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 튤립과 친구들 - 눈을 크게 뜨고 숨은그림찾기 TULiPE
소피 게리브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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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숨은 그림 속, 또 다른 세상

- 아이들만의 책이라고요? 어른도 빠져듭니다


누가 봐도 아동용 책으로 보이는 '찾아라, 튤립과 친구들'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이 책을 꼭 가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작가님의 그림체 때문이었다. 흔히 해외 작가분들이 많이 쓰는 형태의 두들링 기법스러운 그림이 너무나 내 취향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저렇게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이 책을 가까이서 접하면 어쩐지 그런 상상력을 조금이나마 본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역시 크기가 크다는 것이였다.

한 손으로는 결코 감싸쥘 수 없는 커다란 판형, 그리고 그 속에 가득 채워진 풀컬러의 그림들.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마치 작은 전시회의 문을 열고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찾아라, 튤립과 친구들'은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동용 숨은그림찾기 책이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캐릭터를 찾아내는 놀이책.

하지만 이 책을 단순히 아동용 책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아쉽다고 생각했다.

책 안에 들어 있는 그림은 하나하나가 완성된 예술 작품처럼 정성스럽고, 디테일이 살아 있다.

장면마다 색감이 다르고, 캐릭터들의 표정 하나, 동작 하나에도 이야기가 숨어 있다.

충분히 아트북으로써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책을 좋아하는 나한테 종종 묻는다. 성인이 이런 걸 봐서 뭐해?라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 책은 숨겨진 오브젝트나 캐릭터만 찾으면 끝나는 말 그대로 아이들의 짧은 호기심으로 끝나는 가벼운 놀이책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이 책 속에 표현된 작가님의 자유로운 방식의 그림이 너무나 좋았다.

모든 그림에서 작가님의 개성과 상상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규칙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와 설정, 그리고 그걸 찾아내는 동안의 몰입감은 다른 어떤 활동으로도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핸드폰 어플 '숩숩'을 떠올렸다. 그 앱에도 다양한 작가님들의 그림들이 숨은그림찾기 형태로 등록되어 있다. 나는 그걸 하면서 잠시 현실을 내려놓고, 그림 속 세계에 푹 빠진다.

화면 속 작은 세상에서 길을 잃는 기분, 그리고 우연히 숨겨진 물건을 발견하는 기쁨은 생각보다 강한 몰입을 준다.

'찾아라, 튤립과 친구들'은 그 경험을 한층 더 확장해준다. 어플과 차이는 있지만, 훨씬 넓고, 색감은 깊고 선명하며, 페이지마다 질감이 살아 있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끝으로 종이를 넘기며 그 속을 탐험하는 즐거움이 있다.



책 속에서 숨겨진 오브젝트나 캐릭터를 찾는 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작가의 시선과 호흡을 따라가게 된다. 여기에 이런 걸 숨겨놨구나, 이 장면에 이런 것들도 있었구나. 볼 때마다 새롭고 마치 작가님과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묘한 친밀감이 생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주인공 캐릭터 중 하나인 바이올렛을 찾는 중에 자꾸 비슷하게 생긴 파란새 한 마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이올렛을 찾았다 싶으면 저 파란새라서 자꾸 함정이 있다며 또 짝퉁 파란새에 속았다!했는데 마지막에 알고보니 바이올렛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였다(...) 바로 이런 숨겨진 오브젝트와 스토리를 뒤늦게 알아가면서 또 다른 재미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라면 순수한 호기심으로, 어른이라면 잠시 잊었던 유연한 상상력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건, 처음에 가졌던 마음처럼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숨은 이야기를 찾아가게 만드는 세계를 만드는 힘. 그건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작가가 가진 상상력과 디테일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다고 느꼈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책이면서 동시에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아트북이다.

아이들에게는 발견의 기쁨과 관찰의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몰입과 호기심을 선물할 수 있는 책.

나에게는 작은 동경과 영감을 남겨준 고마운 책.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그 속에서 보았던 다채로운 장면과 숨겨진 보물들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나를 다시금 책 앞으로 불러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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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팅쌤 코바늘 키링 야채 편 - 작고 귀여운 캐릭터 키링 20종으로 코바늘 시작!
신은영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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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늘 초보도 완성하는 귀여운 야채 친구들

- 실과 바늘이 만드는 힐링



중학교 때 처음 대바늘을 손에 쥐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엔 서툴러서 코가 빠지기 일쑤였지만, 실이 손끝을 타고 넘어가는 그 감촉이 참 좋았다.

그렇게 나름 꾸준히 손뜨개를 이어왔고, 성인이 된 후엔 코바늘에도 도전했다.

많이 하면 대바늘보다 쉽다던데, 내겐 여전히 코바늘이 조금은 복잡하고 헷갈리는 영역이다.


​선물용으로 귀여운 인형을 만든 적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원데이 클래스에서 선생님들의 세심한 도움을 받으며 완성했다.

혼자서 시도할 때는 주로 작은 코스터나 사각 모티브를 떴다.

완성까지 부담이 적고, 짧은 시간에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귀여운 코바늘 키링이나 인형 제작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문제는, 코바늘 초보에게 인형 제작은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코바늘 도안만 보고 만들기엔 아직 익숙하지 않고, 영상만 보자니 중요한 부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게다가 중간 스킵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방향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영상과 도안을 함께 볼 수 있는 코바늘책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취향에 맞고, 난이도도 적당한 책은 좀처럼 없었다.



그러던 중, 시원북스에서 출간된 '니팅쌤 코바늘 키링'이라는 책을 만났다.

제목만 봐서는 단순히 키링 만드는 책 같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귀여운 야채 캐릭터들이었다.

당근, 토마토, 땅콩, 옥수수 모두 동글납작하고 부드러운 형태라 손뜨개 초보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작품에 뜨개 과정 영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책에는 상세한 코바늘 도안이 실려 있고, QR코드를 스캔하면 작가님의 시범 영상을 바로 볼 수 있어 영상과 도안을 번갈아가며 참고할 수 있다.



나의 첫 도전은 '토마토 키링'이었다.

모양이 단순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 책의 캐릭터마다 설정된 MBTI 중 토마토가 나와 같은 INFP였기 때문이다.

INFP 토마토라니, 뭔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땐 당연히 조금 버벅거렸다. 도안 기호를 다시 확인하고,

영상을 멈췄다 재생했다 하면서 실과 바늘을 번갈아 잡았다.

중간중간 실수도 있었지만, 의외로 완성해 놓고 보니 티가 거의 나지 않았다.

조금 비뚤어졌지만 나만의 토마토, 세상에 하나뿐인 키링이 완성된 순간, 묘한 성취감이 찾아왔다.


​이 책의 최대의 매력은 아주 당연하지만 부담 없는 형태로 이루어진 야채 인형들이다.

대부분의 인형이 복잡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아, 초보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완성할 수 있다.

책 속 설명도 친절하고, 영상에서는 손의 각도나 실의 당김까지 볼 수 있어 이해가 빠르다.

덕분에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조금씩 얻게 된다.


​아직 색실이 없어 만들지 못한 당근과 땅콩 캐릭터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

특히 땅콩 키링은 통통하고 귀여운 실루엣이 매력적이고, 당근은 선명한 주황색이 보기만 해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 책에는 코바늘 기초 기법에 대한 이야기도 꼼꼼하게 제공 되어서,

이걸 보고 한 번 익숙해지면 다양한 변형도 가능할 것 같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단순히 만드는 법만 알려주는 손뜨개 책 추천 목록의 한 권이 아니라는 점이다.

책 속에서 캐릭터마다 개성을 부여하고, 작은 설정을 담아두어 마치 인형에 생명이 깃든 듯한 재미를 준다.

내 토마토 키링은 그저 인형이 아니라, 조금 삐뚤어졌지만 마음씨 좋은 INFP 토마토 친구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코바늘 초보부터 예쁜 소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취미인까지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만드는 과정에서 차분히 실과 바늘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손에 올려놓는 순간, 나도 해냈다는 기분 좋은 뿌듯함과 성취감이 찾아온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작품씩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올해는 이 귀여운 야채 친구들을 하나씩 완성해, 가방이나 파우치에 매달아볼 생각이다.

완성도가 높아지면 이 키링들을 본 지인들이 이거 어디서 났어요? 라고 묻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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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나라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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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자와 보지 못하는 자 사이에서


'눈먼 자들의 나라'라는 책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먼저 떠올렸다.

이름도, 주제도 너무 닮아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 작품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고 다른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영화로도 제작되고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던 사라마구의 대표작이라서 안 읽어도 이름은 들어본 사람들이 많았을테니까 말이다.


​'눈먼 자들의 나라'는 영국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904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인데, 사실 조지 웰스의 대표작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됐던 우주전쟁이다.

SF의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의 단편 작품이라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1995년에 출간된 사라마구의 작품보다 90년이 앞선 작품이라서

실질적으로 따지면 사라마구가 조지 웰스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싶다.


​두 작품 모두 시력을 상실한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이야기의 톤과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전염병과 수용소, 인간 본성의 붕괴를 묘사했다면, 웰스는 폭력이나 혼란이 아닌 조용한 공동체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눈이 보이던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실명이라는 질병이 퍼지며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님이 된 현실을 마주한 사람들의 혼란과

수 세기 동안 전염병으로 인해 시력이라는 것이 서서히 사라지며 후대로 내려가면서 준비를 하고, 시력이 없는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공동체의 모습은

생각해 봐도 다를 수밖에 없긴 할 것이다.


'눈먼 자들의 나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사람들이 세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철저하게 분리가 된 외딴 협곡 속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수 세기 동안 자신들만의 질서를 세우고 조용히 살아가던 이들 사이에, 산에서 추락해 마을에 들어오게 된 한 남자 누네즈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시작되는데

보이는 자와 보이지 않는 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식의 충돌,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다시 조명되는 공동체의 논리, 이 모든 것이 간결하면서도 묵직하게 전개된다.

특히 누네즈가 자신의 '시력'을 우월함으로 믿고 그것을 통해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는,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며 독자에게 반전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 공동체의 사람들은 시력을 잃었지만, 나름의 질서와 문화를 만들어내며 살아간다. 그들에겐 보는 것이 필요 없는 세계가 있다.

오히려 보이는 자인 누네즈가 점점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리감을 느끼며, 그들에게 미개한 자로 낙인찍힌 지점에서

웰스의 질문은 명확해진다. 보는 것만이 우월하며, 그것만이 정상적인 것인가?


​누네즈는 그 공동체에서 정상이 아니며, 그의 시각은 이 사회에서는 아무런 우위도 갖지 못한다. 이런 설정은 오히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이나 상식은 과연 보편적인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협의와 질서일 뿐일까?


내가 접한 '눈먼 자들의 나라'는 '내로라'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영어 원문과 한글 번역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원문을 참고하거나 비교하며 읽기에도 유용하다.

본문 자체는 비교적 짧아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책 후반부에 실린 편집자의 말과 독후 활동,

그리고 네 편의 해설은 이 짧은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있게 재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 해설은 인식론적 시각, 문학적 맥락, 사회적 풍자, 심리적 상징 등 서로 다른 키워드를 통해 이야기를 파헤친다.

이를 읽으며 하나의 글을 읽고 다양한 생각으로 갈라지는 것이야말로 독서가 가진 가장 깊은 힘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이야기 하나가 이처럼 다채로운 독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고전 문학이 가진 지속적인 힘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눈먼 자들의 나라는 짧지만 깊다. 이야기 자체의 메시지도 강렬하지만, 그 이후 펼쳐지는 해석의 무대는 더 넓고 흥미롭다.

고전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금 소환된 이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단지 소설을 읽는 경험이 아니라, 독서를 매개로 더 깊은 사유와 성찰로 나아가는 여정을 선물한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한참 동안 생각이 멈추지 않는 독서를 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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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 드롭, 드롭
설재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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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상상, 너무도 현실적인 감정


요즘 SF소설에 재미를 붙이고 싶어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읽고 있는데,

이번 책도 대놓고 SF는 아니지만 SF적인 상상이 담긴 소설이다.

설재인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드롭 드롭 드롭에 실린 네 편의 단편은

멸종, 종말, 변이 등 흔히 SF에서 기대하는 소재들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그 소재들을 가정폭력과 지방소멸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야기들 속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 공포 같은 것들이 존재하고 하나같이 분명한 목소리로 마음에 박힌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은 책의 제목과도 같았던 작품 '드롭, 드롭, 드롭'이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아주 황당하다.

어느 날 갑자기 어른들은 어린아이의 몸이 되고, 아이들은 어른의 몸으로 변하게 되는 상황.

이 급작스러운 전환 속에서 주인공 예원은 자신을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하는 반려견 꼬똥과 마주한다.

사실 처음에는 낯설었다. 체취나 익숙한 습관 같은 걸로 주인을 알아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소설은 그 단절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예원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려 하고, 꼬똥은 그때마다 더 깊이 움츠러들고, 더 멀리 도망친다.


​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 설정은 꽤 마음을 흔들었다.

내가 아는 나와, 반려동물이 기억하는 나 사이의 간극이 하루아침에 벌어졌을 때 그 상실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예원이 겪는 당황스러움, 안타까움, 절망 같은 감정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게 될 법한 감정이다.


그 외에도 미림 한 스푼에서는 사람들이 증발하는 와중에 솜새끼라는 어이없는 외계인이 등장하고,

쓰리 코드는 음악과 과학이 뒤섞인 기묘한 세계로 이끄는데 개인적으로는 문명의 탄생 설화라는 이 이야기가 썩 좋진 않았다.

멸종의 자국은 이상한 종족들과 이상한 현상 등 SF다운 방식으로 신화적 서사를 보여준다

물론 그 마지막은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불쾌한 또 한 편의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 였지만....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결국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감정들이 있다.

두려움, 분노, 상처, 회복,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믿고 싶다는 마음 같은 복잡한 것들.


이 소설집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비슷하기 보다 색다른 상상력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상력을 지금의 학생들이 많이 읽고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멸종이라는 단어와 몇 가지 요소들은 미래적이고 낯설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메시지는 너무도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단순히 기이한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드롭 드롭 드롭'은 사실 꽤 무겁다면 무거운 이야기는 맞는 것 같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도무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가볍게 읽히는 단편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마음 한구석을 오래도록 건드리는 질문을 남겼다.

수 많은 감정에 대해 곱씹게 됐으니까.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그리고 조금 이상한 꿈을 꾼 것처럼 마음이 뒤숭숭해지는데 그 기분이 꽤 오랫동안 계속된다.

그만큼 여운이 긴 소설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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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랜드마크 : 세계의 명문 대학 스티커 컬러링 랜드마크 시리즈
일과놀이콘텐츠연구소 지음 / 북센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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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명문대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 도시의 볼거리와 입학 정보까지! 책 속에 담긴 똑똑한 구성



오랜만에 북센스에서 출간된 새로운 스티커 컬러링북을 가지고 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스티커 컬러링북의 주제는 바로 세계의 명문 대학들인데요.

옥스퍼드, 예일대 같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곳부터, 국내의 서울대학교까지 포함되어 있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다양한 랜드마크나 유명 인물, 캐릭터 시리즈의 스티커 컬러링북은 많이 봐왔지만,

명문대를 주제로 스티커 컬러링이 나왔다는 게 꽤 신선했어요.

언제나 센스가 넘쳤던 북센스 출판사 특유의 센스와 기획력이 이번에도 특히나 엿보이는 부분이었죠.

특히 대학이 있는 도시의 즐길 거리나 입학 사정 정보가 함께 담겨 있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학부모들에게도 유용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도안마다 평균 약 179조각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조각 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 아이들이나 스티커 컬러링 입문자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요.

참고로 제가 기억하는 스티커 컬러링북 최다 조각은 반 고흐 시리즈로 모든 도안이 평균 300조각 정도였습니다.

굉장히 세밀하고 오래 걸리긴 했어도 색감도 뛰어나고 완성하면 성취도가 정말 높았거든요?

난도가 높은 스티커 컬러링북을 찾으신다면 반 고흐 시리즈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조각 수가 적다고 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었어요.

스티커 하나하나의 색감은 여전히 아름답고 차분해서, 붙이는 내내 집중할 수 있었고, 완성 후의 만족감도 충분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스티커 컬러링북을 아이에게 시켜본 적이 있었는데 차분하게 집중해서 잘하더라고요 재밌어하고요.

엉덩이가 무겁지 않아서 걱정인 부모님들도 직접 시켜보시면 아이들이 도안에 대한 이야기, 스티커에 대한 이야기, 색감과 숫자에 대한 이야기 등등

다양한 부분에 시선을 돌리면서도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걸 경험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이들 중에서도 예쁘게 붙이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고,

성인분들 중에서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너무 정교하게 붙이려고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제 주위에도 그런 분들이 계셔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러니까 조금 비뚤어져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여유 있게 작업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핀셋을 사용하면 정교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요즘 다양한 아트 핀셋들이 많이 나와서 사용하기도 좋죠? 손가락보다 얇고 세밀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해요.

세밀한 작업에는 뾰족한 아트 핀셋이 좋지만, 날카로운 제품은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다칠 위험이 있어요.

사실 저도 무심코 옆에 두었다가 손가락을 찔려서 피를 본 적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어린아이와 함께 작업할 땐 끝이 둥근 핀셋을 이용하시거나 옆에서 잘 지켜봐 주시고 안전캡도 꼭 끼워주세요!


완성된 서울대 도안은 생각보다 더 예뻤고,

정리된 스티커들이 하나의 그림처럼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언제나처럼 묘한 몰입과 성취감을 안겨줬습니다.


색으로 놀고, 숫자에 집중하며, 세계의 명문대학을 여행하는 시간.

스티커 컬러링북은 역시 이번에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조용한 오후, 아이와 함께 붙이기에도 좋고,

혼자만의 몰입 시간으로도 손색없는 취미입니다.

책과 핀셋만 있거나 핀셋이 없이 손으로만 붙일 수 있어서 가볍게 시작하기도 좋은 취미죠.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이나 바빠서 오랜 시간 할애할 수 없는 분들, 집중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언제나처럼 즐겁고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시리즈로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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