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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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해하려 할수록 멀어지는 존재들에 대하여..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생각보다 두꺼운 분량이 잠시 놀랐다. 물론 500페이지가 넘는 책들도 여러 번 읽어 봤기 때문에 책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다만, 이 책의 주제가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환경, 늑대 복원이라는 무거운 키워드 위에 미스터리와 심리 서사까지 얹힌 구조

자칫 어렵거나 지루해지면 속도가 더뎌지고, 읽기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이 생겼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자 그런 불안은 곧 사라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감정을 느낄 새도 없었다.

이야기는 너무 흥미롭고 몰입감 있었고, 나는 어느새 책에 푹 빠져버렸다. 가족들이 부르는 소리,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엄마가 방에 들어와 내 어깨를 툭 건드릴 때까지도 몰라서 소리를 지르게 되는 상황도 있었다.

이 책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의 심리, 동물과 환경, 이기심과 연민, 결핍까지

다양한 감정들이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읽는 내내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뒤로 갈수록 벌어지는 사건들에는 충격을 금치 못했고,

마지막엔 인류애가 살짝 흔들릴 정도였다.

나는 평소 자연과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처음엔 공감되는 구절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읽다 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양가적인 감정들이 겹쳐진다. 이해는 하지만 내 안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느낌.

주인공에게 느낀 감정도 그랬다.


우리 삶의 방식을 파괴하는 동물을 데려온다는 계획에 나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나는 우리 공동체가 번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사람이 사슴이나 양과 함께 평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죠. 자고로 땅의 주인은 사람 아닙니까."

(중략)

그가 묘사하는 세상은, 야생동물이 없는 공허한 장소였다.

사람 그리고 농경지만 넘쳐나는 장소.

이것은 죽은 세상을 의미했다.

이 땅의 주인은 결코 인간일 수 없다. 이 땅은 하나의 존재가 지배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다.

농업, 농경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저런 생각까지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왜 여전히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어울릴 수 있는 존재'와 '위험한 존재'를 나누는 걸까?

사슴이나 양과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을 꿈꾸며, 늑대는 배제하려는 사람들

나는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도 생각했다. "왜 늑대는 그 평화로움 속에 들어갈 수 없는가?"

이기심이라는 말은 무겁지만, 위험을 회피하려는 마음은 분명 인간적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줄곧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내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애초에 문제를 만든 것도, 그걸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도,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늑대는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중간중간 드러나는 늑대의 모습에서는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확고 해졌던 것 같다.

주인공은 이해하려고 할수록 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가치관이 나와 닮은 듯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어딘가 달랐고, 감정적으로 무언가 하나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되었어도, 선뜻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더 실감했다. 사람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라는걸. 동물의 숨겨진 야생성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늑대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쩌면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방식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분명히 늑대를 아끼고, 환경에 중요성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냉정하리 만큼 늑대를 내몰았으니까.

물론 자연과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라는 합리적인 이야기는 있었지만 말이다.

확실히 이 소설은 쉬운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소설임은 분명하다.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문장들, 생각할수록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들

앞으로 몇 번 더 읽는다면, 나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겠지 다음이 또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환경 소설이나 심리 미스터리 같은 심오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무거운 주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약간 버거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상당히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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