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필사 :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편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데일 카네기 지음 / 코너스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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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새롭게 읽기 어려운 책이다. 사람을 비판하지 말라, 진심으로 칭찬하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는 원칙들은 이미 여러 책과 강연을 통해 익숙하게 접해왔다. 


 그러나 ‘읽는 것’과 ‘직접 쓰는 것’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눈으로 읽을 때는 당연하다고 지나쳤던 문장을 손으로 천천히 옮겨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이 책의 가치는 새로운 인간관계의 기술을 알려주는 데 있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원칙을 다시 자신에게 묻게 한다는 데 있다고 느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생각도 젊었을 때와 많이 달라졌다. 사회생활 초기에는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옳은 근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충분히 설명하면 상대방 역시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과 함께 일하다 보니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누가, 어떤 태도로, 어떤 순간에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때로는 정확한 지적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기도 한다.


 카네기가 오래전부터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존중받기를 원하고, 자신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 이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좋은 관계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실제 공개된 본문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은 부분을 짧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내면의 조건에 달려 있다.”

“바로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렸다.”


 이 문장들은 Day 10 ‘행복은 내면에 있다’에 실린 실제 표현들이다. 인간관계를 다루는 책에서 행복과 생각의 태도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관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 역시 상대방 자체보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에서 시작될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말하는 방식이 불편한 사람도 있고, 일하는 속도와 기준이 다른 사람도 있다. 젊었을 때는 이런 차이를 상대방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것이 카네기가 말하는 인간관계 원칙들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어려운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히 ‘비판하지 말라’는 원칙은 조직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더욱 어렵다. 업무에서는 잘못된 판단이나 부족한 결과를 지적해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문제를 칭찬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사람 자체를 비판하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밖에 하지 못했는가”라는 말과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라는 말은 같은 문제를 다루지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들기 쉽고, 후자는 문제 해결에 참여할 여지를 남긴다.


 나 역시 지나온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내용은 맞았지만 전달 방식이 좋지 않았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상대방이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한 능력이었다.


 카네기가 강조하는 ‘칭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직장에서 칭찬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잘한 일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먼저 발견하는 것이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의 습관이 되기 쉽다. 나 역시 자료를 검토할 때 잘된 열 가지보다 수정해야 할 한 가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을 맡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결과물에서 부족한 부분만 지적받으면 자신의 노력 전체가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은 말을 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카네기가 말하는 핵심은 아첨이 아니라 진심으로 인정할 부분을 발견하는 데 있다. 사람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심 어린 칭찬도 할 수 없다. 결국 칭찬은 말하는 기술 이전에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청’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다음에 무엇을 말할지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험이 쌓이면 상대방이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문제의 원인과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에게 오히려 경청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적어서가 아니라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비슷한 문제를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몇 마디만 들어도 “이건 이런 문제구나”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비슷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람과 환경이 다르면 원인도 다를 수 있다.


 후배가 찾아와 고민을 이야기할 때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필요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상대방은 답을 몰라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서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족관계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오히려 가장 쉽게 충고한다. 배우자나 자녀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해결책부터 제시하기 쉽다. 그러나 가족이 원하는 것도 항상 정답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필사하면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다시 느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보고 있는 상황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경험과 이해관계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회의에서 의견이 충돌할 때도 각자는 자신의 주장이 조직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이 반드시 이기적이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위치에서 다른 위험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상대방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면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화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카네기의 인간관계 원칙은 단순한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조종하기 위해 이름을 기억하고 칭찬하며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결국 그 의도는 드러난다. 인간관계는 기술만으로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오히려 핵심은 상대방도 나와 똑같이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경청이나 칭찬은 기술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태도가 된다.


 책의 형식인 ‘필사’ 자체도 지금의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너무 빠르게 정보를 소비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와 보고서, 메시지를 읽지만 하루가 지나면 무엇을 읽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 문장을 직접 손으로 쓰는 일은 비효율적일 정도로 느리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림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 ‘비판하지 말라’는 문장을 읽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지만 그것을 천천히 적으면서 최근 내가 누군가를 불필요하게 비판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그 문장은 단순한 정보에서 경험으로 바뀐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에 읽어버리는 것보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천천히 쓰는 방식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는 지식을 많이 안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조금씩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의 숫자보다 질이 중요해진다는 생각도 든다. 젊었을 때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능력으로 기억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일을 잘했던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같이 일하기 괜찮았던 사람’, ‘어려울 때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사람’이라는 기억까지 남길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의미 있는 직장생활일 것이다.


 특히 조직에서 어느 정도 책임을 맡게 된 이후에는 내가 하는 말 한마디의 무게도 젊었을 때와 달라진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나는 가볍게 지적한 말이라도 후배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별생각 없이 건넨 짧은 인정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말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새로운 인간관계의 비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비판보다 이해가 중요하고,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며,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실제 상황에서 감정이 상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도 그 원칙을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40대 후반의 지금 돌이켜보면 직장생활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은 반드시 가장 똑똑하거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만은 아니었다. 어려운 순간에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사람, 잘못했을 때 공개적으로 망신주기보다 조용히 방향을 알려주었던 사람, 성과가 났을 때 자신의 공보다 함께한 사람들의 노력을 먼저 이야기했던 사람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앞으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는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상대방이 스스로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것은 뛰어난 말솜씨보다 신뢰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신뢰는 거창한 행동보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작은 노력도 알아봐 주며, 잘못을 지적할 때도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일상의 태도에서 쌓일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 원칙을 먼저 적용하고 싶다.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는 예의를 지키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쉽게 판단하고 충고한다. 앞으로는 답을 알려주기 전에 한 번 더 들어주고,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잘하고 있는 것을 먼저 바라보려 한다.


 하루 필사의 88쪽을 채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문장 가운데 단 몇 개라도 실제 생활의 습관으로 옮기는 일은 훨씬 어렵다. 그래서 책을 다 읽었다는 사실보다 한 문장이라도 행동으로 남기는 것이 진짜 완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좋은 인간관계란 사람을 다루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중요한 존재로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직장생활과 삶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는가보다, 나를 만났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존중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이 책을 필사하며 40대 후반의 내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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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필사 :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 편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데일 카네기 지음 / 코너스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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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책이다. 걱정과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고전이라는 사실도 익숙하다. 그런데 이 책은 같은 내용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한다. 책을 빠르게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씩 직접 써보게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88쪽의 얇은 필사 노트가 원작의 깊이를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직접 문장을 옮겨 쓰면서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을 발견했다. 눈으로 읽으면 몇 초 만에 지나갈 문장을 손으로 쓰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시간이 생긴다. 그리고 그 순간 문장의 의미가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의 문제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자기관리’라는 단어의 의미도 달라졌다. 젊었을 때 자기관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며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을 잘하는 것만큼 자신의 감정과 불안을 관리하고, 중요하지 않은 걱정에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자기관리라고 느낀다.


 직장생활을 오래 할수록 책임져야 하는 일은 많아진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늘어나고, 내가 내린 판단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걱정도 커진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여러 번 머릿속으로 예상하고,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면서 대비한다.


 문제는 준비와 걱정의 경계가 생각보다 모호하다는 데 있다. 미래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같은 걱정을 반복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는 문제를 머릿속에서 계속 돌려보기도 한다.

그래서 책에 실린 다음 문장들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준비하되 불안해하지 마라.”

“자꾸 뒤를 돌아보지 마라.”

“우리 자신을 용서하자.”

 짧은 세 문장이지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자기관리의 핵심을 상당히 잘 보여준다고 느꼈다. 첫 번째는 미래를 대하는 태도이고, 두 번째는 지나간 결정을 대하는 태도이며, 세 번째는 결국 자신을 대하는 태도다.


 그중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준비하되 불안해하지 마라”​라는 문장이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이다. 준비에는 행동이 있지만 걱정에는 반복되는 생각만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필요한 자료를 확인하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준비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마친 뒤에도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현재 해야 할 일에 집중할 힘을 빼앗는다.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준비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고 살았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역설적으로 걱정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날 수도 있다. 아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잘못될 수 있는지 알고 있고, 작은 판단 하나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경험은 좋은 판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위험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만큼 생각을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자꾸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문장 역시 직장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뒤에도 계속 그 결정을 다시 생각한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잘못된 결과가 나오면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 자신을 책망한다.


 물론 잘못된 판단을 복기하는 것은 필요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복기와 후회 역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복기는 다음 판단을 개선하기 위해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고, 후회는 바꿀 수 없는 과거에 현재의 감정을 계속 소비하는 것이다. 배울 것을 찾았다면 어느 순간에는 과거의 문을 닫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한 번의 실패가 현재의 새로운 판단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40대 후반이라는 나이는 지나온 선택이 상당히 많이 쌓여 있는 시기다. 잘한 선택도 있고 지금 생각하면 다르게 하고 싶은 선택도 있다. 직장생활뿐 아니라 가족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의 시각으로 10년 전의 나를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고, 당시의 정보와 경험 안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용서하자”는 마지막 문장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자신을 용서한다는 것은 잘못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되 그것을 이유로 계속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하지만 실패 자체가 자신의 전체 가치를 결정하도록 두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걱정을 없애기 위해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걱정이 생기는 현실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구체적인 태도를 제시한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 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막연한 불안은 실제 위험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의외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내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가장 좋은 결과만 기대하기보다 예상과 다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목적은 비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구체적인 문제로 바꾸기 위해서다.

막연한 걱정은 크기를 알 수 없지만 구체적인 위험은 대응할 수 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실제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나 거대한 사건만은 아니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반응, 작은 실수 하나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가 있다.


 특히 책임이 커질수록 주변 사람들의 말과 반응에도 민감해질 수 있다. 내가 한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누군가 나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고 모든 오해를 해명할 수도 없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내게 일어난 모든 일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에 반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소개된 “삶은 사소한 일로 낭비하기엔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라는 대목도 이런 점에서 강하게 다가왔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도 달라진다. 20대에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 거의 무한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시간이 가장 한정된 자원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의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을 무엇에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진다. 몇 년 뒤에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작은 갈등 때문에 며칠 동안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인지, 이미 끝난 일을 반복해서 떠올리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마음은 논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필사라는 방식이 의미 있다고 느꼈다.


 하루에 한 문장을 쓰는 행위는 걱정을 없애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대신 하루에 몇 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멈추고 바라보는 시간을 만든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문장을 천천히 쓰면서 ‘오늘 나는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가’, ‘그 걱정 가운데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작은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에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책임이 커질수록 오히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시장 상황도, 다른 사람의 생각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결국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정도다.


 카네기의 메시지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읽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와 기술은 크게 달라졌지만 인간이 걱정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실시간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은 걱정할 소재가 훨씬 많아졌다.


 과거에는 알지 못했을 일까지 실시간으로 알게 되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즉시 전달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서 우리는 모든 변화에 반응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현대의 자기관리에는 정보를 더 많이 얻는 능력뿐 아니라 어떤 정보에서 잠시 떨어질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우리는 낙원에 살고 있었다”는 표현도 인상 깊었다.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는 쉽게 집중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는 잘 느끼지 못한다.


 건강할 때는 건강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가족이 곁에 있을 때는 함께 있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안정적인 일상도 그것을 잃을 가능성이 생겼을 때 비로소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이 부분에 특히 공감하게 된다. 이제는 무엇인가를 더 얻는 것만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지키고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 현재의 삶을 계속 ‘준비 단계’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을 계속 미룬다면 결국 인생 전체가 준비 기간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자기관리란 자신을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젊었을 때는 더 열심히 하고 더 많이 배우며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이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성실함과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정한 나이가 지나고 책임이 많아질수록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족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이고 직장에서 중요한 판단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계속될 것이다.


 다만 걱정이 찾아올 때 그것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한 가지를 구분해보고 싶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있다면 행동하면 된다. 필요한 준비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판단을 내리면 된다. 반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같은 생각을 반복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때는 잠시 내려놓고 오늘 해야 할 일로 돌아오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선택에 대해서도 조금은 너그러워지고 싶다. 당시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르다. 잘못된 선택에서 배울 것은 배우되 과거의 나를 계속 심판하면서 현재까지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남은 직장생활과 삶에서 사소한 걱정 때문에 중요한 시간을 너무 많이 잃지 않고 싶다. 가족과 보내는 저녁, 좋은 사람과 나누는 대화,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평범한 순간을 미래의 걱정 때문에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걱정 없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걱정하면서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을 충분히 준비하되 내일 때문에 오늘을 잃지 않는 것, 잘못된 과거에서 배우되 계속 뒤돌아보지 않는 것, 그리고 부족했던 자신을 어느 순간에는 용서해주는 것.


 40대 후반의 지금 내게 자기관리란 결국 더 완벽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과 마음을 정말 중요한 곳에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하루 필사』의 짧은 문장들을 쓰면서 그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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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캐릭터 메이킹북 - 캐릭터 설정에서 일러스트까지
메멘치 지음, 김건용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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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만들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것도 아닌 40대 후반의 직장인에게 얼굴과 체형, 의상과 배색, 포즈를 설명하는 책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책이 설명하는 것은 단순히 ‘예쁘게 그리는 방법’이 아니었다.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하고, 그 생각을 구체적인 설정으로 발전시키며, 얼굴과 옷, 색과 자세 같은 여러 요소를 일관된 방향으로 조합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작업은 머릿속의 막연한 생각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첫 부분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부터 설명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저자는 오히려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라도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분명하지 않다면 사람의 기억에 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적인 흐름을 공개된 목차와 소개에서 짧게 발췌하면 다음 세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란? 일러스트란?”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를 최대한 전달하기”
“캐릭터 설정에서 아이디어 확장하기”


 이 세 문장은 화려한 그림 기법보다 이 책의 본질을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먼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중심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것이다.


 나는 특히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를 최대한 전달하기’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그림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사람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핵심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중요한 내용이 수많은 정보 속에 묻힌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수십 장의 자료를 만들고 많은 숫자와 설명을 넣었는데도 회의가 끝난 뒤 상대방이 핵심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복잡한 내용을 한두 문장과 하나의 그림으로 명확하게 설명했을 때 훨씬 강하게 기억되기도 한다.


 캐릭터 역시 비슷하다. 사람의 얼굴과 머리카락, 의상, 액세서리, 색을 모두 화려하게 만들면 처음에는 눈에 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요소를 강조하면 오히려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강조하고 싶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원리는 우리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보다 한두 가지 분명한 특징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다. 말투가 독특하거나 특정한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예상하지 못한 성격의 반전을 가진 사람이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래서 캐릭터의 ‘매력’이라는 것도 완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차이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캐릭터의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에서 소재와 설정을 확장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세세한 부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큰 방향을 결정하고, 그 방향에 맞춰 작은 요소들을 선택한다.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한 뒤 그 성격에 어울리는 얼굴과 체형, 의상과 색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은 내가 익숙하게 해왔던 문제 해결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처음부터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방향을 잃기 쉽다. 먼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정하고 큰 구조를 만든 뒤 필요한 세부사항을 채워야 한다. 큰 방향 없이 디테일을 쌓으면 많은 일을 하고도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 있다.


 특히 ‘설정’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좋은 캐릭터는 외형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림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정보까지 만들어놓으면 캐릭터의 표정과 행동, 의상에도 자연스럽게 일관성이 생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설정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사람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을 판단할 때는 외모와 말투, 직책과 행동처럼 눈에 보이는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 뒤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가치관, 실패와 성공의 기억이 있다. 그것을 알지 못한 채 겉으로 나타난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상당히 제한적인 이해에 머물 수 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조직에서 다양한 사람을 경험했고, 첫인상과 실제 모습이 달랐던 경우도 많이 보았다. 처음에는 조용해서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강한 의견을 내기도 하고, 평소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이던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불안함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에게도 일종의 ‘설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행동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기보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책에서 얼굴과 체형을 다루는 방식 역시 단순히 아름다운 비율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얼굴과 체형이 캐릭터의 테마와 어울리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결국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점도 인상 깊었다. 우리는 학교와 직장생활을 거치면서 정답을 찾는 방식에 익숙하다. 문제가 주어지면 가장 정확한 답을 찾아야 하고, 정답과 오답이 구분된다. 하지만 실제 세상의 많은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색이 가장 좋은지, 어떤 얼굴이 가장 매력적인지를 절대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선택한 요소들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방향과 얼마나 잘 맞느냐는 것이다.


 배색에 관한 부분은 특히 흥미로웠다. 저자 메멘치는 아름다운 배색을 탐구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색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캐릭터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한다. 같은 캐릭터라도 어떤 색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밝고 활기찬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갑고 신비로운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것은 전달 방식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순서로 설명하고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진다. 사실만 정확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은 사실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분위기와 맥락, 표현 방식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전달하는가와 함께 어떻게 전달하는가도 중요하다.

포즈와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캐릭터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아무런 맥락 없이 서 있기만 한다면 그 사람의 특징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 반대로 특정한 행동과 상황 속에 캐릭터를 배치하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인물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보다 행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그 사람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누구나 책임감과 협력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는지, 해결책을 찾는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이 그 사람의 진짜 캐릭터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캐릭터’라는 단어 자체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저 사람은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것은 외모가 특별하다는 뜻이라기보다 말과 행동, 가치관이 일관되어 그 사람만의 이미지가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젊을 때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씩 분명해진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도 ‘저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문제는 그 캐릭터가 내가 의도한 모습과 일치하느냐는 것이다.

책에서는 캐릭터를 만들 때 테마를 먼저 정하고 모든 요소가 그 방향을 향하도록 구성한다. 사람 역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분명하다면 일상의 작은 행동들이 어느 정도 같은 방향으로 모일 수 있다.


 40대 후반의 지금 이 질문은 꽤 의미 있게 다가왔다. 앞으로 무엇을 더 성취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도 점점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지는 사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처럼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캐릭터 디자인에서 작은 표정과 색, 의상과 자세가 모여 하나의 인물을 만드는 것처럼 사람 역시 수많은 작은 행동이 쌓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한번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해서 영원히 그대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고 표현 방식을 바꾸면서 더 입체적인 인물로 발전할 수 있듯 사람도 나이에 관계없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40대 후반은 자신의 모습이 상당 부분 굳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 시기다. 성격도, 일하는 방식도, 인간관계도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처럼 생각한다면 아직 추가할 수 있는 설정도 많고 바꿀 수 있는 표현도 많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이전에는 관심 없었던 취미를 시작하는 것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씩 확장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보기 위한 전문적인 실용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고 난 뒤에는 오히려 ‘사람에게 매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책으로 남았다.


 매력적인 사람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고, 말과 행동에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작은 약점이나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그 사람을 더 인간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모든 요소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여줄지 선택하고 나머지를 조절하면서 매력을 만들어낸다. 결국 매력은 더 많은 것을 추가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생각은 지금의 나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젊은 시절에는 더 많은 지식과 경험, 더 많은 성취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무엇을 더할 것인가만큼 무엇을 남길 것인가도 중요해진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 하기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매력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선택이 일관된 방향으로 쌓이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얼굴 하나만 잘 그린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테마와 설정, 체형과 의상, 색과 포즈, 배경까지 서로 어울려야 하나의 인물이 살아난다. 사람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번의 성공이나 멋진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한 선택과 행동이 그 사람의 모습을 만든다.


 40대 후반의 지금 나는 이미 상당한 분량의 내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좋은 부분도 있을 것이고 수정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습이 완성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설정을 더하고 싶다. 익숙한 분야에서는 경험을 활용하되 새로운 분야에서는 다시 초보자가 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성과만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직장생활의 긴 시간을 마치고 나를 돌아보았을 때 화려한 이력보다 ‘저 사람은 자신만의 색이 분명했던 사람’이라는 기억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내게는 나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무엇을 더 그릴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작은 요소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


 결국 인생 역시 자신이라는 캐릭터를 오랜 시간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기보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선을 그리고 새로운 색을 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 남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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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2
호메로스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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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처음 접했을 때 ‘각자의 오디세이아’라는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3천 년 가까이 전해져온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10년 동안 떠돌아야 했던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다. 신들의 분노와 거대한 파도, 괴물과 마녀,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며 결국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의 여정은 현대인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신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괴물과 싸우고 바다를 표류하는 일은 없더라도 우리 역시 계획하지 않았던 사건을 만나고, 때로는 방향을 잃으며,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특별한 영웅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선택과 시련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읽혔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이라는 위치에서 이 책을 읽으니 젊었을 때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젊은 시절에는 오디세우스의 모험 자체가 흥미로웠을 것이다. 키클롭스와의 대결이나 세이렌의 유혹처럼 극적인 장면들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이타카로 돌아가려 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오디세우스에게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다. 아름다운 여신이 영원한 삶을 제안해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만나도 그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한다. 더 화려하고 편안한 삶보다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목표를 세운다. 직장에서는 더 높은 위치와 성과를 원하고, 개인적으로는 경제적인 안정과 가족의 행복을 추구한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처음에 왜 그것을 원했는지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이동했는가가 아니었다. 그는 수없이 길을 잃었고, 때로는 잘못된 판단 때문에 더 먼 길을 돌아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잊지 않았다. 이 점에서 이타카는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삶에서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기준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의 내용을 읽으며 특히 기억에 남은 표현을 세 문장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불안 속에서도 기어코 오늘을 살아낸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매일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맨몸으로 세상을 겪어내는 일.”

“그 지난한 버티기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이 세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은 이유는 영웅의 위대한 승리보다 평범한 인간의 ‘버티기’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의 결과를 보면서 그 사람이 걸어온 길까지 직선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 잘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일이 실패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기간보다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순간이 훨씬 많다.


 오디세우스 역시 완벽한 영웅이 아니었다.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믿었고, 불필요하게 이름을 밝힘으로써 더 큰 고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의 부하들 역시 유혹을 이기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한다. 결국 『오디세이아』의 인물들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수와 실패 속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경험이 쌓이는 만큼 실패의 기억도 함께 늘어난다.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없고, 모든 판단이 옳을 수도 없다.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시간이 지난 뒤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젊었을 때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실패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의 태도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갈 수 있다.


 오디세우스가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장면도 이런 관점에서 흥미롭게 읽혔다. 힘으로는 거인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지혜를 사용한다. 자신의 이름을 ‘아무도 아니다’라고 속이고 상황을 이용해 탈출한다. 그러나 안전하게 빠져나간 뒤 자신의 진짜 이름을 외치는 자만심 때문에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고, 그 결과 귀향길은 훨씬 길어진다.


 한 사람 안에 뛰어난 지혜와 어리석은 자만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이 모습이 인간을 상당히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성공했을 때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어려운 문제를 몇 번 잘 해결하면 자신의 판단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기 쉽고, 이전의 성공 경험을 다음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


 경력이 쌓인 사람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확신일지도 모른다. 경험은 분명 중요한 자산이지만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정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의 판단이 틀릴 가능성을 의식적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렌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파멸한다. 오디세우스는 자신 역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게 하고 어떤 명령을 하더라도 풀어주지 말라고 지시한다.


 이 장면에서 흥미로운 것은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의지력을 과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리 행동을 제한했다.


 현대인의 삶에도 세이렌은 많다. 시장의 과도한 낙관과 공포, 주변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 사회적 지위와 소비에 대한 욕망처럼 순간적으로 우리의 판단을 흔드는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때마다 강한 의지로 버티겠다고 생각하기보다 감정이 흔들렸을 때도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기준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이 점은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감정이나 조직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평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상황이 발생한 뒤 원칙을 만들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준을 바꾸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오디세우스의 여정에는 수많은 ‘머무를 이유’가 등장한다. 칼립소의 섬에서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고 심지어 불멸의 삶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이타카를 선택한다.


 이 대목은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와 맞물려 더욱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젊은 시절에는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돈, 더 좋은 조건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삶도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살아보면 선택에는 항상 포기가 함께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 더 많은 성취를 위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여야 할 수도 있고,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책임과 부담 역시 커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얻는가’가 아니라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얻고 있는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타카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사람마다 자신의 이타카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일이나 꿈, 자유로운 삶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목적지가 아니라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곳을 알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오디세우스는 혼자 여행하지 않았다. 수많은 동료와 함께 출발했지만 결국 이타카로 돌아온 것은 그 혼자였다. 그 과정에서 부하들의 잘못도 있었지만 지도자인 오디세우스의 판단과 행동 역시 항상 완벽하지 않았다.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방향을 정하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수정하며, 구성원들이 공포에 빠졌을 때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조직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오디세우스 역시 신들의 도움을 받고 동료들의 힘을 빌리며 수많은 사람의 조언을 통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언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삶이 직선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계획을 세울 때 현재에서 목표까지 가장 짧은 길을 그린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때로는 원하지 않는 곳에 머물러야 하며, 이미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오디세우스에게 트로이에서 이타카까지의 귀환은 10년이나 걸렸다. 결과만 보면 지나치게 긴 우회였다. 그러나 바로 그 우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가 『오디세이아』가 되었다. 아무런 시련 없이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왔다면 우리가 3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이야기를 읽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삶의 어려움을 바라보는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지금 당장은 불필요한 고생처럼 느껴지는 일이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고난 자체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 피할 수 있는 어려움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어려움이라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에만 머무르기보다 ‘이 일을 지나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계획대로 이루어진 일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삶의 방향을 더 크게 바꾸었던 경우도 많았다. 당시에는 실패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훗날 다른 선택의 밑바탕이 되기도 하고, 어렵게 돌아갔다고 생각했던 길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삶의 모든 우회를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느냐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를 읽고 가장 오래 남은 소감은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 역시 생각보다 대단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성공을 특별한 사건으로 생각한다. 큰 성과를 이루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을 인생의 중요한 장면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 삶의 대부분은 그런 순간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자신의 일을 하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해결하며 다시 다음 날을 맞이하는 평범한 날들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디세우스의 위대함도 결국 단 한 번의 승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유혹 속에서도 계속해서 고향을 향해 움직였다는 데 있었던 것 같다.

40대 후반의 지금 나는 젊었을 때보다 목적지의 중요성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더 빨리 가는 것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을 더 얻을 것인가보다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해졌다.


 앞으로의 삶에도 예상하지 못한 파도는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계획했던 일이 틀어질 수도 있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때로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달콤한 유혹을 만날 것이고, 키클롭스 앞의 오디세우스처럼 내가 가진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모든 파도를 피하려 하기보다 내가 돌아가야 할 ‘이타카’가 어디인지를 잊지 않고 싶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때로는 길을 돌아가도 괜찮다는 여유도 갖고 싶다. 중요한 것은 길을 한 번도 잃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방향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직장생활의 긴 항해를 마치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모든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쉽지 않은 순간에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완전히 잊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에는 미리 완성된 이야기가 없다. 오늘 어떤 선택을 하고, 실패한 뒤 어떻게 다시 일어서며,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끝까지 지키는지가 한 줄씩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가치는 파도 한 번 만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파도를 지나면서도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곳을 끝내 잊지 않는 데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40대 후반의 내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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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100만 원 버는 미국 주식 바닥의 기술
미부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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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미국 주식의 저점을 찾아내는 기술적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가장 낮은 가격에 사고 가장 높은 가격에 팔고 싶어 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보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이 정도면 충분히 떨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책은 처음부터 이러한 기대를 뒤집는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닥의 기술’은 최저점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바닥을 맞히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가격이 실제로 바닥을 형성한 뒤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고 행동하는 방법에 가깝다. 미래를 예언하려 하지 말고 확인된 상황에서만 행동하라는 것이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공감한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젊었을 때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남들이 아직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발견하고, 가장 낮은 가격에 사서 큰 상승을 기다리는 모습이 이상적인 투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을 오래 지켜볼수록 최저점과 최고점은 지나간 뒤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책에서 말하는 ‘확정매매’는 이런 인간의 예측 욕구를 통제하기 위한 원칙으로 이해했다. 확인되지 않은 기대를 가지고 먼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조건이 실제로 나타났을 때 행동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기술적 방법을 설명하기 전에 상당한 분량을 투자자의 심리에 할애한다. FOMO, 손실 회피, 수익에 대한 욕심 등 실제 돈이 걸리는 순간 사람의 판단을 흔드는 감정부터 다룬다.


 이 순서가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좋은 방법을 알고 있어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실제 상황에서 원칙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트를 공부하는 것보다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책의 구성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책에서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표현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은 세 문장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은 최저점을 맞히는 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바닥, 예측하면 물립니다.”
“확인된 조건에서만 행동하고, 확인되지 않으면 정지한다.”


 이 세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특히 첫 번째 문장은 프롤로그의 첫 문장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역설적으로 ‘바닥의 기술’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 최저점을 맞히는 방법부터 포기하라고 이야기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투자를 하다 보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싸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100달러였던 주식이 70달러가 되면 싸 보이고, 다시 50달러가 되면 더욱 싸 보인다. 그러나 과거의 높은 가격은 현재 가격이 싸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기업이나 산업을 둘러싼 조건 자체가 달라졌다면 50달러 역시 비싼 가격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떨어진 가격’과 ‘바닥을 확인한 가격’을 구분하는 책의 접근은 생각해볼 가치가 있었다. 떨어지는 칼날을 가장 낮은 곳에서 잡으려고 하기보다 칼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집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낮은 가격 몇 퍼센트를 포기하는 대신 잘못된 판단으로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이해했다.


 책에서 설명하는 지지와 저항, 추세, 이동평균선, 거래량과 캔들도 결국 이러한 판단을 돕는 도구다. 각각의 지표를 정답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이 실제로 달라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숫자와 차트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숫자는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은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차트를 보고도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승 신호를 찾으려 하고, 사지 못한 사람은 하락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기도 한다. 결국 분석하는 대상보다 분석하는 자신의 심리가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주식은 한국의 직장인에게 독특한 어려움이 있다. 미국 시장이 열리는 시간은 한국에서는 밤이다. 낮 동안 직장에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다시 시장을 바라보게 된다. 하루 종일 일한 뒤 피곤한 상태에서 급등하는 주식을 보면 냉정하게 판단하기보다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조급함이 생기기 쉽다.


 이때 가장 위험한 감정이 FOMO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지 않은 주식이 계속 상승하면 돈을 잃은 것도 아닌데 마치 손해를 본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이 큰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판단이 뒤처졌다고 생각한다. 결국 충분한 검토 없이 뒤늦게 매수하게 되고, 정작 가격이 하락하면 공포에 휩싸인다.


 책이 기술보다 심리를 먼저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장의 가격은 통제할 수 없지만 자신의 행동에는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 수 있다.

손절과 익절에 관한 내용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람은 손실과 수익을 대칭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손실이 발생하면 본전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하고, 작은 수익이 발생하면 다시 떨어질까 두려워 빨리 확정하고 싶어진다. 그 결과 손실이 난 종목은 오래 가지고 있고, 좋은 흐름의 종목은 너무 빨리 매도하는 모순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주식을 매수한 이후가 아니라 매수하기 전에 기준을 세워야 한다. 어떤 이유로 매수하는지, 어느 조건이 무너지면 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비중을 투입할 것인지 미리 결정해야 한다. 돈이 들어간 뒤에는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투자뿐 아니라 직장생활의 의사결정과도 상당히 닮아 있다고 느꼈다. 중요한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면 이미 투입한 시간과 비용 때문에 잘못된 방향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중단하기 어려워진다. ‘여기까지 했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투입한 시간과 앞으로 내려야 할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처음의 가정이 틀렸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방향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주식에서 손절 기준을 미리 정하는 것과 조직에서 사업의 중단 조건을 사전에 설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비슷한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이러한 ‘손실 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큰 성공의 가능성에 먼저 눈이 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많이 버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크게 잃지 않느냐가 중요해진다. 앞으로 책임져야 할 가족과 생활을 생각하면 한 번의 큰 성공을 위해 지나치게 큰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있는 ‘100만 원’보다 오히려 ‘확정매매’라는 개념이 더 오래 남았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벌 수 있다는 기대보다 자신이 이해하고 확인한 상황에서만 행동한다는 원칙이 장기적으로 훨씬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에서 설명하는 기술적 방법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트는 과거와 현재의 시장 행동을 보여주지만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기업의 변화나 정책, 국제정세와 경기 상황이 발생하면 기존의 추세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특정한 방법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동일한 결과가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투자법은 종교가 아니라 끊임없이 검증해야 하는 가설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기준 역시 자신의 투자 성향과 시간,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맞춰 검증하고 수정하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원칙은 분명하다. 예측보다 확인, 수익보다 생존, 감정보다 기준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직장인에게는 특히 ‘하지 않는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시장에는 매일 새로운 기회가 등장하고, 뉴스와 유튜브에는 큰 수익을 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것을 모두 따라갈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준에 맞지 않는 기회를 보내주는 능력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시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현금을 가지고 기다리는 기간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좋은 조건이 나타날 때 행동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다림 역시 적극적인 의사결정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내가 특히 경계해야겠다고 느낀 것은 ‘확신’이었다. 경험과 지식이 쌓일수록 판단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판단을 지나치게 믿게 될 위험도 커진다. 특히 여러 번 예상이 맞으면 다음에도 자신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러나 시장은 개인의 경력이나 학력, 경험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판단했더라도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틀렸을 때 그것을 얼마나 빨리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바닥 확인’은 단순한 차트 기법 이상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보다 시장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현상을 존중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내가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시장이 실제로 바닥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좋은 투자자는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틀릴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40대 후반의 지금은 젊었을 때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더 잘 알고 있다. 시장뿐 아니라 직장과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검토하고 최선의 선택을 했음에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모든 선택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 하나가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이제 바닥이겠지”라는 생각부터 하기보다 “바닥이라고 판단할 만한 변화가 실제로 나타났는가”를 먼저 묻고 싶다. 반대로 급등하는 종목을 놓쳤을 때도 그것을 손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여유를 갖고 싶다. 내가 참여하지 않은 상승은 손실이 아니며, 시장에는 앞으로도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다릴 줄 아는 투자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불안해서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운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만 행동하고, 조건이 없다면 편안하게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훈련이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책의 제목은 ‘바닥의 기술’이지만,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바닥을 찾는 특별한 비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낮은 가격을 잡겠다는 욕심을 내려놓는 방법에 가까웠다. 바닥에서 조금 늦게 사더라도 확인한 뒤 움직이고, 최고점보다 조금 일찍 팔더라도 자신의 기준을 지키는 것. 그 과정에서 놓친 몇 퍼센트를 아쉬워하지 않는 것.


 투자 경력이 길어질수록 얼마나 많은 기회를 잡았는가보다 얼마나 위험한 순간을 피했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시장을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겠다는 생각, 남들보다 먼저 움직이기보다 확인한 뒤 내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태도. 그것이 『미국 주식 바닥의 기술』을 덮은 뒤 40대 후반의 내가 가장 오래 가져가고 싶은 생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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