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여름,                                                                                 
책을 사려고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간 건 아니었을 거다. 그냥 책들을 구경하고 보기 위해서 갔다. 이 책을 서서 잠깐 읽은 건 정이현에 이끌려서 였다. 그녀의 대학시절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내 기억의 우선 순위에서 잠시 밀려나 있었다.                                        

9월 3일.                                                                                                                     
책 반납을 이틀 늦게 한 탓에 묶였던 도서 대출 금지에서 드디어 풀렸다.
이미 책을 골라 놓고 반려 당한 덕분에 선택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책을 손에 넣기 전 제목을 내게 비추어 보았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이 책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이후 신영복 선생님의 저작들을 순서대로 읽기 시작했다.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강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부터 시작해 사회를 어디서 바라 볼 것인가의 문제 등 모든 철학적인 질문과 답 그리고 고민 등을 여기에 기대어서 찾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1997년 군 병원에서 처음 접했던 이 책을 읽고 그 당시 눈물로 지냈었다.
감옥에서 20년을 보낸 다는 건 내 상상의 테두리 바깥의 일이였기에.
사실 그 당시 2년의 군대 생활 중 초반에 불과했지만서도 너무 답답함을 느끼는 날들 이였다.     그리고 다시 2005년 호주 시드니의 한 책방에서 헐 값에 이 책을 구입해 읽으며 다시한번 나를 뒤돌아 보는 계기로 삼았다. 2006년 초 봄에는 10권의 책을 구입해 함께 작업한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개정판을 완독한 건 이 때가 처음이었던 거 같다. 
게으른 탓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 하고 있지만서도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은 매년 한 번씩 읽고 싶다.
지난 1년을 반성하고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보르헤스는 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다.                                    즉,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의미가 무한하다고 했다.
한 권의 책의 운명은 쓰인 시간에 결판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어떤 의미 부여를 기다리는 형식이라 했다.                               
나는 이것이 책과 인간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11명의 매력적인 독서가들을 인터뷰한 후 말미에 이 책을 닫으며 쓴 위 문장들 이야말로 독서의 세계에 빠져 있는 저자의 사고가 가장 잘 드러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미학 오디세이] 2권은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 
라는 화가 훈데르트바서의 말로 문을 연다.                                                  

그는 어쨌든 꿈에 대해 입을 여는 자다.                                                                              
진중권과 편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타인에게도 일어나리라."  오스카 와일드[옥중기]

일단 폴 오스터와 보르헤스의 책은 꼭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 외에도 매력있는 책들의 인용과 소개로 가득한 글들을 읽다 보면 막 중독되어 헤어 나기 쉽지 않다.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자, 아니거든 쉽게 이 책을 펼치지 말지어다. ㅎㅎ
햇살 좋은 추석 날 해운대 백사장에서 누워서 본 이 책을 어느 낫선 해변가에서 멍하게 파도를 보다가 떠 올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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