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녀들의 수직사회 스토리콜렉터 122
우제주 지음, 황선영 옮김 / 북로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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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기후재난 이후의 계급 사회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는 무엇보다도 주제와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이 점점 줄어들고, 정부는 사람들과 지역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마치 가축처럼 등급을 매긴다. 단지 다른 사람보다 어리고, 똑똑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안전한 지역에서 살아갈 권리를 부여받고

그렇게 형성된 계급 사회를 맞이하게 될 아이들이 겪게 될 다양한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 그려낼까?라는 궁금증이 가득했다.

특히 해수면 상승이라는 소재는 결코 소설 속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큰 문제기 때문에 주제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나는 어떤 계급에 속하게 될지, 내 아이들은 어떤 대우를 받으려 살아가게 될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설 속의 소녀들은 똑똑하다는 이유, 그리고 조금 더 어리다는 이유로 '초록색 지역'에 배정되고 수직 농장이라는 기숙형 학교에 머물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특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특정 조건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위치를 정하는 세계.

그 모습을 보면서 마치 가축에게 등급을 매기 듯 사람이 분류되는 그 현실이 정말 반인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실제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누구도 쉽게 그 차계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후 난민으로 초록색 지역에 배정받은 아이들은 그저 그 안전 구역에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평등하게 지낼 순 없었다.

기후 난민이라는 꼬리표는 끊임없이 따라붙었고, 방의 크기조차도 외모나 성격 등으로 차등을 두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잔인했다.

처음에 나는 이 소설이 아이들이 자신의 계급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를 밟고 이기려고 드는,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서사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위치만이 중요하고, 서로를 짓밟고 이기려는 모습이 부각되고, 각자의 과거나 가치관은 배경 정도로 그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수록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지 계급 사회에 들어간 아이들의 갈등만을 다룬 게 아니었다.

소녀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각자의 삶 속에서 마주했던 문제들, 자라온 가정 환경과 가치관으로 인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등 했다.

처음엔 이름조차 헷갈렸던 아이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뚜렷한 존재감으로 다가 왔고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수직농장에 처음부터 있던 아이들은 이미 어른들의 계급 사회를 학습하고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감각이 무뎌지고, 지금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며 살아간다.

반면, 기후 난민으로 들어온 아이들은 자신들이 누군가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 시스템에 적응하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그 모습은 기득권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잔혹한 현실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내용은 많았지만, 내가 특히 이 책에서 집중했던 것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였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소녀들이 있었고, 누구보다 부각된 건 장리팅의 이야기였지만....

사실 장리팅 뿐만 아니라 다른 소녀들도 모두 엄마라는 존재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누군가는 엄마의 부재, 누군가는 학대와 가스라이팅.... 그 모든 것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다가와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 문제들이 쌓이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게 된 장리팅의 모습에서는 어린 시절의 내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아서 감정이 미묘하고 복잡했다.

결핍이 있어도 인정을 받으며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아이들과 아무리 노력해도 끝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아이들

그 대조는 곧 우리 사회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계급과 경쟁, 생존과 권력,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감정까지 복잡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이야기는 끝난 듯하면서도 끝난 게 아니었다.

장리팅, 린위안, 마커웨이와 진씨 자매... 수직사회 안에서 서로를 밀어내고 버텨야 했던 그 소녀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운이 깊고, 뒷맛이 씁쓸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읽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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