이라 몰입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책이지 아니었을까 싶다.


 다만 이 책의 장점이라면 부동산을 투기로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주거권'의 입장에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입장 정도가 있겠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서 투기수단이 아니라 주거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나. 쓸데없는 곳에 돈이 흘러가는 일 따윈 없을테니. 저자는 책 말미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희망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도대체 무슨 희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이 책 제목을 '부동산은 미쳤다' 혹은 '부동산 시장은 엉망진창이다'라고 지었어야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P.S. 책에 대해 혹평은 했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칼럼란과 다른 나라의 주택시장 현황을 다룬 제3부정도는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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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평전 - 한때의 애국자, 만고의 매국노, 개정판
윤덕한 지음 / 길(도서출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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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을 일본에 팔아버린 매국노라 평가되는 이완용의 평전이다. 흔히 평전은 후대 사람들이 본받아야하거나 기억해야 하는 사람을 다루기 마련이다. 저자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완용'을 평전의 형식을 빌려 다룬다. 책머리에서 "'엉뚱한 이완용 상'에 욕설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한때 대단히 애국적이었던 인물이 왜, 어떻게 해서 만고의 매국노로 전락하게 되었는가 하는 그 비극적 과정과 변신의 논리를 밝히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을 찾는 데 성공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그리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했다.

평전답게 '이완용 평전'은 이완용의 소년 시절부터 와석종신 할때까지의 삶을 세세하게 추적한다. 이완용의 삶을 크게 세 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1858~1882)는 별볼일 없는 양반의 아들로 태어나 대원군계열에 속하는 이호준의 양자로 들어가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오르는 유년시절, 두 번째(1883~1905)는 주미 대리공사를 지내고 아관파천, 독립협회를 주도하며 고종의 신임을 받던 고위 관료시절, 마지막 세 번째(1905~1926)는 을사조약에 찬성하고, 정미조약, 한일합방에 합의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일본 천황으로부터 백작의 작위를 받으면서 호의호식하는 친일파 시절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교과서에서 접했듯이 '이완용'만이 악인이며 을사조약에 체결되는 과정에서 이완용이 큰 역할을 했다는 데에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통설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맞는 말은 아니라는 거다. 이완용 혼자의 힘으로 과연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는가? 한국이 식민지화된 탓을 이완용의 매국노 행위로 모두 돌린다면 역사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강화도 조약부터 갑신정변, 임오군란, 갑오개혁, 을미사변, 아관파천 등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외세가 개입했고, 이 외세의 힘을 이용해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부류들이 있었다. 수많은 신하뿐만 아니라 대원군, 민씨 일가도 마찬가지이며 비극의 주인공처럼 여겨지는 고종마저도 외세의 힘에 크게 의존했다. 이완용도 그저 많고 많은 그 부류들의 하나였을 뿐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급제하여 꽤 소박한 생활을 영위했던 그는 아관파천을 주도할 정도로 친러배일적인 성향을 지녔다. 또한 매국노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군사교관을 파견해 조선 군대를 장악하려 했던 러시아의 시도도 거부할만큼 외국에 이권을 넘기는 것을 강력하게 거부했다. 또한 독립협회의 회장으로 선출되어 만민공동회를 개최하는 의외의 모습도 가지고 있다. 19세기 말 조선은 외세의 힘에 크게 휘둘렸고, 이 외세의 힘들을 어떻게든 자신의 이권다툼에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았고 오히려 이완용은 양반이었다는 소리다.

이 책은 각 인물들 간의 관계나 사료를 바탕으로 이완용의 삶을 복원해 가면 차근차근 추적해간다. 또한 단순히 이완용 삶의 서술에서 그치지 않고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동아시아 국제 정세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글머리에서 제기했던 질문(평범한 관료라고 볼 수 있었던 '이완용'이 어떻게 매국노로 전락하게 되었는가?)에 답을 하는데 실패했다고 본다. 아관파천을 주도하고 외국에 이권을 넘기는 데 거부의사를 밝히기 까지 했던 이완용이 을사조약에 왜 갑자기 찬성으로 돌아섰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친일에 우호적인 행위들을 했을까? 러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했기 때문에? 아니면 기회주의적인 기질을 발휘해 갑자기 사람이 돌변하여서? 국제정세상 1905년 가쓰라-태프트조약(일제의 한국 강점을 미국이 지지해주는 대가로 일제는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인정), 포츠머스 조약 등이 맺어졌기 때문에 자주권의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저자는 이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하고 있지 않았다. 동양평화론의 입장을 보인다든가, 국제정세 상 전략적 판단이었다든가라는 식의 설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점이 안타까웠다.

조선의 외교권을 넘겨주는 을사조약 당시, 사실 일본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조선에게 신경써줄 여유가 있지 않았다. 여태껏 외세의 힘으로 또다른 외세를 몰아냈던 조선의 최후였다. 식민사관의 자학적 태도처럼 우리 자신을 너무 자학하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는 그때 당시 너무 많은 자주독립 기회들을 놓쳐버렸었다. 어쩌면 을사조약은 외교권을 뺏기게 된 사건의 시작이 아니라 그간 이뤄져왔던 외세의 힘을 빌려 자국의 지배권을 획득하려했던 지배층 탐욕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완용을 옹호하지 않는다. 을사조약도 물론 큰 사건이지만, 그건 큰 흐름 속의 일부분이었을 뿐이다.

저자는 주한 미군 문제를 자주 언급하며 이완용 살았던 시대와 비교한다. 물론 그 시대와 지금 시대의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언제나 공짜는 없다. 더군다나 외교 관계에선 더욱 없다. 외세의 힘을 빌린만큼 그에 대한 대가는 언제나 따르기 마련이다. 변하지 않는 건, 자신은 온전한 자신의 힘으로 지켜야 당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손 안대고 코를 푸는 사람은 영원히 혼자서 코를 풀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군대가 힘이 현실적으로 약하니, 미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약하면 내가 강해질 법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우선이다. 그래야만 당당해질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외교 관계를 끊자는 소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힘이 강해질수있도록 외교적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주권 국가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아야 비로소 우리가 우리 스스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P.S. 문체자체는 기자답게 글을 잘 읽히게 쓴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고유명사가 자주 나와고, 글의 흐름이 좀 어수선해서 이해하는 데 좀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감정적인 문구도 여럿 보인다. 평전에 감정이 들어가지 말아야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객관적 시선을 유지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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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2017-10-1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완용이 친일로 돌아서게 된 계기가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저자는 아마도 당시 우세한 열강들에 이리붙었다 저리붙었다 하는 이완용의 현실주의적인 면모를 꼬집으려고 한게 아닐까요. 그렇게 행동한 이유에 대한 답은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제가 평전을 읽으며 느낀 바로는 이완용에게 조정 대신으로서 지켜야 할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나 기준이 있는 것 같지 않았거든요. 당장 눈 앞에 펼쳐진 현실에서 개인으로서, 또 조선이라는 나라를 지키는 대신으로서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깊이 생각하고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기 보다 눈 앞의 현실에 굴복한 사람인거죠. 그래서 동양평화론이나 국제 정세상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친일계기를 서술하는 것조차 아깝다고 생각한게 아닐까 해요. 이렇게 쓰고 보니 생각하지 않고 살면 안 될것 같네요. 소시민이라 대단한 이상이나 신념을 가지지는 못하겠지만 일하는 분야,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는 저만의 가치를 잘 정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의미를 찾아서 뿌듯합니다! ㅎㅎㅎ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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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는 저자가 대법관으로서 판결을 내렸던 사건 중 10개 판결을 추려 다시 곱씹어보는 책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 표현 및 종교의 자유, 성적 소수자의 권리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다룬다. 대법원 판결 과정에서 나온 다수의견, 소수의견, 별개의견, 보충의견들이 어떠한 논의과정을 가지고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핵심적인 논쟁 지점이 무엇이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10개 이슈를 읽으면서 관심이 갔던 주제도 있었고, 관심이 가지 않았던 주제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관심이 갔던 주제는 삼성의 탈법적인 경영권 승계였다. 교과서에 조달 전략으로만 소개되었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이 어떻게 증여수단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살펴 볼 수 있었다. 막연하게 알고만 있었을 뿐, 법적인 쟁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몰랐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깔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재무 및 회계 비전공자들은 다소 힘들 수도 있다) 경영권 승계 전략이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걸 떠나서 그 방법이 워낙 교묘해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삼성이 먼저 연구하고 법이 뒤늦게 쫓아간다'라는 항간의 속설잉 사실일 수도 있다라는 무서운 생각을 갖게 한다. 자신의 경제적 이득이 연결되어 있으면 그만큼 간절 지는 걸까?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추진한 사람도 또한 법조인일지언데, 법의 허점을 이용한 그 명석함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경이롭기도(?)하고 두렵기도하고, 무섭기도 하다.

다음으로 관심 가는 주제는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이슈였다. 아무래도 04~05년도에 K군 단식 농성 문제가 불거졌고, 논술 및 면접 문제로 많이 출제되어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라. 면접 문제에서도 해당 사건의 견해를 질문 받았는데, 교수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해당 전형에 합격하긴 했지만 그 찌뿌등함이 남아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왜 교수들의 반응이 그랬는지 이해가 되었다.
면접 문제가 직접적으로 K군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 문제란 간단했다. 해당 학교는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대학이었는데, 수업으로서 종교행사 참석을 강요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전태일 평전과 K군 사건에 심취해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관점을 사고하기보다는 격정적인 분노의식과 저항의식에 사로잡혀있어서 그런지, 단순하게 대답했다. 대답인 즉, 헌법은 인간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교수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했던 거 같은데, 그에 대해 앵무새처럼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만 읊었었던 거 같다. 교수들의 반응이 싸늘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일거다. "아우, 얘는 힌트를 줘도 못 주워먹네"

왜냐하면 K군이 다녔던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는 자신이 자율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하기엔 무리인 측면이 있었던 반면, 대학은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종교 교육또는 종교선전을 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가 있으며, 헌법상 자치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대학이 종교 교육을 할 수 있는 권리와 개인의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고 있었고, 대법원은 이 경우에 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마 그 면접 문제의 모범답안은 이 내용이었을거라 추측된다.

헌법을 포함해서 모든 법은 이해관계의 각축장이다. 법이 일관성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 또한 담고 있다. 갑 아무개의 권리와 을 아무개의 권리가 충돌한다. 판결에서의 문제는 결국 법적 논리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가장 중요해진다. 이익형량을 매겨 누구의 권리가 더 우선시되어야하는 가를 판결하는 것이 법조인의 몫이다. 열정,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법조문, 상황, 증거들을 모아 사실 관계들을 구성하고 이에 따라 경우의 수를 나누고, 단계 별로 법적 쟁점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어떤 권리와 의무들이 충돌하는지 심사숙고하여 따지는 과정이 바로 판결이다. 어떻게 보면 수학과도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전제와 상황 속에서 세세히 따져서 답을 도출해내는 수학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조금은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다. 법조인의 화법으로 글이 씌여져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일까? 물론 사례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안 보였던 것이 아니지만, 법조 판결문들이 그렇듯 문장의 호흡이 너무 길어 읽는데 힘겨웠다. 또한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로 등장하여 읽는 내내 흐름이 뚝뚝 끊기곤 했다. 주석이 미주로 달려있어 일일이 찾아보기도 힘들었던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판사가 어떻게 글을 쓰고, 어떻게 사고하는지 거르지 않고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책이다. 자신의 법학 적성이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갈등해결 방법에 있어서 법이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필요하다. 그러나 법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전문적인 분야고, 잘 모르는 분야이다. 앞으로 이런 책이 많이 출판되어 법이 대중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기도하여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대중들이 법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법에 대해 좀 더 관심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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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간장 2017-09-30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반인이 약간 어렵게 쓰여져있다는 부분에 동감합니다. 별다른 설명없이 법조용어를 많이 쓰기도 하고 표나 그림없이 너무 글로 쓰여져있기도 한 거 같아요. 그래도 언론을 통해 쉽게 접하는 대법원판결은 판결요지 정도였는데, 중요한 사회쟁점에 수반되는 여러 고민을 알 수 있었고, 이에 기반해서 다른 사회문제들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법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법치주의는 우리나라의 기반원칙인데 사실 법을 접하거나 생각해볼 기회는 많지 않잖아요. 권리위에 잠자는 사람이 되지않도록 법에 기반한 자신의 권리, 그리고 상대방의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법에 대한 관심과 어느정도의 지식도 근대사회에서의 시민 역량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이니 2017-09-30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헌법을 포함해서 모든 법은 이해관계의 각축장이다˝라고 쓰신 부분이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대법원에서 내리는 판결은 상충되는 두 입장뿐 아니라 향후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이해득실까지 고려하는 엄정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1,2심 판결도 이에 못지않게 심사숙고를 가치는 작업이겠지요.) 법과는 거리가 멀어 그런지 막연하게 법은 소수와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갈등상황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때, 개개인은 법이라는 객관적인 잣대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텐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억울하고 답답한 사람은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을테니까요. 쓰면서 생각해보니 모든 갈등상황이 이렇지는 않겠네요.^^; 아는만큼 보인다라고 하잖아요. 국가는 모든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여러 장치들을 두고 있는데 우리가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많은 관심을 두어야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병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어려워서 이해를 포기한 부분도 있었지만 생각할거리(특히나 환자의 자기의사결정권!)를 많이 던져준 책이었습니다!
덧)판결을 내리는 과정을 수학으로 표현하신 것, 참 즐거운 비유인 것 같습니다 :D

좋은날 2017-09-30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병후 맞습니다 좀 어려운 용어로 되어있죠 그리고 법 용어들도 워낙 전문적이고 진입장벽이 있어서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만 어렵게 쓴 글이나 책이 무조건 나쁜가..라는 데에서 이견이 있을것같습니다 대중들도 어려운 글이라도 좀 참고 읽어야하는 수고로움이 동반되어어하지않을까 싶네요!

좋은날 2017-09-3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니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법학 잘할거 같더라구요 인권변호사를 꿈꾸는 많은 법대생지망생...들과 로스쿨생들의 생각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 알수있죠 법은 약자의 편에 설수도있지만..사실 지배자의 언어들로 점철된 면이 더 많지않을까싶습니다 법이 약자의 편이 되어야한다라는 생각은 되게 편합한 생각이죠

HomoJustitia 2017-10-0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