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 - 문구인이 사랑하는 전국 문구소품샵 35곳
모두의 도감 편집부 지음 / 모두의도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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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반가운 문구점, 그리고 처음 알게 된 보석 같은 공간들


나는 원래부터 문구를 무척 좋아했다. 단순히 펜이나 노트 같은 소비재를 넘어, 수 많은 문구라는 세계는 늘 설렘과 기쁨을 주었다.한때는 문구를 직접 수입해 판매까지 했었는데, 그 경험 덕분에 주변에도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지금도 문구 작가님들과 종종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전국 곳곳의 문구점들을 소개하는 도감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가게의 위치나 판매 물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문구점이 가진 취향과 분위기
그리고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작은 세계를 세심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미 알고 있던 몇몇 문구점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평소 좋아하던 작가님들의 공간을 다시 만나는 듯한 즐거움도 있었다.동시에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보석 같은 공간들이 많았는데, 그 발견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문구점이라는 곳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어떤 곳은 잔잔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고,어떤 곳은 독창적인 굿즈나 독립출판물로 창작의 자극을 준다. 또 어떤 곳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꺼내주기도 하고,
어떤 곳은 새로운 취향을 발굴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문구점들의 개성과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 여기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다.
특히 대구에 생각보다 많은 문구점이 소개되어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문구점 하면 흔히 서울이나 수도권을 먼저 떠올리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대구라는 도시가 가진 문구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새삼 깨달았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직접 대구의 문구점들을 하나하
나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와 영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단순한 안내서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문구를 수집하거나 문구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창작자에게도 이 책은 소중한 영감을 주는 동반자가 된다.
나처럼 과거에 문구를 수입해 판매했던 사람에게는 때의 열정과 즐거움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기도 한다.

책 속에 담긴 문구점들을 따라가다 보면, 문구라는 작은 물건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취향과 감각, 그리고 삶의 순간들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취향과 영감을 더하는 전국 문구점 도감은 단순히 가보고 싶은 장소 목록을 늘려주는 책이 아니다.
각 문구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공간과 사람, 그리고 취향이 어떻게 이어지고, 또 어떤 영감을 만들어내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문구점에서 반가움을, 새롭게 알게 된 공간에서 발견의 기쁨을 얻을 수 있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구를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특별한 즐거움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삶에서 문구는 계속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작은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소품과 책들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드는 꿈을 포기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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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75년 - 예상치 못한 것들을 예상하라
랜디 레핑웰 지음, 엄성수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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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포르쉐가 증명한 75년, 명품 그 이상의 가치



자동차는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선, 인간의 로망을 담는 존재다.

누군가에게는 자유를, 누군가에게는 속도를, 또 누군가에게는 예술작품 같은 디자인을 상징한다.

내가 포르쉐 75년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느낀 건 바로 그 로망이 한 권의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벅찬 감정이었다.


책은 처음부터 압도적이다. 올컬러의 대형 판형, 묵직한 무게감, 그리고 강렬한 붉은색 표지는 그 자체로 포르쉐의 심장을 닮아 있다.

표지를 마주하는 순간, 책이 아니라 마치 진짜 차 한 대를 앞에 두고 있는 듯한 긴장감과 설렘이 함께 밀려온다.

이건 평범한 자동차 서적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단숨에 스쳤다.


나는 사실 전문적인 차량 지식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엔진 스펙이나 기술적인 구조를 꼼꼼히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F1이나 르망 같은 레이싱 경기를 보는 걸 좋아했고, 멋진 튜닝카나 슈퍼카들을 보면 눈길이 절로 가는 사람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차는 도요타의 수프라이지만, 자동차 세계에서 포르쉐나 람보르기니 같은 브랜드가 지니는 명성은

단순한 고급차를 넘어선 명품 이상의 가치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포르쉐 75년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오히려 더없이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책 속에는 포르쉐의 지난 75년 역사가 차곡차곡 펼쳐져 있다.

시대별로 진화한 디자인과 기술, 그리고 레이싱 무대에서의 영광스러운 순간들이 화려한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자동차에 깊은 조예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 사진들을 보는 순간 마음이 뛸 수밖에 없다.

단순히 차의 겉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차가 가진 철학과 정신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단순히 달리기 위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속도와 아름다움,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웅변처럼 말해준다.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건 내가 품어왔던 차에 대한 로망이 책을 읽으며 더 또렷해졌다는 점이다.

나에게 차는 과시의 수단이 아니다.차를 몰며 경기장 트랙을 달려보고 싶다, 그 엔진음과 배기음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가까이에서 디자인을 감상하고 싶다는 그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열망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열망에 불을 지핀 책이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나 같은 어른들에게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꿈의 앨범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모델의 사진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책은 자동차의 매력에 눈뜬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장난감보다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특히 나처럼 자동차에 전문 지식은 부족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는 마음을 뛰게 하는 책으로 다가온다.


​포르쉐 75년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연대기를 모아놓은 기록물이 아니다.

그것은 75년 동안 이어져온 인간의 열정과 기술, 그리고 차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또 다른 차원의 레이싱을 경험하는 듯한 설렘을 주었고,

자동차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가까이 두고 오래도록 보고 싶은 책이 될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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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의 이름 - 보태니컬 아트와 함께하는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산탄 에이지 그림, 명다인 옮김 / 니들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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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끌어낸 다시 그려보고 싶은 마음



'보태니컬 아트와 함께하는 야채의 이름'은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야채라는 일상의 식재료와 보태니컬 아트라는 예술적 감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순히 야채의 이름을 나열하거나 백과사전식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채소들의 이름과 특성을 하나하나 짚어내면서, 그것을 섬세한 보태니컬 아트와 연결해 전혀 다른 시선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나는 한동안 보태니컬 아트를 배우고 있었다.

식물의 잎맥이나 줄기, 꽃잎의 결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종이에 옮기는 과정은 단순한 그림 그리기를 넘어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어느 순간 붓을 드는 일이 버겁게 느껴졌고, 그림은 자연스레 나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그림 그리기 지침서도 아니고, 보태니컬 아트 기법을 가르쳐주는 전문 서적도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울림을 주었다. 야채의 이름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든 것이다.


​책 속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야채부터, 우리에겐 생소한 채소까지 다양한 채소가 등장한다.

단순히 먹는 것으로만 여겼던 채소가 이렇게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이름 하나에도 지역적 특색이나 시대의 흔적이 배어 있고, 그런 이야기와 함께 곁들여진 보태니컬 아트는, 평범한 채소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책장을 넘길수록 그려진 잎사귀와 줄기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마치 오래된 식물도감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전시회를 관람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특히 이 책이 인상 깊었던 것은, 야채에 대한 지식을 주는 동시에 그것을 아름다움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채소들에도 저마다의 고유한 개성과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밥상 위의 채소조차 전혀 다르게 보인다.

예를 들어 가지의 짙은 보라색, 오이의 매끈한 표면, 양배추의 둥글게 겹겹이 말린 잎맥은 그저 식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 순간이 가장 소중했다.

물론 이 책은 그림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나처럼 보태니컬 아트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그 안에 담긴 식물의 이름과 이미지가 그림을 향한 감각을 일깨우는 자극이 될 수 있다.

힘든 시기를 지나며 멀어졌던 그림을, 색연필을 다시 잡고 싶게 만든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보태니컬 아트와 함께하는 야채의 이름은 아마도 책을 읽는 사람들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 것이다.

누군가에겐 채소 이름과 문화사를 알 수 있는 유익한 지식서일 것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보태니컬 아트의 미감을 즐기는 화집일 것이며, 나처럼 그림과의 인연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야채에 대한 정보를 넘어, 독자의 삶과 취향에 맞게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책장을 덮은 후 나는 오랜만에 스케치북을 다시 꺼내보았다. 열심히 그렸던 채소들이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직 선 하나 제대로 그리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이 책 속의 야채들처럼 작은 대상 하나하나를 마음에 담아내고 싶다.

보태니컬 아트와 함께하는 야채의 이름은 내게 다시 그림 앞에 서고 싶은 용기를 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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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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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계 전승, 속박과 연대의 두 얼굴



질긴 매듭은 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함께 쓴 단편집이다.

배미주, 정보라, 길상효, 구한나리, 오정연. 이름만 들어도 장르와 문학적 개성이 확연히 다른 다섯 작가분들이 모여, 하나의 화두를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 화두는 바로 모계 전승이다. 모계 전승이라는 말은 단순히 할머니에서 어머니,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는 혈연적 관계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대를 가로질러 전해지는 고통이자 억압이고, 동시에 연대이자 생존의 힘이다.

그래서 이 단편집을 읽다 보면, 모녀 관계의 굴레와 애증을 넘어, 더 넓은 사회 속에서 억눌리고 지워진 존재들이 함께 겹쳐진다.


​책을 펼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 자신에게로 향했다. 나 역시 엄마의 딸이자, 두 딸을 둔 엄마다.

딸이라는 존재는 내게 기쁨이자 희망이지만, 동시에 불안과 책임을 안겨주는 이름이기도 하다.

질긴 매듭 속 인물들이 직면한 고통과 전승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아이들의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내가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어질지도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은 결국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어떤 서사는 환상적이고 미래적인 장면을 끌어오고, 또 다른 서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차별과 폭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읽히는 것은 ‘대물림’이다. 전해지는 것은 꼭 물질적인 유산만이 아니다.

사소해 보이는 편견, 무심코 건네진 상처, 사회 구조 속에 내재된 차별 역시 고스란히 전승된다. 그 질긴 매듭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때로는 목을 죄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절망만을 말하지 않는다. 고통과 차별의 계승을 직시하면서도, 그 굴레를 끊기 위한 몸부림과 다른 형태로의 전승을 보여준다.

인물들은 때로는 매듭을 거부하고, 때로는 그것을 새롭게 엮어내며, 때로는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간다.

그 다채로운 결말들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이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순간, 이미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전복이 일어난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이 단편집이 단순히 여성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서사를 중심에 두되, 거기에서 파생되는 소수자, 노동자, 폭력의 희생자, 진화 속에서 스러져가는 존재 등 사회적 약자들이 포착된다.

다수의 질서 속에서 없는 존재로 취급된 이들이 오히려 서사의 중심에 서며, 강렬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것은 단순히 모계 전승의 이야기라기보다, 인간 존재가 겪는 억압과 그것을 넘어서는 연대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작가님들의 개성도 책의 매력이다.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환상적 상상력, 배미주 작가님의 세밀한 심리 묘사,

길상효 작가님의 현실 비판적 시선, 구한나리 작가님의 사회적 문제의식, 오정연 작가님의 감각적인 문장이 서로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며 다층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큰 그림처럼 읽히는 이유는, 같은 화두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며 다시금 두 딸을 생각한다. 나는 어떤 매듭을 이어주게 될까. 혹은 내가 무심히 묶어둔 매듭을 아이들이 힘겹게 풀어야 하는 건 아닐까....

질긴 매듭은 부모로서, 특히 딸을 둔 부모로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동시에 이 책은 이야기가 지닌 힘을 새삼 일깨워준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를 구할 것이다.

고통을 기록하고, 억압을 드러내며,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이야기의 힘. 질긴 매듭은 그 힘을 믿는 다섯 작가들의 선언이자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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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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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한글로 다시 태어난 조선의 지도

- 학생부터 연구자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책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나의 취향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민담, 설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좋아해서 종종 조사를 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특정 지역들과 강하게 맞물려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지역의 옛 지명이나 산 이름, 하천 이름을 확인하려고 하면 지금과 다른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 이전의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고,

또 개발로 인해 산줄기나 지형 자체가 달라져서 자료만으로는 감을 잡기 어려울 때도 있다.


얼마 전에도 한 지역의 전설을 조사하는데 계속 옛 지명이 나와서,

인터넷으로 옛 지도들을 찾아보다가 결국 대동여지도를 직접 구해 살펴본 적이 있다.

한자로 되어 있어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계속 검색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 내가 찾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을 때의 성취감은 상당했다.

동시에, 옛 이야기를 다루려면 지도 자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기도 했다.

바로 그때 '한글 대동여지도'가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는데,

모든 지명이 한글로 번역된 버전이라는 점에서 운명처럼 느껴졌다.


책의 구성도 굉장히 좋았다, 종이가 두껍고 질이 좋은 점도 장점이 었지만,

가장 중요한 지도의 크기가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니었고, 각 지역별로 위치나 설명, 보는 방법, 기호 같은 것들도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대동여지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따라 볼 수 있었다.



책은 단순히 지도를 인쇄한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떼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덕분에 특정 지역만 따로 펼쳐서 참고할 수도 있고, 모든 장을 붙여서 전도처럼 넓게 펼쳐볼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접어서 들고 다니며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뛰어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직접 색칠을 해보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부분이었다.

산줄기와 강줄기, 도로와 지명을 구분해서 채색하다 보면 공간 구조가 눈에 더 확실하게 들어온다.

그냥 읽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다시 확인하면서 공부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히 지리학적 도구를 넘어 콘텐츠 제작에도 큰 가능성을 열어준다.

나는 이 책을 내가 즐겨 보는 방송 비제이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각 지역의 전설이나 괴담을 조사할 때, 이 지도에 직접 표시해 나간다면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멋진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지명이 나란히 놓인 상태에서, 전설이 깃든 장소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분명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는 김정호라는 지리학자의 업적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나처럼 민속과 전설을 조사하는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도구가 된다.

또 지리에 관심 있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펼쳐보면서 어릴 적 사회과부도책을 들여다보며 지리를 공부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낯설고 멀게 느껴졌던 조선의 지명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산과 강의 흐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경험은 마치 예전의 공부와 놀이가 다시 겹쳐지는 듯한 즐거움이었다.


​'한글 대동여지도'는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오늘 우리가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도구로 거듭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와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 우리 땅의 옛 모습을 알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전설과 민담을 조사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유용할 책이다.

집에 한 권쯤 두고 두고 펼쳐보며 옛 지명과 오늘의 공간을 이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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