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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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가볍지 않은 잡화의 세계와 잡화 감각

저는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맥시멀 리스트입니다

물건에 애착도 많고, 집착도 꽤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웃긴 건 물욕은 크게 없습니다

물건을 탐을 내는 건 아니고 책이나 간단한 소품들을 워낙 좋아해서 수집하는 걸 좋아하고 내가 가진 물건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커서

그걸 지키려고 하는 행동이 좀 많은 편이죠 그래서 오래된 물건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잡화들도 예쁘다고 구경하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기억을 해두었다가

언젠가 기회가 되어서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구하기도 하고 그렇게 소소하게 잡화를 수집하고 있기도 하죠

워낙 그런 걸 좋아하니까 잡화점을 운영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결론적으로 장사가 맞지 않는 탓인지 꿈만 꾸고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주위에는 잡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저도 잡화를 좋아합니다

물론 모두가 저를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잡화라는 것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죠 그런 사람들은 저를 철부지로 여깁니다

어쨌든 그렇게 잡화를 좋아하는 저에게 꽤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잡화 감각' 제목만으로도 나 잡화에 관련된 책입니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책이더라고요

일본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 쓴 책이라고 하기에 굉장히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책을 만나자마자 감탄을 했습니다 하얀 표지에 감각적인 소품들이 가득한 사진에

푸른색의 글씨는 정말 말 그대로 감각적이고 소품스러운 느낌을 주더라고요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라는 글조차도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제목과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표지나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체계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는 잡화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이 작가님의 생각? 사상? 이랄까요 그것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물론 주체가 되는 내용은 잡화에 대한 이야기가 맞지만 작가님이 생각하고 있는 잡화라는 것의 개념과 틀과 사색과 철학적인 내용들이 무언가 다양한 정보들과 함께 마구마구 뒤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한 번에 쉽게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잡화가 아니라 잡화라는 것이 앞으로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잡화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같은 경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설명하고 계셨는데 이 부분 역시도 꽤 복잡하고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잡화에 대한 추억과 감각과 생각과 무언가 따스하고 아기자기한 내용들이 담기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면서 잡화라는 것에 대한 애정과 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잡화에 대한 또 다른 생각과 매력을 선물해 주지 않을까 했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잡화에 대한 사랑이 샘솟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제목처럼 잡화 감각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그것에 대한 설명을 꽤 자주 해주시는데요

잡화 감각이란 단순히 잡화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나 그런 부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잡화 그 자체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물들을 어떻게 느끼는가? 같은 물건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사실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잡화 감각의 원천에는 모든 물리적인 물건의 경계를 녹이고

하나의 '물건'이라는 상품 범주로 통합해나가려는 보이지 않는 자본의 흐름이 있을 테다.

물론 보잘것없는 잡화점에서는 그런 큰 물결의 혼탁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뿐, 강의 너비도 물의 흐름도 전혀 알 도리가 없다.

작가님은 잡화라는 것에 단순함만 보지 않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잡화점이나 본격적으로 잡화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고 싶은 분들은 꼭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기도 해요

작가님이 잡화점을 오래 운영해왔기 때문에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있던 소소한 일화들에 대한 부분은 잡화점을 운영하거나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꿈만 꾸고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약간의 경험적인 부분을 녹인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건과 물건 사이가,. 1초 전과 1초 후가 조금만 달라도 가치가 생겨난다. 잡화는 멈출 줄 모르고 늘어만 간다.

사실은 진화도 퇴화도 아니건만 우리는 차이를 끊임없이 소비함으로써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듯한 꿈을 꾸고 있다.

작가님은 잡화의 가치와 함께 사람들이 잡화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접근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물건을 접하고 만나는지 소비하는지 분석을 하면서 앞으로 잡화가 나아갈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책 속에는 잡화들의 사진이 한 장도 없고 오로지 글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도 잡화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들로요

분명히 저처럼 가벼운 잡화에 대한 에세이를 생각하고 보게 된 독자들은 실망을 할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가볍게 읽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심도 있는 내용들이 곳곳에서 등장해서 도중에 읽는 걸 포기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았어요

책도 예쁘고 작가님의 철학적인 내용도 인상이 깊었지만 사진이라도 한 장씩 들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잡화 감각이 100퍼센트가 된 소비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종종 상상해 본다.

그에게는 세상 모든 물건이 잡화로 보인다. 그곳이 어떤 세계일지는 너무나도 무서워 잡화점 주인인 나조차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 50퍼센트 정도인 사람부터 생각해 보자. 길가에 떨어져 있는 빈 캔도 잡화, 골프채도 잡화, 간판도 때때로 잡화,

처마 끝에 매달린 벌집도...... 잡화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면 될까?

이것은 무엇을 보더라도 귀엽다고 말하는 5퍼센트 정도인 사람들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의 백과사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은 SNS 피드를 밤낮으로 체크하는 15퍼센트 정도인 사람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진짜 단순히 잡화에 대한 생각, 잡화 감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철학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들에게는 유용할 것 같습니다

잡화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용해서 다른 것들이랑 이어서 설명하는 것도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읽고 공감하고 모르는 것을 배운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라서 그런 부분은 확실히 좋았던 것 같아요

다시 한번 말해서 이 책은 진짜 어렵습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책은 절대 아니라고 봐요

읽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거나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앞부분을 다시 한번 읽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단순히 잡화를 좋아해서 재미로 읽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최악을 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잡화를 소개하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책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방을 장식하고 눈으로 보고 즐기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작은 조각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잡화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이상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속에 숨겨진 의미 잡화들이 사람들에게 주는 수많은 감각적인 경험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되고

그 물건 하나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이 만들어지는지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이 잡화나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받을지는 사실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 책을 대할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 번 공감하고 한 번 느끼기 시작한다면 충분히 잡화에 대한 바이블이 되지 않을까? 란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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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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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신앙심과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을 엿볼 수 있는 소설

파묘 이후로 한국의 오컬트 시장이 상당히 활성화되었고,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오컬트적인 소재의 소설들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은데요

오늘도 역시 한국의 오컬트를 이용한 소설을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제목에서부터 한국적인 느낌이 팍팍 느껴지는 소설 '비나이다 비나이다'입니다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이 소설이 무언가 신앙심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는데요

사실 보자마자 표지의 일러스트가 박인주 작가님 그림인 것 같아서 조금 더 설레었는데요

강렬한 색감과 함께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무언가 소설의 느낌을 고조시키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소원은 고심하여 신중하게 빌 것, 어떤 상황이 와도 돌이킬 수 없으니!

또 뒤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요

과연 이 소설 속에는 어떤 신앙과 소원이 나오길래 소원을 고심하여 신중하게 빌어야 한다고 하는 걸까요?

그리고 어떤 상황이 일어나길래 돌이킬 수 없다고 경고하는 것일까요?


일단 소설은 주인공인 이준이 '한 사람 마을'이라는 외딴 시골의 마을로 발령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마을 같았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무언가 상당히 신앙심에 심취해 있는데요

특히나 주민들은 준비되지 않은 낯선 이방인인 이준이 자신들의 교회에 발을 내딛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발로 핏방울을 슥슥 지웠다.

그가 빨리 집에 가라며 재촉하는 바람에 거의 떠밀리다시피 교회에서 쫓겨났다.

비닐봉지에 들어있던 것은 무엇일까.

비닐봉지에서 풍겼던 피비린내만 아니었다면 정말 피가 맞는지조차 의심했을 것이다. 회식이라도 한 걸까.

아침부터 회식이라니 조금 억지스러웠지만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알 수 없는 '물체'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피비린내가 나는 그 물체는 과연 무엇이었으며,

사람들은 왜 그걸 가지고 교회에 가는 것일까요?


소설은 초반부터 마을에 대한 의심스러운 모습들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주인공인 이준이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파헤치면서

사건을 해결해 가는 심리 스릴러나 호러인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 텐데요

이 소설은 그렇게 단순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준은 마을의 이장을 통해서 신을 영접할 수 있다는 이상한 종교 행사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결국 처음으로 교회에 가게 된 이준은 마을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그 마을에 드리워진 신의 손길이었죠 추첨을 통해 '영광의 방'이라는 곳에 들어갔던 할머니의 허리가 곧게 펴진 것을 목격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서 그것이 신께서 들어주신 소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신이 이루어 준 소원을 직접 목격한 이준은 점점 그 영접이라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기면 맹목적으로 그것을 맹신하기 시작하겠죠 하물며 그것을 직접 목격했으니 이준의 마음속은 굉장히 많은 생각이 엇갈렸을 것입니다

소설은 점점 마을 사람들처럼 신을 영접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는 이준의 모습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기묘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마을 그 자체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줍니다

작가님은 한사람 마을이라는 곳의 독특한 분위기를 비교적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현실 속에 실존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들어주는데요

이런 마을의 배경 설정은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긴장감을 높이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역시도 독자들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마을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충격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죠

결국 소설 속의 이준은 직접 신을 영접하게 되고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경험은 곧 이준이 마음속 깊이 품고 있던 열망과 가장 큰 소원을 이루기 위한 방아쇠가 되는데요

이준이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소원은 무엇이고, 이준은 과연 신을 다시 영접할 기회를 얻게 될까요?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점차 변해가는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무한한 신앙심, 그 속에 녹아 있는 묘한 공포와 불안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의 심리적 묘사가 굉장히 좋았는데요 알 수 없는 미신과 신앙심이 사람의 삶에 끼치게 되는 영향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심리적인 공포를 매우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이런 묘사들은 소설 줄거리 자체의 분위기를 더욱더 암울하고 어두우면서도 신비롭게 만드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죠

사실 소설은 처음부터 말은 교회라고 하지만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태는 교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나오는 '비나이다'라는 말은 교회보다는 전통적인 신앙, 즉 샤머니즘적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목부터 이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 전통적인 '교회'의 신을 믿는다기 보다는 어긋난 신앙심을 가지고 이상한 '신'을 섬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숨길 마음이 없었던 것이죠

거기다 이준이 처음부터 보았던 마을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던 핏물이 흐르는 제물들 역시도 무언가 이들이 올바른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예측하게 만듭니다 대체 어느 교회에서 신에게 핏물이 흐르는 무언가를 바치고 있을까요? 또한 이준이 교회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내비쳤던 적개심과 경계심 역시 마을 사람들이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처음부터 이 사람들이 그렇게 맹신하는 신앙심이라는 것에 중점을 맞추고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던지고 있었던 겁니다 신앙심은 무엇이며, 어떤 신앙심이 진실한 신앙심이며, 어떤 신이 진짜 올바른 신인가라는 그런 것들이요

소원을 이루어주는 대신 무언가 흡족할 '제물'을 원하는 신이 과연 올바른 신일까요? 아니면 악신일까요?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바로 올바른 신앙심을 가진 것일까요? 아니면 어긋난 신앙심을 가진 것일까요?

소설은 마지막까지 이런 신앙심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어둡고 고요한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심리 묘사들이 계속되어서 도대체 어떻게 결말이 나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맞이한 이 소설의 결말은 썩 기분 좋은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끝이지만 찝찝한 마지막 말

신이시여, 천벌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또 다시 신을 찾고, 신을 부르고, 의지하는 걸 반복합니다

신이 결국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었다며, 지금이라도 신이 잘못된 걸 안다면 다행이라는 말을 하는

그 아이러니함이 무서웠습니다

올바른 신이란 무엇이고 올바른 신앙심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요?

결국 마지막 순간 그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도 증오했던 사람들과 결론적으로는 똑같이 닮아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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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기암관의 살인 시리즈 1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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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를 뒤집는 반전의 반전.

최근에는 주로 한국의 스릴러 위주로 많이 읽었는데 오늘은 일본 추리 소설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다카노 유시의 '기암관의 살인'이라는 추리 소설입니다

최근에 국내 작품 위주로 보다가 오랜만에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주제가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표지만 봤을 때는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여자라거나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했는데 책을 읽고 봤을 땐 크게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지는 아리송했습니다

그래도 표지의 느낌이 굉장히 세련되면서 강렬해 보여서 추리 소설의 표지로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는 했어요


책을 펼치면 초반에 다른 책들과 다른 부분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일단은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일본인들이고 당연히 일본 이름이다 보니 읽다 보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주요 인물들이 정리가 되어 있어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물론 집중해서 보다 보면 그렇게 헷갈리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작가님의 도전장이 존재합니다.

미스터리 팬 여러분께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도전장에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변칙적인 구조의 미스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말과 함께

'무조건 추리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직접 추리를 하신다면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즐거움이 한층 더 커지리라는 점은 약속드리지요.'라는 말이 적혀 있는데요

이 부분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호기심이든 이 도전장에 의한 경쟁심리이든

어떻게든 이 책에 숨겨진 이야기를 추리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장치가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단 이 소설의 주제는 바로 탐정 유희라는 이름의 살인 게임입니다

살인 게임이라고 하면 목숨에 관련된 게임이고 이런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가 쉽게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될 텐데요

여기에 나오는 살인 게임은 오징어 게임보다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에 가끔 등장하는 탐정이나 사람들을 모아서 살인 예고를 하고

누군가가 사건을 일으켜서 그것을 추리하는 이야기와 가장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토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소개를 받고 면접에 참여하고, 이 게임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요

처음엔 살인 게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점점 이상한 상황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칩니다

이 소설의 조금 색다른 점이라면 시작부터 이 책이 어떤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지가 다 나온다는 점인데요 주인공인 사토가 참여하게 된 탐정 유희라는 이름의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나 그 밑바탕이나 어떤 식으로 일이 전개가 될지 나아가서는 '범인'은 누군지 몰라도 이걸 진행할 '탐정'이라는 존재가 있으며,

그게 누구인지까지도 말이죠 이렇게 보면 그냥 주인공인 사토가 이 게임에 참여해서 살아남기 위한 스릴러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텐데요

놀랍게도 이 책은 그런 뻔한 전개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고전 추리 소설의 형식을 따라가면서도, 현대적인 부분을 잃지 않고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암관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살인과 그 속에 제한된 용의자들, 그리고 스토리 속에 숨겨져 있는 여러 가지 복선과

살인 트릭의 미스터리들로 정신없이 이어지는 전개에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며 그 이야기들을 풀어갈 열쇠들을 곳곳에 숨겨 놓으며

결국 도전장에 나온 것처럼 독자들이 직접 이 사건을 추리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추리라는 것의 재미까지 유도하는데요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앞에서 나온 모든 내용들이 뒤에 이어질 추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장치들이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작가님이 친절하다면 친절하면서도 사람들이 보고도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 많은 증거나 장치들을 숨겨놓았던 대담함과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구성된 스토리에 꽤 놀랍기도 했습니다

또 정신없이 전개되는 스토리의 진행 속에서도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한 묘사와 느낌도 잊지 않고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전적인 추리 소설을 좋아하거나 심리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들 역시도 꽤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결정적인 추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 건의 살인사건 모두 미궁 속이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힌트를 줘서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도록 돕는다면? 자연스럽게 힌트를 주는 정도라면

시나리오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유능한 조수가 되어주면 '탐정'도 좋아할지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살아날 가능성도 커진다.

사토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누가 '탐정'이고 누가 '범인'일까.

이 책은 중후반부터 처음에 생각하던 것과 완전히 뒤집히게 되는데요 사토가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방향과 결말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시나리오의 등장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그동안의 모든 퍼들 조각들이 맞춰지면서 짜릿함을 넘어선 충격을 맛보게 됩니다

또 결말에 이르러서 사람들은 다시 한번 알게 됩니다 사실 이 소설에서 진행되는 사건은 어떻게 해서도 해결될 수 없는 사건이라는 사실을요

사건은 부자들의 탐정 유희라는 말 그대로 추리 게임을 위한 장치 속에 들어 있는 것이었고, 그것은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되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에 참여한 인물들은 모두 누가 누구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주인공인 사토도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 사실상 그저 장기짝에 불가했죠

자신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된 사토의 행동들을 제외한다면,

모든 것은 결국 이 놀이를 즐기는 그 '관계자'들이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그들에게 이 사건은 '탐정'이 추리를 끝내면 그대로 종료되는 놀이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니었기에...

결과적으로 관계자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끝났다고 볼 수는 없을지 몰라도 사토의 등장으로 그들은 새로운 살인 게임의 재미를 느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는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그런 엔딩은 아니었으니까요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전통적인 추리 소설에 색다른 이야기를 결합한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즐기는 팬들에게 특히나 추천해 보고 싶습니다

뻔해 보이지만 뻔하지 않았던 추리 소설

결과적으로 모든 복선들이 내용에 처음부터 깔려있던 그런 소설이라서 조금은 색다른 반전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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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무비 소울 푸드
하라다 사치요 지음, 장한라 옮김 / 영림카디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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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주인공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책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건 힐링 쪽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잔잔한 영화와 드라마를 찾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음식에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와카코와 술, 방랑의 미식가 같은 음식에 관련된 드라마들도 좋고,

달팽이식당, 카모메식당, 리틀포레스트, 해피해피 브레드 같은 음식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영화들도 너무 잔잔하고 재미있는데요

생각해 보면 음식에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들인데도 언제나 가볍게 그 이야기를 보기만 했지 음식에 대해서 시선을 준 적이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나마 의미를 준다고 했다면 저 음식 먹고 싶다! 해서 간단한 것만 따라서 먹거나 주문해서 먹었던 경험이 전부였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음식으로 똑같이 힐링을 하거나 의미를 생각할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영화에 나오는 음식들은 맛있어 보이긴 했지만 이국의 음식들이 많았고, 재료를 구하거나 요리를 하는 게 쉽지도 않으니

그냥 대중적으로 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외하고는 그냥 장면 속에 등장하는 단순한 소품이라고만 생각하고 넘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영림카디널에서 꽤 괜찮은 책이 나왔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바로 '소울 무비 소울 푸드'인데요



새하얀 표지에 카모메 식당의 한 장면과 함께 글귀가 적혀 있어서 깔끔하면서도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경험하고 싶은 특별한 순간"이라는 문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이 책의 좋았던 점의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최근에 나온 대중적인 영화뿐만 아니라 고전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책에 소개된 28편의 영화들 중에서 2000년대 이후에 나온 작품들은 제가 모두 다 본 작품이었거든요 하지만 1985년에 나온 담포포, 1952년에 나온 이키루, 1953년에 나온 도쿄 이야기, 1962년에 나온 꽁치의 맛 같은 고전 작품들은 담포포 빼고는 제목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고전 영화들을 소개받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기고 그 작품들로 인해서 또 다른 작품들도 접할 수 있고 그 영화들이 나왔던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나 모습들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되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서 잘 몰랐던 일본의 고전 영화들을 알게 된 점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영화들이 보고 싶어서 알아봤는데 현재는 이키루만 왓챠에서 제공 중이고 나머지 영화들을 서비스하는 곳이 없어서 볼 수가 없었어요

아무래도 고전 영화들은 진짜 유명한 작품을 제외하면 재개봉이나 리마스터하는 경우도 드물어서 이렇게 소개를 받아도 볼 수가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쉽네요

어쨌든 영화들에 대한 소개는 간결하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들과 포인트들은 잘 담아서 정리를 해두셨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도 그 영화에 대한 간단한 이해와 함께 영화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음식에 관련된 책인 만큼 음식 사진들이 너무 예쁘고 따뜻해 보여서 기분이 좋았어요 각 음식들마다 진짜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

직접 요리를 못하더라도 시켜서라도 먹고 싶다 사서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어서 몇 번이나 검색을 하다가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들이 제공된다는 점인데요 주인공들이 만들어 먹은 음식들과 100퍼센트 똑같진 않겠지만 그래도 똑같은 음식들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렘이 배가 됩니다

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함께 레시피들을 보고 있으면 그 음식이 등장했던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고, 영화를 볼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들 그 음식이 가지고 있었을 의미들을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영화에 나왔던 음식들은 단순히 장면에 등장하는 소품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주인공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대변하고,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의 변화나 감정의 흐름을 바꾸는 장치라는 사실도 크게 느끼게 되었는데요

이 책은 단순히 레시피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 속 음식들이 가진 깊은 의미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영화 속의 장면들이 이제는 더 큰 의미로 남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한 번 그 영화들을 보게 될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새로운 감정과 시선으로 영화를 그리고 음식들을 새롭게 보고 싶어졌어요

앞으로 새로운 영화를 볼 때도 장면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과 그 음식의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겠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식들을 통해서 영화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특별한 책이었어요

이야기보다는 레시피가 한 가득한 책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들은 그 영화 속에서 그 음식을 먹던 장면을 상기시키고

그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주인공들의 마음과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너무 따뜻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위염과 장염 때문에 음식을 이것저것 막 먹을 수 없는데 얼른 나아서 저도 맛있는 음식을 해먹어 보려고 해요

이 책을 보고 만들게 될 첫 음식은 뭐가 될까요? 저조차 무척 기대가 됩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고요

음식을 잘 못하더라도 그 음식들을 보고 만드는 방법을 보면서 새로운 시선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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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3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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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 시리즈의 마지막 조각, 목숨이 달린 추리 싸움으로 시작하는 대단원의 막

최근 넷플릭스에서 핍의 살인 사건 안내서라는 시리즈가 새로 나와서 재미있게 보았는데요

이 시리즈는 원래 BBC에서 제작되어 7월에 방영된 드라마라고 합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바로 홀리 잭슨의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이란 소설이었는데요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이 바로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의 완결 편인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입니다


홀리 잭슨이라는 작가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분인데 평소에 게임이나 범죄 실화 관련 다큐멘터리를 즐기는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소설의 플룻이 굉장히 세밀하고 좋았습니다 범죄에 관련된 다큐도 많이 보셔서 그런가 관련된 내용도 많이 아시고 공부도 많이 하신 것 같고 전문적인 느낌도 받았어요 범죄물은 전문 지식이 더해지면서 딥해지면 어렵고 딱딱해질 수 있는데 너무 어렵지도 않았고 내용도 딱딱하지 않고 읽기도 편했습니다


본편이 무려 635장의 장대한 분량이지만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끊을 수가 없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일까요?


어느새 주변은 밤이 되어 있다.

하위는 감옥이 아닌 바로 저 주황색 불빛 아래 서 있고, 그의 눈은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스탠리가 그에게 다가가 자기 목숨과도 같은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돈을 한 뭉치 건넨다.

그런 다음 영혼 없는 눈빛으로 핍 쪽을 향해 돌아서는 순간 여섯 발의 총알이 스탠리의 가슴팍을 뚫고 지나가며 셔츠에, 콘크리트 바닥에 피가 흥건히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왜인지 핍의 손에도 피가 묻어 있다.

핍의 손은 이제 피범벅이 되어 있…….

일단 소설은 시작부터 무언가 어두컴컴한 느낌입니다 주인공인 핍은 과거의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패기 넘치게 사건을 조사하고 풀어갔다고 하더라도 핍은 여고생입니다

어린 나이에 충격적인 사건과 사람들의 이기심과 부조리를 겪다 보면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되고,

특히나 친한 사람이 관련된 사건까지 해결하지만 그러면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한 재판이라던가 다양한 것과 마주하게 되면 

그것이 충분히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겠죠


거기다 유명 인사 아닌 유명 인사가 되어 버린 핍에겐 기이한 스토커까지 생겨버리고 그것이 핍의 삶을 더 옭아매기 시작합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이제는 살인 사건의 추리가 아니라 사건이 시작되기 전 먼저 스토커의 본모습을 찾아내야 하는

그야말로 핍 자신의 생존이 걸린 추리 싸움의 시작된 것인데요


사실 이 책은 앞의 시리즈를 읽지 않으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완결 편이라서 그런지 과거의 사건들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인데요

저 역시도 앞의 시리즈를 다 읽지 못해서 어려웠는데 지인분들 중에 소설을 읽은 분이 계셔서 이야기하면서 조금 많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래도 역시 나중에 앞의 시리즈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다시 이 책도 한 번 더 읽어볼 예정입니다 그땐 느낌이 확실히 더 다르겠죠?


이런 묘사와 몰입감, 자료 덕분에 실사화에도 특화된 작품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둠이 내린 숲속에서 핍은 결국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다.

그건 우발적인 생각이나 직감도 아니고, 싸움이나 도피도 아니었다.

핍은 두 갈래 길을 보았고, 선택을 내렸다 그리고 되돌아갔다.

어쩌면 평생 우주에 사는 다른 핍은 이 세계의 핍이 내린 선택이 옳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핍은 경찰이 제 말을 절대 믿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핍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스스로를 지켜내고 예전의 본래 자기 모습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도 이미 성공했는지 모른다.

소설 속의 핍이나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감정 표현 등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캐릭터들의 감정을 공유하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소설 내내 그동안 핍이 겪었던 많은 어두운 감정들, 무서움과 두려움 등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아 이게 왜 이번에 완결이 되는지에 대한 정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여고생이 살인 사건이나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따지자면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관계성과 수많은 감정들과 그동안의 사건사고들과 연결된 무수히 많은 이유들이 뒤섞이면서 이런 완결로 도달할 수밖에 없는 길을 만들어 버리더라고요

소설의 끝은 제 기준으로 많이 어두웠습니다 외롭고도 두렵고 많은 감정을 스치게 만드는 완결이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가장 완벽한 완결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된 핍의 살인 사건 안내서  시즌 1 : 6개의 에피소드는 원작 소설의 1권인 샐 싱 미스터리 편의 내용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시즌 1으로 끝나긴 했지만 훌륭한 원작 소설이 아직 2권이나 남아있으니까 다음 시즌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마 영상으로 제작되어 마지막 완결 편이 나온다면 마지막 핍의 모습이 정말 소설처럼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는 것 같은 완결의 완결을 보여줄지도 기대가 됩니다


소설을 보면서 외국도 사법 시스템의 허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피해자에 대한 많은 도움이 절실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도 한때 스토커를 겪어보았고 물리적으로 공격을 당해본 사람으로서 그걸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공포를 알고 있습니다


핍이 스토커를 당할 때 저보다 더 심하게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스토킹 피해자로의 공감은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소름처럼 이어지더라고요 소설이라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그래도 이런 식으로 당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연민까지 수많은 감정을 동반했습니다


확실히 앞의 시리즈를 읽고 이어서 읽으신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고요

그것이 아니라도 유추하면서 읽으면 대략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사건의 해결을 즐기시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부담스럽고 읽기 어려울 것 같은 분들은 일단 넷플릭스에서 핍의 살인 사건 안내서부터 보고 난 뒤에 천천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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