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신현종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표현이 자칫 말을 화려하게 하거나 논쟁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의미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제목에서 말하는 ‘이긴다’의 의미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말 잘하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논리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어 전달하며, 최종적으로 상대가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었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오랫동안 수많은 회의와 보고, 협상과 설명의 자리를 경험한 나에게 이 부분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젊었을 때는 내가 가진 정보와 논리가 정확하다면 충분히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료가 정확하고 근거가 충분하면 결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 조직생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같은 자료를 보여주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고,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은 설명이라도 상대방이 마음을 닫으면 대화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반대로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도 상대의 관심과 고민을 정확하게 이해한 한마디가 상황을 바꾸기도 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정보의 양만이 아니라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책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실제 목차의 표현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은 세 문장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설명의 늪에서 벗어나라.”

“핵심부터 말하라.”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짧은 세 문장이지만 내가 이 책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인 내용이 잘 담겨 있다. 첫 번째는 많이 설명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설명은 아니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이며, 세 번째는 진정한 설득이 강요가 아니라 상대방의 선택에서 완성된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중에서도 ‘설명의 늪에서 벗어나라’​는 표현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설명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더 많은 근거를 제시하고 더 길게 설명한다. 그런데 설명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은 설득되기보다 오히려 자신을 방어하려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이 있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설명을 계속 덧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대화의 목적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때부터 대화는 설득이 아니라 논쟁이 된다.

직장생활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쌓이고 책임이 커질수록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도 강해진다.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과 상대방이 내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핵심부터 말하라’는 원칙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복잡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자신이 검토한 과정과 배경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결론에 도달하려 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는 그 과정 전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결론은 무엇인가”, “왜 중요한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먼저 궁금할 수 있다. 핵심을 먼저 이야기하고 상대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추가로 설명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것은 단순한 화법의 기술을 넘어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시간은 없다. 그런 사람에게 핵심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의 ‘쉬운 말이 좋은 말이다’라는 원칙 역시 공감했다. 지식과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신에게 익숙한 전문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하지만 내가 익숙한 단어가 상대방에게도 익숙하다는 보장은 없다.


 진짜로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 오히려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내용을 어려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어려운 내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것이 훨씬 높은 수준의 능력일 수 있다.

책에서 특히 흥미롭게 읽은 또 하나의 부분은 ‘묻지 않은 조언은 참견이다’​라는 대목이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이것이 점점 중요하다고 느낀다. 경험이 쌓이면 다른 사람이 고민을 이야기할 때 해결책이 먼저 떠오른다. 후배가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내가 예전에 해보니 이렇게 하면 된다”고 알려주고 싶어진다.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부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좋은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항상 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고, 때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면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던 말이 오히려 상대에게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말을 잘하는 능력만큼 말하지 않아야 할 순간을 아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칭찬하라’는 내용 역시 조직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잘된 부분보다 부족한 부분이 먼저 보인다. 결과물을 검토하면서 열 가지가 잘되어 있어도 수정해야 할 한 가지에 눈이 간다.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동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함께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노력 전체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반대로 “수고했다”라는 형식적인 말보다 어떤 부분이 왜 좋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노력을 실제로 봐주었다고 느낀다.

칭찬은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방을 자세히 보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는 원칙은 설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우리는 흔히 설득을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은 논리를 제시하고 반대 의견을 하나씩 반박한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강제로 바뀌었다고 느끼면 본능적으로 저항한다. 반대로 자신이 충분히 이해한 뒤 직접 선택했다고 느끼면 그 결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조직에서도 비슷하다.

“이렇게 하라”라고 지시하는 것은 빠르다. 하지만 구성원이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지시받은 범위까지만 움직이기 쉽다. 반대로 목적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느끼면 예상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따라서 좋은 설득은 상대방의 입을 닫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열어주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이 점에서 책 제목의 ‘이긴다’라는 표현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화에서 내가 이기고 상대방이 졌다면 정말 좋은 결과일까?

회의에서 상대의 논리를 완벽하게 반박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마음속으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얻은 것은 많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조금 양보했더라도 상대방이 스스로 납득하고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면 장기적으로는 훨씬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화의 승리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결과까지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의 에필로그 제목이 ‘결국, 관계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인상적이었다.


 말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관계를 만드는 도구다.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조직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말 한마디의 무게도 달라진다. 나는 가볍게 한 말이라도 후배에게는 오래 기억되는 말이 될 수 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반대로 힘든 순간에 건넨 짧은 격려나 상대의 노력을 인정해준 한마디가 오랫동안 기억될 수도 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말의 무게를 더욱 의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젊었을 때는 말을 잘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빠르게 이야기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논리적인 허점을 발견하면 정확하게 지적하는 것이 능력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반드시 가장 많이 말하는 사람도, 가장 논리적인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빨리 알아차리고 필요한 만큼만 이야기하며, 때로는 자신의 말을 줄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말을 잘하는 사람일 수 있다.

특히 해외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해본 경험을 떠올리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면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표현이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문법이나 화려한 표현보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은 ‘내가 얼마나 잘 이야기했는가’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이해했는가에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말하는 습관도 돌아보게 되었다.

혹시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설명을 계속 덧붙이고 있지는 않은가. 경험이 적은 사람의 의견을 끝까지 듣기 전에 답을 정해놓지는 않는가. 내가 정확한 말을 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그 말을 듣는 사람의 감정은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특히 가족과의 대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직장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오히려 쉽게 충고하고 판단할 때가 있다. 가족이 고민을 이야기할 때도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의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하는 곳은 어쩌면 회사의 회의실이 아니라 집의 식탁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오래 남은 소감은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었다.

핵심부터 말하는 것은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고, 쉬운 말로 설명하는 것은 상대의 이해를 배려하는 것이다. 묻지 않은 조언을 참는 것은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상대의 노력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은 상대방을 내가 움직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40대 후반의 지금 나는 앞으로 더 화려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오히려 짧게 말해도 핵심이 분명한 사람, 상대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말 때문에 상대방이 작아지지 않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장생활을 마친 뒤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때 ‘말을 잘했던 사람’이라는 평가보다 ‘그 사람과 이야기하면 내 생각을 제대로 들어준다는 느낌이 있었다’는 기억이 남는다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내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싶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게 되지만 모든 대화에서 옳고 그름을 가릴 필요는 없다.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내 경험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내가 한발 물러서는 것이 관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책의 제목처럼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승리’는 책을 읽기 전과 달라졌다. 상대방을 논리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을 상대가 이해하고, 상대의 생각도 내가 이해하며, 대화가 끝난 뒤에도 서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남기는 것이다.


 앞으로의 삶에서는 내가 얼마나 많은 말을 했는가보다 내 말이 사람에게 어떤 느낌으로 남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다. 말로 나의 지식을 증명하기보다 말로 신뢰를 만들고, 상대를 이기기보다 함께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40대 후반의 내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머니치트키
머니치트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솔직히 단기간에 돈을 버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치트키’라는 표현 자체가 게임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건너뛰고 빠르게 원하는 결과를 얻는 방법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제목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치트키는 특정 종목이나 자산을 골라주는 비법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더 가까웠다.


 책은 매우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왜 어떤 사람은 평생 열심히 일해도 자산을 크게 늘리기 어렵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는가. 저자는 이를 개인의 성실함이나 능력 차이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에는 하루 24시간이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지만 이미 만들어진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구조적인 차이에 주목한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이 대목을 읽으니 젊은 시절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열심히 일하고 소득을 높여 저축하면 자연스럽게 경제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근로소득과 저축은 삶의 기반을 만드는 데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득의 크기만큼이나 자신이 번 돈을 어떤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다.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개별적인 숫자보다 ‘구조’를 먼저 보라는 메시지였다.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움직이는 각각의 현상을 별개의 사건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매우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돈의 양과 금리, 사람들의 심리, 자금의 이동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바라보면 서로 연결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책의 핵심을 잘 보여주는 실제 목차의 표현 가운데 세 문장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숫자에만 반응한다.”

“맞히려 하지 말고 대비하라.”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 세 문장이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인 메시지를 압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불확실성을 대하는 방법이며, 마지막은 결국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태도다.


 특히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숫자에만 반응한다”​는 표현이 오래 남았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숫자를 접한다. 금리가 몇 퍼센트 변했고, 어느 시장이 몇 퍼센트 올랐으며, 어떤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거나 나빴다는 정보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나 숫자가 움직였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것과 왜 움직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랫동안 숫자를 접하면서 나 역시 숫자 자체보다 숫자 뒤의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다. 좋은 숫자가 반드시 좋은 상황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나쁜 숫자가 항상 부정적인 미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일회성 요인 때문인지,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인지에 따라 같은 숫자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돈을 단순히 지폐나 통장 잔액으로 생각하지 않고 은행의 대출과 신용을 통해 돈이 어떻게 늘어나고 경제 안에서 이동하는지를 이해해야 자산가격의 변화도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설명 역시 다시 생각하게 했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생활비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같은 금액의 돈이 시간이 지나면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돈을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의미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현금은 가격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오랜 기간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구매력이라는 관점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며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책이 모든 돈을 위험자산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읽히지는 않았다. 오히려 3부에서 현금, 주식, 채권, 금, 부동산, 암호화폐를 각각 살펴보는 이유는 모든 자산이 서로 다른 특성과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이 부분에서 ‘좋은 자산이 무엇인가’보다 ‘왜 이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금은 위기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고, 채권과 금은 다른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주식과 부동산 역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제활동과 연결된다. 암호화폐처럼 가격 변동이 매우 큰 자산도 그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접근하는 것과 단순히 가격이 오른다는 이유로 접근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행하는 자산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자산이 자신의 전체 자산 안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 점에서 책의 “분산이라는 착각”​이라는 목차도 흥미로웠다. 단순히 여러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위험이 분산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이름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도 같은 원인에 의해 동시에 움직인다면 실제로는 충분히 분산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개수’보다 ‘관계’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열 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보다 위기가 왔을 때 그 열 개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자산도 시장 전체가 공포에 빠지는 순간에는 동시에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위험관리는 평소보다 위기의 순간을 상상하는 작업에 가깝다.

그래서 4부의 “맞히려 하지 말고 대비하라”​는 표현에 가장 공감했다. 시장을 오랫동안 바라볼수록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된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계속 달라지고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사건이나 전쟁, 기술 변화가 순식간에 시장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은 본능적으로 미래를 맞히고 싶어 한다. 금리가 언제 내려갈지, 주가가 언제 바닥을 만들지, 어느 산업이 다음 상승을 이끌지 알고 싶어 한다. 전망이 맞으면 자신의 판단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틀리면 새로운 전망을 다시 찾는다.


 하지만 미래를 한 번 정확하게 맞히는 것보다 예상이 틀렸을 때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서는 특히 그렇다. 젊었을 때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가족과 생활에 대한 책임이 커지면 한 번의 큰 성공보다 치명적인 실패를 피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얼마나 많이 벌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예상이 틀렸을 때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높은 수익 가능성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가장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생활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지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머니치트키의 제목과 실제 메시지 사이에는 재미있는 역설이 있다. 진짜 치트키는 빠르게 부자가 되는 비법이 아니라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에서 ‘모두에게 공평한 단 하나의 자원’으로 시간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돈의 출발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문제는 그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이다.


 젊은 시절에는 시간을 직접 사용해 더 많은 소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조금씩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직장에서의 노동을 가치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안정적인 소득은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노동으로 번 돈을 모두 소비하고 다시 다음 월급을 기다리는 구조에 머물 것인지, 일부를 미래의 선택권을 만들어주는 자산으로 바꾸어갈 것인지의 차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자녀 세대에게 돈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 세대는 흔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얻고 저축하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여전히 중요한 조언이다. 그러나 앞으로 살아갈 세대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물가가 오르며 금리가 자산가격과 경제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위험과 보상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일찍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정한 투자방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돈이 움직이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 훨씬 오래가는 교육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장점은 복잡한 개념을 비교적 쉽게 설명한다는 데 있다. 반면 몇몇 주장은 독자가 스스로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느꼈다. 현실의 자산가격과 부의 격차는 한두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돈이 먼저 어디로 이동하는지만으로 모든 결과를 설명할 수도 없고,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미래의 부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의 설명을 하나의 절대적인 법칙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지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지도는 방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실제 길을 걸을 때는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책의 후반부가 결국 ‘생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위험 없이 얻는 보상은 없다”, “맞히려 하지 말고 대비하라”,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규칙의 중요성”이라는 목차가 이어진다. 앞부분에서 돈과 자산을 설명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자신의 원칙을 만들라는 이야기로 돌아오는 셈이다.


 시장에는 항상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몇 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과 산업이 등장하고, 과거에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자산이 크게 흔들리기도 한다. 유행하는 투자법 역시 계속 바뀐다.

그럴수록 자신의 원칙이 필요하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곳에는 큰돈을 넣지 않는 것, 한 번의 판단이 틀려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일 때 조금은 의심하고 모두가 공포에 빠졌을 때 감정만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처럼 단순한 원칙들이 오히려 오래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돈을 많이 버는 방법보다 돈 때문에 삶의 선택권을 잃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40대 후반이 되니 돈의 의미도 조금 달라졌다. 젊었을 때 돈은 더 좋은 물건을 사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 느껴졌다. 지금은 돈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선택할 수 있는 여유’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지 않는 일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 자유, 가족에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선택을 포기하지 않을 여유, 언젠가 직장을 떠나게 되었을 때 다음 삶을 천천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돈이 만들어주는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목표도 단순히 자산의 숫자를 최대한 크게 만드는 데만 두고 싶지는 않다. 숫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큰 위험을 감수하거나 현재의 삶을 모두 희생한다면 결국 돈을 모으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시장의 방향을 매번 정확하게 맞히는 사람이 되기보다 틀렸을 때도 다시 판단할 기회가 남아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들이 무엇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흔들리기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천천히 자산을 쌓고, 상황이 달라지면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여유를 남겨두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에 대해 계속 공부하되 돈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내가 다시 확인한 진짜 치트키는 특별한 투자법도, 남들보다 먼저 발견한 정보도 아니었다. 돈이 움직이는 구조를 이해하고, 자신의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며, 미래를 맞히려 하기보다 예상이 틀려도 무너지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경제적 여유를 자신과 가족의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사용하는 것.


 40대 후반의 지금 내게는 그것이 빠르게 부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머니치트키’처럼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루 필사 :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편 ㅣ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데일 카네기 지음 / 코너스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새롭게 읽기 어려운 책이다. 사람을 비판하지 말라, 진심으로 칭찬하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는 원칙들은 이미 여러 책과 강연을 통해 익숙하게 접해왔다. 


 그러나 ‘읽는 것’과 ‘직접 쓰는 것’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눈으로 읽을 때는 당연하다고 지나쳤던 문장을 손으로 천천히 옮겨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이 책의 가치는 새로운 인간관계의 기술을 알려주는 데 있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원칙을 다시 자신에게 묻게 한다는 데 있다고 느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생각도 젊었을 때와 많이 달라졌다. 사회생활 초기에는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옳은 근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충분히 설명하면 상대방 역시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과 함께 일하다 보니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누가, 어떤 태도로, 어떤 순간에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때로는 정확한 지적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기도 한다.


 카네기가 오래전부터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존중받기를 원하고, 자신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 이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좋은 관계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실제 공개된 본문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은 부분을 짧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내면의 조건에 달려 있다.”

“바로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렸다.”


 이 문장들은 Day 10 ‘행복은 내면에 있다’에 실린 실제 표현들이다. 인간관계를 다루는 책에서 행복과 생각의 태도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관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 역시 상대방 자체보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에서 시작될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말하는 방식이 불편한 사람도 있고, 일하는 속도와 기준이 다른 사람도 있다. 젊었을 때는 이런 차이를 상대방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것이 카네기가 말하는 인간관계 원칙들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어려운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히 ‘비판하지 말라’는 원칙은 조직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더욱 어렵다. 업무에서는 잘못된 판단이나 부족한 결과를 지적해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문제를 칭찬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사람 자체를 비판하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밖에 하지 못했는가”라는 말과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라는 말은 같은 문제를 다루지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들기 쉽고, 후자는 문제 해결에 참여할 여지를 남긴다.


 나 역시 지나온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내용은 맞았지만 전달 방식이 좋지 않았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상대방이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한 능력이었다.


 카네기가 강조하는 ‘칭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직장에서 칭찬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잘한 일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먼저 발견하는 것이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의 습관이 되기 쉽다. 나 역시 자료를 검토할 때 잘된 열 가지보다 수정해야 할 한 가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을 맡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결과물에서 부족한 부분만 지적받으면 자신의 노력 전체가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은 말을 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카네기가 말하는 핵심은 아첨이 아니라 진심으로 인정할 부분을 발견하는 데 있다. 사람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심 어린 칭찬도 할 수 없다. 결국 칭찬은 말하는 기술 이전에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청’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다음에 무엇을 말할지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험이 쌓이면 상대방이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문제의 원인과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에게 오히려 경청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적어서가 아니라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비슷한 문제를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몇 마디만 들어도 “이건 이런 문제구나”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비슷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람과 환경이 다르면 원인도 다를 수 있다.


 후배가 찾아와 고민을 이야기할 때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필요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상대방은 답을 몰라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서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족관계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오히려 가장 쉽게 충고한다. 배우자나 자녀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해결책부터 제시하기 쉽다. 그러나 가족이 원하는 것도 항상 정답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필사하면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다시 느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보고 있는 상황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경험과 이해관계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회의에서 의견이 충돌할 때도 각자는 자신의 주장이 조직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이 반드시 이기적이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위치에서 다른 위험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상대방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면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화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카네기의 인간관계 원칙은 단순한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조종하기 위해 이름을 기억하고 칭찬하며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결국 그 의도는 드러난다. 인간관계는 기술만으로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오히려 핵심은 상대방도 나와 똑같이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경청이나 칭찬은 기술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태도가 된다.


 책의 형식인 ‘필사’ 자체도 지금의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너무 빠르게 정보를 소비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와 보고서, 메시지를 읽지만 하루가 지나면 무엇을 읽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 문장을 직접 손으로 쓰는 일은 비효율적일 정도로 느리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림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 ‘비판하지 말라’는 문장을 읽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지만 그것을 천천히 적으면서 최근 내가 누군가를 불필요하게 비판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그 문장은 단순한 정보에서 경험으로 바뀐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에 읽어버리는 것보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천천히 쓰는 방식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는 지식을 많이 안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조금씩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의 숫자보다 질이 중요해진다는 생각도 든다. 젊었을 때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능력으로 기억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일을 잘했던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같이 일하기 괜찮았던 사람’, ‘어려울 때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사람’이라는 기억까지 남길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의미 있는 직장생활일 것이다.


 특히 조직에서 어느 정도 책임을 맡게 된 이후에는 내가 하는 말 한마디의 무게도 젊었을 때와 달라진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나는 가볍게 지적한 말이라도 후배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별생각 없이 건넨 짧은 인정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말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새로운 인간관계의 비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비판보다 이해가 중요하고,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며,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실제 상황에서 감정이 상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도 그 원칙을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40대 후반의 지금 돌이켜보면 직장생활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은 반드시 가장 똑똑하거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만은 아니었다. 어려운 순간에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사람, 잘못했을 때 공개적으로 망신주기보다 조용히 방향을 알려주었던 사람, 성과가 났을 때 자신의 공보다 함께한 사람들의 노력을 먼저 이야기했던 사람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앞으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는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상대방이 스스로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것은 뛰어난 말솜씨보다 신뢰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신뢰는 거창한 행동보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작은 노력도 알아봐 주며, 잘못을 지적할 때도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일상의 태도에서 쌓일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 원칙을 먼저 적용하고 싶다.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는 예의를 지키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쉽게 판단하고 충고한다. 앞으로는 답을 알려주기 전에 한 번 더 들어주고,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잘하고 있는 것을 먼저 바라보려 한다.


 하루 필사의 88쪽을 채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문장 가운데 단 몇 개라도 실제 생활의 습관으로 옮기는 일은 훨씬 어렵다. 그래서 책을 다 읽었다는 사실보다 한 문장이라도 행동으로 남기는 것이 진짜 완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좋은 인간관계란 사람을 다루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중요한 존재로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직장생활과 삶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는가보다, 나를 만났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존중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이 책을 필사하며 40대 후반의 내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루 필사 :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 편 ㅣ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데일 카네기 지음 / 코너스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책이다. 걱정과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고전이라는 사실도 익숙하다. 그런데 이 책은 같은 내용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한다. 책을 빠르게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씩 직접 써보게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88쪽의 얇은 필사 노트가 원작의 깊이를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직접 문장을 옮겨 쓰면서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을 발견했다. 눈으로 읽으면 몇 초 만에 지나갈 문장을 손으로 쓰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시간이 생긴다. 그리고 그 순간 문장의 의미가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의 문제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자기관리’라는 단어의 의미도 달라졌다. 젊었을 때 자기관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며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을 잘하는 것만큼 자신의 감정과 불안을 관리하고, 중요하지 않은 걱정에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자기관리라고 느낀다.


 직장생활을 오래 할수록 책임져야 하는 일은 많아진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늘어나고, 내가 내린 판단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걱정도 커진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여러 번 머릿속으로 예상하고,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면서 대비한다.


 문제는 준비와 걱정의 경계가 생각보다 모호하다는 데 있다. 미래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같은 걱정을 반복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는 문제를 머릿속에서 계속 돌려보기도 한다.

그래서 책에 실린 다음 문장들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준비하되 불안해하지 마라.”

“자꾸 뒤를 돌아보지 마라.”

“우리 자신을 용서하자.”

 짧은 세 문장이지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자기관리의 핵심을 상당히 잘 보여준다고 느꼈다. 첫 번째는 미래를 대하는 태도이고, 두 번째는 지나간 결정을 대하는 태도이며, 세 번째는 결국 자신을 대하는 태도다.


 그중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준비하되 불안해하지 마라”​라는 문장이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이다. 준비에는 행동이 있지만 걱정에는 반복되는 생각만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필요한 자료를 확인하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준비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마친 뒤에도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현재 해야 할 일에 집중할 힘을 빼앗는다.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준비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고 살았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역설적으로 걱정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날 수도 있다. 아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잘못될 수 있는지 알고 있고, 작은 판단 하나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경험은 좋은 판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위험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만큼 생각을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자꾸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문장 역시 직장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뒤에도 계속 그 결정을 다시 생각한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잘못된 결과가 나오면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 자신을 책망한다.


 물론 잘못된 판단을 복기하는 것은 필요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복기와 후회 역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복기는 다음 판단을 개선하기 위해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고, 후회는 바꿀 수 없는 과거에 현재의 감정을 계속 소비하는 것이다. 배울 것을 찾았다면 어느 순간에는 과거의 문을 닫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한 번의 실패가 현재의 새로운 판단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40대 후반이라는 나이는 지나온 선택이 상당히 많이 쌓여 있는 시기다. 잘한 선택도 있고 지금 생각하면 다르게 하고 싶은 선택도 있다. 직장생활뿐 아니라 가족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의 시각으로 10년 전의 나를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고, 당시의 정보와 경험 안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용서하자”는 마지막 문장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자신을 용서한다는 것은 잘못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되 그것을 이유로 계속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하지만 실패 자체가 자신의 전체 가치를 결정하도록 두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걱정을 없애기 위해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걱정이 생기는 현실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구체적인 태도를 제시한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 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막연한 불안은 실제 위험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의외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내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가장 좋은 결과만 기대하기보다 예상과 다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목적은 비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구체적인 문제로 바꾸기 위해서다.

막연한 걱정은 크기를 알 수 없지만 구체적인 위험은 대응할 수 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실제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나 거대한 사건만은 아니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반응, 작은 실수 하나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가 있다.


 특히 책임이 커질수록 주변 사람들의 말과 반응에도 민감해질 수 있다. 내가 한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누군가 나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고 모든 오해를 해명할 수도 없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내게 일어난 모든 일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에 반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소개된 “삶은 사소한 일로 낭비하기엔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라는 대목도 이런 점에서 강하게 다가왔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도 달라진다. 20대에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 거의 무한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시간이 가장 한정된 자원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의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을 무엇에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진다. 몇 년 뒤에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작은 갈등 때문에 며칠 동안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인지, 이미 끝난 일을 반복해서 떠올리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마음은 논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필사라는 방식이 의미 있다고 느꼈다.


 하루에 한 문장을 쓰는 행위는 걱정을 없애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대신 하루에 몇 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멈추고 바라보는 시간을 만든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문장을 천천히 쓰면서 ‘오늘 나는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가’, ‘그 걱정 가운데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작은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에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책임이 커질수록 오히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시장 상황도, 다른 사람의 생각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결국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정도다.


 카네기의 메시지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읽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와 기술은 크게 달라졌지만 인간이 걱정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실시간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은 걱정할 소재가 훨씬 많아졌다.


 과거에는 알지 못했을 일까지 실시간으로 알게 되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즉시 전달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서 우리는 모든 변화에 반응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현대의 자기관리에는 정보를 더 많이 얻는 능력뿐 아니라 어떤 정보에서 잠시 떨어질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우리는 낙원에 살고 있었다”는 표현도 인상 깊었다.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는 쉽게 집중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는 잘 느끼지 못한다.


 건강할 때는 건강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가족이 곁에 있을 때는 함께 있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안정적인 일상도 그것을 잃을 가능성이 생겼을 때 비로소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이 부분에 특히 공감하게 된다. 이제는 무엇인가를 더 얻는 것만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지키고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 현재의 삶을 계속 ‘준비 단계’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을 계속 미룬다면 결국 인생 전체가 준비 기간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자기관리란 자신을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젊었을 때는 더 열심히 하고 더 많이 배우며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이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성실함과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정한 나이가 지나고 책임이 많아질수록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족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이고 직장에서 중요한 판단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계속될 것이다.


 다만 걱정이 찾아올 때 그것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한 가지를 구분해보고 싶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있다면 행동하면 된다. 필요한 준비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판단을 내리면 된다. 반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같은 생각을 반복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때는 잠시 내려놓고 오늘 해야 할 일로 돌아오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선택에 대해서도 조금은 너그러워지고 싶다. 당시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르다. 잘못된 선택에서 배울 것은 배우되 과거의 나를 계속 심판하면서 현재까지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남은 직장생활과 삶에서 사소한 걱정 때문에 중요한 시간을 너무 많이 잃지 않고 싶다. 가족과 보내는 저녁, 좋은 사람과 나누는 대화,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평범한 순간을 미래의 걱정 때문에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걱정 없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걱정하면서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을 충분히 준비하되 내일 때문에 오늘을 잃지 않는 것, 잘못된 과거에서 배우되 계속 뒤돌아보지 않는 것, 그리고 부족했던 자신을 어느 순간에는 용서해주는 것.


 40대 후반의 지금 내게 자기관리란 결국 더 완벽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과 마음을 정말 중요한 곳에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하루 필사』의 짧은 문장들을 쓰면서 그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매력적인 캐릭터 메이킹북 - 캐릭터 설정에서 일러스트까지
메멘치 지음, 김건용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만들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것도 아닌 40대 후반의 직장인에게 얼굴과 체형, 의상과 배색, 포즈를 설명하는 책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책이 설명하는 것은 단순히 ‘예쁘게 그리는 방법’이 아니었다.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하고, 그 생각을 구체적인 설정으로 발전시키며, 얼굴과 옷, 색과 자세 같은 여러 요소를 일관된 방향으로 조합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작업은 머릿속의 막연한 생각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첫 부분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부터 설명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저자는 오히려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라도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분명하지 않다면 사람의 기억에 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적인 흐름을 공개된 목차와 소개에서 짧게 발췌하면 다음 세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란? 일러스트란?”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를 최대한 전달하기”
“캐릭터 설정에서 아이디어 확장하기”


 이 세 문장은 화려한 그림 기법보다 이 책의 본질을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먼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중심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것이다.


 나는 특히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를 최대한 전달하기’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그림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사람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핵심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중요한 내용이 수많은 정보 속에 묻힌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수십 장의 자료를 만들고 많은 숫자와 설명을 넣었는데도 회의가 끝난 뒤 상대방이 핵심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복잡한 내용을 한두 문장과 하나의 그림으로 명확하게 설명했을 때 훨씬 강하게 기억되기도 한다.


 캐릭터 역시 비슷하다. 사람의 얼굴과 머리카락, 의상, 액세서리, 색을 모두 화려하게 만들면 처음에는 눈에 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요소를 강조하면 오히려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강조하고 싶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원리는 우리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보다 한두 가지 분명한 특징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다. 말투가 독특하거나 특정한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예상하지 못한 성격의 반전을 가진 사람이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래서 캐릭터의 ‘매력’이라는 것도 완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차이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캐릭터의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에서 소재와 설정을 확장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세세한 부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큰 방향을 결정하고, 그 방향에 맞춰 작은 요소들을 선택한다.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한 뒤 그 성격에 어울리는 얼굴과 체형, 의상과 색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은 내가 익숙하게 해왔던 문제 해결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처음부터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방향을 잃기 쉽다. 먼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정하고 큰 구조를 만든 뒤 필요한 세부사항을 채워야 한다. 큰 방향 없이 디테일을 쌓으면 많은 일을 하고도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 있다.


 특히 ‘설정’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좋은 캐릭터는 외형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림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정보까지 만들어놓으면 캐릭터의 표정과 행동, 의상에도 자연스럽게 일관성이 생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설정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사람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을 판단할 때는 외모와 말투, 직책과 행동처럼 눈에 보이는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 뒤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가치관, 실패와 성공의 기억이 있다. 그것을 알지 못한 채 겉으로 나타난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상당히 제한적인 이해에 머물 수 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조직에서 다양한 사람을 경험했고, 첫인상과 실제 모습이 달랐던 경우도 많이 보았다. 처음에는 조용해서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강한 의견을 내기도 하고, 평소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이던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불안함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에게도 일종의 ‘설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행동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기보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책에서 얼굴과 체형을 다루는 방식 역시 단순히 아름다운 비율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얼굴과 체형이 캐릭터의 테마와 어울리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결국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점도 인상 깊었다. 우리는 학교와 직장생활을 거치면서 정답을 찾는 방식에 익숙하다. 문제가 주어지면 가장 정확한 답을 찾아야 하고, 정답과 오답이 구분된다. 하지만 실제 세상의 많은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색이 가장 좋은지, 어떤 얼굴이 가장 매력적인지를 절대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선택한 요소들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방향과 얼마나 잘 맞느냐는 것이다.


 배색에 관한 부분은 특히 흥미로웠다. 저자 메멘치는 아름다운 배색을 탐구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색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캐릭터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한다. 같은 캐릭터라도 어떤 색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밝고 활기찬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갑고 신비로운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것은 전달 방식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순서로 설명하고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진다. 사실만 정확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은 사실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분위기와 맥락, 표현 방식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전달하는가와 함께 어떻게 전달하는가도 중요하다.

포즈와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캐릭터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아무런 맥락 없이 서 있기만 한다면 그 사람의 특징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 반대로 특정한 행동과 상황 속에 캐릭터를 배치하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인물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보다 행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그 사람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누구나 책임감과 협력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는지, 해결책을 찾는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이 그 사람의 진짜 캐릭터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캐릭터’라는 단어 자체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저 사람은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것은 외모가 특별하다는 뜻이라기보다 말과 행동, 가치관이 일관되어 그 사람만의 이미지가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젊을 때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씩 분명해진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도 ‘저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문제는 그 캐릭터가 내가 의도한 모습과 일치하느냐는 것이다.

책에서는 캐릭터를 만들 때 테마를 먼저 정하고 모든 요소가 그 방향을 향하도록 구성한다. 사람 역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분명하다면 일상의 작은 행동들이 어느 정도 같은 방향으로 모일 수 있다.


 40대 후반의 지금 이 질문은 꽤 의미 있게 다가왔다. 앞으로 무엇을 더 성취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도 점점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지는 사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처럼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캐릭터 디자인에서 작은 표정과 색, 의상과 자세가 모여 하나의 인물을 만드는 것처럼 사람 역시 수많은 작은 행동이 쌓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한번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해서 영원히 그대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고 표현 방식을 바꾸면서 더 입체적인 인물로 발전할 수 있듯 사람도 나이에 관계없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40대 후반은 자신의 모습이 상당 부분 굳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 시기다. 성격도, 일하는 방식도, 인간관계도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처럼 생각한다면 아직 추가할 수 있는 설정도 많고 바꿀 수 있는 표현도 많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이전에는 관심 없었던 취미를 시작하는 것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씩 확장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보기 위한 전문적인 실용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고 난 뒤에는 오히려 ‘사람에게 매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책으로 남았다.


 매력적인 사람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고, 말과 행동에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작은 약점이나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그 사람을 더 인간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모든 요소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여줄지 선택하고 나머지를 조절하면서 매력을 만들어낸다. 결국 매력은 더 많은 것을 추가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생각은 지금의 나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젊은 시절에는 더 많은 지식과 경험, 더 많은 성취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무엇을 더할 것인가만큼 무엇을 남길 것인가도 중요해진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 하기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매력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선택이 일관된 방향으로 쌓이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얼굴 하나만 잘 그린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테마와 설정, 체형과 의상, 색과 포즈, 배경까지 서로 어울려야 하나의 인물이 살아난다. 사람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번의 성공이나 멋진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한 선택과 행동이 그 사람의 모습을 만든다.


 40대 후반의 지금 나는 이미 상당한 분량의 내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좋은 부분도 있을 것이고 수정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습이 완성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설정을 더하고 싶다. 익숙한 분야에서는 경험을 활용하되 새로운 분야에서는 다시 초보자가 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성과만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직장생활의 긴 시간을 마치고 나를 돌아보았을 때 화려한 이력보다 ‘저 사람은 자신만의 색이 분명했던 사람’이라는 기억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내게는 나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무엇을 더 그릴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작은 요소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


 결국 인생 역시 자신이라는 캐릭터를 오랜 시간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기보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선을 그리고 새로운 색을 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 남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