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코코죠 2004-09-02  

훨훨 푸드덕
굉장히 긴 글을 썼는데 날아갔어요. 훨훨.
이건 말을 하지 말라는 계시일지도 몰라요.

아주 예쁜 글이 될거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
아니야, 역시 오늘 밤은 그만 말하는 게 좋겠어요.
어차피 징징거릴 거 뭐.
 
 
kimji 2004-09-07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 안녕-
당신을 만나 무척 행복한 하루였어. 나는 지금도 기분이 좋아서 신이 나 있다. 감자,라는 단어만 떠올라도 온 몸이 간지러워서 쿡쿡, 웃음 짓게 돼. 아무래도 우리에게 행복의 단어는 얼마간은 그 '감자'가 될 듯 싶다. 동치미, 소금, 설탕, 조청,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러하겠지. ^>^

당신, 무척 힘든 일이 있었구나. 나는 사실 많이 자제했더랬다. 더 분개하고 싶었고, 더 분노하고 싶었다. 마음 한 켠으로는 자꾸 무서운 상상도 들었더랬지. 하지만, 당신이 더 그러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부러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래도 조금 미운 말들을 했다. 내 화냄에 당신이 오히려 무안하지는 않았는지 마음이 아퍼.
사랑이란, 상대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행복하게, 그걸 만들어주는 일. 그걸 유지해주는 일. 그럴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신뢰하는 일. 나는 팔을 자르고, 다리를 잘라 나만 바라보게 하는 사랑은, 그러므로 타인에게 자신의 사랑을 과시함으로써 사랑의 증거로 보이려 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것은 함부로 말하건대 사랑이

kimji 2004-09-07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지. 그래, 내가 너무 함부로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작 내 경험을 빗대어서, 그리고 나 역시도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중에 하나라는 과시로 말이지.
하지만 오즈마. 나는 당신의 날개가 상처나지 않을까봐 당신을 꽁꽁 싸매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당신의 날개가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 공기를 맡게 하고 싶고, 당신의 날개가 조금 더 윤이 날 수 있도록 가까이 마른 수건을 놓아두는 일. 그것이 당신에게는 부족한 사랑으로 느끼게 되는 오점이 되어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특히나 당신을 사랑하는 길은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을 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뢰. 그것이 사랑의 밑바탕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말이지. 그 힘든 일 겪으면서 굳건히 웃는 모습을 보아 나는 힘이 난다. 씩씩한 오즈마. 현명한 오즈마. 당신을 보는 일 만으로고 나는 힘이 난다.

오늘 밤 당신은 바쁘겠구나. 몸 건강히.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도 건강히!
 


브리즈 2004-09-01  

안부 물어요..
떠난 길,에서 24를 읽고 생각이 나 몇 자 적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김성동의 산문 중에 버스 터미널에 가서 오래도록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어요. 한참을 기다리고, 또 한참을 기다려도 떠나는 사람들뿐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 한데 누군가 말하길, 사람 기다리시냐고, 사람 도착하는 데는 저쪽이라고..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는, 그것도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세상은 조금은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요새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TV와 인터넷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전해주네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행복하겠죠. 아니면 행복하다고 믿고 있든가. 그마저도 아니면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는 강박이 몸에 베어 있겠죠.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에 적지 않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믿고 있고, 그래서 행복 못지않게 고통도 소중합니다.
kimji 님의 페이퍼와 리뷰들은 고통에 대한 차분하고 애착 있는 시선이 느껴져서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다만, 기울지 않기를 바라구요.

안부 묻는다는 게 너무 길어졌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kimji 2004-09-01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연예인이 했던 말인가요. 언제나 햇빛이 쨍, 나는 맑은 날만 되풀이 된다면 곧 사막이 된다고. 비도 와야하고, 흐린 날도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맞는 말이라고 끄덕였던 기억이 납니다.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때마다 편도선을 앓는 저는, 열에 시달리면서도 얼마간의 위안을 얻습니다. 지금 아프니까 또 한 계절 잘 견디겠구나, 하면서 말이죠. 때론 건강해서 감기를 거르게 되면 괜히 걱정이 됩니다. 다음에 더 많이 아프게 되면 어쩌나 하는 바보같은 생각으로 말이지요. 누군가는, 제게, 아픈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니냐고도 반문을 하기도 했지만, 그 질문에 아니라고 확답을 하지는 못했던 듯 싶습니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울기는 간혹 균형을 잃곤 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인터넷 공간을 처음으로 부여 받았을 때는 저의 모두를 담으려고 아둥바둥 했던 적이 있습니다. 밝음, 어두움, 슬픔, 유머 혹은 명랑함과 그로테스크, 우울 등등을 모두 말이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영역을 나눠 보일 수 있는 역할 분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곳은 조금 더 우울하게, 어느 곳은 조금 더 명랑하게, 마음껏 말이죠.

kimji 2004-09-01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그런 점에서, 저의 차분함과 고즈넉함을 담고 싶은 공간인가 봅니다. 실제로의 저는 수다스럽기도 하고, 잘 웃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자'로 표현되는 제 모습, 그렇게 인식 되지 못한 이미지를 만든 건 또한 저이기도 하죠. 저의 일부분도 역시나 저의 모습일테니까요. 그래서, 때론 걱정해주시는 님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저는 알라딘에 보이는 모습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훨씬 더 씩씩하거든요. (어쩌면 더 우울하고, 더 차분한 사람일 수도 있겠고요)
기울기,에 대한 염려에 대한 감사함때문에 저도 길어졌어요.
하지만, 그래요. 맞아요. 늘 햇빛이 쨍, 나는 나는 날만 되풀이 되면 곧 사막이 될거에요. 비도 와야 하고요, 먹구름도 껴야되죠. 그걸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저는 그럼 사람이고 싶답니다.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게, 그래서 불행마저도 감사한, 그 불행이 다른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믿고 싶은가 봅니다.

그래요, 또 다시 환절기네요. 이번 환절기에는 앓을 새도 없이 바쁘게 지낼 것 같아요. 아프면 안되요. 건강해야 할 계절입니다. 특히나 올 가을은 말이죠.

kimji 2004-09-01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도 특히 이 가을, 더더욱 건강하시길요.
어렵고 힘든 시기, 모진 표현이겠지만 그 시기가 스스로의 성장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조금만 더 마음을 다독이시길,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느티나무 2004-08-25  

처음으로?
처음에 '처음으로'란 글을 쓰고 말줄임표를 달았었어요. 그랬다가 내가 이 방명록이 정말 처음인가 싶어서 말줄임표를 지우고 물음표를 달아 둡니다. 해미읍성에도 다녀오셨군요. 그리고 무량사에도... 참, 다니신 곳이 많으시네요.(아마 제가 가 본 곳은 모두 가 보셨던 듯) ^^

저는 오늘 지리산에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보니 여러 가지로 반가운 소식들이 많네요. 그 중에 kimji님의 문학동네 이야기도 있구요. 아무튼 님의 소식이 서재에 올라와 있어서 반갑고 좋네요. 건너가기는 하는데, 무심하게도 제 흔적을 남기지는 못 합니다. 그래 오늘은 아예 방명록에다 제 큰(?) 발자국을 남깁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kimji 2004-08-25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아뇨. 저는 지리산에 아직 오른 적이 없답니다. 언저리에는 갔었는가 생각했지만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몇 곳 없으면서 다행히 디디 걸음의 흔적을 만나면 그저 반가워서 한 혼잣말인걸요.

네, 서재에 뜸한 요즘이에요. 한동안, 조금만 더 뜸하게 지낸 후에는 예전처럼, 아니 지금보다는 조금 부지런히 서재에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하튼, 이렇게 반가운 인사를 받으니 저는 신이 납니다.
큰(!) 발자국, 좋은데요. ^>^ 언제든지 쿵쿵 디디고 가시길요-

가을이 성큼, 입니다. 환절기가 곧 올테니, 님도 늘 건강하시길요-
 


행복박사조만장자 2004-08-15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戰略經營硏究所 李 基準입니다.
전략경영연구소에서 선정하는 '8월의 즐겨찾는 서재'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참고로 부상은 마이리뷰와 마이리스트에 대한 추천입니다.
8월 중에 방문하여 추천토록 하겠습니다.(수시로 방문하여 추천, 시간이 없을 경우 방문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양지바랍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약을 부탁드리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드립니다.
 
 
kimji 2004-08-25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온하시길-
 


코코죠 2004-08-04  

당신이 잠든 사이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은 곧 당신에게로 향한 길이었다. 내가 거쳐온 수많은 여행은 당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조차도 나는 당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당신을 발견했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당신 역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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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랄루딘 루미의 글이에요. 아아, 읽다가 누구누구 생각이 너무나 나서, 알라딘 점검 하기 전에 적어두려고 모든 일 내팽개치고 달려왔어요 :)

보고 싶어요.
나 많이 보고 싶죠?
꼭꼭 참아요. 내가 다음주에 새로 산 돼지잠옷 싸가지고 하룻밤 얻어자러 갈게요. 우리 그때 잠 자지 말고 밀린 이야기 많이 해요.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언제나 웃을 수 있으니.
 
 
kimji 2004-08-0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 다음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오즈마를 만나고, 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즈마를 꼭 껴안아 줄 수 있을테니까.
아침인데도, 덥.다.
어제는 엄마를 꼭 껴안고 잤다. 엄마는 덥다도 자꾸 밀쳐내고, 그런데도 나는 자꾸 엄마의 등에 찰싹 붙어서 엄마 배도 쓰다듬고, 팔뚝도 꼬집어보고, 머리카락 냄새도 맡고 그러다 잠이 들었지. 그러다 새벽에 잠시 눈을 떴는데 엄마가 나를 안고 있었다. 나는 또 맥없이 엄마 냄새를 맡으면서 코끝이 시큰, 했던가.

내가 지나온 길은 누군가 먼저 앞서 간 길들이었음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그러므로 나의 엄살은 아무 의미가 없고, 하등 중요할 것도 없다는 사실도 더불어 깨닫는다. 하지만 무수한 사람들이 미리 걸어갔더라도 나에게는 언제나 초행길. 발걸음은 더디고, 때로는 그 걸음이 무섭고, 가끔은 그런 걸음을 하는 내 자신에 대한 회의도, 두려움도, 얼마간의 흥분도.
그래도 좋은 건, 내가 먼저 걸어 당신이 걸어오기에 편한 길이 된다면 내 기꺼이 그 길을 나서는 일이 행복하다는 것. 그러니 당신도 조금 더 행복해도 된다는 사실.

오늘도 더울 모양이다.
하루하루 힘들지 않고,

kimji 2004-08-0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 쉬 지치지 않게 보내렴. 그래야 우리 다음주에 환한 얼굴로 만날 수 있을니까.
보고싶다, 오즈마,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