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망상 달달북다 11
권혜영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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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하고 괴상한 애정, 그 끝에 남는 것은?



처음 이 책의 소개를 들었을 때는 단순한 유사 연애 집착 소설을 떠올렸다.

ASMR 텐츠 속 '고막 남자친구' 세진에게 집착하던 주인공 지나가 세진의 목소리를 복제한 외계 행성 다즐링의 왕자를 만나고 점차 그에게 빠져드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흔히 말하는 '망상 연애'에서 현실로 확정되는 로맨스물 말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이 소설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괴상했고, 끝까지 찝찝함을 남겼다. 이걸 정말 '로맨스'리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물론 다즐링 왕자의 여정을 따지고 보면 나름 왕자에겐 로맨틱한 목표는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찾아 지구로 오고,

사로고 잃어버린 몸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여정. 만약 그 이야기에 주인공 지나가 함께하면서 서서히 사랑에 빠졌다면,

위험하지만 슬픈 로맨스라고 볼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나가 처음부터 다즐링을 경계하고, 세진의 목소리를 훔치고 둘의 관계를 훼손하는 존재로 여긴다.

자신의 판타지를 지키기 위해서 다즐링을 하루빨리 없애버리고 싶어 한다.

중간쯤부터는 자연스럽게 지나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지나의 친구 가람이다.

가람은 처음 만난 다즐링 왕자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애정의 망상과 집착에 다즐링 왕자의 목표를 더해버린다.

가람의 집착의 깊이는 경악스러울 정도였는데, 특히 전 남자친구 컬렉션에 대한 묘사는 소름이 끼쳤다. 지나의 애정적인 망상이 귀엽게 보일 정도였다.

내 기준에서 가람은 그냥 지나친 애정의 수준이 아니라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인물로 보였다.

마치 미저리나 올가미의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었다. 집착의 끝을 달리는 모습이 진짜 다시 생각해도 끔찍했다.


 


책의 분량은 짧지만 매우 강렬했다. 읽을수록 경악과 함께 물음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도대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망상이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지나와 가람은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도대체 마지막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하는 생각들이 끝없이 이어지지만

이 소설은 그런 나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여운이라기 보다 찝찝함이 오래 남았고, 몸에서 감정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불쾌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동시에 이 작품이 나쁜 소설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런 감정을 이끌어낸 작가님의 필력은 칭찬받아서 마땅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ASMR 컨텐츠를 검색해 봤다. 고막 남자친구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살펴보니까 1인칭 드라마 CD처럼 한 사람이 연기를 하면서 듣는 사람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컨텐츠였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용 중이었고, 일부는 꽤 성인적인 설정을 담고 있었다. 실제 연애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을 대사들이 난무하고,

그걸 듣는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몰입한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뻘쭘하고 당황스러웠고, 몇 분 이상 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나가 왜 그런 컨텐츠에 집착을 했는지는 이해가 갔다. 현실보다 쉬운 망상 속 연애는, 외롭고 불안정한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안전지대였을 수도 있다.

상처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 끊임없이 소비할 수 있는 감정적 손실이 없는 애정의 연속일 테니까 말이다.

결국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는 세진을 제외하면 모두 어딘가 문제가 있다.

여자친구를 이용하고 돈을 떼먹고 바람을 피우는 남자, 전 남자친구들의 흔적을 모으는 집착적인 여자, 온라인의 목소리에 집착하는 여자...

현실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사람들이 총출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집착과 일그러진 애정을 솔직하게 보여줬단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나와 가람 두 인물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도대체 정상적인 애정이란 무엇일까?

현실의 연애가 아닌 판타지에 기대어 애정을 느끼는 건 정말 비정상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현실을 왜곡 시키고 타인을 통제하려는 집착과 욕망으로 번져나갈 때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있는 걸까?

만약 누군가의 애정이 너무 과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을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지나치게 찝찝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어쩌면 현실의 집착은 그리 심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위안을 줄지도 모른다.

단, 감정적으로 평온할 때 혼자서 조용히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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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녀들의 수직사회 스토리콜렉터 122
우제주 지음, 황선영 옮김 / 북로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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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기후재난 이후의 계급 사회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는 무엇보다도 주제와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이 점점 줄어들고, 정부는 사람들과 지역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마치 가축처럼 등급을 매긴다. 단지 다른 사람보다 어리고, 똑똑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안전한 지역에서 살아갈 권리를 부여받고

그렇게 형성된 계급 사회를 맞이하게 될 아이들이 겪게 될 다양한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 그려낼까?라는 궁금증이 가득했다.

특히 해수면 상승이라는 소재는 결코 소설 속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큰 문제기 때문에 주제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나는 어떤 계급에 속하게 될지, 내 아이들은 어떤 대우를 받으려 살아가게 될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설 속의 소녀들은 똑똑하다는 이유, 그리고 조금 더 어리다는 이유로 '초록색 지역'에 배정되고 수직 농장이라는 기숙형 학교에 머물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특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특정 조건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위치를 정하는 세계.

그 모습을 보면서 마치 가축에게 등급을 매기 듯 사람이 분류되는 그 현실이 정말 반인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실제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누구도 쉽게 그 차계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후 난민으로 초록색 지역에 배정받은 아이들은 그저 그 안전 구역에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평등하게 지낼 순 없었다.

기후 난민이라는 꼬리표는 끊임없이 따라붙었고, 방의 크기조차도 외모나 성격 등으로 차등을 두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잔인했다.

처음에 나는 이 소설이 아이들이 자신의 계급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를 밟고 이기려고 드는,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서사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위치만이 중요하고, 서로를 짓밟고 이기려는 모습이 부각되고, 각자의 과거나 가치관은 배경 정도로 그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수록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지 계급 사회에 들어간 아이들의 갈등만을 다룬 게 아니었다.

소녀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각자의 삶 속에서 마주했던 문제들, 자라온 가정 환경과 가치관으로 인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등 했다.

처음엔 이름조차 헷갈렸던 아이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뚜렷한 존재감으로 다가 왔고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수직농장에 처음부터 있던 아이들은 이미 어른들의 계급 사회를 학습하고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감각이 무뎌지고, 지금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며 살아간다.

반면, 기후 난민으로 들어온 아이들은 자신들이 누군가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 시스템에 적응하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그 모습은 기득권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잔혹한 현실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내용은 많았지만, 내가 특히 이 책에서 집중했던 것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였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소녀들이 있었고, 누구보다 부각된 건 장리팅의 이야기였지만....

사실 장리팅 뿐만 아니라 다른 소녀들도 모두 엄마라는 존재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누군가는 엄마의 부재, 누군가는 학대와 가스라이팅.... 그 모든 것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다가와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 문제들이 쌓이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게 된 장리팅의 모습에서는 어린 시절의 내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아서 감정이 미묘하고 복잡했다.

결핍이 있어도 인정을 받으며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아이들과 아무리 노력해도 끝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아이들

그 대조는 곧 우리 사회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계급과 경쟁, 생존과 권력,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감정까지 복잡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이야기는 끝난 듯하면서도 끝난 게 아니었다.

장리팅, 린위안, 마커웨이와 진씨 자매... 수직사회 안에서 서로를 밀어내고 버텨야 했던 그 소녀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운이 깊고, 뒷맛이 씁쓸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읽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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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 레전드 25 - 그를 농구황제로 만든 위대한 승부 25경기
손대범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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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농구는 잘 몰라도, 마이클 조던은 알고 싶었다



나는 축구와 야구를 좋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고팀이 아닌 타 지역 팀들을 응원하지만,

벌써 20년 넘게 서포터즈 활동을 했을 만큼 스포츠를 많이 좋아하는 여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잘 안 보게 되는 스포츠가 하나 있다. 실내 스포츠인 농구다.

만화 슬램덩크나 디어 보이즈, 쿠로코의 농구 같은 작품들은 재미있게 봤다.

감동도 있었고, 캐릭터들도 멋졌다. 하지만 실제 농구는 뭔가 좀 달랐다.

룰도 복잡하고,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알기 어렵고, 딱히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농구가 거칠지 않은 운동은 아니지만, 축구 같은 강렬함은 아니었고, 나한테는 박진감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도 같다.

결정적으로 내 주변에는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 축구와 야구를 좋아했다.

나도 축구와 야구를 응원하기에 바빴고, 그것만 봐도 충만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크게 농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나는 농구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모를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

이 두 선수의 이름은 스포츠 뉴스를 볼 때마다 자주 접했고, 농구를 몰라도 한 시대를 휩쓸고 간 전설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나는 원래 스포츠 전반에 관심이 많아서 종목을 가리지 않고 찾아보는 편이기도 하고,

거기다 마이클 조던은 농구의 황제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기 때문에 스포츠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마이클 조던을 모른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니까.

나도 조던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의 경기를 본 적은 없지만,

나이키 조던 운동화를 좋아해서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이길래 그 이름이 붙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관심을 가졌을 땐 이미 조던은 은퇴한 상태였고, 코비 브라이언트는 비극적인 사로고 떠난 뒤였다.

그 이후로도 농구와는 큰 인연 없이 살다가, 우연히 이 책 '마이클 조던 레전드 25'를 만났다.



이 책은 마이클 조던의 전성기 경기 중 레전드라고 불리는 25경기를 중심으로, 그의 커리어와 인생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표지를 보고는 농구를 잘 몰라도 이 책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첫 장을 펼치기도 전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선 두께.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그리고 책을 펼치자마자 또 한 번 놀랐다. 단순히 경기 결과나 플레이 요약이 아니라

마이클 조던이라는 인물을 통째로 갈아 넣은 듯한 밀도였다. 경기 하나하나를 단순히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NBA 분위기, 팀의 상황, 조던의 심리 상태까지 꼼꼼하게 담았다.

책 뒤표지에 쓰인 "더 이상의 마이클 조던 책은 없다"라는 문구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농구에 대한 애정과 마이클 조던이라는 선수에 대한 존경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런 책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을까?

농구팬들이 왜 손대범이라는 사람을 농구 학자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책을 내가 감히 읽어도 되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농구 룰도 제대로 모르는데, 이런 고퀄리티 농구 서적을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읽으려고 했을까?

읽다가 차라리 축구 책을 골랐으면 덜 부담스러웠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고른 게 부끄러웠다.

농구팬분들이 들으면 얼마나 어이없을까 어쩌면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네라는 생각도 살짝 해봤다.


 


하지만 다행히도 책은 문외한을 배제하지 않는다.

나 같은 독자도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하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내가 몰랐던 다양한 팀과 선수들의 관계, NBA의 흐름 등 마이클 조던이라는 이름 하나를 중심으로 끝없이 뻗어 나가는 농구의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코비 브라이언트의 이름이 나오니 또 반갑기도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경기의 결과보다 '경기의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에서 이겼느냐, 졌느냐보다는 조던이 그 경기에서 어떻게 싸웠고, 어떤 장면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는지를 이야기해준다.

그런 접근이 좋았다. 때로는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그 과정이 인상 깊었다면 그 경기는 충분히 전설로 남을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보여주고 있었다.

마이클 조던이 은퇴를 했다가 복귀를 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한 번의 성공으로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되는 도전과 실패, 그리고 또 한 번의 일어섬으로 전설이 되는 거라는 걸

그의 커리어를 보면서 알게 됐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농구가 쉽게 느껴지진 않았다. 여전히 농구는 나에게 조금은 먼 세계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인물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에 대한 호기심도 함께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선수를 좋아하는 것보다 팀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아마 농구를 더 좋아하려면

내 마음을 움직일 만한 팀을 먼저 만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이 책이 첫걸음은 내딛게 해준 셈이다.

이 책을 덮고 나서 한 번 더 느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가대표 경기만이 '진짜 스포츠'는 아니다.

누군가에겐 남들이 재미없다고 보는 경기 하나가 최고의 감동이자 열광의 순간이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고, 설레고, 내가 몰입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최고의 스포츠다.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마이클 조던이라는 이름 앞에서 한 번이라도 가슴이 뛰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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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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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해하려 할수록 멀어지는 존재들에 대하여..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생각보다 두꺼운 분량이 잠시 놀랐다. 물론 500페이지가 넘는 책들도 여러 번 읽어 봤기 때문에 책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다만, 이 책의 주제가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환경, 늑대 복원이라는 무거운 키워드 위에 미스터리와 심리 서사까지 얹힌 구조

자칫 어렵거나 지루해지면 속도가 더뎌지고, 읽기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이 생겼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자 그런 불안은 곧 사라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감정을 느낄 새도 없었다.

이야기는 너무 흥미롭고 몰입감 있었고, 나는 어느새 책에 푹 빠져버렸다. 가족들이 부르는 소리,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엄마가 방에 들어와 내 어깨를 툭 건드릴 때까지도 몰라서 소리를 지르게 되는 상황도 있었다.

이 책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의 심리, 동물과 환경, 이기심과 연민, 결핍까지

다양한 감정들이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읽는 내내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뒤로 갈수록 벌어지는 사건들에는 충격을 금치 못했고,

마지막엔 인류애가 살짝 흔들릴 정도였다.

나는 평소 자연과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처음엔 공감되는 구절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읽다 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양가적인 감정들이 겹쳐진다. 이해는 하지만 내 안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느낌.

주인공에게 느낀 감정도 그랬다.


우리 삶의 방식을 파괴하는 동물을 데려온다는 계획에 나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나는 우리 공동체가 번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사람이 사슴이나 양과 함께 평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죠. 자고로 땅의 주인은 사람 아닙니까."

(중략)

그가 묘사하는 세상은, 야생동물이 없는 공허한 장소였다.

사람 그리고 농경지만 넘쳐나는 장소.

이것은 죽은 세상을 의미했다.

이 땅의 주인은 결코 인간일 수 없다. 이 땅은 하나의 존재가 지배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다.

농업, 농경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저런 생각까지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왜 여전히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어울릴 수 있는 존재'와 '위험한 존재'를 나누는 걸까?

사슴이나 양과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을 꿈꾸며, 늑대는 배제하려는 사람들

나는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도 생각했다. "왜 늑대는 그 평화로움 속에 들어갈 수 없는가?"

이기심이라는 말은 무겁지만, 위험을 회피하려는 마음은 분명 인간적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줄곧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내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애초에 문제를 만든 것도, 그걸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도,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늑대는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중간중간 드러나는 늑대의 모습에서는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확고 해졌던 것 같다.

주인공은 이해하려고 할수록 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가치관이 나와 닮은 듯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어딘가 달랐고, 감정적으로 무언가 하나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되었어도, 선뜻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더 실감했다. 사람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라는걸. 동물의 숨겨진 야생성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늑대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쩌면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방식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분명히 늑대를 아끼고, 환경에 중요성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냉정하리 만큼 늑대를 내몰았으니까.

물론 자연과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라는 합리적인 이야기는 있었지만 말이다.

확실히 이 소설은 쉬운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소설임은 분명하다.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문장들, 생각할수록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들

앞으로 몇 번 더 읽는다면, 나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겠지 다음이 또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환경 소설이나 심리 미스터리 같은 심오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무거운 주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약간 버거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상당히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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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라, 한 끼도 안 먹은 것처럼
김명희 외 지음 / 디앤씨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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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 마음 한 끼로 채우다



나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여행을 아예 다니지 않은 건 아니지만 성인이 되고 언젠가부터는 여행을 다니지 않았고, 몇 년 사이에 여행이라고 해도 손에 꼽아 한두 번?

이제 여행을 좀 다녀올까?라고 생각하면 일이 생기고, 마음이 지쳐서 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여행도 감정이 넉넉한 사람들이 원하고 다니는 거지 감정의 여유가 없는 사람한테는 사치인 것이다.

그래도 여행 유튜버나 책을 보면서 많은 감정을 공유 받을 수 있었고 직접 가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여행의 감정을 느껴볼 수는 있어서 좋았다.

가장 최근에 여행을 갈까 했는데 발가락이 부러지는 바람에 가질 못했다.

한 번 그렇게 몸 때문에 꺾이니까 이젠 또 귀찮아서 어딘가로 떠나게 되는 게 싫었다 그래도 뭔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서

찾다 보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여행하다, 한 끼도 안 먹은 것처럼'

책 표지와 내지가 특이했다 일반적인 인쇄가 아니라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제작된 책인 것 같은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오히려 그게 더 손이 가기 쉽고 읽기 좋았던 것 같다 내용도 소소하고 소박하다.

여러 작가분들이 함께 집필한 책인 만큼 다양한 장소, 다양한 생각을 공유 받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의 충만한 감정을 표현을 잘하는구나 부럽다 싶으면서도 나는 역시 저 정도까지 여행을 할 사람은 아니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다른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많은 공감을 했던 건 바로 오도리 작가님의 나고야 여행에 대한 이야기

무엇보다 사람들의 이야기와 반응에 대한 것이 공감이 되었는데,

나는 사람들이 너무 시끌시끌한 장소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여행지도 번화가보다는 좀 조용한 곳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대마도나 대만에서도 조용한 장소들을 여행지로 꼽은 적이 있는데,

주위에서 하나같이 거기를 왜? 왜 굳이 거기를? 거기 볼 거 없어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거길 갈 거면 다른 곳을 가서 보는 게 좋다고 하면서

그 여행지에 대해서 본인들의 평가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성격도 취향도 다르다는 걸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여행을 한다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잠시 잠깐 마음을 비우면서 쉬고 오고 싶은 마음인데

다른 사람들은 관광 명소를 다니며 사진을 찍고, 맛있는 걸 먹고, 즐기고 오는 것이 여행의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정도 취향을 이해해 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 왜 우리는 일방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란 생각이 있었는데

오도리 작가님의 글에서 그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서 와 진짜 공감... 하면서 봤던 것 같다.

거기다 나 홀로 다니는 여행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확고하게 해주신 것 같은 느낌.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원하는 여행지로 여행을 떠나야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상상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런 여행기에 대한 책들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인데

이 책도 역시 그런 부분에선 상당히 충실하게 채워준 것 같아서 좋았다.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전혀 다른 감정을 가진 일곱 작가분들의 일곱 빛 여행기

여행을 갈 여유가 없거나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는 훌쩍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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