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설계자
경민선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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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만든 지옥의 모습과 정의의 아이러니

여름이 되고 장마가 시작되면서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집 안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책을 읽는 게 일상이 된 요즘입니다

여름답게 평소보다 많은 공포적인 요소들을 찾아서 보게 되는데요

오늘은 오랜만에 공포라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사후세계와 SF가 결합된 소설을 가지고 오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옥의 설계자'라는 책인데요 사실 처음엔 표지의 그림 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되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김산호 작가님이랑 박인주 작가님의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데

아무리 봐도 표지의 그림이 박인주 작가님 그림 같았거든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박인주 작가님의 그림이 맞았고 그래서 더욱 반가웠답니다

표지만으로는 유추할 수 없지만 이 소설은 사람이 사후 세계를 인공적으로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세계가 배경인 소설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죽은 이후 뇌 데이터를 복사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사후 세계에서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큰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 역시 사후 세계 서비스에 요금만 완납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없이 편안한 곳에서 영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었죠

그리고 그런 범죄자들의 뇌 데이터를 훔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지옥 서버에 가두고

그들이 죄를 뉘우칠 때까지 처벌하겠다는 백철승의 계획과 실현

그 속에 얽혀들어가 버린 주인공 지석의 이야기가 중점입니다

가장 처음 백철승의 계획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바로 21명의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고

심장마비로 죽어버린 살인범 완영순의 뇌 데이터를 탈취하여 지옥 서버에 가두고

고해하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었는데요

사실 처음엔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지옥이라 꽤나 괜찮을지도?라는 생각을 했지만

주인공 지석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조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과연 그 범죄자들을 '심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원초적인 생각이었죠


 


사실 큰 죄를 짓고 죽은 뒤 오히려 편안한 삶을 산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한 부분입니다

물론 저 역시도 저런 상황을 지켜본다면 크게 분노를 하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겠죠

그리고 저렇게 된다면 일부러 큰 범죄를 일으킨 뒤에 현실을 도피하여

자살을 하는 사람도 분명히 늘어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계약한 사후세계로 떠나서

그곳에서 더 이상 죄에 대한 처벌도 없이 편안한 영생을 누리게 되겠죠

이 책을 읽으면서 범죄자들의 사형 제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떠올랐는데

천국이나 지옥이 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저는 나름 사후세계나 환생 등을 믿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사형을 통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진짜 무기징역보다 올바른 것인지도 매번 고민이 많았거든요

사형이 최고로 무서운 형벌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저지른 죄에 비해서는 너무 편안하게 가는 것 같아서 말이죠

다만 그 사형제도가 있으므로써 범죄자들이 언제든 자신들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저는 사형제도에 찬성하고 있었어요

어쩌면 그게 그들이 살아 있는 그 자체로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방법일 테니까요


그들이 반성을 하든 하지 않든 말이죠 어떻게든 공포를 줄 수 있다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사형제도는 인권 문제로써 팽팽하게 대립이 있지만

사람을 죽이거나 고통에 빠지게 만든 가해자들의 인권을 찾기 전에

피해자들의 권리부터 찾아주어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란 생각이 앞서기도 합니다

대중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감각 기능을 할 수 있는 완영순의 뇌 일부가 고통을 겪고 처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중요한 사실이었다.

'정의.' 사람들은 정의를 원했다. 그리고 지금 대중의 눈앞에 정의가 구현되고 있었다.

(중략)

건국 이래 최악의 연쇄살인범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데 대한 울분을 터트리며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분노하던 사람들은 완영순이 데이터로 만든 지옥에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어쨌든 저도 소설 속의 사람들처럼 범죄자들을 지옥 서버에 가두고

죄를 뉘우치게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나쁘지 않다고 봤어요

하지만 그 지옥 서버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그 지옥 서버에 들어간 사람들이

진짜 모두가 나쁜 사람이 맞는가?에 대한 정답을 누가 정할 수 있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죽였지만, 그게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그것은 정당방위겠지만 그 사람은 분명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며,

죽은 사람의 유가족들에게는 설사 이유가 있다고 해도 '악인'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지옥 서버에 가야 하는 사람일까요? 아닐까요?

만약 그 사람이 지옥 서버에 가야 한다면 그 사람이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그저 무고한 피해자일 뿐일까요? 오히려 그 사람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악인'이 아닌가요?

그 사람 때문에 누군가가 살인자가 되어버렸다면 그 처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하나의 의문점. 진정한 반성이란 무엇일까요?

이 또한 사람들이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게 맞는 것일까요?

단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공포스러워서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

거짓으로 고해를 하고 반성을 한다면 그걸 알아낼 방법은 있을까요?

다른 사람보다 무던하다고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대게 겉과 단면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코 단정 지어선 안 되는 것도 자신의 색안경과 자신의 사상의 틀에서 결론을 짓고 말죠

그런 사람들이 과연 정의를 심판할 온전한 자유가 있는 걸까요?

물론 범죄자들을, 세상을 등지고 도망 쳐버린 흉악범들을 단죄한다는 것은

유쾌한 생각이지만 또 한 편으론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 속에 섞여 있는 단 0.1프로의 무고함이 정의 받지 못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또한 무섭기도 합니다 언젠가 진짜 내가 그곳에 가게 될까 봐

백철승의 '의거'를 보며 가슴이 웅장해지고 뜨거워짐을 느꼈다. 완영순의 악행을 곱씹으며,

그가 지옥 서버에서 당하고 있다는 처벌을 상상하는 게 통쾌했다.

그리고 최소한 지옥에 가 있는 그놈보다는 자신이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데 치사한 만족감 비슷한 것도 들었다.

사실 모두가 정의를 원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그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얻는다거나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

나아가서는 누군가의 고통을 보면서 위안을 얻으며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백철승이 만든 지옥 서버에 열광하고 그들의 처벌을 통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모두가 정의가 아닌 자신들의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상대적인 대상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죠

물론 정당하게 그 사람이 처벌을 받기를 원했던 유가족이나 일부의 사람들도 존재하겠지만,

일반 대중 중에는 결코 순수하게 처벌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철승 역시도 본인은 정의를 추구한다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지만

결국 지옥 서버를 따라가고 따라갈수록 그 속에는 부조리한 것들이 많이 숨겨져 있었으니,

그의 행동은 자기의 합리화일 뿐, '정의'나 '의거'라고 부르기엔 어렵다고 봅니다

어쩌면 필요하지만, 또 어쩌면 너무나 무서운 지옥 서버

그리고 그곳은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너무나 공포스러웠습니다

사후 세계의 데이터화라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무엇보다 작가님의 설명이 진짜 세세하고 좋았습니다

전작인 연옥의 수리공이랑 동일한 배경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둘 다 읽는다면

훨씬 방대한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어요

연옥의 수리공은 이미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하는 중이고요

SF 장르는 많이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이렇게 재밌는 주제라면 어렵더라도

감사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도 진짜 사후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그곳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게 될까요?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순환에 맞게 살아가고 끝끝내 사라지는 걸 선택하게 될까요?

사실 내 뇌가 데이터화되어서 영원히 남게 된다는 게 좋은 것인지 정말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 데이터화된 것은 제가 아닌 단순히 나 같은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닐까요?

결국 누군가 서버를 꺼버리면 사라지고 마는 지금보다 훨씬 덧없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저 역시도 죽음은 두렵고, 젊은 날의 모습과 지금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그곳으로 갈 수 있다면

아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꽤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흥미롭고 재미있던 이야기였습니다

만약 지옥 서버가 아닌 천국의 서버가 있다면 그곳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그저 행복만 가득한 유토피아?

아니면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로는 질투만 가득한 사람들이 가득한 또 다른 이름의 지옥은 아닐까요?

수많은 상상을 하며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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