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 2004-09-01  

안부 물어요..
떠난 길,에서 24를 읽고 생각이 나 몇 자 적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김성동의 산문 중에 버스 터미널에 가서 오래도록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어요. 한참을 기다리고, 또 한참을 기다려도 떠나는 사람들뿐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 한데 누군가 말하길, 사람 기다리시냐고, 사람 도착하는 데는 저쪽이라고..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는, 그것도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세상은 조금은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요새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TV와 인터넷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전해주네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행복하겠죠. 아니면 행복하다고 믿고 있든가. 그마저도 아니면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는 강박이 몸에 베어 있겠죠.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에 적지 않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믿고 있고, 그래서 행복 못지않게 고통도 소중합니다.
kimji 님의 페이퍼와 리뷰들은 고통에 대한 차분하고 애착 있는 시선이 느껴져서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다만, 기울지 않기를 바라구요.

안부 묻는다는 게 너무 길어졌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kimji 2004-09-01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연예인이 했던 말인가요. 언제나 햇빛이 쨍, 나는 맑은 날만 되풀이 된다면 곧 사막이 된다고. 비도 와야하고, 흐린 날도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맞는 말이라고 끄덕였던 기억이 납니다.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때마다 편도선을 앓는 저는, 열에 시달리면서도 얼마간의 위안을 얻습니다. 지금 아프니까 또 한 계절 잘 견디겠구나, 하면서 말이죠. 때론 건강해서 감기를 거르게 되면 괜히 걱정이 됩니다. 다음에 더 많이 아프게 되면 어쩌나 하는 바보같은 생각으로 말이지요. 누군가는, 제게, 아픈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니냐고도 반문을 하기도 했지만, 그 질문에 아니라고 확답을 하지는 못했던 듯 싶습니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울기는 간혹 균형을 잃곤 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인터넷 공간을 처음으로 부여 받았을 때는 저의 모두를 담으려고 아둥바둥 했던 적이 있습니다. 밝음, 어두움, 슬픔, 유머 혹은 명랑함과 그로테스크, 우울 등등을 모두 말이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영역을 나눠 보일 수 있는 역할 분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곳은 조금 더 우울하게, 어느 곳은 조금 더 명랑하게, 마음껏 말이죠.

kimji 2004-09-01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그런 점에서, 저의 차분함과 고즈넉함을 담고 싶은 공간인가 봅니다. 실제로의 저는 수다스럽기도 하고, 잘 웃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자'로 표현되는 제 모습, 그렇게 인식 되지 못한 이미지를 만든 건 또한 저이기도 하죠. 저의 일부분도 역시나 저의 모습일테니까요. 그래서, 때론 걱정해주시는 님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저는 알라딘에 보이는 모습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훨씬 더 씩씩하거든요. (어쩌면 더 우울하고, 더 차분한 사람일 수도 있겠고요)
기울기,에 대한 염려에 대한 감사함때문에 저도 길어졌어요.
하지만, 그래요. 맞아요. 늘 햇빛이 쨍, 나는 나는 날만 되풀이 되면 곧 사막이 될거에요. 비도 와야 하고요, 먹구름도 껴야되죠. 그걸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저는 그럼 사람이고 싶답니다.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게, 그래서 불행마저도 감사한, 그 불행이 다른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믿고 싶은가 봅니다.

그래요, 또 다시 환절기네요. 이번 환절기에는 앓을 새도 없이 바쁘게 지낼 것 같아요. 아프면 안되요. 건강해야 할 계절입니다. 특히나 올 가을은 말이죠.

kimji 2004-09-01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도 특히 이 가을, 더더욱 건강하시길요.
어렵고 힘든 시기, 모진 표현이겠지만 그 시기가 스스로의 성장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조금만 더 마음을 다독이시길, 저도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