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나의 사랑
지연리 지음 / 창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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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따라 발견한 더 많은 이야기



어린 왕자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 애매한 대답을 하게 된다.

분명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생 최고의 책으로 꼽을 만큼 사랑하는 작품은 아니다. (대체적으론 취향 문제...)


​그래서 지연리작가님의 '어린 왕자 나의 사랑'라는 책은 조금 특별한 마음으로 읽었다.

나와는 달리 '어린 왕자'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이렇게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고,

하나의 이야기에서 이토록 많은 생각을 꺼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감탄스러웠다.

나는 그동안 이 책을 너무 일차원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책을 읽는 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독서의 재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작가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이만큼 생각을 넓혀본 적이 있었나 싶어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책 속의 문장과 인물에서 시작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으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다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나 역시 앞으로는 무언가를 읽을 때 좋았다거나 슬펐다는 감정에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조금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무엇보다 '어린 왕자 나의 사랑'은 단순히 '어린 왕자'라는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다.


어린 왕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작가님의 삶과 경험으로 이어지고,

그 안에서 책과 사람, 관계와 삶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린 왕자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어린 왕자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에게 어린 왕자는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필독서에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책을 꼽으라면 아마 앞으로도 다른 책의 이름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나와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한 권의 책을 사랑해 온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며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같은 것을 바라보더라도 누군가는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고, 그곳에서 또 다른 생각을 시작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함께 따라 걷고, 그 안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고 즐거운 시간이다.


어린 왕자 나의 사랑을 읽으며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어린 왕자로 시작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하나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다양한 곳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감히 내가 이 책에 대해 몇 마디 말로 더 설명하거나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보다는 직접 읽으며 작가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 보았으면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나처럼 어린 왕자를 그토록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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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소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지연리 옮김 / 창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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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달라진 나를 만나는 시간



나는 한 번 읽었던 책이나 한 번 봤던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면 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이야기는 그대로인데 그동안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장면에서 한참을 머물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곤 했다.


어린 왕자라는 책 역시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무척 반가웠다.

요즘은 바쁘다는 이유로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볼 여유조차 갖기 어려웠기 때문에

어린 왕자를 처음부터 천천히 따라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 자체가 꽤 좋았다.



그리고 다시 읽은 어린 왕자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외롭고 슬픈 이야기였다.


어릴 때의 나는 이 책을 조금 더 아름다운 이야기로 기억했던 것 같다.

작은 별과 장미, 여러 별을 여행하는 어린 왕자와 여우. 따뜻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한 이야기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어린 왕자와 여우의 관계성이 좋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생각보다 더 슬프고 슬펐다.


​어린 왕자는 언제 읽어도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름다움 사이에 자리한 외로움과 쓸쓸함이 더 크게 보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상처받는 마음이 있고, 관계를 맺는 기쁨만큼 그 관계 때문에 아파지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사랑하면서도 떠나고, 결국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렸을 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지금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해된다는 것이 묘했다. 책은 그대로인데 이번에도 읽는 내가 변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왕자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어린 왕자를 인생 최고의 책으로 꼽는 사람도 많지만, 예전에 읽었을 때도 지금 다시 읽은 뒤에도 나에게는 그 정도까지의 책은 아니다.

책이 별로라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취향이나 여러 가지 이유에 있어서 그렇다는 거다.


​이번에는 예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고, 보이지 않았던 감정들도 좀 더 발견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나에게 어린 왕자는 여전히 한 번쯤 읽고 스쳐가도 괜찮은 필독서에 가깝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사랑해야 하는 책도,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만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책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만나본다면 자신이 지나온 관계와 사랑, 외로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스쳐간 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의 나처럼 말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여전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잠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그래서 이번 독서는 어린 왕자를 다시 좋아하게 된 시간이라기보다,

오래전에 읽었던 한 권의 책을 통해 지금의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 시간에 조금 더 가까웠다.


​문장도, 그림도 새롭게 번역하고 그려진 완역판이기 때문에 아마 어린 왕자를 좋아하고,

다양한 어린 왕자 책을 수집하는 분들에게는 꼭 소장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책 배면에 엣지 도색이 되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취향을 크게 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는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암튼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분들은 꼭 한 번쯤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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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 범죄 실화, 살인자의 얼굴을 읽는 법
박진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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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지켜야 할 것들



평소 사건, 사고나 범죄에 관한 책을 꽤 많이 읽는 편이기도 하고, 당연히 관련 유튜브나 다큐멘터리도 워낙 자주 보는 편이라

이 책 역시 처음에는 다른 책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에서 다루는 사건들의 경중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문체가 무겁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무거운 분위기로 끌고 가지 않으면서도 사건을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평소 이런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읽다 보니 사건 자체보다 조금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가님은 오랫동안 형사분들을 직접 만나고 사건과 수사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해온 기자분이다.

사건을 직접 해결하는 형사는 아니지만, 나처럼 뉴스나 책, 영상을 통해 이미 정리된 사건을 접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가까운 자리에서 사건을 바라봐 온 사람인 것이다.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몇 줄의 기사나 잘 정리된 영상으로 접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는 아주 작은 단서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수없이 확인하고 의심하며 오랜 시간 사건을 붙잡고 있다는 것.

우리에게는 이미 결말을 알고 읽는 하나의 ‘사건’일지 모르지만, 그 당시 그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결말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길이었고, '현실'이었다.

그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나는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니 어째서 다양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PD와 작가들이 이 책을 찾게 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감히 짐작해 보자면 그분들 역시 나와 비슷한 지점에서 이 책을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사건을 더 깊이 알고 싶고,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찾고 싶고, 그 안에서 무엇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사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여러 사건, 사고가 이어지면서 유가족들이 겪는 또 다른 고통에 대한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사건을 취재하거나 컨텐츠로 만들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 원하지 않는 인터뷰를 요구하는 사람들,

심지어 사적인 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사람들로 인해 다시 고통받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나 역시 사건사고나 공포에 관련된 영상 컨텐츠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스스로 경계하려고 하는 것이 있었다.

'사건을 이용하지 말자.' '피해자를 이용하지 말자.'


​국내외의 다양한 사건 사고를 다루는 컨텐츠를 좋아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어쩌면 모순처럼 보일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유명한 사건 이름과 피해자의 이름을 쓰는 것이 조회수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하지만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것과 누군가의 고통을 이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형사가 아니고 사건을 해결해 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단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가 애써 견디고 있는 고통을 다시 끄집어내도 되는 걸까?


내가 무슨 권리로?

사람들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책 속에서 사건을 집요하게 좇는 형사분들의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인지, 이런 질문은 평소보다 더 무겁게 다가왔다.


​물론 사건을 취재하고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은 필요하다.

때로는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다시 주목받는 사건도 있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건 선을 지키기가 더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 다가가야 하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거리’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재미있는 것은 책 제목이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라는 것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의 ‘가까이’와 책을 덮고 난 뒤 내가 느끼는 ‘가까이’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사건을 가까이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사건을 너무 쉽게 이용하지 말자.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누군가의 고통을 한 번쯤 더 생각해 보자.


​평소 좋아하던 분야의 책이라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고, 실제로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생각이 남았다.

다른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사건이나 수사 과정에 더 주목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사건을 얼마나 가까이 볼 수 있는가보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가.

평소에도 몇 번이나 고민했던 그 질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감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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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호스트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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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라고 믿고 싶은 이야기

- 하지만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공포



사실 처음 이 책의 소재나 제목을 들었을 땐 한국 작가분이 아니라 외국 작가분이 쓴 책이라고 생각했다.

국내에선 다크웹이나 이런 쪽이 비주류의 소재라서 이렇게까지 잘 다룰 수 있는

작가님이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나의 오만이었고 아주 큰 착각이었다.


​박희종 작가님의 '슈퍼호스트'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야기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라는 점이었다.

사실 공유 숙박 플랫폼과 라이브 스트리밍, 다크웹이라는 소재는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자극적인 설정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소재였다. (직업적으로도 해당 소재를 많이 다루어 보기도 했다.)



평소 라이브 방송을 자주 시청하고 있으며, 공포와 오컬트 분야에 관심이 많다 보니 다크웹이라는 개념 역시 낯설지 않았다.

또 다크웹과 관련된 각종 범죄 사례와 사건을 접한 적도 많았기 때문에 작품 속 설정이 허황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공유 숙박 플랫폼 역시 직접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관련된 사건이나 여러 사례를 접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현실과 연결하며 읽을 수 있었다. (요즘 뉴스에도 공유숙박 플랫폼을 이용한 범죄 사례가 많이 소개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이미 어디선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무서웠던 것은 잔인한 장면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또한 이 작품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사회 현상을 자연스럽게 녹여 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한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 익명성을 이용한 범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범죄 등은

이미 사회적으로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작가님은 이러한 소재를 단순히 자극적인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 속에 녹여 내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최근 들어서 복수극이나 심리 스릴러 장르를 꽤 많이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에 더 집중하며 읽었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욕망을 안고 살아가며, 그 감정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누구 하나 완전히 선하거나 악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웠고, 이러한 점이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폭력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접하고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빠르게 확산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소비한다.​


작품 속 다크웹 생중계 역시 극단적인 설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인터넷 문화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완전히 허구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해외에는 이미 다크웹을 통한 여러 범죄 사례들이 굉장히 많고, 많은 수사 기관에서 다크웹을 주시하고 있다..)



슈퍼호스트 역시도 그저 단순히 범인만을 찾는,

복수만을 쫓는 스릴러가 아니라 여러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타인의 불행을 쉽게 소비하는 것일까?', '익명이라는 공간은 사람을 어디까지 잔인하게 만들 수 있을까?'

'복수는 정말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인 질문 말이다.


​이 책을 인상 깊게 읽은 이유는 단순히 재미와 긴장감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익숙하게 접해 왔던 소재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더 큰 공포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무척 깊게 남았다.


​현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공포가 얼마나 강렬한지를 보여 준 작품.

현실이 어쩌면 이 소설 속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단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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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사 - 거미는 움직이지 않는다
최윤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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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은 어떻게 증오가 되는가?



드디어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이제 내가 사랑하는 장르의 계절이다.

사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장르 소설들이 굉장히 강세를 보이는 추세라서 행복한 나날...!

​

최근 장르소설을 찾아보다 보면 복수극이나 사람의 심리를 다룬 소설이 전보다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심리 복수극 쪽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면서 알고리즘을 탄 것 같기도 한데...


사실 복수극이라고 하면 뻔한 소재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책마다 주인공이 복수에 이르게 된 이유나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어서 오히려 자주 찾게 된다.

그리고 끝의 끝에서 등장하는 반전이나 스토리 진행 중에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성을 보는 재미도 있고...

(최근엔 생각보다 많은 작가님들이 진부한 복수극의 클리셰를 벗어나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더 재밌는 것 같다)



​이번에 읽은 '파우사' 역시 동경하던 사람을 향한 복수극이라는 소개가 흥미로워 선택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동경하는 마음이 얼마나 쉽게 다른 감정으로 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우리는 유명인을 실제로 아는 것도 아니면서 방송이나 기사를 통해 보이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실제 그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 마음속에서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이 믿었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순간의 배신감과 실망감은 말로 다 하기 힘들고..

(나 역시도 연예인을 오랫동안 좋아하다가 한순간에 달라진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점은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 한순간에 뒤바뀌는 대중의 모습들 역시 굉장히 무섭기 그지없다.. 물론 그런 반응들을 이해는 하지만....

내가 그 입장이라면 상당히 공포스러울 것 같긴 하다 어제까지 자기를 응원했던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등을 돌려버리는..


​사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인 명관의 행동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스스로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끌려가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다가도,

아들의 수술비와 냉정한 현실이 걸려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조건 어리석다고만 할 수도 없었다.

사람은 절박할수록 옳고 그름보다 당장 붙잡을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 입장이 된다면 안 그럴 거라는 보장이 절대로 없다.


평소 축구를 좋아해서 책 속에서 등장하는 선수, 팬을 둘러싼 분위기가 익숙하게 느껴졌고, 재미있기도 했다.

제목인 ‘파우사’가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상대의 빈틈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전술이라는 점이 복수의 방식과 상당히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파우사라는 단어를 몰랐는데 작가님들은 어떻게 이런 다양한 단어와 내용들을 다 알고 계시는지.. 대단하다고 느낄 지경...)


단순히 통쾌하기만 한 복수극은 아니었고, 동경과 열등감, 욕망이 뒤엉키면서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소설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복수가 끝난 뒤에도 후련함보다는 씁쓸한 기분이 남았다....


​동경, 우상, 질투, 대중의 욕망......

내 일상에도 많이 스며든 것들이라 이해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동경과 고마움과 배려가 함께하는 나의 덕질이 조금은 고마운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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