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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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믿음과 잔혹함이 어우러진 추리 스릴러


여름이 다가오고 본격적인 공포의 계절입니다 공포를 사랑하는 저에겐 참 좋은 계절이면서도 더위 때문에 고생인 계절이죠

최근에 저는 정말 열심히 장르소설을 읽고 있는데요 오늘도 역시 추리 스릴러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달콤한 살인 계획이라는 책인데요 사실 처음에 이 책의 표지만 봤을 때는

강렬한 핑크빛과 함께 조금은 내용을 알기 어려운 제목 때문에 호기심과 동시에

한국 작가분이 아니라 외국 작가분 작품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만큼 특색이 있었거든요

물론 금방 한국 작가분의 작품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표지만 봤을 땐 정말 살인 계획이지만 뭔가 좀 숨겨진 무언가 연애나 그런 치정사에 어울리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띠지에 적혀진 '사람들은 죄다 미쳤다. 미치는 방식이 좀 다를 뿐'이라는 소개까지도

달콤한 살인에 미친 자에 대한 이야기일까? 란 생각까지 들게 했죠


그리고 저의 이 생각은 한 편으로는 정답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틀린 생각이 되었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는 주인공 홍진과 경찰인 화인의 이야기로 진행이 됩니다

주인공이자 누군가를 죽이고자 하는 그 당사자인 홍진은 남편의 육체적 폭력과 정서적 학대에

시달리던 끝에 아이까지 잃게 되는데요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녀는 정신병원 입원하게 되고,

'경직성 정신분열증'이라는 정신병 판정을 받게 되죠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하고자 하는 욕망조차 가질 수 없던 홍진은 병원을 퇴원한 뒤 산속 깊은 곳의 절로 들어가서

예불과 스님들의 식사 준비를 하는 일을 하면서 속세와 단절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지스님의 부탁으로 홍진과 함께 생활하던 여중생 '소명'이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사건은 자살로 수사가 종결되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고, 미심쩍은 것들이 많았죠

결국 홍진은 소명의 짐에서 우연히 살인범의 증거를 발견하게 됩니다


죽은 소명과 자신의 아이가 겹쳐 보였던 홍진은 살인범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로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지만 모두 실수로 끝나고 마는데요


그렇게 살인 시도를 거듭하던 홍진 앞에 경찰인 화인이 등장하고 두 사람은 점점 친밀감까지 형성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홍진의 살인 계획과 

화인이 쫓고 있던 사건의 진실이 하나로 겹쳐지게 되는데요


화인은 과거에 있던 연쇄살인의 범인을 잡았지만 범인이 옥중 자살을 하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고자 하였고,

화인은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죄가 없는 사람을 잡아넣고,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그 사건의 진실을 쫓고 있었죠


그리고 그 사건과 소명의 사망 사건이 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부분들이 존재하게 되었고

나아가서는 범인이 동일인이라는 확신까지 생겼습니다



소설 속의 홍진은 모든 것이 결핍된 인물로 등장하는데요

단순히 결핍이라기 보다 믿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결핍이었고

그것은 약간 비뚤어진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그녀의 병명에서부터 비뚤어진 그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힌트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홍진은 어떤 남자를 원하게 되었다.

홍진은 그 남자의 죽음을 가지고 싶었다.

홍진은 자신이 누구를 죽여야 하는지, 그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자신이 그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

홍진은 오래전 병원에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던 그때와 완전히 다르고

하루 종일 부엌에서 밥을 짓고 스님들의 하루 세 끼를 챙기던 때와도 달라졌다.

무엇이 더 좋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홍진은 분명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그를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자기 손으로 죽일 것이고, 시체를 갈가리 찢어버릴 것이다.


홍진은 죽은 '소명'에게서 죽어버린 자신의 아이도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명이 겪었던 일에 대한 분노가 되살아나며 아무 의미도 없고,

의지도 없던 그녀의 삶에 유일한 목적 하나를 만들어 내었고,

그녀 스스로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살해할 계획으로써 표출되고 있었던 겁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굉장히 좋았는데 알고 보니 작가님이 심리학을 전공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말투도, 문체도, 심리적인 묘사도 너무 좋았고, 한 편으로는 지나가는 말에 불과했지만

그 속에서 잔혹성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홍진의 위치가 된다면 저렇게 말하고 저런 생각을 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홍진은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마약에 취해 그녀와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써는 칼을 그녀와 아이의 배에 찔러 넣었다. 홍진은 아이보다 조금 더 튼튼했기 때문에,

아니 더 질겼기 때문에 숨이 붙어 있었을 뿐이다. 홍진은 끝까지 남편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홍진은 자신이 이지하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구역질과 현기증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그를 죽여야만 하는 건 그가 먼저 살인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소명을 죽였고, 소명이 홍진에게 그를 죽여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야기는 뒤로 가면 갈수록 진실에 가까워지기 보다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홍진의 심리적인 상태가 정말 불안정하다는 걸 매 순간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그녀는 죽은 소명이 자신에게 그를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지속적으로 맹목적으로 살인범에게 집착을 합니다 어쩔 땐 소명이 아직도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죠


처음엔 홍진이 살인범을 죽이려는 이유가 조금은 명백하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죽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습니다


살인범인지 아닌지 명확해 보이던 이야기가 점차 흩트려지기 시작했고,

홍진 스스로도 이게 진짜 진실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렸고,

결국 마지막에 가서도 끝끝내 그 사람이 진짜 살인범인지 제대로 확신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사실 홍진에게 누군가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100프로 확신할 수 없는 것이라면

홍진은 아마도 자신의 믿음이 더 중요해서 그걸 외면하고 지금과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그녀는 너무 강력하게도 단 한 명의 범인만을 확정해둔 상태였고,

거기에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 믿음을 흔들기는 힘들겠죠

사람이란 자기 자신이 원하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믿기 마련이고 그 후회도 결국 본인의 몫이 됩니다

그리고 홍진 역시 마지막에야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과연 그녀가 마지막에 알아낸 진범은 누구였을까요?


사실 끝에 자백은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진짜 자백이 맞는 걸까란 의문까지 들었습니다

그 순간 홍진의 행동에, 최악의 상황에 몰린 상태라서 이판사판으로

그냥 자기가 범인이라고 거짓말로 말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홍진이 살인에 꼭 성공하길 바랐던 걸까요?

아니면 그저 누가 진범인지 그 진실이 궁금해서 책장을 계속 넘긴 것일까요?

찜찜하다면 찜찜한 결말인데 또 어떤 부분에서는 확실한 결말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던 마지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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