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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아이들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식물이 마법이 되는 학교에서
- 한국 판타지가 보여준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

나는 국내 판타지 소설이 나오면, 반사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아직 한국 판타지는 성장 중인 장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뻗어나가면 정말 멋진 세계관을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감들 그 설렘 때문에 자연스럽게 찾아 읽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아벨의 아이들'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국 작가가 쓴 마법 학교물’이라는 단순한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장이 넘어가면서 느낀 건 이것이었다. 이건 내가 아는 판타지물이면서 뭔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특히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식물과 마법이 결합된 독특한 설정이었다.
식물을 기반으로 한 마법 학교라니, 이런 상상은 해외 판타지에서도 흔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한국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요소다.


평소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나처럼 정원, 식물, 자연 관련 콘텐츠에
눈길이 많이 가는 사람들은 이 세계관 자체만으로도 이미 상상력이 펼쳐진다.
"만약 내가 저 학교에 다닌다면 어떤 마법을 쓸 수 있을까?"
"식물의 성질과 마법 능력이 연결된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식물을 이용해서 공격 마법을 한다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마법을 쓸 수 있을까?"
이런 식의 즐거운 상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게 바로 식물 기반 판타지 세계관의 강점이다.
화려한 주문이나 거대한 전투가 아니라 자연과 생명에서 비롯된 마법이라는 설정이 주는 신선함.
다정하면서도 강한 마법이라는 느낌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아벨의 아이들'은 마법 학교라는 익숙한 틀을 쓰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결을 만들어낸다.
서양식 마법 세계관의 구조를 따라가지만 감정 표현, 관계의 밀도, 세계가 흘러가는 방식 등
곳곳에서 한국 작가가 쓴 판타지라는 정체성이 분명하게 느껴졌고, 그 점이 너무 좋았다.

한국 판타지가 꾸준히 다양해지고 있다는 걸 이 작품을 읽으며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한국 판타지가 특정 장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최근 작품들은 감정선도 훨씬 섬세하고 세계관의 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 책은 그 흐름 속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물론 읽다 보면 세계관을 조금 더 확장시키면 더 풍부해지겠다는 생각도 들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더 깊어질 여지도 보인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 이어질 시리즈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된다.
무엇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한국 판타지가 앞으로 더 다양한 세계관으로 뻗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마법 학교물도, 고전적인 서사도 한국 작가의 손을 거치면
이렇게 새롭고 살아 있는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내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또는 기존 마법 학교물에 익숙해 지루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아벨의 아이들은 충분히 새로운 즐거움을 줄 것이다.
식물 기반 세계관의 매력은 생각보다 강력하고,
한국 판타지의 가능성은 여전히 확장 중이라는 걸 느낀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