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14호
한승훈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서평 전문 잡지

여름은 본격적인 공포의 계절입니다 특히 올해는 파묘 등의 영화의 흥행으로 인해서

오컬트나 공포에 관련된 분야의 관심이 예년보다 좀 이르게 시작된 것 같아요

저는 365일 언제나 공포 방송을 보고 공포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서 보고 있지만

그래도 확실히 여름이 오면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되고 더 흥분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기존의 공포의 틀에서 벗어나서 더 넓고 깊게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양한 장르 책 들이나 정보들을 찾아서 보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서울 리뷰 오브 북스라는 책을 알게 되었어요 서평 전문 잡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발행되는 계간지라고 합니다

처음엔 서평 전문지라고 해서 사실 얇은 책 정도로 생각했는데 꽤 괜찮은 수준의 서평들을 모아서 발행하는 매우 탄탄한 책이더라고요?

책들의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고 좋은 점과 객관적인 사실들을 제대로 말하는 서평 전문 잡지라고 하는데 2020년부터 발행을 시작했다고 해요

사실 20년 전에는 국내에 서평 전문지들이 있었지만 2000년 초반에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제가 어린 시절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지금은 20년 전보다 한국 출판 시장의 규모도 상당히 커졌고, 더욱 퀄리티가 높은 좋은 책들이 나오다 보니까

그만큼 독자들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렇게 서평을 전문적으로 잡지가 다시 시장성을 띄게 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어요

어쨌든 이렇게 좋은 책이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이번 서울 리뷰 오브 북스의 2024년 여름호 특집 리뷰가 "믿음, 주술, 애니미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너무나 좋아하는 분야라서 이거는 꼭 읽어봐야겠다란 생각에 읽게 되었습니다



책 표지에 나오는 책들이 바로 이번 호에서 다루어지는 책 들이고요 정말 다양한 책들과 다양한 주제로 서평을 써주셨더라고요

저는 저 중에서도 무당, 여성, 신령들이라는 책이 가장 궁금했고, 그 외에도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와 미신의 연대기도 관심이 갔어요

아무래도 제가 제일 관심 있고 그나마 그 분야에서는 나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주제들이 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 책들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주제에 따른 다른 사람들의 개인적인 시각과 전문적인 견해가 많이 궁금했거든요



생각보다 책의 두께도 두꺼워서 너무 놀랐는데 책 속에는 총 16편의 서평이 적혀 있었는데요

6편이 특집 리뷰고 남은 10편이 다른 쪽의 서평이었습니다

특집 리뷰들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좋았고, 그러면서도 다양한 다른 서평까지 함께 있어서

특집 리뷰가 아닌 다른 서평이 궁금해서 읽고 싶은 분들도 많을 것 같다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전문적인 서평의 좋은 점이 바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이랑 다양한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 외에도 메인인 책에 대한 서평이 끝나는 부분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추천해 주신 페이지가 있었는데

그것을 통해서 또 다른 책에 입문을 하고 조금 더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특히나 좋았습니다


 


확실히 서평의 내용을 보고 있으면 영화 '곡성'에서부터 '파묘'나 MZ 무당들의 이야기에도 많은 영향을 받은 느낌이 있었어요

예전보다는 대중화된 부분들로 하여금 한국 오컬트나 공포 시장의 관심도가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반증이었겠죠?

인류학 전공자인 내가 만나는 한국 무속의 현장들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MZ 세대 무당(내가 만난 무당은 굿판에서 크록스 신발을 신는다)은 물론이거니와, 미래가 불안한 젊은이들이 무당을 찾는 경우도 자주 목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속을 '전통'이라는 틀 안에 가두며 동시대의 삶과 분리하는 경향에는

그동안 무속에 대한 연구가 생생한 현장을 담아내지 못한 탓도 있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이 되었던 것이 아직도 사회에서는 무속이라는 부분에 대한 시선이 편협한 탓에

무당이라면 이래야 해, 무당은 저래야 해라는 경향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저도 많이 보고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직업을 가지는 사람들도 변화하는데 어째서 사람들은 여전히 그것을 동시대의 변화와 분리하고 있는 걸까요?

무속에 대한 현장을 담아내지 못했다기에는 최근에는 유튜브의 활성화로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무당분들도 굉장히 많아졌고

저 역시도 유튜브를 통해서 내림굿, 천도제, 항마 등등의 무당 선생님들이 하시는 무속적인 현장을 많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담아내지 못했다고 하기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제가 보고 있는 무당분들 중에는 저랑 동갑인 MZ 세대의 무당분도 굉장히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서평가분들의 이야기는 중에 저와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저랑 조금 다른 견해의 부분도 많았어요

서평의 내용을 다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서로 이야기해 보면 납득이 가능할 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았고

이 책들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거든요

제가 평소에 보던 공포 영상과 정보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조금은 새로운 정보라던가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특집 리뷰에 언급된 책들이 대중적인 책들은 아니라서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 책들이 많았어요

저 역시도 무당이나 공포, 오컬트 같은 마이너틱한 장르의 책이나 정보를 많이 검색해 보기는 했지만 처음 보는 책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리고 저런 책들은 일반적인 소설류가 아니라서 일반인들이 처음 읽을 때 난해한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서

정말 공부를 하고 배우려는 마음으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이렇게 어떤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을지 알게 되니까 조금은 진입 장벽이 낮아진 기분도 들었어요

또 하나 감탄했던 부분은 서평가분들의 지식수준이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점이었는데요 사실 저도 서평을 쓰고는 있지만

단순히 감상문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 이분들은 관련된 지식을 통해서 서평을 더욱 전문적으로 쓰고 계셨기 때문에 비교가 되더라고요

역시 취미로 쓰는 사람과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단어의 표현 하나하나도 다르구나라는 걸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집 리뷰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책들을 기반으로 좋은 서평들이 적혀 있어서

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나 서평을 쓰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렇게까지 전문적으로 서평을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글을 쓰는 것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호의 특집 리뷰는 무엇일지 어떤 주제로 또 흥미로운 서평들이 나오게 될지 몹시 궁금한 서울 리뷰 오브 북스

앞으로도 오랜 기간 사라지지 않는 멋진 서평 전문 잡지로 남아주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또 다른 의미로 영혼을 인도하는 사람의 이야기

괴이학회의 사마란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당연히 관련된 책을 출간하는 레이블을 꽤 많이 알고 있는데요

괴이학회 역시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특별한 엔솔로지들이 많이 출간되는데 사마란 작가님도 바로 괴이학회의 소속이시거든요

출판사 고블의 경우에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산호 작가님의 책이 출간된 출판사이기도 해서 더욱 애정이 가는 출판사 중의 하나입니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단장해 주는 챠밍이 운영하는 미용실의 이야기인데요

낮에는 사람들의 머리를 만져주고, 밤에는 죽은 사람들을 단장 시켜주는 미용실 원장 챠밍의 이중생활과 그런 미용실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영혼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미용실에서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미용실이 위치한 현월동이라는 곳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어요

현월동에는 신비한 존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요 복덕방을 운영하는 도깨비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뒤늦게 알게 된 의명이라는 캐릭터 역시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인물 중의 하나입니다


일단 죽은 사람들을 단장 시켜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생전의 모습이라던가 원하는 모습으로 단장 시켜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존재들의 꿈에 찾아가거나 저승으로 갈 때 예쁘고 단정한 모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호텔 델루나에서 전화 통화를 통해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기 전에 챠밍의 미용실에서 단장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데요

그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이지만 자신들이 사랑했던 존재들에게 찾아갈 때 죽을 때의 모습으로 나타나면

남은 사람들이 굉장히 가슴 아파하고, 고통스러울 테니 조금 더 예쁘게 단장을 해서 만나러 가는 겁니다

호접몽 같은 그때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의 머리 만지는 직업이 이렇게 흔한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시절,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해도 집에 돌아가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행복한 웃음을 짓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지만 언제인지 모를 생의 마지막까지 잊을 수도 없는 한때였다.

기쁨이라곤 없는 억겁의 시간을 힘겹게 살아내며 생활비 걱정까지 해야 하는 요즘 같은 때에는

남들 다 한다는 재테크라는 것을 했더라면 이런 고생은 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뭘 할 것인지 생각하면 이내 그 부질없음에 머리를 젓곤 했다.

챠밍은 전생에도 머리를 만지는 직업을 업으로 가지고 있었고, 많은 숨겨진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존재였습니다

처음엔 챠밍이 처음부터 신적인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조금 놀랍기도 했어요

그리고 동네에서 복덕방을 운영하는 도깨비와도 꽤 길고 깊은 인연이 있었죠

처음에는 챠밍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는 줄 알았는데 도깨비와 의명 그리고 수많은 존재들의 이야기가 없으면 안 되는 형식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챠밍이 아니라 모두라고나 할까요?

사실 자신의 능력을 처음 알게 되고 혼란스러워하는 의명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귀신을 보게 된 사람이라거나

영능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서 참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한 번 더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너무 멀고, 너무 피곤한 곳이었다. 빌어먹을 판의 얼굴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여느 때보다 바빴던 산 자의 시간이 끝나고 죽은 자의 시간이 끝날 무렵엔 지칠 대로 지쳐서 죽어도 그곳엔 못 가겠다고 생각했다.

새벽이 끝나갈 무렵 챠밍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미용실 셔터를 내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온기 없는 옥탑방에서 수면 구슬로 하루의 고단함을 달랬다.

사실 죽은 영혼을 단장 시켜 주는 일을 누군가 하기에는 쉽지 않겠지만 챠밍은 어떤 이유에선지 '계약'을 통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이 없는 억겁의 시간을 살고 있고, 꿈조차 꾸지 못하는 상태였죠 챠밍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는 책 속에서 자세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 수많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요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찡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그 영혼의 마음이 느껴지고,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아파지더라고요

영혼들뿐만 아니라 낮에 찾아오는 사람들 역시도 다들 수많은 사연을 안고 있었습니다

챠밍의 미용실은 영혼들만을 단장시켜주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공간이더라고요...

저도 만약에 죽음을 맞이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온다면 챠밍의 미용실에서 단장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애초에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꿈에 나오게 된다는 이야기 역시도 동양적인 미신에서 시작된 이야기니까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요소들이 동양적인 부분을 기반으로 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동양 쪽 오컬트를 좋아하는 분들은 좀 복잡한 내용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 소설은 그런 장르 중에서도 비교적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 같았습니다

영혼을 단장 시켜주는 미용실의 원장과 복덕방을 운영하는 도깨비, 영능력자인 의명 그리고 미용실을 찾아오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 번씩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옥의 설계자
경민선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의 만든 지옥의 모습과 정의의 아이러니

여름이 되고 장마가 시작되면서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집 안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책을 읽는 게 일상이 된 요즘입니다

여름답게 평소보다 많은 공포적인 요소들을 찾아서 보게 되는데요

오늘은 오랜만에 공포라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사후세계와 SF가 결합된 소설을 가지고 오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옥의 설계자'라는 책인데요 사실 처음엔 표지의 그림 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되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김산호 작가님이랑 박인주 작가님의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데

아무리 봐도 표지의 그림이 박인주 작가님 그림 같았거든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박인주 작가님의 그림이 맞았고 그래서 더욱 반가웠답니다

표지만으로는 유추할 수 없지만 이 소설은 사람이 사후 세계를 인공적으로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세계가 배경인 소설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죽은 이후 뇌 데이터를 복사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사후 세계에서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큰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 역시 사후 세계 서비스에 요금만 완납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없이 편안한 곳에서 영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었죠

그리고 그런 범죄자들의 뇌 데이터를 훔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지옥 서버에 가두고

그들이 죄를 뉘우칠 때까지 처벌하겠다는 백철승의 계획과 실현

그 속에 얽혀들어가 버린 주인공 지석의 이야기가 중점입니다

가장 처음 백철승의 계획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바로 21명의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고

심장마비로 죽어버린 살인범 완영순의 뇌 데이터를 탈취하여 지옥 서버에 가두고

고해하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었는데요

사실 처음엔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지옥이라 꽤나 괜찮을지도?라는 생각을 했지만

주인공 지석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조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과연 그 범죄자들을 '심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원초적인 생각이었죠


 


사실 큰 죄를 짓고 죽은 뒤 오히려 편안한 삶을 산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한 부분입니다

물론 저 역시도 저런 상황을 지켜본다면 크게 분노를 하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겠죠

그리고 저렇게 된다면 일부러 큰 범죄를 일으킨 뒤에 현실을 도피하여

자살을 하는 사람도 분명히 늘어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계약한 사후세계로 떠나서

그곳에서 더 이상 죄에 대한 처벌도 없이 편안한 영생을 누리게 되겠죠

이 책을 읽으면서 범죄자들의 사형 제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떠올랐는데

천국이나 지옥이 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저는 나름 사후세계나 환생 등을 믿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사형을 통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진짜 무기징역보다 올바른 것인지도 매번 고민이 많았거든요

사형이 최고로 무서운 형벌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저지른 죄에 비해서는 너무 편안하게 가는 것 같아서 말이죠

다만 그 사형제도가 있으므로써 범죄자들이 언제든 자신들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저는 사형제도에 찬성하고 있었어요

어쩌면 그게 그들이 살아 있는 그 자체로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방법일 테니까요


그들이 반성을 하든 하지 않든 말이죠 어떻게든 공포를 줄 수 있다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사형제도는 인권 문제로써 팽팽하게 대립이 있지만

사람을 죽이거나 고통에 빠지게 만든 가해자들의 인권을 찾기 전에

피해자들의 권리부터 찾아주어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란 생각이 앞서기도 합니다

대중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감각 기능을 할 수 있는 완영순의 뇌 일부가 고통을 겪고 처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중요한 사실이었다.

'정의.' 사람들은 정의를 원했다. 그리고 지금 대중의 눈앞에 정의가 구현되고 있었다.

(중략)

건국 이래 최악의 연쇄살인범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데 대한 울분을 터트리며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분노하던 사람들은 완영순이 데이터로 만든 지옥에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어쨌든 저도 소설 속의 사람들처럼 범죄자들을 지옥 서버에 가두고

죄를 뉘우치게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나쁘지 않다고 봤어요

하지만 그 지옥 서버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그 지옥 서버에 들어간 사람들이

진짜 모두가 나쁜 사람이 맞는가?에 대한 정답을 누가 정할 수 있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죽였지만, 그게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그것은 정당방위겠지만 그 사람은 분명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며,

죽은 사람의 유가족들에게는 설사 이유가 있다고 해도 '악인'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지옥 서버에 가야 하는 사람일까요? 아닐까요?

만약 그 사람이 지옥 서버에 가야 한다면 그 사람이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그저 무고한 피해자일 뿐일까요? 오히려 그 사람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악인'이 아닌가요?

그 사람 때문에 누군가가 살인자가 되어버렸다면 그 처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하나의 의문점. 진정한 반성이란 무엇일까요?

이 또한 사람들이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게 맞는 것일까요?

단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공포스러워서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

거짓으로 고해를 하고 반성을 한다면 그걸 알아낼 방법은 있을까요?

다른 사람보다 무던하다고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대게 겉과 단면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코 단정 지어선 안 되는 것도 자신의 색안경과 자신의 사상의 틀에서 결론을 짓고 말죠

그런 사람들이 과연 정의를 심판할 온전한 자유가 있는 걸까요?

물론 범죄자들을, 세상을 등지고 도망 쳐버린 흉악범들을 단죄한다는 것은

유쾌한 생각이지만 또 한 편으론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 속에 섞여 있는 단 0.1프로의 무고함이 정의 받지 못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또한 무섭기도 합니다 언젠가 진짜 내가 그곳에 가게 될까 봐

백철승의 '의거'를 보며 가슴이 웅장해지고 뜨거워짐을 느꼈다. 완영순의 악행을 곱씹으며,

그가 지옥 서버에서 당하고 있다는 처벌을 상상하는 게 통쾌했다.

그리고 최소한 지옥에 가 있는 그놈보다는 자신이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데 치사한 만족감 비슷한 것도 들었다.

사실 모두가 정의를 원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그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얻는다거나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

나아가서는 누군가의 고통을 보면서 위안을 얻으며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백철승이 만든 지옥 서버에 열광하고 그들의 처벌을 통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모두가 정의가 아닌 자신들의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상대적인 대상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죠

물론 정당하게 그 사람이 처벌을 받기를 원했던 유가족이나 일부의 사람들도 존재하겠지만,

일반 대중 중에는 결코 순수하게 처벌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철승 역시도 본인은 정의를 추구한다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지만

결국 지옥 서버를 따라가고 따라갈수록 그 속에는 부조리한 것들이 많이 숨겨져 있었으니,

그의 행동은 자기의 합리화일 뿐, '정의'나 '의거'라고 부르기엔 어렵다고 봅니다

어쩌면 필요하지만, 또 어쩌면 너무나 무서운 지옥 서버

그리고 그곳은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너무나 공포스러웠습니다

사후 세계의 데이터화라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무엇보다 작가님의 설명이 진짜 세세하고 좋았습니다

전작인 연옥의 수리공이랑 동일한 배경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둘 다 읽는다면

훨씬 방대한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어요

연옥의 수리공은 이미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하는 중이고요

SF 장르는 많이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이렇게 재밌는 주제라면 어렵더라도

감사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도 진짜 사후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그곳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게 될까요?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순환에 맞게 살아가고 끝끝내 사라지는 걸 선택하게 될까요?

사실 내 뇌가 데이터화되어서 영원히 남게 된다는 게 좋은 것인지 정말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 데이터화된 것은 제가 아닌 단순히 나 같은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닐까요?

결국 누군가 서버를 꺼버리면 사라지고 마는 지금보다 훨씬 덧없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저 역시도 죽음은 두렵고, 젊은 날의 모습과 지금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그곳으로 갈 수 있다면

아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꽤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흥미롭고 재미있던 이야기였습니다

만약 지옥 서버가 아닌 천국의 서버가 있다면 그곳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그저 행복만 가득한 유토피아?

아니면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로는 질투만 가득한 사람들이 가득한 또 다른 이름의 지옥은 아닐까요?

수많은 상상을 하며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뜨개인의 열두 달 - 한 해를 되짚어 보는 월간 뜨개 기록
엘리자베스 짐머만 지음, 서라미 옮김, 한미란 감수 / 윌스타일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털실만큼이나 포근하고 소소한 뜨개 기록

저는 종종 뜨개를 찾아서 하는 야매 뜨개인입니다

물론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집에 털실도 많이 가지고 있고 코스터 종류를 뜨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사실 그게 빨리 끝나고 단순하니까라는 이유도 섞여 있지만 직접 만든 코스터 위에 컵을 올려두면 너무 만족스럽거든요

어쨌든 뜨개를 매번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꼭 하고 싶은 순간들이 다가오기도 해서

다양한 작가분들의 작품을 보고 우와 만들어 보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도안들도 차곡차곡 수집해놓곤 하는데요

이번에 우연히 뜨개에 관련된 책을 한 권 보게 되었답니다



바로 뜨개인의 열두 달이라는 책인데요 책 표지부터가 뜨개에 대한 책이라는 게 잘 드러나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책이었어요

처음엔 단순히 뜨개를 하는 분이 쓴 에세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뜨개를 하는 분들한테는 꽤 유명한 뜨개 바이블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책 전에 출간되었던 '눈물 없는 뜨개'라는 책도 꽤 인기가 많았다고 해서 나중에 한 번 읽어보려고 생각 중이랍니다

사실 야매 뜨개인은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짐머만씨를 잘 알지 못해서 책을 읽기 전에 살짝 검색해서 알아봤는데요

조금 젊은 분이 저자분이 아닐까 했는데 연세가 꽤 있으신 여사님이셨어요

그리고 뜨개 교사이자 디자이너이신데 현재 뜨개 분야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설명도 있었어요

저 이야기를 듣고 내가 너무 가볍게 이 책을 보려고 생각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어요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선택했나... 싶어서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매우 즐겁게 읽었지만요


 


책 표지에서도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엘리자베스 짐머만 작가님의 뜨개 기록이 담긴 책이에요

단순히 뜨개 도안이나 뜨개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각 계절에 맞는 이야기와 뜨개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뜨개라고 하면 가을이나 겨울 같은 추운 계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직접 뜨개를 하다 보면 여름에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뜨개들이 많거든요

작가님 역시도 여름엔 여름에 어울리는 뜨개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 계절에 맞게 뜨개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계셨고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뜨개라는 분야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어요

사실 저는 겨울에 입은 스웨터류보다는 여름에 뜨개질을 통해서 가볍게 만드는 카디건이나 모자, 가방 같은 걸 더 선호하는 편이라서

작가님의 여름 프로젝트가 정말 너무 좋았어요 물론 제가 잘 뜨지는 못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이 뜨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거든요!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작가님이 진짜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가 소소하면서도 다정하고 따뜻하고 정말 일상적이고 귀여웠어요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어떤 실이 어떨 것이고, 어떤 느낌의 직물이 나올 것이고, 어떻게 하면 예쁘게 뜰 수 있을까 같은 뜨개는 사랑하는 마음이

뜨개에 대한 진심이 가득 담겨 있어서 마치 제가 덕질을 하는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생각나는 대로 시도해 보자. 이제 여러분에게 아란의 세계가 열렸으니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자, 이제 내가 아는 아란은 모두 설명했다.

이 책에 있는 나머지 디자인들은 이제 유치할 정도로 단순해 보일 것이고,

여러분이 아이 같은 호기심을 품게 되었기를 바란다.

너무 예쁘지도, 너무 고지식하지도 않지만 좋은 유전자를 갖고 합리적으로 키워진 멋진 아이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한 것이 엘리자베스 짐머만이라는 분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한없이 따뜻한 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만큼 이야기가 너무 따뜻하고 문장도 따뜻했거든요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이것은 번역을 해주신 역자분의 노력도 크겠지만 원어의 내용이 이쁘니 번역까지도 이렇게 다정하게 될 수 있었겠지?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뜨개를 좋아지 않거나 낯설어 하는 분들이 읽게 된다면 나도 뜨개를 한 번 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고

뜨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없이 뜨개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만들 것 같았어요 정말 재미있게 뜨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적어 주셨거든요

저도 몰랐던 뜨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또한 즐거웠습니다 역시 무슨 분야든 깊게 파고 들면 심오한 법이네요



그리고 아주 당연하지만 이 책에는 작가님이 직접 뜨셨던 뜨개에 대한 설명과 함께 뜨는 방법이나 도안도 간단하게 실려 있습니다

물론 뜨개는 원래도 도안으로 간단하게 나타낼 수도 있고 글 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충분히 다양한 도안들과 설명들이 있으니까 뜨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쯤 읽어보고 도안을 따라서 뜨개를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저는 아직 글로만 설명된 뜨개는 헷갈려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읽으면 알 것도 같은데 뜨면서 보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도안을 선호하는 편인데 도안도 잘 그려져 있어서 귀여운 도안을 기억해 놨다가 나중에 보고 직접 떠보려고 합니다

사실 니트나 옷 종류가 있긴 했는데 아직 그 정도로 잘 뜨는 상황은 아니라서 제일 간단한 것을 하게 되겠지만 말이에요

이 책이 뜨개인들 사이에서 뜨개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읽는 순간 깨닫게 되는

말 그대로 뜨개의, 뜨개를 위한, 뜨개에 의한 책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포근하고 따뜻한 뜨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맹목적인 믿음과 잔혹함이 어우러진 추리 스릴러


여름이 다가오고 본격적인 공포의 계절입니다 공포를 사랑하는 저에겐 참 좋은 계절이면서도 더위 때문에 고생인 계절이죠

최근에 저는 정말 열심히 장르소설을 읽고 있는데요 오늘도 역시 추리 스릴러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달콤한 살인 계획이라는 책인데요 사실 처음에 이 책의 표지만 봤을 때는

강렬한 핑크빛과 함께 조금은 내용을 알기 어려운 제목 때문에 호기심과 동시에

한국 작가분이 아니라 외국 작가분 작품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만큼 특색이 있었거든요

물론 금방 한국 작가분의 작품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표지만 봤을 땐 정말 살인 계획이지만 뭔가 좀 숨겨진 무언가 연애나 그런 치정사에 어울리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띠지에 적혀진 '사람들은 죄다 미쳤다. 미치는 방식이 좀 다를 뿐'이라는 소개까지도

달콤한 살인에 미친 자에 대한 이야기일까? 란 생각까지 들게 했죠


그리고 저의 이 생각은 한 편으로는 정답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틀린 생각이 되었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는 주인공 홍진과 경찰인 화인의 이야기로 진행이 됩니다

주인공이자 누군가를 죽이고자 하는 그 당사자인 홍진은 남편의 육체적 폭력과 정서적 학대에

시달리던 끝에 아이까지 잃게 되는데요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녀는 정신병원 입원하게 되고,

'경직성 정신분열증'이라는 정신병 판정을 받게 되죠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하고자 하는 욕망조차 가질 수 없던 홍진은 병원을 퇴원한 뒤 산속 깊은 곳의 절로 들어가서

예불과 스님들의 식사 준비를 하는 일을 하면서 속세와 단절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지스님의 부탁으로 홍진과 함께 생활하던 여중생 '소명'이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사건은 자살로 수사가 종결되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고, 미심쩍은 것들이 많았죠

결국 홍진은 소명의 짐에서 우연히 살인범의 증거를 발견하게 됩니다


죽은 소명과 자신의 아이가 겹쳐 보였던 홍진은 살인범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로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지만 모두 실수로 끝나고 마는데요


그렇게 살인 시도를 거듭하던 홍진 앞에 경찰인 화인이 등장하고 두 사람은 점점 친밀감까지 형성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홍진의 살인 계획과 

화인이 쫓고 있던 사건의 진실이 하나로 겹쳐지게 되는데요


화인은 과거에 있던 연쇄살인의 범인을 잡았지만 범인이 옥중 자살을 하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고자 하였고,

화인은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죄가 없는 사람을 잡아넣고,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그 사건의 진실을 쫓고 있었죠


그리고 그 사건과 소명의 사망 사건이 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부분들이 존재하게 되었고

나아가서는 범인이 동일인이라는 확신까지 생겼습니다



소설 속의 홍진은 모든 것이 결핍된 인물로 등장하는데요

단순히 결핍이라기 보다 믿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결핍이었고

그것은 약간 비뚤어진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그녀의 병명에서부터 비뚤어진 그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힌트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홍진은 어떤 남자를 원하게 되었다.

홍진은 그 남자의 죽음을 가지고 싶었다.

홍진은 자신이 누구를 죽여야 하는지, 그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자신이 그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

홍진은 오래전 병원에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던 그때와 완전히 다르고

하루 종일 부엌에서 밥을 짓고 스님들의 하루 세 끼를 챙기던 때와도 달라졌다.

무엇이 더 좋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홍진은 분명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그를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자기 손으로 죽일 것이고, 시체를 갈가리 찢어버릴 것이다.


홍진은 죽은 '소명'에게서 죽어버린 자신의 아이도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명이 겪었던 일에 대한 분노가 되살아나며 아무 의미도 없고,

의지도 없던 그녀의 삶에 유일한 목적 하나를 만들어 내었고,

그녀 스스로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살해할 계획으로써 표출되고 있었던 겁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굉장히 좋았는데 알고 보니 작가님이 심리학을 전공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말투도, 문체도, 심리적인 묘사도 너무 좋았고, 한 편으로는 지나가는 말에 불과했지만

그 속에서 잔혹성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홍진의 위치가 된다면 저렇게 말하고 저런 생각을 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홍진은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마약에 취해 그녀와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써는 칼을 그녀와 아이의 배에 찔러 넣었다. 홍진은 아이보다 조금 더 튼튼했기 때문에,

아니 더 질겼기 때문에 숨이 붙어 있었을 뿐이다. 홍진은 끝까지 남편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홍진은 자신이 이지하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구역질과 현기증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그를 죽여야만 하는 건 그가 먼저 살인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소명을 죽였고, 소명이 홍진에게 그를 죽여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야기는 뒤로 가면 갈수록 진실에 가까워지기 보다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홍진의 심리적인 상태가 정말 불안정하다는 걸 매 순간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그녀는 죽은 소명이 자신에게 그를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지속적으로 맹목적으로 살인범에게 집착을 합니다 어쩔 땐 소명이 아직도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죠


처음엔 홍진이 살인범을 죽이려는 이유가 조금은 명백하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죽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습니다


살인범인지 아닌지 명확해 보이던 이야기가 점차 흩트려지기 시작했고,

홍진 스스로도 이게 진짜 진실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렸고,

결국 마지막에 가서도 끝끝내 그 사람이 진짜 살인범인지 제대로 확신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사실 홍진에게 누군가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100프로 확신할 수 없는 것이라면

홍진은 아마도 자신의 믿음이 더 중요해서 그걸 외면하고 지금과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그녀는 너무 강력하게도 단 한 명의 범인만을 확정해둔 상태였고,

거기에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 믿음을 흔들기는 힘들겠죠

사람이란 자기 자신이 원하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믿기 마련이고 그 후회도 결국 본인의 몫이 됩니다

그리고 홍진 역시 마지막에야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과연 그녀가 마지막에 알아낸 진범은 누구였을까요?


사실 끝에 자백은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진짜 자백이 맞는 걸까란 의문까지 들었습니다

그 순간 홍진의 행동에, 최악의 상황에 몰린 상태라서 이판사판으로

그냥 자기가 범인이라고 거짓말로 말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홍진이 살인에 꼭 성공하길 바랐던 걸까요?

아니면 그저 누가 진범인지 그 진실이 궁금해서 책장을 계속 넘긴 것일까요?

찜찜하다면 찜찜한 결말인데 또 어떤 부분에서는 확실한 결말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던 마지막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