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고요 - 자연의 지혜와 경이로움을 담은 그림 에세이
보 헌터 지음, 캐스린 헌터 그림,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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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무겁다면, '낯선 고요' 한 장이 위로가 되어줄 거예요.

조용한 그림과 짧은 문장이 마음을 쉬게 하는, 보 헌터 작가의 감성 그림 에세이



요즘처럼 마음이 무겁고 피로한 날엔, 글보다는 그림이 있는 책이 더 위로가 된다.

머리로 읽는 책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책

보 헌터 작가님의 '낯선 고요'는 그런 날에 꼭 어울리는 책이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아동서를 잘못 신청했나? 싶을 만큼 그림이 크고 글씨가 큼직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몇 장 넘기자 곧 마음이 편안해졌다. 

책의 구성은 단순했지만, 그 단순함이 주는 여백과 여유가 너무 좋았다.

낯선 고요는 단순함 속의 여유와 따뜻함을 담은 그림에세이였다.


보 헌터 작가의 낯선 고요는 제목처럼 고요함 그 자체다.

화려한 문장이나 복잡한 철학 대신, 자연의 한 장면을 그대로 담아낸 문장들이 이어진다.

바람의 결, 숲의 색, 나뭇잎의 그림자, 그리고 그 속을 걷는 사람의 마음까지.

그래서 누구나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문득 이런 책이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나는 감정이 무겁고,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조차 조금 벅차게 느껴졌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마음은 자꾸만 멀리 달아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아주 부드럽게 내 곁으로 다가와 괜찮아, 그냥 이 페이지를 한 장만 넘겨봐 하고 속삭이는 듯했다.


글 한 줄, 그림 한 장이 모두 자연과 사람의 숨결을 닮았다.

그래서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잔잔하게 가라앉는다.

한 페이지마다 실린 그림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색감은 잔잔하지만 그 안에 살아 있는 자연의 숨결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나는 몇 번이나 페이지를 멈추고, 그 그림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멈추는 시간 자체가 치유였다.

요즘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런 고요는 오히려 낯설고 귀하다.


낯선 고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가벼움이다.

이 책은 무겁지 않다. 딱딱한 철학책처럼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고,

자기계발서처럼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림 한 장, 문장 한 줄이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힘들고 지친 날,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좋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부담이 없고, 그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피어난다.

다양한 자연의 이야기들은 어떤 날엔 위로가 되고, 어떤 날엔 조용한 공감이 된다.


그 말에 이끌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져 있었다.

보 헌터 작가의 글과 그림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마음을 덮는 따뜻한 담요처럼 느껴진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았다.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어떤 날엔 그림 속의 숲이 포근했고, 어떤 날엔 문장 하나가 조용히 눈시울을 건드렸다.

하지만 어느 날에 읽더라도, 이 책은 결코 무겁지 않았다.

지금의 나처럼 지쳐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가벼움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이 책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그 담백한 문장과 넉넉한 그림들이 주는 여백이, 오히려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잠시 한동안 꽁꽁 닫아놨던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찬 바람이 내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도, 내 마음도 여전히 시끄럽지만, 잠시 잠깐 나만의 고요를 찾는 일은 이렇게 간단했구나.


낯선 고요는 그런 책이다. 잠시 멈추게 하고, 다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힐링북

요즘처럼 마음이 무겁고 피로한 날, 이 책은 나에게 조용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천천히 넘기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조금은 맑아져 있다. 그게 바로 이 책의 힘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고요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의 따뜻한 페이지가 마음의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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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잔 - 소설 속 칵테일, 한 잔에 담긴 세계
정인성 지음, 엄소정 그림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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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을 기울이며 읽는 이야기들



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늘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소주야, 맥주야?"

하지만 나는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단순히 취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다.

그보다는 하루의 끝에서 가볍게 휴식을 마시는 행위에 가깝다.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하이볼을 따르고, 기포가 올라오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잠시 멍하니 있는 시간.

그런 순간엔 나도 모르게 생각이 깊어진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가끔은 책을 한 권 꺼내 읽기도 한다.


정인성 작가님의 '소설 한 잔'은 바로 하루 끝의 여유와 닮은 책이다.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술과 그 장면들을 따라가며, 소설 속 인물들이 술을 통해 위로받고, 고백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문학의 향기와 함께 은은한 술 향이 코끝에 맴도는 듯했다.




문학 작품 속에 술이 나온 것을 적었다고 해서 단순히 어떤 고전 소설에 이런 술이 나왔다를 나열한 책도 아니다.

작가님은 문학 속에서 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예를 들어, 체호프의 단편에서는 외로움을 달래는 작은 위로로 술이 등장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에서는 한 잔의 위스키가 인물의 고독을 상징한다. 김승옥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시대의 무기력함 속에서도 '소주 한 병'이 친구와의 진심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작가는 그 장면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술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임을 보여준다.

술은 결국 사람의 감정이 녹아든 액체다. 기쁠 때는 함께 웃게 만들고, 슬플 때는 진심을 끌어내며, 고독할 때는 잠시라도 세상을 잊게 해준다.

문학 속 인물들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평소 과음하는 편은 아니다, 그저 가볍게 하이볼이나 맥주, 혹은 소주 이길 만큼만 즐긴다. 말 그대로 그저 기분 좋은 선에서 마시는 정도다.

술이 약한 건 아니고 꽤 많이 마실 수 있는 편이지만 이기지 못할 정도로 과음을 하지 않고, 즐길 정도로만 마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작품 속 술 한 잔의 장면들이 내게 유난히 따뜻하게 다가왔다.

어떤 인물은 실패한 사랑을 잊기 위해 잔을 들고, 어떤 인물은 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잔을 비운다. 그 모습들이 마치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문학과 술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도 새삼 느끼게 된다.

둘 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녹여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단어로 감정을 풀어내고, 술은 향과 맛으로 감정을 녹인다.

정인성 작가님은 그 두 세계를 절묘하게 엮어내며, 문학과 술이 서로를 비추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단순히 책을 읽는 독서가 아니라, 문학을 음미하는 경험이었다.

한 페이지를 읽고 잠시 멈춰, 그 장면을 떠올리며 내 삶의 어느 순간과 겹쳐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하이볼의 기포처럼, 문장들이 톡톡 터지며 마음을 간질인다.


특히 각 작품 속 술의 상징과 감정을 연결해 해석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문학이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아, 이런 장면에 이런 술이 나왔구나.'

'이 사람은 하필 왜 이 술을 마셨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문학이 조금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밤엔 나도 한 잔, 마셔볼까?

얼음컵에 하이볼을 따르며, 오늘 읽은 책의 문장 몇 줄을 다시 떠올려본다.

책 속 인물처럼 나도 잠시 마음을 비우고, 그 여운 속에 머무는 시간. 이 책은 그런 여유를 선물해준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문학이 더 친숙해지고,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술이 더 낭만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각자의 삶에 스며든 수많은 감정과 기억을 술이라는 매개로 엮어내며, 우리가 잊고 지낸 감성을 깨운다.


문학을 사랑하고, 한 잔의 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주는 향기로운 여운을 오래도록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소설 속 한 장면처럼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혼잣말로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문학으로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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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 - 문구인이 사랑하는 전국 문구소품샵 35곳
모두의 도감 편집부 지음 / 모두의도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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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문구점, 그리고 처음 알게 된 보석 같은 공간들


나는 원래부터 문구를 무척 좋아했다. 단순히 펜이나 노트 같은 소비재를 넘어, 수 많은 문구라는 세계는 늘 설렘과 기쁨을 주었다.한때는 문구를 직접 수입해 판매까지 했었는데, 그 경험 덕분에 주변에도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지금도 문구 작가님들과 종종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전국 곳곳의 문구점들을 소개하는 도감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가게의 위치나 판매 물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문구점이 가진 취향과 분위기
그리고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작은 세계를 세심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미 알고 있던 몇몇 문구점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평소 좋아하던 작가님들의 공간을 다시 만나는 듯한 즐거움도 있었다.동시에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보석 같은 공간들이 많았는데, 그 발견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문구점이라는 곳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어떤 곳은 잔잔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고,어떤 곳은 독창적인 굿즈나 독립출판물로 창작의 자극을 준다. 또 어떤 곳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꺼내주기도 하고,
어떤 곳은 새로운 취향을 발굴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문구점들의 개성과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 여기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다.
특히 대구에 생각보다 많은 문구점이 소개되어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문구점 하면 흔히 서울이나 수도권을 먼저 떠올리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대구라는 도시가 가진 문구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새삼 깨달았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직접 대구의 문구점들을 하나하
나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와 영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단순한 안내서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문구를 수집하거나 문구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창작자에게도 이 책은 소중한 영감을 주는 동반자가 된다.
나처럼 과거에 문구를 수입해 판매했던 사람에게는 때의 열정과 즐거움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기도 한다.

책 속에 담긴 문구점들을 따라가다 보면, 문구라는 작은 물건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취향과 감각, 그리고 삶의 순간들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은 단순히 가보고 싶은 장소 목록을 늘려주는 책이 아니다.
각 문구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공간과 사람, 그리고 취향이 어떻게 이어지고, 또 어떤 영감을 만들어내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문구점에서 반가움을, 새롭게 알게 된 공간에서 발견의 기쁨을 얻을 수 있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구를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특별한 즐거움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삶에서 문구는 계속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작은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소품과 책들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드는 꿈을 포기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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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75년 - 예상치 못한 것들을 예상하라
랜디 레핑웰 지음, 엄성수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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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가 증명한 75년, 명품 그 이상의 가치



자동차는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선, 인간의 로망을 담는 존재다.

누군가에게는 자유를, 누군가에게는 속도를, 또 누군가에게는 예술작품 같은 디자인을 상징한다.

내가 포르쉐 75년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느낀 건 바로 그 로망이 한 권의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벅찬 감정이었다.


책은 처음부터 압도적이다. 올컬러의 대형 판형, 묵직한 무게감, 그리고 강렬한 붉은색 표지는 그 자체로 포르쉐의 심장을 닮아 있다.

표지를 마주하는 순간, 책이 아니라 마치 진짜 차 한 대를 앞에 두고 있는 듯한 긴장감과 설렘이 함께 밀려온다.

이건 평범한 자동차 서적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단숨에 스쳤다.


나는 사실 전문적인 차량 지식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엔진 스펙이나 기술적인 구조를 꼼꼼히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F1이나 르망 같은 레이싱 경기를 보는 걸 좋아했고, 멋진 튜닝카나 슈퍼카들을 보면 눈길이 절로 가는 사람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차는 도요타의 수프라이지만, 자동차 세계에서 포르쉐나 람보르기니 같은 브랜드가 지니는 명성은

단순한 고급차를 넘어선 명품 이상의 가치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포르쉐 75년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오히려 더없이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책 속에는 포르쉐의 지난 75년 역사가 차곡차곡 펼쳐져 있다.

시대별로 진화한 디자인과 기술, 그리고 레이싱 무대에서의 영광스러운 순간들이 화려한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자동차에 깊은 조예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 사진들을 보는 순간 마음이 뛸 수밖에 없다.

단순히 차의 겉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차가 가진 철학과 정신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단순히 달리기 위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속도와 아름다움,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웅변처럼 말해준다.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건 내가 품어왔던 차에 대한 로망이 책을 읽으며 더 또렷해졌다는 점이다.

나에게 차는 과시의 수단이 아니다.차를 몰며 경기장 트랙을 달려보고 싶다, 그 엔진음과 배기음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가까이에서 디자인을 감상하고 싶다는 그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열망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열망에 불을 지핀 책이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나 같은 어른들에게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꿈의 앨범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모델의 사진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책은 자동차의 매력에 눈뜬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장난감보다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특히 나처럼 자동차에 전문 지식은 부족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는 마음을 뛰게 하는 책으로 다가온다.


​포르쉐 75년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연대기를 모아놓은 기록물이 아니다.

그것은 75년 동안 이어져온 인간의 열정과 기술, 그리고 차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또 다른 차원의 레이싱을 경험하는 듯한 설렘을 주었고,

자동차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가까이 두고 오래도록 보고 싶은 책이 될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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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의 이름 - 보태니컬 아트와 함께하는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산탄 에이지 그림, 명다인 옮김 / 니들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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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끌어낸 다시 그려보고 싶은 마음



'보태니컬 아트와 함께하는 야채의 이름'은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야채라는 일상의 식재료와 보태니컬 아트라는 예술적 감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순히 야채의 이름을 나열하거나 백과사전식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채소들의 이름과 특성을 하나하나 짚어내면서, 그것을 섬세한 보태니컬 아트와 연결해 전혀 다른 시선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나는 한동안 보태니컬 아트를 배우고 있었다.

식물의 잎맥이나 줄기, 꽃잎의 결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종이에 옮기는 과정은 단순한 그림 그리기를 넘어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어느 순간 붓을 드는 일이 버겁게 느껴졌고, 그림은 자연스레 나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그림 그리기 지침서도 아니고, 보태니컬 아트 기법을 가르쳐주는 전문 서적도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울림을 주었다. 야채의 이름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든 것이다.


​책 속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야채부터, 우리에겐 생소한 채소까지 다양한 채소가 등장한다.

단순히 먹는 것으로만 여겼던 채소가 이렇게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이름 하나에도 지역적 특색이나 시대의 흔적이 배어 있고, 그런 이야기와 함께 곁들여진 보태니컬 아트는, 평범한 채소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책장을 넘길수록 그려진 잎사귀와 줄기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마치 오래된 식물도감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전시회를 관람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특히 이 책이 인상 깊었던 것은, 야채에 대한 지식을 주는 동시에 그것을 아름다움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채소들에도 저마다의 고유한 개성과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밥상 위의 채소조차 전혀 다르게 보인다.

예를 들어 가지의 짙은 보라색, 오이의 매끈한 표면, 양배추의 둥글게 겹겹이 말린 잎맥은 그저 식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 순간이 가장 소중했다.

물론 이 책은 그림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나처럼 보태니컬 아트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그 안에 담긴 식물의 이름과 이미지가 그림을 향한 감각을 일깨우는 자극이 될 수 있다.

힘든 시기를 지나며 멀어졌던 그림을, 색연필을 다시 잡고 싶게 만든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보태니컬 아트와 함께하는 야채의 이름은 아마도 책을 읽는 사람들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 것이다.

누군가에겐 채소 이름과 문화사를 알 수 있는 유익한 지식서일 것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보태니컬 아트의 미감을 즐기는 화집일 것이며, 나처럼 그림과의 인연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야채에 대한 정보를 넘어, 독자의 삶과 취향에 맞게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책장을 덮은 후 나는 오랜만에 스케치북을 다시 꺼내보았다. 열심히 그렸던 채소들이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직 선 하나 제대로 그리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이 책 속의 야채들처럼 작은 대상 하나하나를 마음에 담아내고 싶다.

보태니컬 아트와 함께하는 야채의 이름은 내게 다시 그림 앞에 서고 싶은 용기를 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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