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캐릭터 메이킹북 - 캐릭터 설정에서 일러스트까지
메멘치 지음, 김건용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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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만들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것도 아닌 40대 후반의 직장인에게 얼굴과 체형, 의상과 배색, 포즈를 설명하는 책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책이 설명하는 것은 단순히 ‘예쁘게 그리는 방법’이 아니었다.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하고, 그 생각을 구체적인 설정으로 발전시키며, 얼굴과 옷, 색과 자세 같은 여러 요소를 일관된 방향으로 조합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작업은 머릿속의 막연한 생각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첫 부분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부터 설명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저자는 오히려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라도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분명하지 않다면 사람의 기억에 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적인 흐름을 공개된 목차와 소개에서 짧게 발췌하면 다음 세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란? 일러스트란?”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를 최대한 전달하기”
“캐릭터 설정에서 아이디어 확장하기”


 이 세 문장은 화려한 그림 기법보다 이 책의 본질을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먼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중심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것이다.


 나는 특히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를 최대한 전달하기’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그림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사람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핵심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중요한 내용이 수많은 정보 속에 묻힌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수십 장의 자료를 만들고 많은 숫자와 설명을 넣었는데도 회의가 끝난 뒤 상대방이 핵심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복잡한 내용을 한두 문장과 하나의 그림으로 명확하게 설명했을 때 훨씬 강하게 기억되기도 한다.


 캐릭터 역시 비슷하다. 사람의 얼굴과 머리카락, 의상, 액세서리, 색을 모두 화려하게 만들면 처음에는 눈에 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요소를 강조하면 오히려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강조하고 싶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원리는 우리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보다 한두 가지 분명한 특징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다. 말투가 독특하거나 특정한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예상하지 못한 성격의 반전을 가진 사람이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래서 캐릭터의 ‘매력’이라는 것도 완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차이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캐릭터의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에서 소재와 설정을 확장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세세한 부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큰 방향을 결정하고, 그 방향에 맞춰 작은 요소들을 선택한다.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한 뒤 그 성격에 어울리는 얼굴과 체형, 의상과 색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은 내가 익숙하게 해왔던 문제 해결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처음부터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방향을 잃기 쉽다. 먼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정하고 큰 구조를 만든 뒤 필요한 세부사항을 채워야 한다. 큰 방향 없이 디테일을 쌓으면 많은 일을 하고도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 있다.


 특히 ‘설정’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좋은 캐릭터는 외형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림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정보까지 만들어놓으면 캐릭터의 표정과 행동, 의상에도 자연스럽게 일관성이 생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설정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사람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을 판단할 때는 외모와 말투, 직책과 행동처럼 눈에 보이는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 뒤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가치관, 실패와 성공의 기억이 있다. 그것을 알지 못한 채 겉으로 나타난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상당히 제한적인 이해에 머물 수 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조직에서 다양한 사람을 경험했고, 첫인상과 실제 모습이 달랐던 경우도 많이 보았다. 처음에는 조용해서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강한 의견을 내기도 하고, 평소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이던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불안함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에게도 일종의 ‘설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행동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기보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책에서 얼굴과 체형을 다루는 방식 역시 단순히 아름다운 비율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얼굴과 체형이 캐릭터의 테마와 어울리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결국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점도 인상 깊었다. 우리는 학교와 직장생활을 거치면서 정답을 찾는 방식에 익숙하다. 문제가 주어지면 가장 정확한 답을 찾아야 하고, 정답과 오답이 구분된다. 하지만 실제 세상의 많은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색이 가장 좋은지, 어떤 얼굴이 가장 매력적인지를 절대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선택한 요소들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방향과 얼마나 잘 맞느냐는 것이다.


 배색에 관한 부분은 특히 흥미로웠다. 저자 메멘치는 아름다운 배색을 탐구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색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캐릭터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한다. 같은 캐릭터라도 어떤 색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밝고 활기찬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갑고 신비로운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것은 전달 방식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순서로 설명하고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진다. 사실만 정확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은 사실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분위기와 맥락, 표현 방식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전달하는가와 함께 어떻게 전달하는가도 중요하다.

포즈와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캐릭터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아무런 맥락 없이 서 있기만 한다면 그 사람의 특징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 반대로 특정한 행동과 상황 속에 캐릭터를 배치하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인물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보다 행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그 사람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누구나 책임감과 협력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는지, 해결책을 찾는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이 그 사람의 진짜 캐릭터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캐릭터’라는 단어 자체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저 사람은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것은 외모가 특별하다는 뜻이라기보다 말과 행동, 가치관이 일관되어 그 사람만의 이미지가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젊을 때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씩 분명해진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도 ‘저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문제는 그 캐릭터가 내가 의도한 모습과 일치하느냐는 것이다.

책에서는 캐릭터를 만들 때 테마를 먼저 정하고 모든 요소가 그 방향을 향하도록 구성한다. 사람 역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분명하다면 일상의 작은 행동들이 어느 정도 같은 방향으로 모일 수 있다.


 40대 후반의 지금 이 질문은 꽤 의미 있게 다가왔다. 앞으로 무엇을 더 성취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도 점점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지는 사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처럼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캐릭터 디자인에서 작은 표정과 색, 의상과 자세가 모여 하나의 인물을 만드는 것처럼 사람 역시 수많은 작은 행동이 쌓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한번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해서 영원히 그대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고 표현 방식을 바꾸면서 더 입체적인 인물로 발전할 수 있듯 사람도 나이에 관계없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40대 후반은 자신의 모습이 상당 부분 굳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 시기다. 성격도, 일하는 방식도, 인간관계도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처럼 생각한다면 아직 추가할 수 있는 설정도 많고 바꿀 수 있는 표현도 많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이전에는 관심 없었던 취미를 시작하는 것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씩 확장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보기 위한 전문적인 실용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고 난 뒤에는 오히려 ‘사람에게 매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책으로 남았다.


 매력적인 사람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고, 말과 행동에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작은 약점이나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그 사람을 더 인간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모든 요소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여줄지 선택하고 나머지를 조절하면서 매력을 만들어낸다. 결국 매력은 더 많은 것을 추가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생각은 지금의 나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젊은 시절에는 더 많은 지식과 경험, 더 많은 성취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무엇을 더할 것인가만큼 무엇을 남길 것인가도 중요해진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 하기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매력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선택이 일관된 방향으로 쌓이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얼굴 하나만 잘 그린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테마와 설정, 체형과 의상, 색과 포즈, 배경까지 서로 어울려야 하나의 인물이 살아난다. 사람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번의 성공이나 멋진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한 선택과 행동이 그 사람의 모습을 만든다.


 40대 후반의 지금 나는 이미 상당한 분량의 내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좋은 부분도 있을 것이고 수정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습이 완성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설정을 더하고 싶다. 익숙한 분야에서는 경험을 활용하되 새로운 분야에서는 다시 초보자가 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성과만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직장생활의 긴 시간을 마치고 나를 돌아보았을 때 화려한 이력보다 ‘저 사람은 자신만의 색이 분명했던 사람’이라는 기억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내게는 나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무엇을 더 그릴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작은 요소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


 결국 인생 역시 자신이라는 캐릭터를 오랜 시간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기보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선을 그리고 새로운 색을 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 남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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