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무비 소울 푸드
하라다 사치요 지음, 장한라 옮김 / 영림카디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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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주인공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책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건 힐링 쪽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잔잔한 영화와 드라마를 찾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음식에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와카코와 술, 방랑의 미식가 같은 음식에 관련된 드라마들도 좋고,

달팽이식당, 카모메식당, 리틀포레스트, 해피해피 브레드 같은 음식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영화들도 너무 잔잔하고 재미있는데요

생각해 보면 음식에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들인데도 언제나 가볍게 그 이야기를 보기만 했지 음식에 대해서 시선을 준 적이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나마 의미를 준다고 했다면 저 음식 먹고 싶다! 해서 간단한 것만 따라서 먹거나 주문해서 먹었던 경험이 전부였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음식으로 똑같이 힐링을 하거나 의미를 생각할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영화에 나오는 음식들은 맛있어 보이긴 했지만 이국의 음식들이 많았고, 재료를 구하거나 요리를 하는 게 쉽지도 않으니

그냥 대중적으로 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외하고는 그냥 장면 속에 등장하는 단순한 소품이라고만 생각하고 넘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영림카디널에서 꽤 괜찮은 책이 나왔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바로 '소울 무비 소울 푸드'인데요



새하얀 표지에 카모메 식당의 한 장면과 함께 글귀가 적혀 있어서 깔끔하면서도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경험하고 싶은 특별한 순간"이라는 문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이 책의 좋았던 점의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최근에 나온 대중적인 영화뿐만 아니라 고전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책에 소개된 28편의 영화들 중에서 2000년대 이후에 나온 작품들은 제가 모두 다 본 작품이었거든요 하지만 1985년에 나온 담포포, 1952년에 나온 이키루, 1953년에 나온 도쿄 이야기, 1962년에 나온 꽁치의 맛 같은 고전 작품들은 담포포 빼고는 제목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고전 영화들을 소개받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기고 그 작품들로 인해서 또 다른 작품들도 접할 수 있고 그 영화들이 나왔던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나 모습들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되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서 잘 몰랐던 일본의 고전 영화들을 알게 된 점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영화들이 보고 싶어서 알아봤는데 현재는 이키루만 왓챠에서 제공 중이고 나머지 영화들을 서비스하는 곳이 없어서 볼 수가 없었어요

아무래도 고전 영화들은 진짜 유명한 작품을 제외하면 재개봉이나 리마스터하는 경우도 드물어서 이렇게 소개를 받아도 볼 수가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쉽네요

어쨌든 영화들에 대한 소개는 간결하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들과 포인트들은 잘 담아서 정리를 해두셨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도 그 영화에 대한 간단한 이해와 함께 영화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음식에 관련된 책인 만큼 음식 사진들이 너무 예쁘고 따뜻해 보여서 기분이 좋았어요 각 음식들마다 진짜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

직접 요리를 못하더라도 시켜서라도 먹고 싶다 사서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어서 몇 번이나 검색을 하다가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들이 제공된다는 점인데요 주인공들이 만들어 먹은 음식들과 100퍼센트 똑같진 않겠지만 그래도 똑같은 음식들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렘이 배가 됩니다

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함께 레시피들을 보고 있으면 그 음식이 등장했던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고, 영화를 볼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들 그 음식이 가지고 있었을 의미들을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영화에 나왔던 음식들은 단순히 장면에 등장하는 소품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주인공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대변하고,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의 변화나 감정의 흐름을 바꾸는 장치라는 사실도 크게 느끼게 되었는데요

이 책은 단순히 레시피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 속 음식들이 가진 깊은 의미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영화 속의 장면들이 이제는 더 큰 의미로 남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한 번 그 영화들을 보게 될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새로운 감정과 시선으로 영화를 그리고 음식들을 새롭게 보고 싶어졌어요

앞으로 새로운 영화를 볼 때도 장면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과 그 음식의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겠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식들을 통해서 영화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특별한 책이었어요

이야기보다는 레시피가 한 가득한 책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들은 그 영화 속에서 그 음식을 먹던 장면을 상기시키고

그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주인공들의 마음과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너무 따뜻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위염과 장염 때문에 음식을 이것저것 막 먹을 수 없는데 얼른 나아서 저도 맛있는 음식을 해먹어 보려고 해요

이 책을 보고 만들게 될 첫 음식은 뭐가 될까요? 저조차 무척 기대가 됩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고요

음식을 잘 못하더라도 그 음식들을 보고 만드는 방법을 보면서 새로운 시선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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