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에는 스위치 on/off 버튼이 있다. 똑깍. On, 똑깍,off. 스위치 On이 되면 모든 활동이 즐거워진다. 일마저도 재미있다. 누군가가 일 시켰을때 그걸 해내는 기쁨이 있다. 이때만큼은 집에 들어갔을때 부지불식 간에 옷을 제자리에 가지런히 개어논다. 뒤늦게 들어와 불꺼져 있는 내 방을 보면서도 생활의 안정감과 밝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스위치 ON의 위력이다.
딸깍, 스위치 Off. 언제 어디서부터 스위치가 꺼져있었는지 모르겠다. 내 시간이 없어지는게 두려워 늦게까지 뒤척거려서인지, 늦은 회식으로 인해 내 온몸이 숙취해소만을 바라고있어서인지 전혀 모르겠다. 별거아닌 부모님의 안부전화에 1프로의 애정도 표현도 못하고 후회하면서, 또 후회스러운 일을 반복한다. 모처럼만의 지인들의 연락도 귀찮다. 전화는 또 왜 하는거야. 스위치의 off가 되면 몸에 힘이 없어지고, 모든 게 하기 싫어진다. "평소 취미가 청소입니다. 제 소확행이 다림질이에요." 라는 말이 진짜이긴한데, 스위치 off인 나에게는 해당하지않는 취미와 소확행이다.
항상 나는, 나의 어딘가에 스위치를 가지고 살았지만 내 스스로 스위치를 켜본적도 꺼본적도 없다. 스위치는 어딘가에
숨겨져있었다. 언제나 스위치 on과 off가 불현듯 똑깍똑깍거리면서 내 존재의 일관성을 위협했을뿐, 내 스스로가 스위치의 조작자, 즉 주인이 되어본 적이 없다.
존재의 일관성을 가진 이들이 너무 부럽다. 티비 뉴스에서 나왔던가? 스위치를 onoff를 반복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 낭비가 된다고? 스위치가 On이 되든 스위치가 off가 되든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한다. 아니면 자신이 스스로 스위치의 조작자가 되든가.
스위치 on과 off, 둘 중 하나를 이미 택일한 삶은 적어도 일관성이 있다. 일관성이 있는 삶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막강해진다. 스위치 on인 애들은 밝은 빛에 점점 더 익숙해질테니까. 좀 까매지거나 타면 선크림을 바르겠지. 반대로 스위치 off인 애들은 어둠에 익숙해질테니까. 어둠 속에 하루종일 있으면 그래도 밤눈이라도 밝아지겠지.
스위치 onoff택일이 아닌, 자신의 스위치가 어디있는지알고 그 버튼을 마음껏 조작하고 부릴수있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 힘의 강약 조절을 하고, 일을 할때는 일을, 쉬어갈때는 쉬어갈때를 안다. 삶이 유연하면서도 일관성이 있는거다.
제일 어리석음 사람은 불현듯 찾아오는 스위치 on off에 여기저기 휘둘리는 사람이다. 힘의 강약조절을 못하고, 힘을 줘야할때 빼고, 빼야할때 주는 사람. 과잉된 에너지와 결핍된 에너지에서 갈피를 도통 못 잡는 사람. 불현듯 찾아오는 스위치 on/off에 내 존재의 일관성은 언제나 위협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