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내 멘토로 매번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에게 처음 이 소설을 소개해 주었던 거 같다.
인상적인 책 제목이라 쉽게 잊혀지지도 않는다.
서점에서 구경한 것까지 기억하는 거 보면 아직 이 책이 내게 안 왔던 거다.

이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갔던 건 아니다 사실,
도서관을 그냥 나오기 아쉬워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다가 내 눈에 이 제목이 읽혔다.

같은 풍경을 보고 있으면서도 분명, 나와 그는 전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토록 아름답게, 하늘이, 공기가 파랗게 물들어 가는 곳에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차마 그걸 말로는 전달 할 수도 없겠더라.
그렇지만서도 그 서글픔과 회한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고통을 주고 싶다.
발로 차 주고 싶다.
사랑스러움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의 위 세 문장은 작가의 느낌이 가장 잘 살아있어 보인다.
자석에 이끌리는 철과 같이 매혹되어 이끌린다.

이 책을 내게 선물해 주려고 했던 그녀에게
고맙다
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녀의 뜻이 다 전달되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렴풋이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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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말하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 1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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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녀가 묻고,
질문을 들은 상대방이 그녀에게 겸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1명의 사람들 속에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건축가 황두진이 그러한 경우라고 하겠다.
그럴지라도 저자와 황두진이 나눈 인터뷰가 재미있게 읽히더라.
그건 김혜리 기자의 섬세한 책 읽기와 세상에 대한 교감, 그리고 인터뷰를 위한 준비와 노력
등이 대화 내용에서 읽히기 때문인 거 같았다.

"남들이 표현한 감정을 외워 말하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라는 것을 엄격히 가르쳐주었다."

만화가 김진과의 인터뷰 글에 들어가기 전에 김혜리 기자가 김진을 소개하는 글이다.
앞으로 내 나쁜 버릇을 고쳐 잡기 위해서는
혼자 생각하고 내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겠다는 다짐을 이끈다.

"경험을 통해 많이 깨달으면 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고
분노만 배우면 얇은 사람이 되는 것이겠죠."

김진의 대답이다.
고통스럽더라도 경험을 통해 반성하고 깨달으며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게 일어난 일들을 스쳐 지나 보내지 말고 다시 곱씹으며 생각하며 살아야 겠다.

"위로는 남한테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거예요."

고통스러운 일이나 아플 때마다 누군가를 찾아 헤매였던 기억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니 매번 반복될 수 밖에 없었던 거였구나 싶기도 하다.
앞으로는 내 스스로 깨닫는 방법을 찾아 헤매여 볼 생각이다.
그게 무언지 모르지만서도 말이다.

"배려란 상대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어요."

김혜수가 말하는 배려를 듣고 내가 어디서 부터 틀렸는지 알게 되었다.
내 기준에서 행한 배려는 늘 어설플 수 밖에 없었던 거다.
받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것이 배려라는 걸 배웠으니
앞으로는 그렇게 행동하도록 노력해야 겠다.

"화법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보았는데 남의 말을 받아들일 때 90%를 말하는 태도와 표정에서
받아들이고 정작 내용은 10% 밖에 차지하지 않는데요."

문소리의 답변에 이런 말이 있었다.
말에 담긴 진심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듣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건 아마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진심이라는 것이 표현되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걸 쉽게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는 거 같다.

"사람은, 그냥, 다 지나가는 것 같아. 그러니까 만났을 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나문희 선생님이 오랜 삶에서 얻은 답변이다.
집착하고 뭔가 해 낼려고 하는 내가 담고 살아야 할 말이다.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시간과 사람들을 맘 편히 받아 들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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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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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그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내가 좀처럼 흥미를 끌지 못 했기에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거기에는 약간의 운이 함께 했던 거 같다. 정혜윤이 쓴 책을 읽고 나서 궁금했던 순간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 목록에 폴 오스터 지은 책들이 많이 있었다. 앞으로 한 권씩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생각이다.

빵굽는 타자기 는 소설은 아닌거 같고, 작가가 되기 전 20대 시절 그의 고군 분투기가 그려져 있다.아마도 그것들이 자양분 되어 훗날 이야기로 승화되지 않았나 싶다. 파리의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보다 영화감독을 꿈 꾸었던 이야기 등이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3편의 희곡과 그가 만든 게임 [액션 베이스볼] 설명서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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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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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을 읽으면서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 이슬람 세계에 대해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소련의 침공과 내전 그리고 미국의 습격으로 이어지는 포화의 역사
그 속에서 살아가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처절한 삶.

무엇보다 탈레반이 행한 강경한 원칙들을 엿 보며 기절할 지경이다.
모든 문화 행위를 금지 시키며 남자들은 수염을 길러야 하고 여자들은 혼자서 집 밖에 나오는 걸 금했다고 한다.
자칭 어설픈 진보자인 척 하면서 나와 다른 뉴 라이트 진영의 사람들을 받아 들이지 못 했다.
그런 내 자신이 두렵게 느껴지더라.
유연한 사고를 갖지 못 하고 내 사고와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꼬락서니란.....,
조중동을 읽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겸허한 마음을 가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어머니가 딸에게 해주는 말이다.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이라는 비유가 나를 압도한다.

나나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위로 소리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이 역시 어머니가 딸에게 알려준 지혜.
한 없이 낭만적인 눈 내리는 풍경에 대한 묘사를 지극히 개인적이고 슬프게
풀어 놓아 나를 정신 없게 만들더라.
삶이 주는 무게가 느껴지는 문장이였다.

그 아이는 내 눈의 누르(빛)이자 내 마음의 술탄(황제)이라고 말해줘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뿌리가 뽑힌 잡초처럼 시간은 기억의 정원에서
마리암을 데려갈 것이다.

죽음으로 사라진다는 건 역시 두려운 일인 거 같다.
시간 앞에서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게 인간의 기억이다.
멋진 비유와 표현을 훔치고 싶을 지경이다.

라일라는 따뜻한 유리창에 손바닥을 댄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그녀는 햇빛이 그녀의 볼, 눈꺼풀, 이마에 닿도록 놔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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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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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여름,                                                                                 
책을 사려고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간 건 아니었을 거다. 그냥 책들을 구경하고 보기 위해서 갔다. 이 책을 서서 잠깐 읽은 건 정이현에 이끌려서 였다. 그녀의 대학시절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내 기억의 우선 순위에서 잠시 밀려나 있었다.                                        

9월 3일.                                                                                                                     
책 반납을 이틀 늦게 한 탓에 묶였던 도서 대출 금지에서 드디어 풀렸다.
이미 책을 골라 놓고 반려 당한 덕분에 선택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책을 손에 넣기 전 제목을 내게 비추어 보았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이 책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이후 신영복 선생님의 저작들을 순서대로 읽기 시작했다.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강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부터 시작해 사회를 어디서 바라 볼 것인가의 문제 등 모든 철학적인 질문과 답 그리고 고민 등을 여기에 기대어서 찾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1997년 군 병원에서 처음 접했던 이 책을 읽고 그 당시 눈물로 지냈었다.
감옥에서 20년을 보낸 다는 건 내 상상의 테두리 바깥의 일이였기에.
사실 그 당시 2년의 군대 생활 중 초반에 불과했지만서도 너무 답답함을 느끼는 날들 이였다.     그리고 다시 2005년 호주 시드니의 한 책방에서 헐 값에 이 책을 구입해 읽으며 다시한번 나를 뒤돌아 보는 계기로 삼았다. 2006년 초 봄에는 10권의 책을 구입해 함께 작업한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개정판을 완독한 건 이 때가 처음이었던 거 같다. 
게으른 탓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 하고 있지만서도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은 매년 한 번씩 읽고 싶다.
지난 1년을 반성하고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보르헤스는 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다.                                    즉,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의미가 무한하다고 했다.
한 권의 책의 운명은 쓰인 시간에 결판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어떤 의미 부여를 기다리는 형식이라 했다.                               
나는 이것이 책과 인간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11명의 매력적인 독서가들을 인터뷰한 후 말미에 이 책을 닫으며 쓴 위 문장들 이야말로 독서의 세계에 빠져 있는 저자의 사고가 가장 잘 드러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미학 오디세이] 2권은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 
라는 화가 훈데르트바서의 말로 문을 연다.                                                  

그는 어쨌든 꿈에 대해 입을 여는 자다.                                                                              
진중권과 편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타인에게도 일어나리라."  오스카 와일드[옥중기]

일단 폴 오스터와 보르헤스의 책은 꼭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 외에도 매력있는 책들의 인용과 소개로 가득한 글들을 읽다 보면 막 중독되어 헤어 나기 쉽지 않다.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자, 아니거든 쉽게 이 책을 펼치지 말지어다. ㅎㅎ
햇살 좋은 추석 날 해운대 백사장에서 누워서 본 이 책을 어느 낫선 해변가에서 멍하게 파도를 보다가 떠 올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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