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이베이 안그라픽스의 ‘A’ 시리즈
오가와 나호 지음, 박지민 옮김 / 안그라픽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원할때면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이 책의 작가 오가와 나호는 일러스트 작가이자 디자이너로 일하는데, 때문에 일하다가도 마음만 먹으면 노트북과 종이만 들고 훌쩍 떠나곤 한단다. 새로운 장소에서 익숙한 듯 신기한 장면들을 보고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는 작가는 운좋게도 여행을 떠난 타이완에서 보고 즐기며 느낀 것들을 책 전체에 걸쳐 일러스트로 그려서 보여주고 있다. 여행 에세이인데 사진은 단 한장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흔한 카페와 거리 전경사진이 아닌 작가의 눈을 한꺼풀 거친 일러스트라 더 새롭기도 하고 실제로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거기다 책이 생각보다 너무 고급지다. 여행 일러스트 에세이라 얇은 책일거라 예상했는데, 꽤 많은 자료가 담겼는지 두툼하고, 표지도 양장으로 제본되어 있다. 일단 비쥬얼 면에서는 합격!

「저는 보통 집에서 일을 하다보니 매일매일이 마감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쉬는 날을 제 마음대로 정하고, 제 일정대로 여행 계획도 짤 수 있어요.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으니 종이와 펜, 노트북만 들고 자주 불쑥 떠나 여행하듯 일을 합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골목을 천천히 걷고 미술관과 서점을 둘러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쩍 하고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이 책 《첫, 타이베이》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p. 4~5>

생각해보면 나도 집에서 일하고,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자유롭게 떠나지 못하는거지.. 앞으로는 집순이 기질을 좀 없애보는 걸로ㅋ



책에 나온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의 모습은 같은 아시아권이라 그런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서울처럼 활기넘치고 시끌벅적한 도시 느낌의 타이베이는 친절한 사람들이 넘치고, 즐길 곳이 풍부한 재미있는 도시같다. 작가가 책에 그리고 있는 내용들은 짧게 관광으로 갔을 때 느낄 수 있는 정보보다는 진득하게 지내면서 체험해볼만 장소와 요소들이 많았다.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 생기는 책이다. 



다른 나라의 편의점에는 어떤 음료들을 파는걸까? 우리나라에는 팔지 않는 이국적인 음료들을 예쁘게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어 먹어보고 싶은 마음 만땅이다. 타이완에는 목이버섯을 음료로도 많이 활용하나보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색다른 재료들, 타이완의 유명한 음식인 듯 보이는 더우장, 달콤해보이는 맥주까지 귀여운 일러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여행가면 꼭 가보고 싶은 맛집과 유명한 음식들도 여럿 소개하고 있는데, 요건 좀 그림보다는 실물이 궁금하긴 했다. 실제 어떤 비쥬얼을 가진 음식들일까, 인터넷을 뒤져봐야 할 것 같은 느낌.    



작가가 받았다는 이색적인 안마가 웃기고도 이색적이었다. 종이로 된 끈 팬티만 입고 들어가면 작고 마른 안마사가 온몸과 엉덩이까지 조물조물 안마해준다. 시원하긴 할 것 같은데 왠지 부끄럽고 민망할 것 같은 느낌이다. 궁금하긴 한데 이건 도저히 못받겠다 ㅋㅋ 



그 외에도 다양한 호텔의 구조와 서비스를 소개한 섹션도 있었는데, 호텔의 공동 공간에 오두막이 있는 곳도 있고, 자유롭고 예쁘다. 다양한 형태의 룸을 공간과 배치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어 여행을 계획할 때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작가는 다양한 장소를 소개하면서 실제 그곳에 대한 정보를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주소등을 함께 적어놓았기에 실제로 여행가기전 정보를 알아보기 좋다. 

<첫, 타이베이>를 서울로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면, 서울이라는 도시 곳곳의 맛집과 예쁜 카페, 즐길 거리들, 사람들의 모습, 호텔, 도시공원 등을 소개해주고 가이드 해주는 책같은 느낌이다. 거기다 저자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페이지들이 곳곳에 있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여행에 대한 정보위주 보다는 개인의 여행 다이어리 같은 느낌도 물씬 풍긴다.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자세하게 일일히 다 그림으로 그리고 표현하려면 작가가 정말 다리품을 많이 팔았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사실 이국의 여행지 다운 색다른 맛이 별로 없고, 일반적인 도시와 별다른 점이 없다는 게 좀 아쉬웠다. 작가의 개인적인 여행 다이어리를 본 것 같은 느낌으로 만족하는 걸로 ㅋ 타이베이를 갈 계획이 있거나, 갔다온 사람들은 계획이나 추억삼아 한번쯤 넘겨봐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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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1-30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보니 또 다르네요~

다림냥 2017-12-01 01:19   좋아요 1 | URL
타이베이 다녀오셨어요? 정말 사람들이 많이들 친절한가요? 저도 언젠가 꼭 한번 가봐야겠어요 ㅋ

비연 2017-12-01 06:49   좋아요 1 | URL
네네~ 타이베이는 이번이 세번째인가 했는데 사람들 많이 친절하고 좋아요~ 개인적으로 타이완 자체가 여행하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