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의 소녀들은 똑똑하다는 이유, 그리고 조금 더 어리다는 이유로 '초록색 지역'에 배정되고 수직 농장이라는 기숙형 학교에 머물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특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특정 조건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위치를 정하는 세계.
그 모습을 보면서 마치 가축에게 등급을 매기 듯 사람이 분류되는 그 현실이 정말 반인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실제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누구도 쉽게 그 차계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후 난민으로 초록색 지역에 배정받은 아이들은 그저 그 안전 구역에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평등하게 지낼 순 없었다.
기후 난민이라는 꼬리표는 끊임없이 따라붙었고, 방의 크기조차도 외모나 성격 등으로 차등을 두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잔인했다.
처음에 나는 이 소설이 아이들이 자신의 계급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를 밟고 이기려고 드는,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서사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위치만이 중요하고, 서로를 짓밟고 이기려는 모습이 부각되고, 각자의 과거나 가치관은 배경 정도로 그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수록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지 계급 사회에 들어간 아이들의 갈등만을 다룬 게 아니었다.
소녀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각자의 삶 속에서 마주했던 문제들, 자라온 가정 환경과 가치관으로 인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등 했다.
처음엔 이름조차 헷갈렸던 아이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뚜렷한 존재감으로 다가 왔고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수직농장에 처음부터 있던 아이들은 이미 어른들의 계급 사회를 학습하고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감각이 무뎌지고, 지금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며 살아간다.
반면, 기후 난민으로 들어온 아이들은 자신들이 누군가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 시스템에 적응하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그 모습은 기득권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잔혹한 현실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