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맥시멀 리스트입니다
물건에 애착도 많고, 집착도 꽤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웃긴 건 물욕은 크게 없습니다
물건을 탐을 내는 건 아니고 책이나 간단한 소품들을 워낙 좋아해서 수집하는 걸 좋아하고 내가 가진 물건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커서
그걸 지키려고 하는 행동이 좀 많은 편이죠 그래서 오래된 물건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잡화들도 예쁘다고 구경하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기억을 해두었다가
언젠가 기회가 되어서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구하기도 하고 그렇게 소소하게 잡화를 수집하고 있기도 하죠
워낙 그런 걸 좋아하니까 잡화점을 운영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결론적으로 장사가 맞지 않는 탓인지 꿈만 꾸고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주위에는 잡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저도 잡화를 좋아합니다
물론 모두가 저를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잡화라는 것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죠 그런 사람들은 저를 철부지로 여깁니다
어쨌든 그렇게 잡화를 좋아하는 저에게 꽤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잡화 감각' 제목만으로도 나 잡화에 관련된 책입니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책이더라고요
일본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 쓴 책이라고 하기에 굉장히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책을 만나자마자 감탄을 했습니다 하얀 표지에 감각적인 소품들이 가득한 사진에
푸른색의 글씨는 정말 말 그대로 감각적이고 소품스러운 느낌을 주더라고요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라는 글조차도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제목과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표지나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체계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는 잡화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이 작가님의 생각? 사상? 이랄까요 그것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물론 주체가 되는 내용은 잡화에 대한 이야기가 맞지만 작가님이 생각하고 있는 잡화라는 것의 개념과 틀과 사색과 철학적인 내용들이 무언가 다양한 정보들과 함께 마구마구 뒤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한 번에 쉽게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잡화가 아니라 잡화라는 것이 앞으로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잡화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같은 경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설명하고 계셨는데 이 부분 역시도 꽤 복잡하고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잡화에 대한 추억과 감각과 생각과 무언가 따스하고 아기자기한 내용들이 담기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면서 잡화라는 것에 대한 애정과 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잡화에 대한 또 다른 생각과 매력을 선물해 주지 않을까 했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잡화에 대한 사랑이 샘솟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제목처럼 잡화 감각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그것에 대한 설명을 꽤 자주 해주시는데요
잡화 감각이란 단순히 잡화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나 그런 부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잡화 그 자체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물들을 어떻게 느끼는가? 같은 물건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사실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잡화 감각의 원천에는 모든 물리적인 물건의 경계를 녹이고
하나의 '물건'이라는 상품 범주로 통합해나가려는 보이지 않는 자본의 흐름이 있을 테다.
물론 보잘것없는 잡화점에서는 그런 큰 물결의 혼탁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뿐, 강의 너비도 물의 흐름도 전혀 알 도리가 없다.
작가님은 잡화라는 것에 단순함만 보지 않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잡화점이나 본격적으로 잡화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고 싶은 분들은 꼭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기도 해요
작가님이 잡화점을 오래 운영해왔기 때문에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있던 소소한 일화들에 대한 부분은 잡화점을 운영하거나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꿈만 꾸고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약간의 경험적인 부분을 녹인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건과 물건 사이가,. 1초 전과 1초 후가 조금만 달라도 가치가 생겨난다. 잡화는 멈출 줄 모르고 늘어만 간다.
사실은 진화도 퇴화도 아니건만 우리는 차이를 끊임없이 소비함으로써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듯한 꿈을 꾸고 있다.
작가님은 잡화의 가치와 함께 사람들이 잡화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접근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물건을 접하고 만나는지 소비하는지 분석을 하면서 앞으로 잡화가 나아갈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책 속에는 잡화들의 사진이 한 장도 없고 오로지 글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도 잡화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들로요
분명히 저처럼 가벼운 잡화에 대한 에세이를 생각하고 보게 된 독자들은 실망을 할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가볍게 읽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심도 있는 내용들이 곳곳에서 등장해서 도중에 읽는 걸 포기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았어요
책도 예쁘고 작가님의 철학적인 내용도 인상이 깊었지만 사진이라도 한 장씩 들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