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신현종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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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표현이 자칫 말을 화려하게 하거나 논쟁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의미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제목에서 말하는 ‘이긴다’의 의미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말 잘하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논리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어 전달하며, 최종적으로 상대가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었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오랫동안 수많은 회의와 보고, 협상과 설명의 자리를 경험한 나에게 이 부분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젊었을 때는 내가 가진 정보와 논리가 정확하다면 충분히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료가 정확하고 근거가 충분하면 결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 조직생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같은 자료를 보여주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고,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은 설명이라도 상대방이 마음을 닫으면 대화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반대로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도 상대의 관심과 고민을 정확하게 이해한 한마디가 상황을 바꾸기도 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정보의 양만이 아니라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책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실제 목차의 표현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은 세 문장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설명의 늪에서 벗어나라.”

“핵심부터 말하라.”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짧은 세 문장이지만 내가 이 책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인 내용이 잘 담겨 있다. 첫 번째는 많이 설명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설명은 아니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이며, 세 번째는 진정한 설득이 강요가 아니라 상대방의 선택에서 완성된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중에서도 ‘설명의 늪에서 벗어나라’​는 표현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설명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더 많은 근거를 제시하고 더 길게 설명한다. 그런데 설명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은 설득되기보다 오히려 자신을 방어하려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이 있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설명을 계속 덧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대화의 목적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때부터 대화는 설득이 아니라 논쟁이 된다.

직장생활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쌓이고 책임이 커질수록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도 강해진다.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과 상대방이 내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핵심부터 말하라’는 원칙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복잡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자신이 검토한 과정과 배경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결론에 도달하려 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는 그 과정 전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결론은 무엇인가”, “왜 중요한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먼저 궁금할 수 있다. 핵심을 먼저 이야기하고 상대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추가로 설명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것은 단순한 화법의 기술을 넘어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시간은 없다. 그런 사람에게 핵심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의 ‘쉬운 말이 좋은 말이다’라는 원칙 역시 공감했다. 지식과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신에게 익숙한 전문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하지만 내가 익숙한 단어가 상대방에게도 익숙하다는 보장은 없다.


 진짜로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 오히려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내용을 어려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어려운 내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것이 훨씬 높은 수준의 능력일 수 있다.

책에서 특히 흥미롭게 읽은 또 하나의 부분은 ‘묻지 않은 조언은 참견이다’​라는 대목이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이것이 점점 중요하다고 느낀다. 경험이 쌓이면 다른 사람이 고민을 이야기할 때 해결책이 먼저 떠오른다. 후배가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내가 예전에 해보니 이렇게 하면 된다”고 알려주고 싶어진다.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부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좋은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항상 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고, 때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면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던 말이 오히려 상대에게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말을 잘하는 능력만큼 말하지 않아야 할 순간을 아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칭찬하라’는 내용 역시 조직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잘된 부분보다 부족한 부분이 먼저 보인다. 결과물을 검토하면서 열 가지가 잘되어 있어도 수정해야 할 한 가지에 눈이 간다.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동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함께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노력 전체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반대로 “수고했다”라는 형식적인 말보다 어떤 부분이 왜 좋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노력을 실제로 봐주었다고 느낀다.

칭찬은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방을 자세히 보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는 원칙은 설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우리는 흔히 설득을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은 논리를 제시하고 반대 의견을 하나씩 반박한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강제로 바뀌었다고 느끼면 본능적으로 저항한다. 반대로 자신이 충분히 이해한 뒤 직접 선택했다고 느끼면 그 결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조직에서도 비슷하다.

“이렇게 하라”라고 지시하는 것은 빠르다. 하지만 구성원이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지시받은 범위까지만 움직이기 쉽다. 반대로 목적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느끼면 예상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따라서 좋은 설득은 상대방의 입을 닫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열어주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이 점에서 책 제목의 ‘이긴다’라는 표현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화에서 내가 이기고 상대방이 졌다면 정말 좋은 결과일까?

회의에서 상대의 논리를 완벽하게 반박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마음속으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얻은 것은 많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조금 양보했더라도 상대방이 스스로 납득하고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면 장기적으로는 훨씬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화의 승리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결과까지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의 에필로그 제목이 ‘결국, 관계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인상적이었다.


 말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관계를 만드는 도구다.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조직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말 한마디의 무게도 달라진다. 나는 가볍게 한 말이라도 후배에게는 오래 기억되는 말이 될 수 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반대로 힘든 순간에 건넨 짧은 격려나 상대의 노력을 인정해준 한마디가 오랫동안 기억될 수도 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말의 무게를 더욱 의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젊었을 때는 말을 잘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빠르게 이야기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논리적인 허점을 발견하면 정확하게 지적하는 것이 능력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반드시 가장 많이 말하는 사람도, 가장 논리적인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빨리 알아차리고 필요한 만큼만 이야기하며, 때로는 자신의 말을 줄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말을 잘하는 사람일 수 있다.

특히 해외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해본 경험을 떠올리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면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표현이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문법이나 화려한 표현보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은 ‘내가 얼마나 잘 이야기했는가’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이해했는가에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말하는 습관도 돌아보게 되었다.

혹시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설명을 계속 덧붙이고 있지는 않은가. 경험이 적은 사람의 의견을 끝까지 듣기 전에 답을 정해놓지는 않는가. 내가 정확한 말을 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그 말을 듣는 사람의 감정은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특히 가족과의 대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직장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오히려 쉽게 충고하고 판단할 때가 있다. 가족이 고민을 이야기할 때도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의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하는 곳은 어쩌면 회사의 회의실이 아니라 집의 식탁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오래 남은 소감은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었다.

핵심부터 말하는 것은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고, 쉬운 말로 설명하는 것은 상대의 이해를 배려하는 것이다. 묻지 않은 조언을 참는 것은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상대의 노력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은 상대방을 내가 움직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40대 후반의 지금 나는 앞으로 더 화려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오히려 짧게 말해도 핵심이 분명한 사람, 상대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말 때문에 상대방이 작아지지 않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장생활을 마친 뒤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때 ‘말을 잘했던 사람’이라는 평가보다 ‘그 사람과 이야기하면 내 생각을 제대로 들어준다는 느낌이 있었다’는 기억이 남는다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내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싶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게 되지만 모든 대화에서 옳고 그름을 가릴 필요는 없다.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내 경험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내가 한발 물러서는 것이 관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책의 제목처럼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승리’는 책을 읽기 전과 달라졌다. 상대방을 논리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을 상대가 이해하고, 상대의 생각도 내가 이해하며, 대화가 끝난 뒤에도 서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남기는 것이다.


 앞으로의 삶에서는 내가 얼마나 많은 말을 했는가보다 내 말이 사람에게 어떤 느낌으로 남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다. 말로 나의 지식을 증명하기보다 말로 신뢰를 만들고, 상대를 이기기보다 함께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40대 후반의 내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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