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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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불편함을 선택한 용기에 대하여

- 자연을 동경하지만, 쉽게 가지 못하는 이유



솔직히 말해, 나는 시골살이를 동경하지 않는다.

자연은 좋다. 조용함도 좋다. 그러나 그 좋음이 곧 삶의 방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도시는 분명 피곤하고, 시끄럽고, 복잡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너무나 많은 편리함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 편리함에 길들여진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불편함을 선택한 작가님이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건 단순히 결심만 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도시의 삶보다 훨씬 더 많은 인내와 꾸준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한동안 시외곽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그곳은 완전한 시골은 아니었지만, 밤이면 들리는 풀벌레 소리와 새벽의 정적, 차가운 밤의 냄새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불편함도 너무나 많았다.

음식 배달도 안되고, 대중교통이 뜸하고, 마트를 가기 위해서도 차가 필요한 그런 곳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자연 속의 여유로운 삶은 결코 낭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릴 적에는 그런 걸 몰랐다.

시외곽에서 살던 어린 시절엔 모든 게 신기했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그저 모든 게 행복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같은 환경에 놓이자, 모든 게 달라졌다.

아침부터 일어나야 하는 일상, 정리해야 할 일, 도시와 이어진 업무들,

그 모든 걸 안고 시골에 산다는 건 단순한 로망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용기의 문제구나.


편리한 도시의 삶을 포기한다는 건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들리는 차 소리 대신 바람 소리를 듣고, 밤의 불빛 대신 별빛을 보는 건 아름답지만,

그 안에는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힘이 필요하다.


이 책 속에서 작가님은 그 불편함을 낭만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현실적인 무게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그 점이 가장 좋았다.

시골에서의 삶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시작한 사람의 글이라서 그 고백이 더욱 진실하게 다가왔다.


도심의 삶은 피곤하지만,

도심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운전면허를 뒤늦게 딴 이유도 결국 그런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미 도시의 리듬 속에 익숙해진 사람이고, 아마 다시 그 느린 시간으로 돌아가기엔 용기가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에게 어떤 판타지나 힐링이 아니라, 현실 속의 존경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시골살이는 단순히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결국,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직 도시를 떠나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그 길을 선택해 살아간다.

그리고 그 용기 하나만으로도 그 삶은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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