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그인 2004-03-15
누가 걸어간다.. 윤대녕의 새 책이 나오면 인사 드려야지..하면서 꾹꾹 참았습니다.이번주안에 기다리던 단편집이 나온다 하더군요.표제작이 누가 걸어간다..로 정해진 걸 확인 했습니다.문학수첩 창간호를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나고,흑백 텔레비전(제 닉네임이기도 한) 꺼짐은 필사도 하기도 했었고,라디오 드라마로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그러한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한데 묶여져 나온다니 반갑네요.5년만인가,그렇죠.
절판된 옛날영화를 보러갔다..를 구하기 위해 헌책방도 더러 다녔으나 못찾고,어느 대학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그것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잃어 버렸다고 하고 그냥 가질까? 아님 반환하고 훔칠까? 를 고민했었던 이쁘고 철없던 스무살의 그때가 떠오르네요.그때는 마냥 좋았었죠.다만 지금은 어느 정도의 거리는 두고 있기는 합니다.
윤대녕도 엽편소설을 지방신문에 몇 번 실었던 걸로 압니다만.작년에 이사오면서 필사해 두었던 것들이나 자료들을 많이 잃어 버렸네요.부산일보,혹은 매일신문에 연재했었던 ‘4월 안개호텔’ 도 정성껏 오려서 보관했었는데,그것들도 함께.
남도의 여행과 제주도..윤대녕과 무관하게는 보이지 않습니다만.저 역시도 윤대녕이 8할을 이끌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저는 늦여름에 남도를 돌았습니다.진주를 경유해 갔었죠.영랑 생가를 거쳐서 다산의 흔적,보성 차밭..송광사도 들렀던 것 같네요.결국엔 땅끝까지 갔었는데.청환석을 결국 보고야 말았지요.올 겨울에 한 번 더 들를 생각입니다.대흥사나 운주사는 발길이 안 닿았네요.
사찰에 대한 특별한 감흥이 많이 계시길래 저도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운문사에 가본지도 오래 되었네요.처진 소나무와 긴 솔밭..비구니 스님들..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라고 경문같이 붙여진 글귀가 뇌리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송광사에서의 몇가지 기억은..낙중공예의 일인자 ‘김기찬선생’을 뵈었지요.국사전 옆에 있던 비사리구시도 기억에 남네요.그 어마어마한 크기.5천명인가 그 정도의 밥을 담을 수 있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그 날 태풍 때문에 비도 엄청 많이 맞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청도에서 조금 떨어진 경북 영천의 은해사도 경관이 수려하고 좋더군요.노스님의 다비식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그 때의 광경과 오버랩됩니다.그곳에도 암자가 7,8개 정도 있는데 비구니 스님들이 거처하시는 암자가 따로 하나 있었습니다.백흥암으로 기억합니다.운좋게도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었는데,정갈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특히나 팥죽국수 맛은 지금도 잊기 힘드네요.
쓰다보니 말이 길어지네요.기별을 남겼으니 앞으론 종종 멘트 남기겠습니다.윤대녕,혹은 그 외의 다른 살아가는 이야기들..
PS:책 판형에 대해서..언급을 하셨더라구요.저도 kimji님과 생각이 엇비슷합니다.창비에서 작고 이쁘게 작년부터 시집을 내놓던데,한편으론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아쉬움같은게 있더군요.워낙 새것에 적응을 잘 못하는지라.판형으로만 친다면 저도 문지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저는 무엇보다 활자체가 마음에 듭니다.주로 문지에서 펴내는 소설과 시집은 궁서체에 가깝지요.정자체.전 그 정자체가 특히 좋더라구요.실천문학사에서 나오는 시집도 깔끔하고 날씬해서 좋아합니다.무엇보다 문지와 옛날 창비시집과의 보폭도 비슷해서 보관하기에도 좋고.실천문학시집 중 100번인 윤재철의 ‘생은 아름다울지라도’..혹시 발견하시면 귀뜸 좀 해주시길.그것 역시 이사하다 행방불명 됐습니다.^^; 아끼던 시집이었는데..절판되서 도통 구할길이 없네요.문학상 작품집을 모으신다고 했는데,그 부분도 공감가는 측면이 많습니다.여러면에서 공통분모를 확인하고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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