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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팅쌤 코바늘 키링 야채 편 - 작고 귀여운 캐릭터 키링 20종으로 코바늘 시작!
신은영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코바늘 초보도 완성하는 귀여운 야채 친구들
- 실과 바늘이 만드는 힐링

중학교 때 처음 대바늘을 손에 쥐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엔 서툴러서 코가 빠지기 일쑤였지만, 실이 손끝을 타고 넘어가는 그 감촉이 참 좋았다.
그렇게 나름 꾸준히 손뜨개를 이어왔고, 성인이 된 후엔 코바늘에도 도전했다.
많이 하면 대바늘보다 쉽다던데, 내겐 여전히 코바늘이 조금은 복잡하고 헷갈리는 영역이다.
선물용으로 귀여운 인형을 만든 적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원데이 클래스에서 선생님들의 세심한 도움을 받으며 완성했다.
혼자서 시도할 때는 주로 작은 코스터나 사각 모티브를 떴다.
완성까지 부담이 적고, 짧은 시간에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귀여운 코바늘 키링이나 인형 제작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문제는, 코바늘 초보에게 인형 제작은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코바늘 도안만 보고 만들기엔 아직 익숙하지 않고, 영상만 보자니 중요한 부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게다가 중간 스킵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방향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영상과 도안을 함께 볼 수 있는 코바늘책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취향에 맞고, 난이도도 적당한 책은 좀처럼 없었다.

그러던 중, 시원북스에서 출간된 '니팅쌤 코바늘 키링'이라는 책을 만났다.
제목만 봐서는 단순히 키링 만드는 책 같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귀여운 야채 캐릭터들이었다.
당근, 토마토, 땅콩, 옥수수 모두 동글납작하고 부드러운 형태라 손뜨개 초보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작품에 뜨개 과정 영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책에는 상세한 코바늘 도안이 실려 있고, QR코드를 스캔하면 작가님의 시범 영상을 바로 볼 수 있어 영상과 도안을 번갈아가며 참고할 수 있다.

나의 첫 도전은 '토마토 키링'이었다.
모양이 단순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 책의 캐릭터마다 설정된 MBTI 중 토마토가 나와 같은 INFP였기 때문이다.
INFP 토마토라니, 뭔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땐 당연히 조금 버벅거렸다. 도안 기호를 다시 확인하고,
영상을 멈췄다 재생했다 하면서 실과 바늘을 번갈아 잡았다.
중간중간 실수도 있었지만, 의외로 완성해 놓고 보니 티가 거의 나지 않았다.
조금 비뚤어졌지만 나만의 토마토, 세상에 하나뿐인 키링이 완성된 순간, 묘한 성취감이 찾아왔다.
이 책의 최대의 매력은 아주 당연하지만 부담 없는 형태로 이루어진 야채 인형들이다.
대부분의 인형이 복잡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아, 초보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완성할 수 있다.
책 속 설명도 친절하고, 영상에서는 손의 각도나 실의 당김까지 볼 수 있어 이해가 빠르다.
덕분에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조금씩 얻게 된다.
아직 색실이 없어 만들지 못한 당근과 땅콩 캐릭터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
특히 땅콩 키링은 통통하고 귀여운 실루엣이 매력적이고, 당근은 선명한 주황색이 보기만 해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 책에는 코바늘 기초 기법에 대한 이야기도 꼼꼼하게 제공 되어서,
이걸 보고 한 번 익숙해지면 다양한 변형도 가능할 것 같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단순히 만드는 법만 알려주는 손뜨개 책 추천 목록의 한 권이 아니라는 점이다.
책 속에서 캐릭터마다 개성을 부여하고, 작은 설정을 담아두어 마치 인형에 생명이 깃든 듯한 재미를 준다.
내 토마토 키링은 그저 인형이 아니라, 조금 삐뚤어졌지만 마음씨 좋은 INFP 토마토 친구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코바늘 초보부터 예쁜 소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취미인까지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만드는 과정에서 차분히 실과 바늘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손에 올려놓는 순간, 나도 해냈다는 기분 좋은 뿌듯함과 성취감이 찾아온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작품씩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올해는 이 귀여운 야채 친구들을 하나씩 완성해, 가방이나 파우치에 매달아볼 생각이다.
완성도가 높아지면 이 키링들을 본 지인들이 이거 어디서 났어요? 라고 묻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